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69화 (169/250)

169. 무간지옥 ― 1

* * *

칠독야차(七毒野次)는 그 생김새가 굉장히 특이한 몬스터였다. 야차가 가지고 있는 일곱 개의 팔은 각각 다른 종류의 독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일곱 개의 눈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나마 발이 두 개라는 건 정상처럼 보였지만 일단 커다란 몸을 지탱하기엔 매우 빈약해 보이는 다리라 칠독야차를 보고 있으면 가분수의 괴물이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휘잉!

그 칠독야차의 팔 중 세 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를 향해 날아왔다.

까가가가강!

난 아쿠아와 소울 블레이드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으며 그 세 개의 팔을 막아냈다.

[크어어어어!]

그러자 칠독야차는 곧장 나머지 다른 팔들을 이용해 다시 한번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난 아쿠아와 소울 블레이드에서 손을 놓으며 곧장 레드, 이글을 소환했다.

철컥!

그리곤 곧바로 칠독야차의 입에 총구를 쑤셔 넣고 두 총의 방아쇠를 동시에 당겼다.

퍼퍼퍼퍼펑!

그대로 머리가 날아가며 쓰러지는 칠독야차.

휘리릭! 찰칵!

난 가볍게 레드와 이글을 회전시켜 아공간에 다시 넣으며 살며시 뒤로 물러났다.

칠독야차가 죽으며 뿜어낸 각종 독이 사방으로 뿜어졌지만 내가 있는 곳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휴우∼”

정말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무간지옥에 들어온 지 벌써 일주일(게임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크 스타를 찾지는 못했다.

사실 무간지옥을 처음 돌아봤을 때만 해도 금방 다크 스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무간지옥 중앙에 놓여 있는 아주 커다란 검은색 기둥은 딱 보아도 다크 스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고대의 문자가 빽빽이 적혀 있는 그 검은색 기둥은 오히려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일단 고대어가 해석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 고대어는 일전에 내가 라르엘을 얻으며 얻은 고대의 석판과 같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몇 개월 전 쿠할니스에서 책을 찾으며 고대어를 연구한 덕분에 고대의 석판에 적혀 있는 언어도 덩달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고대의 석판에 적혀 있던 말은 일종의 퀘스트에 대한 힌트였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일단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 경험 덕분에 지금 이 기둥에 빽빽이 적혀 있는 글들을 대충이나마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석해도 다크 스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마치 고대인들이 적어놓은 시와 같은 그 글은 굉장히 애매모호한 글이었다.

일주일 동안 계속 그 기둥에만 붙어서 사냥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기둥의 글을 분석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저 그냥 글일 뿐이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아예 관찰 스킬을 계속 극성으로 활성화시켜 놓고 그 기둥을 또 보고 또 봤겠는가!

당연히 묵과 라르엘은 소환시켜 놓은 상태였고, 그 둘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알리라고 명령해 놓았다.

말 그대로 쥐 잡듯이 무간지옥을 뒤져 보았다.

“망할…….”

덕분에 거의 반강제로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 중이었다.

파티 사냥으로나 잡을 만한 야차와 악귀들을 계속해서 잡고 있었으니 당연히 레벨은 잘 올랐다.

스릉!

칠독야차가 떨어뜨린 몇 가지 아이템을 챙기며 아쿠아와 소울 블레이드를 수거했다.

[전방에 염귀 두 마리와 흑귀(黑鬼) 한 마리 접근 중…….]

무간지옥을 날아다니는 라르엘은 나에게 계속해서 주변 정보를 알려주었다.

무간지옥에 들어와 가장 신난 건 라르엘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이 지독한 열기는 녀석에게 아주 훌륭한 성장 에너지였다.

덕분에 녀석은 조금씩 변해가는 중이었다.

화룡의 기운을 한 번에 흡수해 순식간에 1차 변이를 했던 녀석이 이번에는 무간지옥의 기운을 조금씩 천천히 흡수해 아주 느리게 2차 변이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오히려 묵은 이 열기 때문에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묵보단 라르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쳇, 알았다.”

정말 끝이 없었다.

아마 내가 흡성대법을 익히지 못했다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지금쯤이면 거의 탈진 직전일 것 같았다.

오죽하면 로그아웃하기 위한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마력과 생명력이 회복되지 않아 휴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안전지대였건만 그것조차 설정하기가 힘들 정도로 계속해서 전투가 일어났다.

