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신비지문(神秘之門), 용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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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길드는 특성상 무력보단 다른 능력이 더 뛰어났다.
물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무력을 지닌 건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무력이 아주 강력하지는 않았다.
내가 목표로 삼은 4개의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대륙을 대표하는 대형 정보 길드였지만 그들의 무력 수준은 순수 무력 길드들과 비교하면 중급 수준의 길드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사냥, 아니, 정확히 말해서 학살은 너무나 쉬웠다.
난 필드를 돌아다니며 4개의 길드에 속한 이들이라면 그게 누구라도, 어디에 있더라도 처참하게 죽여버렸다.
인정이나 자비는 버렸다.
이미 그들이 나와 내 친구들을 건드린 이상 그딴 감정은 사치에 불과했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머더러(살인자: 무차별적인 PK를 즐기는 유저들을 칭하는 말)보다 더 잔혹한 손속을 보여줬다.
죽이고 또 죽이고.
난 순식간에 엄청난 킬 포인트를 챙기며 ‘ONE’의 세계에 또 한 번의 파장을 만들어냈다.
‘광기의 살성(殺星) 출현!!’
이 문구가 온갖 커뮤니티를 강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쟁(유저들 간의 다툼)을 즐기는 유저들이 하루에 평균 50의 킬 포인트를 챙기고, 좀 능력이 좋다는 상위권 유저들이 150∼200포인트를 챙기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들어 내가 하루에 1,000포인트씩 킬 포인트를 챙겨간 건 엄청난 사건임에 분명했다.
원래 난 킬 포인트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 PvP 포인트 랭킹에서 그다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 못했다.
기껏해야 통합 랭킹으로 4만 대에 속해 있는 유저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한 달(게임 시간) 동안 난 무려 3만이 넘는 킬 포인트를 챙기며 순식간에 10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난 PvP 포인트 랭킹이 제대로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급상승 유저로 기록되었다.
각종 랭킹이 제대로 기록되기 시작한 게 불과 반년(현실 시간)이 조금 넘는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분명 그 안의 기록 중에는 내가 최고였다.
물론 당연히 모든 것을 비공개로 해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지 누군가 갑자기 순위가 올라간다는 것만 알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유저가 엄청난 살업을 쌓고 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광기의 살성이라 부르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나에게 집중 공략을 받고있는 4개의 정보 길드는 불과 한 달 만에 길드의 근본부터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바람의 계곡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용문은 이번 일을 통해 서서히 몇몇 사람들의 뇌리에 또렷하고도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들은 용문의 정체를 대단한 정예 PvP 유저들이 모인 특급 PvP 길드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예상하는 용문의 길드원 숫자는 대략 40명.
물론 킬 포인트는 나 혼자 쌓아갔지만 도저히 그들은 용문이 일인 길드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단지 킬 포인트를 한 명에게만 몰아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가 됐든 난 상관없었다.
계속되는 학살…….
난 그렇게 철저한 응징을 통해 4개의 정보 길드를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아쉬운 건 겁먹은 자라 새끼처럼 목을 등껍질에 집어넣고 길드 하우스에서 잘 나오지 않는 각 길드의 길드장과 운영자들이었지만, 그 결과 그들은 더욱 길드원들에게 신망을 잃는 중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드디어 내가 기다렸던 반응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40만 골드라…… 후후, 없는 살림들에 좀 무리를 했군.”
난 나에게 날아온 편지 한 통을 읽고 있었다.
아주 값비싼 ‘천상의 이어짐’이라는 아이템까지 사용해 보낸 편지라 무조건 내가 받아볼 수 있었다.
그 편지는 일종의 항복 선언이었다.
이런저런 수를 써봐도 도저히 나를 잡거나 내 학살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그들은 40만 골드라는 상당히 큰 액수의 돈을 이용해 나를 회유할 생각을 했다.
그들은 내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문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에 골드로 고용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큰 착각.
특히 그들은 40만 골드라는 돈과 함께 역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를 쳐줄 것을 요구했다.
그냥 ‘그만 괴롭혀 주세요’라고 말해도 들어줄까 말까인데 거기에 역으로 청부까지…… 이건 진짜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었다.
