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40화 (140/250)

140. 요리 준비 ― 1

* * *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떡밥에 너무나 많은 물고기가 달려들었다.

덕분에 난 한 바늘에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딸려오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예상보다 큰 호응.

난 단지 몇 개의 최상위권 레이드 팀만 낚아도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최상위권 레이드 팀뿐만 아니라 각종 대형 길드들, 그리고 능력이 안 될 것 같은 레이드 팀과 길드들도 달려들었다.

그들은 너무 드래곤을 만만히 보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소문을 통해 드래곤도 결국 몬스터이고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지만…… 그래도 너무 무모해 보일 정도로 달려들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완벽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난 진실 속에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서 모든 것이 완벽한 사실인 것처럼 꾸몄다.

특히 친분이 있는 이나와 버그 스톤, 그리고 그림자 남매를 끌어들여 그 신뢰성을 극대화시켰다.

사실 이나가 드래곤 레어를 발견한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물론 그 배경엔 내가 레어의 위치를 이나에게 알려주고 이나가 그것을 찾은 것이지만…… 어쨌든 이나가 찾은 건 맞았다.

버그 스톤의 드래곤 킬러 아이템 업그레이드도 내가 소스를 주고 버그 스톤이 완성시킨 것이었지만 분명 그는 드래곤 킬러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시켜 줄 수 있었다.

그림자 남매가 제공하는 정보도 당연히 내가 알려준 것들이었다.

당연히 그 레어에 있는 드래곤이 그린 드래곤인 것도 맞았고, 수면기 상태인 것도 맞았다.

또한 수면기 상태의 드래곤이 100% 전력을 다 낼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뿐인가. 그린 드래곤의 가장 무서운 무기인 에시드 브레스만 잘 피할 수 있다면 확실히 상대할 만하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 속에는 교묘한 거짓이 숨어있거나 좀 억지스러운 과장도 섞여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확실한 사실들이었다.

이렇듯 난 모든 소문에 관여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난 아주 교묘하게 나란 존재를 그 소문 속에서 지웠다.

드래곤 레이드 열풍을 이렇게 탄생했다.

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를 통해 모든 정보를 조작했다.

앞에도 말했지만 난 정보를 조작할 때는 절대 거짓만으로 채우지 않았다.

80%의 진실 속에 20%의 거짓을 섞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거짓은 진실이 되었다.

이래저래 사람들은 점점 내가 흘리는 정보에 빠져들었다.

한마디로, 내가 뿌린 떡밥을 제대로 물은 것이었다.

이제 남은 건 그렇게 낚은 유저들을 아주 맛있게 요리하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의 과정도 중요했지만 이후로의 과정도 앞의 과정만큼이나 중요했다.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작이 되는 법. 나는 최대한 화려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용문의 식구가 늘었다.

계획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나와 버그 스톤이 먼저 용문에 들어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난 흔쾌히 그들을 받아들였다.

사실 그림자 남매도 용문에 들어오고 싶어했지만 그들은 이미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의 두 마스터였기에 어쩔 수 없이 연합하는 걸로 만족했다.

이미 무물 길드는 일반 길드원들도 대거 받아들여 명실상부한 서대륙 최대, 최고의 정보 길드가 되었기 때문에 남매가 용문에 들어오는 건 조금 무리가 있었다.

어쨌든 일인 길드였던 용문이 삼인 길드가 되었다.

물론 그래 봤자 이나와 버그 스톤은 워낙 자유로운 인물들이라 길드에 들어온다고 해서 바뀔 것이 없는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길드원이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

식구가 늘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어 갔다.

이나는 내가 미리 알려준 대로 여러 길드에게 서로 조금씩 다른 정보를 전해줄 것이고, 버그 스톤도 나와 얘기한 대로 쓸데없이 많은 제약이 들어간 드래곤 킬러 아이템 업그레이드를 해줄 것이다.

당연히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난 그들에게 일주일(게임 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천천히 일을 진행하라고 일러두었다.

일주일은 준비 시간이었다.

화려하고 맛있는 요리를 위해 양념장을 만드는…… 그런 준비 시간이었다.

난 일단 먼저 드래곤 레어가 존재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이동해 양념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구입했다.

돈을 아끼지는 않았다.

