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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146화 (146/250)

146. 사투(死鬪) ― 1

* * *

베나인의 몸은 거대했다.

대략 베나인의 덩치를 설명하자면, 작은 4층짜리 건물만 하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몸 자체가 무시무시한 흉기였다.

그런데 난 지금 그 몸, 정확히 베나인의 꼬리를 한 손으로 막았다.

그 강력한 꼬리 휘두르기를 왼손 하나로 막아버렸다.

용마수와 영웅의 포효, 그리고 지존수호공은 날 진정한 괴물로 만들어주었다.

스으으∼

막은 나보다 막힌 베나인이 더 놀랐다.

내가 설마 그런 식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어이를 만들어준다고 했잖아.”

크게 미소 지으며 베나인을 바라보던 난 곧장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일단 가볍게 시작하자고!”

스킬 조합, 환상 검술, 환영검(幻影劒)+양손 검술, 몰아치기.

레인보우 블레이드!

엘레멘탈 블레이드에서 일곱 줄기의 강기가 한꺼번에 방출되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의 이 강기들은 서로 얽혀서 회전하며 베나인의 몸통을 향해 날아갔다.

평범한 검강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특히 지존신공과 천무신공에 의해 엄청나게 증폭된 검강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드래곤인 베나인이라고 해도 제대로 맞으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번쩍!

베나인은 재빨리 용언 마법으로 몇 겹의 배리어를 치며 공격을 방어했다.

하지만…… 아직도 베나인은 나를 너무 무시하고 있었다.

꽝! 꽈광!

쩌저저정!

마구 깨져나가는 배리어.

린과의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는 모든 스킬을 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모두 평범하지 않은 기술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레인보우 블레이드도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고, 베나인이 만든 배리어 정도는 우습게 뚫어버릴 수 있었다.

[큭!]

몇 겹의 배리어가 너무나 쉽게 뚫리자 베나인은 크게 놀라며 재빨리 보다 강력한 마나 배리어를 만들었다.

콰과광!

간신히 막힌 레인보우 블레이드.

하지만 말했듯이 이건 단지 인사일 뿐이었다.

스킬 조합, 기문둔갑의 술, 음양팔괘(陰陽八卦)+유령보법(幽靈步法)+쉐도우 스텝(Shadow Step).

로스트 팬텀(Lost Phantom)!

허공에 떠올랐던 내 몸에 로스트 팬텀의 발동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이젠 거의 나의 독문신법이 되어버린 로스트 팬텀.

이 신법은 유수행과 함께 내가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이었다.

[크음?!]

갑자기 사라진 나를 놓친 베나인은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놓친 나를 다시 찾는 건 불가능했다.

파팟!

내가 다시 나타난 건 베나인의 등 뒤에서였다.

이 멍청하고 성질 급한 드래곤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난 이놈에게 질 생각이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다.

스킬 발동, 상급 주술, 화룡포!

퍼펑!

왼손에선 화룡포가 터져나갔고 오른손으로 배쉬와 강격을 조합한 간단한 공격 검술인 블레이드 임펙트를 만들어냈다.

양손으로 각기 다른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 건 극성에 이른 분심공 덕분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꽈광!

두 공격 모두 아주 빠른 공격이었기 때문에 베나인이 방어하긴 힘들었다.

그대로 베나인에 등에 적중하는 공격들. 난 특별히 베나인의 등에 아직도 꽂혀 있던 두 자루의 창을 향해 공격했기 때문에 아마 베나인의 고통은 배가되었을 것이다.

[크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다시 한번 꼬리를 크게 휘두르는 베나인. 이 녀석은 정말 학습 능력이 없는 멍청한 드래곤이 분명했다.

꽝!

주르륵!

워낙 강력한 공격이라 조금 뒤로 밀려났지만 난 베나인의 꼬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곤 곧장 몸을 회전시켜 놈을 던져 버렸다.

휘잉!

콰과과광!

워낙 덩치가 큰 놈이라 멀리 날리지는 못했다. 이 공격은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위력적인 공격이 아니었지만 분명 정신적으로는 상당한 데미지를 줬을 것이다.

[크어어엉!]

퍼퍼펑!

예상대로 베나인은 크게 분노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감히…… 감히…….]

베나인이 좀 멍청하고 단순한 놈인 건 맞았지만 그래도 놈은 드래곤이었다.

절대 드래곤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됐다.

늘 한 방을 조심해야 했다. 비록 내 공격력은 드래곤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방어력은 그렇게까지 강해지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방어를 등한시해서는 안 됐다.

[으드드득, 조각을 내주겠다!]

고오오오오!

베나인을 향해 사방의 마력이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력의 흐름.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결코 평범한 용언 마법이 아닐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피하는 걸 생각했겠지만 이번은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난 재빨리 엘레멘탈 블레이드 대신 거인의 철벽 방패를 꺼내 들며 베나인의 공격에 대비했다.

[죽어랏!]

