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45화 (145/250)

145. 혈투(血鬪) ― 2

* * *

스킬 발동, 복합 마법 함정, 필드 익스플로젼(Field Explosion)!

꽈과광!

[크어엉!]

베나인이 서 있던 지역의 바닥에서 한꺼번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과 동시에 그는 크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나 똑같이 폭발이 일어났다.

이곳에 그가 마음 편히 피할 장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폭발을 일으킨 것은 내가 미리 설치했던 마법 함정 중 하나였다. 그것은 마법진과 고난이도 트랩이 복잡하게 얽혀서 설치된 고급 함정 기술이었다.

이건 절대 1회용 설치물이 아니었다.

최대 100번, 최소 50번은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충전식 함정이었다.

지금 이곳에는 저러한 자가 충전식 함정이 가득 설치되어 있었다.

모두 내가 직접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그것도 지존신공과 분심공으로 보다 위력적이게 개량되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베나인은 바로 이곳에서 나와 싸워야 했다.

“자∼ 베나인, 웃어봐. 넌 위대한 드래곤 님이시잖아.”

스킬 발동, 상급 마법진, 전신의 축복.

난 함정들과 똑같은 원리로 여기저기에 깔려 있는 각종 버프진을 활성화시키며 웃었다.

나에겐 천국과 같은 곳.

하지만 반대로 베나인에겐 지옥과 같은 곳이 될 것이다.

* * *

난 베나인과의 전투를 절대 단기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내가 지금까지 치른 어떤 전투보다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을 했다고 해서 전투가 좀 더 쉬워지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일인 레이드는 정말 한순간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고단한 도전이었다.

1분, 1초…… 모든 시간에 집중해야만 일인 레이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중한 상태로 벌써 7시간이 지나갔다.

이쯤 되자 나도, 그리고 베나인도 지쳐 버렸다. 무려 7시간동안의 혈투. 베나인이 아무리 위대한 존재인 드래곤이라고 해도 7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나에게 공격당했기 때문에 그 역시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베나인에게 제대로 타격을 입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지만 베나인을 공격하다가 지쳐 버린 경우였다.

어차피 내 입장에선 베나인에게 제대로 한 방 맞으면 거의 끝장날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통해 베나인의 생명력을 조금씩 깎아나갔다.

철저한 아웃 파이트(Out Fight)를 구사하며 이곳저곳에 깔아놓은 간단한 순간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베나인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베나인이 그걸 눈치채고 철저히 주변의 마법진이나 함정들을 파괴하는 쪽으로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이제 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7시간 동안 많은 재미를 본 각종 함정과 마법진, 진법 같은 것들이 거의 대부분 망가졌다.

베나인이 눈치를 채고 철저히 망가뜨린 결과였다.

그나마 내가 중간중간 흐름을 끊으며 방해해서 이 정도였지, 아니었으면 벌써 몇 시간 전에 주변이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인정하겠다. 넌 좀 특별한 ‘벌레’다.]

베나인은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인정해 주지. 넌 좀 멍청한 ‘도마뱀’이다.”

난 시간이 날 때마다 베나인을 도발했다. 베나인의 성격상 화가 날수록 마구잡이로 전투를 펼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계속 화를 돋울 필요가 있었다.

[이, 이놈!!]

베나인의 거대한 몸에도 여기저기 큰 상처들이 눈에 띄었다. 그도 분명히 지쳤다는 증거였다.

놈에게 큰 타격을 입힌 공격들은 주로 내가 미리 설치해 둔 드래곤 킬러 아이템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버그 스톤은 정말로 드래곤 킬러용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넘겨준 정보를 연구해 그만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좋았다.

버그 스톤은 다른 유저들에겐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대 효율의 드래곤 킬러가 아닌, 50% 효율만 나는 아이템으로 개조해 주었다.

그건 내가 부탁한 것이었다.

드래곤 킬러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미스릴과 아만다이트, 그리고 코륨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 오리하르콘이라 불리는 전설 속의 금속을 무기에 살짝 발라주는 것이었다.

이 재료들은 워낙 고가의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절대 많이 사용할 수가 없었다.

특히 버그 스톤에게 난 진짜 오리하르콘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반쪽짜리 오리하르콘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발라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이득은 늘어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양도 늘어났다.

버그 스톤도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오리하르콘이 뭔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굳이 비싼 값을 치르며 진짜 오리하르콘을 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곳에 찾아온 수많은 유저가 들고 있던 양산형 드래곤 킬러였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드래곤 킬러 아이템은 전혀 다른 것들이었다.

