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50화 (150/250)

150. ‘ONE’ ― 2

* * *

* * *

오류 변수 등장.

변수 제거 프로그램 작동.

…….

가속화 작업 설정.

…….

설정 완료.

가속화 작업 시작.

일루젼 최종 승인.

* * *

난 대충 20시간(현실 시간) 가까이 잔 것 같았다.

워낙 피곤했기 때문에 도저히 중간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One’ 세상에 난리가 나 있었다.

내가 벌려놓은 드래곤 레이드 열풍 때문에?

아니면 혹시 내가 드래곤을 잡은 게 소문이 나서?

아니었다.

내가 걱정했던 드래곤 레이드 열풍의 뒤처리 문제는 아예 사람들 관심 밖으로 떠나 버렸다.

모든 유저가 똑같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아예 다른 내용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엄청난 난리를 만들어낸 것은 무엇인가?

난 그것의 정체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그것의 시작은 갑작스럽게 올라온 한 개의 공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공지 같은 건 거의 하지 않는 DH 소프트였다. 그런 곳에서 갑자기 공지를 올렸으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마음에 그 공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하나 같이 크게 놀랐다.

공지는 내용은 일종의 이벤트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바로 그 이벤트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벤트!

그 어떤 유저도 생각하지 못한, 그런 이벤트가 곧 시작된다고 공지되었다.

일명 ‘천하제일대회’라 불리는 그 이벤트는…… 놀랍게도 단순히 ‘The One’의 유저들만 즐기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The One’의 모든 유저+아직 ‘The One’을 즐기지 않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이벤트였다.

이벤트 기간 동안 신청을 하면 일종의 임시 계정이 만들어지고 그 계정으로는 ‘천하제일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에만 접속이 가능한 캐릭터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이용해 일반인들은 대회에 참여할 수도 있고, 그저 관람만 할 수도 있었다.

대회장 자체가 몇 개의 도시를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거대하다는 설정이었고, 그 안에는 각종 편의 시설과 놀이 시설이 대거 설치될 예정이었다.

거기에 더 중요한 건 일반인들은 단지 신청만 하면 공짜로 이 임시 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접속을 위해서는 가까운 가상 현실 게임방을 찾아야겠지만 놀랍게도 DH 그룹은 이벤트 기간 동안 전국의 게임방들 중 10% 정도의 게임방들과 계약을 맺고 기존의 ‘The One’ 유저들과 임시 계정 등록을 한 유저들에겐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계획이었다.

모든 게 놀라운 이벤트.

하지만 놀라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하제일대회’는 일종의 무투 대회이자 사냥 대회이자 기예 대결 대회였다.

즉, 투기장 유저이든 사냥 유저이든 제작 유저이든 간에 모두가 참여 가능한 대규모 이벤트라는 소리였다.

거기에다 ‘천하제일대회’가 열리는 대회장에선 모든 유저의 레벨이 강제적으로 400으로 맞춰지고 스킬들도 강제적으로 그 수준에 맞게 조정된다고 나와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경쟁을 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The One’의 유저들뿐만 아니라 아직 ‘The One’을 즐기지 않는 일반인들도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보상으로 내걸린 아이템들이 모두 아직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엘리트 등급의 아이템들이라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난 이번 이 이벤트에 대한 소식을 읽으면 읽을수록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하긴 한 건가?

하긴 이미 이 게임을 기술적인 잣대로 따지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이벤트가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도 있던 것일까?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절대, 이런 이벤트는 없었다.

희미해진 내 기억 속에도…… 그리고 내가 미리 미래에 대한 기억을 적어놓은 노트에도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 이벤트가 도대체 왜 만들어진 것일까?

난 그것에 의문을 가졌다.

변화하는 미래.

분명 그 원인은 나일 것이다.

내가 원인이라고 본다면 이번 변화의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린 드래곤 베나인의 사망.”

그것밖에 없었다.

너무나 갑자기 이런 이벤트가 발생한 건……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천화신도도 말했고, 베나인도 확인시켜 준 한 존재.

