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드래곤 슬레이어
* * *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베나인도 자신의 회복을 위해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회복시키는 데 힘을 사용했다면 전투는 다시 좀 더 길어졌겠지만 그는 과감하게 나를 없애기 위해 마지막 한 수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것만 버텨내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였다.
스킬 발동, 카드 마법, 절대방어!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 마법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곧장 다음 수를 준비했다.
에시드 브레스를 이 카드 마법만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콰과광!
카드 마법 절대방어와 에시드 브레스가 충돌했다. 절대방어는 그 효과 그대로 전방에서 쏟아지는 힘만 막아준다. 그리고 에시드 브레스는 사방을 뒤덮는 힘이었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단 5초 동안만 유지되는 카드 마법, 절대방어로는 무려 10초간이나 유지되는 에시드 브레스를 막을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에시드 브레스에 완벽하게 휘말려 시체도 남기지 못할 수 있었다.
뭔가 다른 수단을 내야 했다.
“젠장, 어차피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잖아!”
난 모험을 감행했다.
특수 스킬, 역혈천마대법(逆血天魔大法)!!
영웅의 포효나 천무신공 같은 것들이 나를 초인으로 만들어주었다면 역혈천마대법은 나를 상식에서 벗어나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특히 영웅의 포효와 천무신공이 적용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역혈천마대법의 효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온몸에 힘이 넘쳤다.
그 어떤 것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난 오른손에 온 세상을 태워 버릴 것 같은 극양의 열기를, 그리고 왼손에는 온 세상을 얼려 버릴 것 같은 극한의 냉기를 만들어냈다.
치이이익!
5초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며 카드 마법, 절대방어가 해제 되려는 순간, 난 그 두 기운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시켰다.
이 기술은 나도 연습 삼아 몇 번 시도만 해봤던 것이다.
성공한 적은 없었다.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
대마법사 가웨인의 특기였던 일월구를 흉내 낸 음양구.
그리고 암흑의 성기사 에스카의 특기였던 그랜드 크로스.
난 특별한 이 두 가지 기술을 하나로 합쳤다.
극양의 열기와 극한의 냉기를 그랜드 크로스의 원리를 이용해 강력한 십자 형태의 기운으로 만들었다.
기술 이름은…… 그랜드 크로스(Grand Cross), 데모닉(Demonic).
이것은 그 누구의 기술도 아닌, 오로지 나만 사용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기술이었다.
연습에서 실패했다지만 그땐 지금만큼의 절박함이 없었다. 그리고 각종 특수 버프를 모조리 활성화시킨 지금은…… 그 어떤 스킬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치이이익!
서로 상극인 두 개의 기운이 내 의지에 의해 억지로 섞이기 시작했다.
이럴 때 극성에 오른 분심공은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준다. 서서히 형태를 갖춰가는 붉은색 십자가.
이것이 바로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였다.
이 십자가가 지닌 강력한 힘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방출 시킬 수 있어야만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이 완성된다.
연습 때는 늘 제멋대로 날뛰어 한 번도 목표물에 맞춰본 적이 없었다.
워낙 상극의 기운들을 한꺼번에 섞은 놈인지라 그걸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얘기가 좀 달랐다.
지가 아무리 대단하고 해도 지금의 나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
난 그 붉은 핏빛 십자가를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우우웅!
마구 떨리는 십자가.
난 그 떨림을 오로지 내 힘만으로 억눌렀다. 힘의 크기로 따진다면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이 아무리 대단해도 나를 능가할 순 없었다.
난 그렇게 데모닉을 간단하게 길들였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이걸 내 의지대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쾅!
바로 그 순간 5초의 시간이 완전히 끝나며 절대방어가 풀렸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강력한 에시드 브레스의 기운이 나를 향해 밀어닥쳤다.
하지만 난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다.
“내 앞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소멸시켜라!”
특수 융합 스킬, 그랜드 크로스, 데모닉!!
츠릿! 콰과과과광!
붉은 십자가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에시드 브레스가 옆으로 갈라지며 길이 열린다.
붉은 십자가가 만드는 한 줄의 길. 데모닉은 나의 명령대로 내 앞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소멸시키며 하나의 커다란 길을 만들었다.
에시드 브레스도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데모닉도 그에 못지않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두 기운은 그렇게 서로를 잡아먹었다.
데모닉은 에시드 브레스를, 에시드 브레스는 데모닉을…… 내 앞에 생긴 이 길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쿠쿵!
10초의 시간이 끝났다.
에시드 브레스는 매우 강력했지만 결국 난 살아남았다.
이 한 방을 위해 자신의 회복까지 포기하고 남은 마력과 생명력을 쥐어짜 냈던 베나인은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도 에시드 브레스에 타격을 입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존수호공의 효과로 그 타격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약했다.
“이젠 정말 끝을 내자.”
베나인은 이미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마무리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스킬 발동, 천마행공.