일단 재료부터 모두 내가 직접 거액을 투자해 산 후 버그 스톤에게 부탁해 만들어낸 순도 100%의 오리하르콘이 발라진 진짜 드래곤 킬러였다.

오리하르콘은 드래곤의 마력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리하르콘이 함유된 무기에 적중되면 드래곤 특유의 자가 치유력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난 그런 드래곤 킬러 아이템을 수십 개나 만들어 이곳에 있는 함정들에 모두 설치해 놓았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이 강철 조각이 바로 그 무기들의 흔적이었다.

비록 대부분이 레어 아이템이라 드래곤의 강력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조각나 버렸지만 그래도 충분히 자기 역할은 한 후였다.

특히 지금도 베나인의 등에 박혀 있는 두 자루의 창은 특별히 유니크 창을 구해서 만든 회심의 일격이었다.

이래저래 나에게 많이 당한 베나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날뛰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별로 겁내지 않았다.

비록 준비했던 대부분의 함정과 마법진, 진법들이 망가졌지만 아직도 나에겐 많은 수가 남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지금도 어둠 속에 숨어 빈틈을 노리고 있는 묵이라든지, 별로 도움은 안 되고 있지만 때가 되면 피닉스로 변해 큰 화력을 지원할 하늘에 떠 있는 라르엘이라든지, 또한 미리 준비해둔 각종 소환수 중에서도 아직도 몇 마리는 살아남아 베나인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있었다.

[크엉!]

콰득!

베나인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신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스켈레톤 워리어 하나를 발로 밟아버렸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게 용했던 스켈레톤 워리어는 그렇게 장렬히 전사했다.

이로써 최초에 광역 언데드 군단 소환 마법진을 이용해 만들었던 대규모 스켈레톤 군단은 거의 사라졌다.

이것들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마정석과 마법 부여로 가공된 비싼 마법 뼛조각 수백 개가 소비되었지만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깟 10만 골드!

녀석들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이 녀석들과 함께 비슷한 돈질로 탄생했던 키메라 군단에는 아직 좀 더 많은 생존자가 있었지만 그래 봤자 원거리에서 마법 공격을 하는 중하급 키메라 몇 마리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믿을 만한 건 내가 미리 소환한 4마리의 중급 정령이었다.

정령은 오로지 내 능력으로만 소환한 것들이라 확실히 꽤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와 제일 잘 맞는 불과 바람의 정령이 가장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끝장을 내주마.]

베나인은 거의 주변이 다 정리되었으니 이제 나를 잡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잘못되었다.

“끝장? 글쎄…… 그 말은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끝장은 내가 내려는 중이었다.

[크하하하, 어이가 없군.]

베나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가 웃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내가 버티도록 도와주었던 수많은 요소가 거의 사라진 지금…… 이제 더 이상 내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나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진정한 혈투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

바로 지금이 그러한 시간이었다.

“자자, 없어진 어이는 내가 다시 만들어줄 테니 그만 웃고 전투에 집중하자고.”

난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풀었다.

“장비 4번.”

철컥! 스르릉!

엘레멘탈 블레이드가 허공에서 튀어나왔다. 당연히 여기에도 순도 100%의 오리하르콘을 듬뿍 발랐다.

이 엘레멘탈 블레이드는 최강의 드래곤 킬러라고 할 수 있었다.

“잘 봐. 진짜 전투는…….”

지잉!

난 7시간 동안 계속 참았던 내 힘의 마지막 봉인을 풀었다.

“지금부터라고!!”

특수 능력, 용마수(龍魔手)!

특수 능력, 용마안(龍魔眼)!

특수 스킬, 영웅의 포효!!

특수 스킬, 천무신공(天武神功)!!

특수 스킬, 지존수호공(至尊守護功)!!

퍼퍼펑!

내 몸 주변으로 마력이 폭풍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엄청난 거력이 몸 안에 휘몰아쳤다.

나를 진정한 일인 군단으로 만들어줄 천력(天力)들. 난 이 힘들을 믿는다.

귓가에 울려 퍼지던 광란의 음악 역시 최고의 절정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스윽.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지를 펼쳐 베나인을 가리켰다.

까닥까닥.

“덤벼.”

난 유저들에게 최고의 도발 스킬로 유명한 일명 손가락 까닥이기를 베나인에게 써먹었다.

도발 중의 도발!

이제부터는 정말 미친 듯이 싸우는 일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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