어차피 여러 방면에서 돈이 계속 쌓이고 있던 나였기에 자금에 대한 압박은 거의 없었다.

그린 드래곤의 레어는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숲이라 불리는 녹색 바다[Green Sea]의 한가운데 있었다.

이곳은 몬스터가 거의 살지 않는 조용한 지역으로 유명했는데, 그나마 외곽에만 몬스터가 조금 있을 뿐, 중앙에는 몬스터가 거의 없었다.

레어는 그 가운데에서도 교묘하게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 한가운데 있었는데, 워낙 교묘한 미로라 대부분의 사람이 이곳이 미로라는 것조차 모르는 곳이었다.

이 미로를 통과하려면 한 가지 간단한 요령이 필요했는데, 그건 바로 이 숲에 울창하게 퍼져 있는 녹향목(綠香木)의 잎을 입에 물고 미로를 통과하는 방법이었다.

이걸 모르면 백이면 백, 미로가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쨌든 그렇게 미로를 통과하고 나면 이 숲의 절경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나무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그린 드래곤베나인의 레어였다.

난 지금 그곳에서 대규모 공사를 펼치는 중이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진법과 기관, 그리고 각종 함정에 대한 모든 지식과 스킬을 이용해 드래곤 레어 근처를 완전히 개조하고 있었다.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그런 간단한 구조물이 아닌, 적어도 한 달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려는 중이었다.

덕분에 건축 관련 스킬까지 사서 배운 후였다.

비록 숙련도가 많이 낮은 건축 스킬이었지만 한 달 정도를 버틸 만한 구조물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제부턴 나도 상당히 공부해야 했다.

그동안 진법이나 기관, 함정 관련 스킬은 꾸준히 숙련도를 올려놨지만 이렇게 전문적으로 펼치는 건 처음이었다.

거기다 건축 스킬까지 가미할 생각이었으니 무조건 공부가 필요했다.

재미있는 건 의외로 이런 스킬에도 지존신공과 분심공이 대단히 유용하게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지존신공에 이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분심공은 대단한 보너스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분심공(分心功)]

: 마음을 둘로 나눌 수 있는가? 또 그렇게 나눠진 마음을 다시 한번 더 나눌 수 있는가? 나누고 또 나누고…… 그것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능히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될 수 있다.

숙련도: 200

효과: 몇 갈래로 생각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단, 이것은 스킬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진짜 생각을 분산시킬 수는 없습니다.

특이 사항: 한없이 생각을 나누어도 모든 것은 당신의 머릿속 한곳에서 나온 것입니다. 시작은 모두 같기에…… 모든 생각은 하나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만물조화(萬物造化)의 법칙을 배워 분심공을 통해 가공되는 모든 스킬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킵니다.]

등급: 상상(上上)급(AA급).

특이 사항 부분이 바로 그랜드 마스터가 되며 추가된 보너스 효과였다.

처음엔 상승 작용이라고 해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단한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상성이 맞지 않는 스킬들을 분심공으로 억지로 엮어서 사용했을 땐 상승 작용은 고사하고 오히려 반작용이 일어나 효율이 떨어졌었다.

그런데 이 보너스 효과가 생겨나자 그런 반작용이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대단한 상승 작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각종 진법, 기관, 함정 관련 스킬에도 적용되어 분심공을 이용해 잘 조합시켜 스킬을 발현하면 평소보다 더 효율적인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와 함께 지존신공에 의해 스킬 본연의 위력이 증폭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존신공과 분심공.

이 두 가지 무공은 나에겐 가장 중심이 되는 것들이었다.

“야! 똑바로 안 해? 이거 말고 강철 파이프 가져오라고 했잖아!”

강철 파이프를 가져오라고 시켰더니 통나무 기둥을 가져온 묵을 보며 난 잔뜩 화를 냈다.

[미안하다…….]

동화율이 많이 오른 묵은 이제 내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아예 묵을 일꾼 대신 사용하는 중이었다.

놀면 뭐 하는가?

일손도 부족한데 적당한 싸구려 제물을 몇 개 사용해 묵을 부리는 중이었다.

물론…… 묵보다 훨씬 더 싼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한 녀석도 잊지 않고 부려먹는 중이었다.

[캬캬! 멍청한 놈. 주인님∼ 이거 찾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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