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35화 (135/250)

135. 서대륙으로! ― 2

* * *

마가레타와 클레타는 그 막대한 양의 정보를 미리 고용한 NPC들을 통해 분석하고 분류했고, 그렇게 가동된 정보들을 다시 다른 유저들에게 팔았다.

난 미리 그렇게 정보를 팔아서 얻는 이익으로 객원 정보원들에게 정보료를 지급하고 남는 돈은 남매가 챙겨 가지라고 했었다. 나중에 수입이 많아지면 그때는 소득의 40%는 내 소유가 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일단 길드가 안정될 때까지는 내 소득을 모두 투자로 돌린 상태였다.

어차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보였다.

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하면서 얻어지는 엑기스 같은 정보들은 꼭 나에게 우선적으로 보내 달라고 말해놨었다.

대략 두 달이란 시간 동안은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내부적으로는 모든 건 완벽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지만 문제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었다.

순식간에 서대륙에서 제일 잘나가는 정보 길드 중 하나가 되어버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 길드의 출현을 반가워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궁금증을 비교적 싼 가격에 해결해주는 정보 길드가 생겨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몇몇 유저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금까지 정보 길드를 운영하며 큰 이득을 보고 있던 기존의 유저들.

간단히 기득권층이라 말할 수 있는 그들에게서는 당연히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엔 은근한 회유가 먼저였다.

상당한 양의 골드와 길드의 고위 운영자 자리를 제시하며 자신들 밑으로 들어오라고 회유하는 길드만 10개가 넘었다.

당연히 마게레타와 클레타는 그 회유를 거절했다.

이미 상당한 이익을 내고있는 그들이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갈 이유는 절대 없었다.

특히 나와의 계약 문제도 얽혀있었기 때문에 회유는 사실상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회유가 실패하자 그들은 본격적으로 무력행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객원 정보원이라고 소문난 초보 유저들을 학살하는 것이었다.

초보 유저들은 힘도 없었고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에 닳을 대로 닳은 다른 정보 길드들의 마수를 피할 수 없었다.

덕분에 곤란하게 된 건 그림자 남매였다.

갑자기 객원 정보원들이 무차별 PK를 당하자 수많은 다른 정보원이 불안에 떨며 정보를 보내오지 않았다.

남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초보 유저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이상한 소문은 마른 들판이 놓은 불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기존 정보 길드들의 수작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초보 유저들을 손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의 기둥을 흔든 그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길드의 중심인 마가레타와 클레타를 노렸다.

취급하는 정보의 양은 많지만 정작 길드 본연의 힘은 약하다는 점을 노린 무차별 길드전 신청.

물론 남매는 길드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길드전의 수락 유무는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초보 유저들에게 그랬듯이 페널티를 무서워하지 않고 마가레타와 클레타를 공격했다.

아무리 마가레타의 전투력이 강력하고 클레타의 은신 능력이 뛰어나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계속해서 습격하는 기존 정보 길드들의 공세를 버텨낼 수 없었다.

마가레타가 세 번, 클레타가 한 번 PK를 당했다.

내가 들어왔을 때 마가레타가 잔뜩 흥분한 건 정보 길드들이 그들의 정보력을 이용해 마가레타가 영혼을 저장해 놓은 소울 스톤까지 알아낸 후 아예 부활하고 나서 마을 밖으로 다시 나오자마자 PK를 또 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심각한 상황.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정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가 완전히 공중 분해될 수 있었다.

“지금 너희들에게 길드전을 신청한 길드가 몇 개지?”

남매에게 모든 얘기를 전해 들은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7개요. 그중 세 군데는 솔직히 별거 아니라 무시해도 좋을 정도인데…… 문제는 나머지 네 군데예요. 저희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서대륙의 정보 시장을 네 등분해서 나눠 가지고 있던 4개의 길드…… 그 녀석들이 문제예요.”

“쓰레기 같은 놈들!! 염왕문, 제퓨로스, 히데요시 연합, 현자의 대답. 이렇게 4개예요.”

빠득.

마가레타는 4개의 길드 이름을 하나하나 말하며 이를 갈았다. 그만큼 분노하고 있는 것이었다.

“흐음,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군.”

나도 나름대로 대륙에서 유명한 길드들은 계속 체크하며 동향을 살폈다.