화르륵!

베나인의 앞에 불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불은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폭사되었다. 사방을 집어삼키는 겁화(劫火).

이것은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지옥의 불길이었다.

최강의 대인 멸살 마법 중 하나라 평가받는 헬 파이어(Hell Fire)! 그 마법이 나를 향해 펼쳐졌다.

“크윽!”

헬 파이어는 대인 유도 기능이 있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피하는 건 힘들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막는 것뿐이었다.

난 미리 준 기술을 활성화시키며 추가로 또 하나의 기술을 준비했다.

스킬 융합, 디펜드 모드(Defend Mode)+실드 디펜딩(Shield Defending)+음양합벽(陰陽合壁)+홀리 실드(Hole Shield).

신의 가호!!

번쩍!!

난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방패 방어 기술인 신의 가호를 활성화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마수 소환, 철벽!!

난 강력한 방어형 마수까지 소환해 철벽 방패 뒤에 바짝 붙였다.

그 순간, 헬파이어가 나를 집어삼켰다.

꽈광! 콰과과과과광!

순식간에 전해지는 엄청난 열기.

불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나에게도 치명적으로 느껴지는 열기였다.

다행히 헬 파이어의 존재를 느낀 순간 곧장 타이틀을 잠깐 ‘꺼지지 않는 불꽃의 영웅’으로 바꿔놓았다. 덕분에 헬파이어가 나를 집어삼키는 순간 곧장 타이틀 스킬인 화염 보호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화염 보호 스킬 덕분에 그 열기를 버텨내며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화염 보호 스킬은 헬파이어의 그 강력한 열기만 흡수해 줬을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헬 파이어는 화염 계열 마법이면서 파괴력 자체는 지옥의 마력을 담고 있는 기술이었다.

즉, 열기만 제거한다고 해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 지옥의 마력이 담고 있는 파괴력은 고스란히 내가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일단 난 일차적으로 신의 가호를 통해 그 마력의 힘을 최대한 낮췄다.

하지만 신의 가호 스킬로도 그 마력을 완벽하게 막을 순 없었다.

쩌정!

뚫려 버린 신의 가호.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난 한 수를 더 준비해 놨었다.

방어형 마수 철벽.

난 이 마수를 통해 신의 가호를 뚫고 들어온 지옥의 마력의 나머지 힘을 버텨냈다.

나머지 힘이라지만 그 힘은 상당히 강력했다.

철벽을 강제 역소환시키고 나를 뒤로 멀리 튕겨낼 정도였다. 그나마 내가 철벽을 비스듬히 눕히며 그 힘의 대부분을 허공으로 흘려보냈기에 이 정도였지 그냥 버텼으면 필시 오른팔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르르륵∼ 콰과광!

“크으…….”

생명력이 꽤 많이 깎였다.

그나마 지존수호공이 발동되어있는 상태였기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었다. 만약 지존수호공이 없었다면…… 아마 난 이미 바닥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베나인이 아무리 멍청하고 무식해도 드래곤인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 버텨냈다.

그 최강의 대인 멸살 주문이라 불리는 헬 파이어를 정면으로 버텨냈다.

이건 베나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실이었다.

드래곤이라고 해서 고급 마법을 마구 난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도 정해진 마력이 있었고, 정해진 생명력이 있었다. 헬 파이어는 웜 급의 드래곤인 베나인이 알고 있는 최강의 대인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게 막혔으니, 그 충격은 아마 대단할 것이다.

[……어, 어떻게!!]

“뭐, 이 정도쯤이야!”

스르릉!

난 타이틀을 원래대로 ‘최초의 영웅’으로 교체하며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다시 뽑아 들었다.

“화끈한 걸 보여줬으니…… 보답으로 나도 그만큼 화끈한 걸 보여주지!”

난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4마리의 중급 정령을 모두 불러들였다.

스스슥!

황급히 복귀하는 4마리의 중급 정령.

난 그들과 함께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기술 중 하나를 발현할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중급 정령들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킬 조합, 정령 빙의, 셀리스트(Salist)+정령 빙의, 운다인(Undain).

연계 발동 스킬 조합, 정령 빙의, 노임(Noim)+정령 빙의, 실라페(Silafe).

강력한 힘을 지닌 중급 정령 4마리가 내 몸에 빙의되며 순간적으로 마력이 마치 해일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자칫 잘못했다간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분심공이 있었다.

이 분심공이 있는 이상 네 마리의 정령이 동시에 뿜어내는 마력은 안정적으로 내 몸에서 하나의 힘으로 변환되었다.

하나의 힘으로 변한 정령의 기운이 엘레멘탈 블레이드에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미련 없이 곧장 그 힘을 베나인을 향해 뿌렸다.

특수 스킬 조합, 엘레멘탈 버스터(Elemental Buster).

데몰리션(demolition)!!

드드드득!

강력한 마력의 폭풍이 베나인을 향해 폭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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