스팟!
난 베나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곧장 양팔을 벌렸다.
“장비 4번.”
스르응!
양손에 잡히는 엘레멘탈 블레이드.
베나인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나를 향해 꼬리를 휘두르거나 양발을 내리찍었다.
아마도 용언 마법을 사용할 마력도 다 떨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무식한 공격에 맞아줄 내가 아니었다. 유수행과 로스트 팬텀을 이용해 그런 공격들을 가볍게 피한 난 천천히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가슴 언저리에 세웠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기술을 발현시켰다.
스킬 조합, 폭풍난무(暴風亂舞)+염화난무(炎火亂舞)+검기난무(劍氣亂舞).
연계 발동, 극(極) 유수행(流水行)!!
완성! 파멸난무(破滅亂舞)!!
근접 기술 중 이 조합 스킬의 위력을 따라오는 기술은 없었다. 워낙 난해한 기술이라 아직 실전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는 못하는 기술이었지만 이렇게 힘이 거의 다 빠진 대상에겐 확실하게 성공시킬 수 있는, 그리고 확실하게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는 기술이었다.
엘레멘탈 블레이드에서 윈드와 플레임이 차례대로 튀어나오며 광기 어린 춤사위를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들고 나 역시 한바탕 춤을 췄다.
베나인의 전신에 수천 개의 상처가 생겨났고 베나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크어어어어엉!]
파멸난무가 완벽하게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베나인이 쓰러진 건 아니었다. 역시 드래곤의 생명력은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베나인은 쓰러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파멸난무의 특성상 계속해서 생명력이 주기적으로 소진되었기 때문에 그는 작은 기술 한 방만으로도 쓰러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원래는 베나인을 이런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최대한 쓰러뜨리는 것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난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난 고통에 몸부림치는 베나인의 주변을 빠르게 돌며 묵혼사를 허공에 마구 뿌렸다.
유수행이 극성으로 발휘되자 난 마치 유령처럼 베나인의 주변을 활보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베나인은 드래곤이라기보다 나에게 잡힌 상처 입은 한 마리의 야수일 뿐이었다.
피잉∼!
마지막 한 줄의 묵혼사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난 곧장 내가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와이어 포박 기술을 발동시켰다.
스킬 융합, 상급 와이어 기술, 천라지망(天羅之網)+천지조화(天地造化)의 술(術), 천라지망+상급 마법, 페럴라이즈(Paralyze)+테이밍 기술, 제압술.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疏而不失)!!
각종 포박 기술이 총망라된 이 와이어 조합 스킬은 베나인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쿠쿠쿠쿵!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쓰러지는 베나인.
그 대단한 드래곤도 결국 힘이 모두 빠지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진리였다.
[크으으으으으…….]
베나인도 이젠 포기한 상태였다.
“이제 없어진 어이를 완전히 되찾았나?”
[이…… 이…….]
베나인은 몸을 움직여 나를 덮치려고 했지만 이미 거의 모든 힘이 소진된 데다 나에게 완벽하게 제압까지 당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이대로 끝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드래곤인데 마지막 인사 정도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때? 마지막 유언이라도 있나?”
[…….]
베나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흐음, 아까와는 다르게 과묵해졌군.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그러니까 너희 파충류들이 충성을 바치는 그 빌어먹을 녀석에 관한 질문 같은 거 말이야…….”
[크흠!! 네…… 놈이 어…… 떻게…….]
반응이 왔다.
확실히 천화신도의 말대로 드래곤들은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어이∼ 진정해. 뭐, 아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흥분을 하고 그러시나.”
[닥쳐라! 뭘 알고 주절거리는지 모르겠지만…… 넌 지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글쎄? 난 이게 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인지 이해가 안 되는걸? 어차피 세상들은 뒤틀려서 뒤섞이고 있잖아.”
일단 천화신도에게 들은 얘기들을 대충 알은척 떠들어보았다.
[크크크, 너 같은 놈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로드(Lord) 님의 판단은 잘못되었었군. 하찮은 필멸자들은 어차피 제물일 뿐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나?]
베나인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나를 천천히 바라보며 얘기했다.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리석은 놈. 아무리 네가 날뛰어도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결국 다른 필멸자들과 마찬가지로 제물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진실. 그렇게 너도…… 나와, 우리와, 세상과 하나가 될 것이다.]
“하나가 된다고? 그게 무슨 말…….”
난 갑작스런 베나인의 말에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아차!’
[크흐흐흐흐흐, 너는…… 아직 진실을 알지 못했군!! 크크크, 매우 훌륭한 유도 심문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베나인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끝을 원하고 있었다. 마치 조용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래, 이제 진짜 끝을 내도록 하자.”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스릉!
난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지이잉!
블레이드의 날 끝에 날카로운 마력이 맺혔다. 그리고 난 그 상태로 곧장 베나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푸슛!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베나인의 마지막 울부짖음.