이름도, 정체도 모르지만…… 그 존재가 분명 이번 이벤트를 발생시켰을 것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난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미래가 변화하는 건 예전부터 조금씩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변화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후우∼ 답답하군.”

진실을 향해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지만 아직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진실을 알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터져 버린 대형 이벤트.

느낌으론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는 이벤트였지만 정확히 왜 좋지 않은지는 알 수 없었다.

“바람이나 좀 쐬고 오자.”

이럴 땐 머리를 식히며 차근차근 생각해 보는 게 제일 좋았다.

난 대충 세수를 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워낙 고급 주택들이 많은 곳이라 공원 조성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특별히 야생동물들까지 잘 관리되며 사육되고 있는 고급 공원들이었다.

그런 공원들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제 4공원을 찾아갔다.

다른 지역의 공기는 어떨지 몰라도 이 지역은 자체 정화 시스템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난 천천히 걸으면서 이번 일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난 드래곤을 잡았다.

드래곤은 어떤 존재의 하수인이다.

분명…… 드래곤은 지금 잡혀서는 안 되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난 그걸 잡아버렸다.

그 어떤 존재는…… 그래서 뭔가를 느꼈다.

그 결과, 이번 이벤트가 등장했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가설은 이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가설일 뿐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일단 최우선적으로 알아야 하는 건 그 어떤 존재의 정체였다.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존재.

“운영진?”

먼저 DH 소프트의 운영진을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워낙 운영진의 개입이 적은 게임이 바로 ‘The One’이었다.

운영진의 힘만으론 이번 이벤트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설마 일루젼?”

일루젼을 생각하자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분명 지금 일어나는 일들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일루젼은 단순한 인공지능 컴퓨터일 뿐이었다.

천마와 그 밖의 존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지금 이 일에 관여하고 있는 존재는 굉장히 초월적인 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겨우 인공지능 컴퓨터일 리가 없었다.

“어렵다, 어려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좀 더 많은 진실을 알아내야만 알 수 있는 답인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복잡하게 했던 난 살짝 골치가 아파 근처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후우∼”

상쾌한 공기.

확실히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급할 건 없다. 어차피…… 아직 알아낼 것들은 많아.”

‘One’의 세상엔 아직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더 많았다.

그 비밀들을 하나씩 밝히다 보면 언젠간 진정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난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고 일단은 그 어려운 드래곤 레이드를 성공한 성취감을 충분히 즐길 생각이었다.

“좋구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아다니는 새들. 왠지 오늘따라 공원에 야생동물이 더 많아 보였다.

사람의 관리를 받아서 그런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녀석들은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뛰어다녔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나도 이번 기회에 게임 속에서 펫이나 한 마리 키울까?”

어지간한 유저들은 대부분 펫을 키운다.

물론 난 그런 사치스러운 취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당연히 펫을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야생동물들을 보고 있자니 귀여운 펫을 한 마리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난 한 마리의 토끼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 딱 저렇게 생긴 놈으로 한 마리 키우면 되겠…… 으음?!”

난 내 앞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던 토끼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다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에 요상한 뿔을 달고 있는 토끼.

이건 분명 내가 알고 있는 토끼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확실히 안다.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할 때 타이틀 ‘더 로드’를 얻기 위해 ‘One’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동물을 잡아본 나는 분명 저 녀석을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의 이름은 일각묘(一角卯)!!

절대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놈이었다.

난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이번에 나를 놀라게 한 건 나무 위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였다.

커다란 귀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검은색 고양이.

저 녀석은 큰귀고양이라 불리는 게임 속의 동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현실이 아닌, 게임 속에 존재해야 하는 작은 동물들이 마구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변종 돌연변이 동물로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확실히 이 녀석들을 알고 있었다.

징그럽게 잡아봤기 때문에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게임 속의 동물들이 현실에 나타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한 개의 단어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The One’

내가 즐기는 게임의 이름이자,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이상한 일들의 출발점.

왠지 해답은 이 이름 속에 전부 들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변화들.

세상은 그렇게 요지경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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