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아수라(Asura) ― 1
* * *
치이이이익.
붉게 달아올랐던 금속이 차가운 물 속에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각종 특수한 금속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섀도우 아이언은 그 특유의 먹빛의 어두움을 보여주었다.
“좋군.”
처음엔 살짝 배합이 안 맞았는지 불량에 가까운 섀도우 아이언이 만들어졌지만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한 후 이젠 완벽한 섀도우 아이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섀도우 아이언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면서 내 계획도 점점 구체화 되어 가고 있었다.
프로젝트 명 ‘아수라(Asura)’.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마신(魔神)의 이름을 딴 이 프로젝트는 고대 지식에 등장하는 전설의 마갑과 자이언트를 만들기 위한 큰 계획이었다.
그것은 그냥 전설일 뿐이었다.
내 기록에도 그것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없었다.
고대 지식을 담은 이 책 중 한 권에 그것에 대한 얘기와 함께 그것의 이론적인 설계도가 등장하지만 그 책에서조차 그것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을 가졌다.
그저 이론적으로만 만들어진 상상 속의 존재.
하지만 만약 실제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전설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그것.
난 그 존재를 만들려는 중이었다.
그것은 기존의 마갑과 자이언트에 대한 기본 상식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기본적으로 마갑과 자이언트는 서로 다른 존재였다.
마갑은 자이언트를 움직이게 해주는 매개체이자 자이언트의 보조 동력원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마갑과 자이언트 둘 다에 마정석이 사용되었지만 마갑에 사용되는 마정석들은 주로 자이언트에 사용되는 것보다 등급이 낮았다.
하지만 그것은 달랐다.
애초에 그것은 마갑이라 말하기도…… 또 자이언트라 말하기도 힘든…… 그 구분이 애매모호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그것은 마갑 단계에서 이미 엄청난 동력원이 필요했다.
워낙 거대한 마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각종 최상급 마정석들로도 유지가 불가능했다.
사실 이것이 이론적으로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었다.
최상급 마정석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한 이 부분부터 아주 큰 모순이었다.
최상급 마정석 중 가장 품질이 좋은 종류가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였다.
이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대략 10GM(Giga Mana)의 마력 파워를 만들어내는 마정석이었다.
하지만 이 이론 속의 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최소 100GM의 마력 파워가 필요했다.
마정석 가공 기술 중 가장 난해한 기술이라는 복합 연결 기술을 이용해 최상급 마정석을 무려 50개를 이어 붙여야 만들어지는 마력 파워였다.
물론 50개는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수치였고, 실제적으로는 다섯 개까지밖에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불가능한 마력 파워라고 보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서문에 만약 100GM의 마력 파워를 낼 수 있는 마정석이 있다면 이라는 말로 가정을 하고 모든 것을 시작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불가능한 난제를 가지고 시작했으니 당연히 뒤의 것들은 모두 이론적인 상상 속의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난 이것을 현실로 만들 생각이었다.
100GM.
난 이것을 한 방에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바로 드래곤 하트!!
그 어떤 마정석도 따라올 수 없는 파워를 지닌 최강의 마정석.
비록 베나인이 그리 강하지 않은(?) 드래곤인지라 그것은 간신히 200GM을 넘기는 마력 파워를 내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 중에선 하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언급한 100GM의 두 배를 넘기는 수치였다.
이렇게 너무나 손쉽게 가장 큰 문제인 동력원을 해결했다.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된 만큼 남은 문제들은 차근차근 연구를 거듭해 해결하면 되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이 ‘아수라’ 프로젝트를 끝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적어도 앞으로 몇 달간은 이 ‘아수라’ 프로젝트에 모든 정성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집중하고 또 집중하고.
이제 남은 건 부단한 노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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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 요소 정착.
가속화 작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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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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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개입 요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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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Part: 2 우라노스의 반격’.
오늘도 여전히 ‘One’의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컨텐츠를 즐기고 있던 유저들에게 갑작스러운 변화의 소식이 전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네파루 대륙의 NPC를 제외한 서대륙과 동대륙의 NPC들이 동시에 우라노스의 재림을 알렸다.
정확히는 우라노스가 미래를 위해 유저들에게 전해준 새로운 힘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것의 이름은 마갑과 자이언트였다.
NPC들은 한목소리로 그것이야말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것들은 파멸을 막아줄 신의 무구(武具)라고 말했다.
유저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들은 얼마 전 있었던 네파루의 업데이트와 ‘천하제일대회’의 여운이 사라지지도 않았건만 또 한 번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갑과 자이언트!
단지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설렌다.
유저들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마갑과 자이언트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One’의 세상.
잠시 방심하는 것만으로도 한참을 뒤처질 수 있는 것이 현재 ‘One’의 세상이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유저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갑과 자이언트에 대한 정보는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갔다. 유저들은 온갖 방법을 통해 그것들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이미 이번 업데이트가 평범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수많은 유저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모으려고 노력하는 덕분에 제일 신난 건 정보 길드들이었다.
특히 정보 길드 중에서도 한창 대륙 최고의 정보 길드로 거듭나고 있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최고였다.
비록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정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마갑과 자이언트가 어떤 것인지 가장 확실히 알게 해주는 정보는 대부분 이곳 무물 길드에서 흘러나왔다.
이 한 방으로 무물 길드는 양 대륙을 합쳐서도 최고의 정보 길드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미 동대륙과 서대륙에 무수히 많은 객원 정보원들을 확보한 무물 길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대한 정보 수집 능력을 보여주며 정보 하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아주 간단하면서 확실한 등식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비상(飛上)을 한 건 무물 길드만이 아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급성장을 시작한 또 하나의 길드가 있었다.
그 길드의 이름은 바로 용문상회였다.
마갑과 자이언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풀리며 그동안 그다지 인기가 없어 저가에 거래되고 있던 몇 가지 아이템들이 갑자기 없어서 못 구하는 물건이 되었다.
아직 확실한 마갑과 자이언트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아 그런 아이템들의 시세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그런 물건들의 대부분의 상권은 용문상회라는 그다지 크지 않은 신흥 상인 세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용문상회의 위대한 선견지명(?)에 혀를 내둘렀다. 어떤 이들은 그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소 같은 존재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어쨌든 용문상회가 아주 큰 기회를 잡은 건 사실이었다.
바야흐로 용문상회가 아주 크게 일어나려고 기지개를 켜는 상황이 되었다.
무물 길드의 비상과 용문상회의 기지개.
사람들은 이 두 길드야말로 천운(天運)을 얻은 재수 좋은 길드들이라고 말했다.
모든 유저는 이 두 길드처럼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큰 이득을 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The One Part: 2 우라노스의 반격’.
그것은 모든 유저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기회였다.
물론 약간은 동등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단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어쨌든 새로운 변화는 이렇게 너무나 갑자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그 변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주 큰 변화.
‘One’은 이렇게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 * *
“후우∼”
난 잠시 허리를 펴고 굳어진 몸을 풀었다.
마갑의 기본 뼈대를 만드는 작업은 너무나도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과정이었다.
특히 미세한 마나 로드(Mana Road)를 일일이 뼈대 내부에 심는 작업은 땀이 비 오듯 흐를 정도로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곳은 내가 보헤닌에 마련한 나의 작업실이었다.
난 이곳에서 현재 프로젝트 아수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수라’를 제작하는 중이었다.
밖의 세상에선 갑자기 공개된 ‘The One Part: 2 우라노스의 반격’의 내용 때문에 큰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곳만큼은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내가 미리 적어놓은 것보다는 더 일찍 ‘The One Part: 2 우라노스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았지만 그건 별로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