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61화 (161/250)

161. 엠페러의 굴욕 ― 1

* * *

“건방진 것들…… 아주 크게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검은 마녀 네년에게 최고의 굴욕을 선사하겠다. 아예 그 장면을 철저히 촬영해서 만천하에 공개까지 해주마!”

이를 갈며 크게 외치는 라트마.

소문으로 듣기엔 자존심이 엄청나다는 그였기 때문에 내가 슬쩍 던진 도발에도 벌써부터 난리가 났다.

“그러든지∼”

난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아예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동영상을 찍든 영화를 찍든 어차피 땅바닥에 눕는 건 내가 아닌 그들이 될 것이었기에 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오만하고 건방진 놈들을 제압해서 내 발 앞에 머리를 처박아놓아라!”

라트마는 붉어질 때로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친위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命)!!”

단체로 크게 외치며 나와 린을 향해 무기를 꺼내 드는 친위대. 정말 웃기지도 않는 장면이었다.

“쯧쯧, 어디서 본 것들은 있어서…….”

나는 고개를 살며시 흔들며 중얼거렸다. 정말 보면 볼수록 엠페러라는 길드는 참 웃긴 길드인 것 같았다.

“……시끄러워.”

린도 살짝 고개를 흔들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성격상 이런 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포메이션 F!!”

엘렌은 친위대에게 명령을 내리며 자신은 살짝 뒤로 빠졌다. 그녀는 화끈한 공격 마법을 전문으로 사용하는 마법사였기 때문에 후방 지원이 더 자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친위대는 그녀의 외침을 듣고 곧장 그 말이 의미하는 진형을 구성했다.

“진법인가?”

난 한눈에 그것이 진법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번 폐관 수련(?)을 통해 일취월장한 스킬 중 하나가 진법이었다.

마갑과 자이언트에 사용되는 수많은 마법진과 진법을 연구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제는 그 어떤 진법가보다 뛰어난 능력, 물론 약간은 이론 쪽에 더 강한 능력이었지만 어쨌든 진법에는 자신이 있었다.

“사방을 삼중으로 점하고……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이 공존하며 휴문이 몇 군데 있는…… 사방 포위진의 변형이군.”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관찰 스킬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난 한눈에 그들의 진법이 어떤 형태의 것인지 알아냈다.

관찰 스킬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며 난 평상시에도 늘 관찰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관찰(觀察)]

사물을 자세히 보는 능력.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숙련도: 200.

효과: 온갖 사물을 자세히 살펴 각종 정보를 얻어낸다.

특이 사항: 없음

특수 효과(그랜드 마스터 효과): 당신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당신이 집중을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라고 해도 그 본질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평상시에도 당신의 눈은 늘 사물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관찰 스킬의 50% 효과가 패시브로 적용됨).

등급: 중급(C급).

이 관찰 스킬이 있는 이상 그들의 진법에 대한 정보는 모두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물론 정보를 아는 것과 그 진법에 대해 분석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지만 어쨌든 난 현재 친위대가 펼친 진법을 거의 다 파악해 버렸다.

“제 등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린에게 작게 말을 전한 난 곧장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장비 6번.”

츠릿! 철컥!!

두 자루의 총이 내 손에 잡혔다.

왼손엔 권총 레드가, 그리고 오른손엔 장총 이글이 아공간에서 소환되어 나왔다.

“뮤직(Music On). 실행 데이터 이름, 학살(虐殺).”

난 가벼운(?) 노래를 선택해 틀었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시원한 선율. 그 선율과 함께 내 양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탕!

레드, 이글을 이용해 가볍게 쏜 몇 방의 마력탄.

하지만 그 마력탄은 정확히 엠페러 길드 친위대가 구성한 진의 핵심을 향해 날아갔다.

파파팡!

물론 당연히 막혔다.

이 정도 공격도 못 막을 친위대라면 엠페러 길드의 정예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격은 적에게 타격을 주려고 한 공격이 아니었다. 이건 일종의 흔들기였다.

진법을 파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내가 선택한 것은 교묘하게 중심을 흔들어 진을 내부부터 무너뜨리는 방법이었다.

솔직히 가장 쉬운 방법은 압도적인 힘으로 진법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열 낼 필요는 느껴지지 않았다.

“크하하하, 아주 재롱을 떠는구나! 이제 슬슬 지옥을 보여주마!”

라트마는 크게 웃으며 슬쩍 눈짓으로 엘렌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유가 철철 넘치는 그의 표정과 행동은 그대로 친위대에게도 이어졌다.

