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용문상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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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보여주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 먹이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모든 광부와 100% 거래 성사를 이루어냈다.
드리미안이 거의 마지막이었다.
난 현재 얼어붙은 땅에서 활동하는 광부의 60%를 포섭했다.
물론 소문이 절대 나지 않도록 NPC 광부들만 공략했다.
유저들은 나중에 내가 얼어붙은 땅의 상권을 거의 다 차지한 후에 포섭해도 늦지 않았다.
난 일부러 한 달이란 시간을 주었다.
겉으로 보기엔 광부들을 배려한 것 같지만 사실 이 시간은 내가 더 원하는 것이었다.
급하게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천천히 조금씩 소화시키며 음식을 먹어야 탈이 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은밀하게 얼어붙은 땅의 광물 상권을 장악해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네파루가 더욱 크게 부각되어 주었기 때문에 엠페러나 대상은 이곳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이런 호기를 놓친다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찾아올 리 없었다.
“좋소, 계약합시다.”
드리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내렸다.
결국 드리미안과의 계약도 성사시켰다. 이걸로 이제 얼어붙은 땅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광부들은 나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물론 한 달 뒤에나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로써 용문상회의 기반 사업이 확립되었다.
이제 남은 건 퍼스트 헌터 이나와 버그 스톤이 맡아 진행하고 있는 보조 사업뿐이었다.
“뭐, 다들 알아서 잘 하겠지.”
더 이상 용문상회의 성공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나나 버그 스톤은 워낙 노련한 유저들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나는 대륙 최초로 시도되는 미발견 던전 경매를, 그리고 버그 스톤은 개인별 맞춤형 특수 업그레이드 경매를 아주 잘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공급하는 매우 질이 높은 각종 아이템들까지!! 이 세 가지 서비스가 합쳐지면 용문상회는 대륙에서 알아주는 경매 업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설 경매 업체가 있었지만 제대로 성공한 곳은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One’의 기본 경매 시스템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철저한 최고급형 경매 서비스를 통해 상위권 유저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진짜 제대로 된 소비자들은 모두 상위권 유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최고급 아이템을 원한다.
난 그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생각이었다.
내가 그동안 모아놓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모이고 있는 최고급 아이템들과 이나가 위치만 파악해 놓은 수많은 미발견 던전, 그리고 버그 스톤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매우 특별한 업그레이드 시스템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용문상회를 이런 경매 업체로 보이게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난 철저히 준비했다.
광물을 사들이는 건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일단 사들인 광물을 당장 가공해 판매할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용문상회는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용문상회에 대외적인 마스터는 이나와 버그 스톤이었다.
이미 그들은 용문길드에서 새로 만든 용문상회 길드로 길드를 옮긴 상태였다.
용문상회와 무물 길드는 그렇게 용문과 함께 연합을 이루어 용문 연합이란 길드연합으로 재탄생되었다.
무물 길드는 그림자 남매가 그리고 용문상회는 이나와 버그스톤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용문은 바로 내가!!
난 죽으나 사나 무조건 일인 길드 용문의 마스터일 뿐이었다.
* * *
얼어붙은 땅에서의 일을 성공리에 끝낸 난 곧장 바람의 이동(AA급) 스킬을 통해 미리 저장해 두었던 지점으로 이동했다.
최대한 대륙 남부 지역에 가까운 곳으로 워프한 난 곧장 얼어붙은 땅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한 물의 도시를 향해 이동했다.
수많은 호수와 그것들을 관통하며 얼기설기 얽혀 있는 수많은 물줄기.
대륙 최고의 수상도시 ‘쥬니스’ 존재하는 이 지역은 얼어붙은 땅만큼이나 유저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그 경치는 서대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물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자칫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는 까다로운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엔 수공(水功)을 익힌 유저나 물에 대한 친화력이 강한 유저들이 주로 찾는 특수한 지역이었다.
내가 이곳으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쥬니스에는 대륙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도서관이 있었다.
‘쿠할니스’라 불리는 그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개된 곳이었지만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제대로 지식을 얻어갈 수 없는 매우 특별한 도서관이었다.
쿠할니스는 ‘세상에 모든 지식’이라는 뜻을 지닌 고대어였다.
그 고대어의 뜻처럼 쿠할니스엔 정말 엄청난 양의 책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책들을 제대로 읽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아니, NPC들조차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모든 책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고대어로 적혀 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학자가 이 도서관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NPC, 유저 가릴 것 없이 고대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당연히 이 도서관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없을 것이다.
내가 적어놓은 기록에 따르면 이 도서관이 빛을 보는 건 앞으로 몇 년(실제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유저들 중 고대어에 관한 천서(天書) 기록을 차근차근 모은 한 사람이 고대어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나서야 이 도서관의 위대함이 밝혀졌다.
물론 모든 책이 대단한 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책의 숫자는 아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대략 천만 권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중 쓸 만한 책은 대략 0.0001% 정도였다.