그게 끝이었다.
그걸 마지막으로 그린 드래곤 베나인은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띠링. 그린 드래곤 베나인을 쓰러뜨렸습니다.
띠링.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SS급)’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띠링. ‘드래곤 슬레이어(S급)’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띠링. 드래곤을 잡은 최초의 유저가 되어 명성이 크게 올랐습니다.
띠링. 당신이 이룩한 이 위대한 업적은 영원히 칭송받을 것입니다.
띠링. 4차 전직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습니다.
띠링. 레벨이 10 올랐습니다.
띠링. 그린 드래곤 베나인이 모아놓은 보물들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단, 기존에 정신 지배를 당했던 몬스터들이 레어를 훼손시킨 후 떠나기 때문에 레어에는 기존 보물의 10%만 남아 있습니다.
띠링. 고급 무두질 스킬을 이용해 드래곤의 사체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띠링. 엘레멘탈 버스터, 데몰리션의 스킬 숙련도가 0.927 올랐습니다.
띠링. 유수행 스킬 숙련도가 0.78 올랐습니다.
…….
…….
정신없이 올라가는 시스템 메시지.
내가 드래곤을 잡았다. 히든 네임드 몬스터라고도 불리는 그 드래곤을!!
한 번 죽으면 더 이상 게임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그 특별한 몬스터를!!
내 손으로 잡았다.
난 멍하니 시체가 되어 있는 드래곤을 살펴보았다. 내가 잡아놓고도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잠깐 정신을 놓고 드래곤을 바라보던 난 곧 정신을 차렸다. 드래곤의 시체를 이대로 놔두었다간 좋은 재료 아이템들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난 일단 놈이 떨어뜨린 각종 아이템을 모조리 가방에 주워 담고 상당히 떨어진 내 생명력부터 회복했다.
상처를 치료하고, 회복 마법과 회복 물약을 사용하고 그렇게 일정 수준의 생명력을 빠르게 회복한 난 만병천의에서 무두질용 검을 꺼내 직접 드래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워낙 덩치가 큰 놈이라 무두질하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지금 순간엔 즐거운 콧노래가 먼저 흘러나왔다.
가방에 있던 각종 소모성 아이템을 모두 버렸다.
만병천의에 있던 것들도 다 버렸다.
어차피 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투를 치르며 상당량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설사 많이 남아 있다고 해도 별로 미련 없이 버렸을 것이다.
비록 최고급으로만 산 것이라 다 합치면 가격이 꽤 나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차곡차곡 채워 넣고 있는 것들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열심히 가방을 채우고도 남는 것들은 대충 묵과 라르엘에게 먹이로 주었다.
내 가방들과 만병천의는 엄청난 양의 물건을 수납할 수 있었지만 챙겨야 할 것들이 워낙 많았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못 가져가는 것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드래곤의 각종 내장 기관 같은 것들은 모두 묵과 라르엘이 몫이 되었다.
드래곤 레어에서도 챙길 것들이 꽤 많을 것 같았기 때문에 적당히 빈 공간을 많이 남겨두어야 했다.
그래서 결국 상당량의 드래곤 사체가 묵과 라르엘의 차지가 되었다.
덕분에 신나게 포식하고 있는 두 소환수.
소환수들에게 최고의 보양식(?)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고기를 먹는 놈들은 왠지 모르게 행복해 보였다.
난 그 녀석들을 남겨두고 드래곤 레어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드래곤이 죽는 그 순간 황폐하게 변해 버린 드래곤 레어.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분명 보물은 남아 있었다.
단 10%의 보물이라지만 내 입장에선 상당한 양의 보물들이었다.
그나마 어린 드래곤이었던 베나인이니까 이 정도였지, 만약 고룡 급의 드래곤이 사는 레어였다면 이곳의 몇십 배는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난 레어에 있는 보물들도 모조리 챙겼다.
최대한 이곳을 빨리 정리해야 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곳을 찾아온다면 괜히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 있는 것들을 모두 챙겨서 자리를 떠야 했다.
사냥 후 아이템을 챙기는 건 늘 즐거운 일이었지만 오늘은 유별나게 더 즐거웠다.
아무래도 그냥 몬스터가 아닌 최강의 종족 드래곤을 사냥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와 함께 완전히 달라진 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기쁜 전투였다.
확실히 난 강해졌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오늘은 비록 드래곤들 중에서 가장 약하다는 그린 드래곤, 그것도 나이가 제일 어리고 경험도 미숙했던 놈을 잡았지만 언젠가…… 이렇게 계속 강해질 수 있다면 드래곤 중의 드래곤이라 불리는 에이션트 드래곤(고룡)들과도 한바탕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해지고 또 강해지고.
천화신도가 말했듯이 세상의 모든 방해를 정면으로 뚫어버릴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걷는 일인 군단의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