무간지옥의 진정한 무서움은 이 무한 반복되는 전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 난 다크 스타를 찾지 못했고, 적어도 그것을 찾을 때까지는 계속해서 싸우고 또 싸워야 했다.

챙!

허공에 그 예기를 내뿜는 두 자루의 검.

난 장기전을 위해서라도 계속 아쿠아와 소울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특히 아쿠아의 마력 감소 효과는 장기전에 매우 유용한 옵션이었다.

“그래,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지금부터는 인내심 싸움이었다.

무간지옥이 이기는지,

아니면 내가 이기는지,

끝까지 해볼 생각이었다.

* * *

무간지옥에서만 한 달(게임 시간)을 보냈다.

앞서 일곱 개의 지옥에서 12일을 보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였다.

별로 크지도 않은 무간지옥에서 한 달을 보내다 보니 이제 무간지옥의 곳곳이 모두 너무나 익숙해졌다.

팔열지옥 던전 자체가 소형의 던전이었기 때문에 한 달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

난 무간지옥의 마지막 지옥수호병인 지옥야차(地獄野次)를 세 번이나 잡았지만 아직까지도 다크 스타의 행방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일단 중앙의 검은 기둥에 대한 미련을 열흘 만에 버린 난 나머지 20일 동안 무간지옥의 다른 곳도 아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당연히 관찰 스킬을 극성으로 펼쳐 곳곳을 모두 둘러보았다. 하지만 뭔가 변화가 있을 만한 작은 흔적 같은 것도 없었다.

이쯤 되자 이곳에 다크 스타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록 전생에 대한 기억이 아주 생생할 때 적어놓은 기억이라 정보 자체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극히 적었지만 혹시라도 내가 적는 과정에서 오타를 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오타라고 보기엔 너무나 반복해서 다크 스타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결국 당시에 내가 기억을 잘못한 것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는 기억이 워낙 생생하게 잘 떠올랐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래저래 설명이 힘든 상황.

일단 답이 나오지 않아 계속해서 무간지옥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답답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촤아아악!

일검으로 양단(兩斷)되는 쌍두야차(雙頭野次).

억울하지 않게 두 머리에게 각각 하나씩 몸뚱이를 선물했으니 그냥 조용히 쓰러져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쿠쿵!

쌍두야차를 벤 후 잠시 두 검을 땅바닥에 박고 숨을 돌렸다.

“헉…… 헉…….”

40마리가량의 몬스터를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연속해서 베었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이건 아니었다.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언제까지 이런 무식한 전투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쑥쑥 오르는 레벨이 즐겁다고?

그건 초반 한 열흘이나 그런 것이었다.

이제는 레벨이 올라도 별 감흥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답은 다시 검은 기둥인가?”

처음의 생각이 맞는 것일까?

내가 검은 기둥에서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되자 만약 이 무간지옥에 다크 스타가 숨겨져 있다면 무조건 그곳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은 아예 가능성이 제로(0)였다.

그나마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해도 검은 기둥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앞으로 한 달(게임 시간)만 더…… 검은 기둥에 올인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한다.”

한 달도 오래 잡은 것이었다.

어쩌면 그전에 내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이대로 계속 여기서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었다.

다크 스타를 얻기 위해 마계에 온 것이었지만 세상일이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옳았다.

츠읏!!

나는 나를 향해 달려드는 또 한 마리의 야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앞으로 한 달.

성공이든 실패든 그 한 달 안에 결정이 날 것이다.

검은 기둥에 적혀 있는 글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평범한 글일 뿐이었다.

숨겨진 뜻마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읽고 또 읽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아예 관찰 스킬을 통해 기둥 전체를 살폈다.

그나마 그동안의 노력 끝에 알아낸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최초에 북부 용암 지대에서 얻었던 그 고대의 석판 조각에서 시작되는 퀘스트의 끝이 바로 이 검은 기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다크 스타’는 아마도 이 고대의 석판 조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굉장히 긴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난 그 긴 연계 퀘스트의 중간을 모두 날려버리고 마지막 최종 퀘스트만 해결하려고 했으니 답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매우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그 중요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검은 기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일단 그 문제의 답도 알고 있다.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문제와 끝이라 할 수 있는 답을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풀이 과정이 빠져있었다.

수학 문제란 건 원래 풀이 과정이 빠져있으면 아무리 답을 맞혀도 정답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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