하지만 그 책들은 대단한 지식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은 한순간에 매우 특별한 곳이 되었다.
그 후 이 도서관은 수많은 약탈자에 의해 엄청난 고초를 겪게 되었다고 적혀 있었지만 그건 아주 나중에나 일어날 일이었다.
일단 난 이 도서관에서 몇 가지 책들을 찾고 있었다.
당장 고대어를 해석할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난 그동안 꾸준히 방대한 양의 천서 지식을 쌓아놓았다.
그리고 난 이제 곧 관찰 스킬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난 이 두 가지 사실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그전에 내가 원하는 그 책들을 찾아야 했다.
이 도서관은 일종의 유적이자 던전이었다.
비록 몬스터나 함정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것들을 엄청난 양의 책이 대신했다.
이곳의 책은 소유할 수 있었다.
단, 책을 소유하기 위해선 그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했다.
참고로 지금까지 이 도서관에서 책을 가지고 나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강제로 책을 가지고 나가려고 했다간 도서관 전체에 적용된 강력한 마법에 그 즉시 모든 생명력을 잃고 죽게 되어 있었다. 몇 명이 그렇게 죽고 나자 그 누구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칫 책을 잘못 읽으면 괴상한 저주가 작용하곤 했다. 덕분에 이곳 안에서 책을 연구하다가 큰 곤란을 겪은 유저들도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일명, ‘저주받은 도서관’이라고도 불리는 이곳.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버림받은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무모한 도전자들이 찾아가기도 했다.
물론 난 무모한 도전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난 틀림없이 내가 원하는 책들을 꼭 찾아서 가지고 나갈 생각이었다.
끼이이익.
난 거대한 문을 열고 커다란 책장들이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열된 쿠할니스 안으로 들어갔다.
“휴우∼!”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이렇게 많은 책이 한 장소에 존재한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답답한 마음이 생겨났다.
내가 찾는 책은 기껏해야 백여 권 정도일 것이다.
이 많은 책 중에 그것들을 골라내는 건 아주 힘든 일이 될 것 같았다.
[끼약! 이게 다 뭐야?]
내 어깨에 앉아있던 라르엘도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뭐긴 뭐야. 앞으로 네가 살펴볼 책들이지.”
[캐애액! 뭐, 뭐라고요?]
“걱정 마라. 나도 도와줄 테니. 넌 그저 내가 지금부터 읽어주는 단어들과 유사한 제목을 지닌 책들을 뽑아서 가져오면 되는 거야.”
[…….]
“하기 싫어? 흐음……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챙겨놓은 드래곤 고기를 넉넉하게 줄 생각도 있는데…….”
[으음, 알았다! 당장 시작하자!]
라르엘은 드래곤 고기를 한번 맛본 뒤에는 소환되어 나올 때마다 드래곤 고기를 찾았다.
물론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꾸 쫑알거리면 소환을 안 해줄 것이라고 협박했다. 덕분에 라르엘은 드래곤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살짝 드래곤 고기를 이용해 유혹하자 당장에 넘어와 버렸다.
역시 생각하는 게 극도로 단순한 놈다운 모습이었다.
“잘 들어라. 마갑, 자이언트, 마정석, 자르듐, 데미움, 미스릴, 합금, 방어 마법진, 외부 장갑, 내부 동력, 관절 기관, 메인 동력, 보조 동력…….”
난 내가 미리 정리해 둔 수많은 단어를 라르엘에게 읊어주었다.
나도 솔직히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책을 얻을지는 몰랐다. 단지 그 누구도 완성하지 못했던,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것의 설계도가 이곳에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수많은 지식이 이곳에 있다.
재수가 좋으면 모두를 얻을 것이고 재수가 안 좋아도 충분히 얻는 게 있을 것이다.
뭐가 되었든 얻는 것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일단 라르엘에게 중요한 단어들을 모두 불러준 난 그렇게 라르엘에게 일을 시킨 후 나 역시 곧장 움직였다.
이 광대한 도서관에서 라르엘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난 라르엘처럼 고대어를 자유자재로 읽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있는 구석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타이틀 최고의 모험가의 고유 스킬인 지역 검색(S급) 스킬과 거의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다가간 관찰 스킬이었다.
지역 검색 스킬이라면 분명 뭐가 되었던 쓸 만한 것을 검색해 줄 것이고 관찰 스킬을 극성으로 펼치면 고대어를 대충이나마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드래곤 고기에 눈이 먼 라르엘은 열심히 책장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충실히 내 명령을 이행하고 있었다.
이제부턴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아마도 책을 골라내는 건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일 것이다. 구토가 나올 정도로 피곤한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천만 권!
난 이 모든 책을 하나하나 다 살펴볼 생각이었다.
비록 그 작업이 힘들고 지겹더라도 내가 가진 가장 큰 능력 중 하나인 아주 질긴 끈기로 버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