친위대 녀석들도 역시 나와 린이 무슨 행동을 해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3번째 얼굴에 흉터 있는 남자를 집중 공격 하세요.”

린에게 진의 중심점 중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녀와 내가 이렇게 동시에 흔들기를 시작하면 아마 몇 분 안에 진형이 거의 와해될 것이다.

“네.”

린은 짧은 대답과 함께 과감하게 검을 뻗었다. 그녀의 검끝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암흑 투기!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성장한 게 느껴졌다.

대련했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은 그녀의 암흑 투기에 과연 천무칠성이란 호칭을 부여받은 이들이 왜 특별한 건지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래 봤자 내가 성장한 것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확실히 그녀도 특별한 사람인 건 분명했다.

휘리릭!

타탕! 타타탕!

나는 가볍게 레드와 이글을 손안에서 돌린 후 다시 마력탄을 쏘아냈다.

멈추지 않는 공격.

비록 아주 강력한 위력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이런 빠르고 연속적인 공격은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었다.

파파팡! 파팡!

“큭!”

이제야 자신이 내 목표로 결정되었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친위대 유저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건 그저 가벼운 인사에 가까운 그런 공격이었다.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스윽!

철컥!!

난 만병천의에서 미리 준비해 온 특수한 탄창 두 개를 레드와 이글에 장착했다.

일명 흑암(黑暗)이라 불리는 강력한 탄이 50발씩 들어 있는 탄창. 특수한 공정을 거쳐 만든 특수 탄환이라 가격이 굉장히 비싼 것이었지만 그 위력은 확실했다.

“놀아보자고.”

난 슬쩍 웃으며 다시 레드와 이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곧장 손목을 튕겼다.

스킬 융합, 속사(速射)+무빙 샷(Moving Shot)+난사(亂射)+파워 샷(Power Shot)

더블 볼케이노(Double Volcano)!!

꽈과광!

강력한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하는 레드와 이글.

레드와 이글은 순간적으로 초당 두 발의 흑암탄을 내뿜으며 그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컥!!”

갑자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강력한 공격을 보고 크게 놀라는 유저.

물론 그 순간 친위대 역시 반격을 개시하며 나와 린을 향해 각종 공격을 쏟아부었지만 내 공격이 더 빨랐다.

“죽어랏!”

쏟아지는 엠페러 길드의 공격.

라트마가 아까 나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했던가? 그런데 어째 그 말은 예전에 내가 라트마에게 해주었던 말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 말이 어울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라트마였다.

원래 경험이라는 것이 한 번 경험했던 건 또 한 번 경험하기가 더 수월한 법 아닌가!

그래서 난 아주 친절하게 이번에도 그에게 진짜 지옥이 뭔지 알려줄 생각이었다.

아주…….

아주…….

친.절.하.게!

* * *

라트마와 엘렌, 그리고 그들의 친위대 50명. 총 52명.

그 상대는 나와 린, 단 두 명.

거기에 52명의 유저는 모두 최상위권의 유저들. 특히 엘렌의 공격 마법은 누구나 인정하는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라트마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예전의 라트마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지금의 라트마는 최고의 아이템과 스킬로 무장한 강력한 유저였다.

거기에 소문에 의하면 그가 드디어 ‘대군주’ 타이틀을 얻었다고 했다.

SS급 타이틀 대군주!

나도 정확히 어떤 효과를 지닌 것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SS급 타이틀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굉장한 위력을 지니고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따지면 이 52명의 전력은 어지간한 길드들은 간단히 무너뜨리고 심지어 잘나간다는 레이드 팀들도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들을 난 린과 단둘이 상대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린 그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린이 누구인가?

탑 랭커들 중에서도 최상의 대인 전투 능력을 지녔다고 소문난 여인이었다.

그녀의 천암류는 일 대 일 대결뿐만 아니라 일 대 다수의 대결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전천후 무공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그녀가 누군가에게 쉽게 당할 리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린과 함께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폴리모프 망토로 힘을 제한하고 있는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일인군단을 목표로 했던, 아니, 이미 어느 정도 일인군단을 완성시킨 나였다.

당연히 난 엠페러의 정예 52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특히 든든한 지원군이라 할 수 있는 린까지 함께 있었으니 더욱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한 자신감은 지금 상황에서 극명하게 증명되었다.

나와 린이 엠페러 길드의 떨거지(?)들과 전투를 시작한 지 20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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