“일단 거의 바닥까지 몰아붙였다는 뜻이겠네.”
4개의 길드는 모두 대위기에 빠져있었다.
무차별적인 학살에 질려 버린 수많은 유저가 정보 길드에서 속속 이탈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길드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큰 무리를 하면서까지 돈을 모아 나를 회유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아마 이 수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40만 골드라면 대단히 큰돈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가 쓴 돈보다는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돈으로 움직인 게 아니었고 더욱이 아직 난 이 길드들을 용서해 줄 생각이 없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누구도 우리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그들은 정말 재수 없게 걸린 것이다. 늘 그렇듯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법. 4개의 정보 길드는 제대로 시범케이스에 걸려 버렸다.
“슬슬…… 대가리들을 잡아야겠군.”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마무리는 화려하게 장식할 생각이었다. 마가레타에겐 길드장이나 운영진을 암살하라고 했지만…… 난 아예 그들을 한꺼번에 끝장내 버릴 생각이었다.
지금의 난 천무칠성들이 와도 겁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린과 다시 대결한다면 10번에 9번 이상은 내가 이길 것이다.
그들과 나는 강해지는 속도가 달랐다.
처음엔 그들이 빨랐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 레벨이 지난 후부터…… 대략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부터는 내가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아무리 그들이 1억 명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7명이라고 해도 결국 나에겐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그들과 내가 서로 비슷해지는 교차점은 분명 지났다.
그 교차점에서 린과 만나 깨달음을 얻기도 했었다.
지금 상황은 그러한 천무칠성 중 누가 와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내가 그런 상황을 어렵게 생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모아볼까?”
난 편지와 함께 동봉된 답신 아이템을 이용해 답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답장의 제목은…….
‘만나서 얘기하죠’였다.
아마 그들은 모든 길드장과 운영진이 전부 몰려올 것이다. 대살성으로 이름난 나와 만나는 것이었기에 철저히 준비하고 올 것이다.
대충 예상이 된다.
그들은 분명 내가 절대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예 길드원들을 대거 데리고 나올 것이다.
그래놓고는 의기양양하게 나를 회유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자신들이 상상한 내 모습은 겨우 거대한 빙산의 작은 한 부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아마 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우매한, 이게 바로 지금의 그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들이었다.
* * *
“진짜 놈이 올까요?”
히데요시 연합의 일월광랑은 길드장이자 자신의 친형인 도요토미에게 작은 목소리로 슬며시 물어보았다.
“오겠지. 그 증거로 며칠 전부터 학살도 멈췄으니…… 분명 올 거야.”
일월광랑은 도요토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
대략 2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였다.
이들은 모두 자신과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이었다.
서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4개의 정보 길드.
염왕문, 제퓨로스, 히데요시 연합, 현자의 대답…… 이렇게 4개 정보 길드의 정예가 모두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들이 기다리는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아니,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 혹은 수십 명일 수도 있었다.
그 정체가 오묘한 용문이라는 길드.
그리고 그 길드를 대표하는 한 사람. 본명도, 가명도 모르는 유저였지만 광기의 살성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사람.
그를 만나기 위해 4개의 정보 길드 정예들이 모두 모였다.
물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각 길드들은 모든 정예 멤버를 다 끌고 나왔다.
그들은 이 정도의 멤버라면 절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용문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중이었다.
정보 길드라고 해도 대륙에서 손꼽히는 길드였기에 정예 멤버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대부분이 마스터 수준에 가까워진 익스퍼트 유저였고, 길드장을 포함한 몇몇 유저들은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상태이기도 했다.
그런 유저들이 무려 200여 명.
이 정도라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흠흠, 혹시 다들 잊으셨을까 봐 다시 얘기하는 것인데…… 절대 용문의 협박에 굴복하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린 더 이상 토해낼 돈도 없습니다. 그러니 똘똘 뭉쳐서 놈들과 상대해야 합니다.”
염왕문의 길드장인 진천염왕은 주변의 다른 정보 길드들을 향해 다시 한번 확인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