그런데 지금 마가레타가 말한 길드들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놈들이었다.

이런 놈들은 보통 그냥 잡놈들이라 부르면 되었다.

“……잡놈들에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는 걸 알게 해줄 필요가 있겠군.”

난 슬쩍 웃었다.

이 기회에 아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당연히 배후 세력이란 나를 말했다.

일인 길드이자…… 일인 군단이자…… 일인무적인 내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든든한 배경이었다.

“일단 내 길드와 연합을 구성하자. 그들이 스스로 길드전을 신청한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깨닫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궁금하군.”

이제부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와 용문은 같은 연합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난 마음 놓고 우리들에게 길드전을 신청한 놈들과 싸울 수 있다.

일단 길드전이 성립되면 서로 간의 PK는 완전히 자유롭게 가능해진다.

즉, 서로 생사의 결전을 펼친다고 보면 되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길드전을 모두 수락해라. 우리와 그들…… 둘 중 누가 더 잃을 게 많은지 여실히 깨닫게 해주자.”

클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바로 수락할게요.”

“오빠, 저도 도울게요.”

마가레타는 눈을 번뜩이며 나섰다. 아무래도 쌓인 것이 많아 가만히 있기는 힘들어 보였다.

“너와 클레타는 별거 아닌 3개의 길드를 맡아라. 그들에게 그림자 남매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만들어 버려라.”

이들 남매라면 충분히 허접한 길드 3개 정도는 우습게 요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는 숫자다. 우리는 적고 그들은 많아. 우린 이걸 이용해야 해. 절대 정면 대결을 하지 마. 무조건 치고 빠져. 계속해서…… 놈들이 질릴 때까지 놈들을 흔들어놓는 게 첫 번째 작전이야.”

기본적으로 소수는 다수를 이기지 못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 원칙이 무조건 지켜지는 건 아니었다.

때론 소수가 다수보다 유리한 점도 있다.

난 그걸 이용할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하면 놈들은 너희들을 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할 거야. 그땐 몸을 사려. 물론 그러면서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놈들의 심기를 계속 건드려. 절대 편하게 놔두지 마. 이게 두 번째 작전이야.”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틈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틈을 만들었다면 그 틈을 더 크게 벌릴 필요가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작전은 그것을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놈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거야. 너희들을 포기하고 길드전을 철회하든지 아니면 아예 죽기 살기로 잔뜩 흥분해 너희들을 잡으려 하든지. 보통 어리석은 놈들이 두 번째 것을 선택하지. 그렇게 되면 이제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줄 차례가 된 거야.”

두 남매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림자 남매의 능력이라면 충분했다.

정보 길드들 중에서도 많이 처지는 길드 3개쯤은 남매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마가레타는 길드 마스터와 운영진을 암살해. 아주 치밀하고 철저하게 제거해 버려. 그리고 클레타는 주력이 빠진 놈들의 본거지를 털어버려. 역시 철저하게 털어서 완전히 넋이 나가게 만들어 버려.”

이건 일종의 콤비네이션이었다.

마가레타는 암살을 하고 클레타는 탈탈 털어버리고…… 두 남매의 능력이라면 분명히 성공시킬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턴 놈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자. 비록 우리의 정보망은 망가졌지만…… 돈만 있으면 정보는 어디에서라도 구할 수 있지!”

정보 길드라고 해서 그들에 대해 정보를 못 구하는 건 아니었다. 세상엔 물고 물리는 관계가 참 많았고, 그들의 정보도 결국 여러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네!”

“네에∼!”

마가레타와 클레타는 밝게(?), 아니, 사악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부턴 그동안 그들이 받았던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시간이었다.

그렇게 남매에게 간단한 지시를 내린 난 이번엔 내가 상대할 4개의 길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름대로 서대륙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4개의 정보 길드.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약점이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물론 마가레타와 클레타가 상대할 3개의 길드보단 더 능력이 있겠지만 그래 봤자 정보 길드일 뿐이었다.

난 일단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길드들에 대한 각종 정보. 특히 난 내가 자주 이용하던 오프라인에서의 정보망을 이용해 그들을 분석했다.

난 그렇게 직접 오프라인에서 뽑아온 정보들을 이용해 내가 목표로 삼은 4개 길드의 현황을 한눈에 살펴보았다.

각 길드의 길드장과 핵심 운영진.

그리고 그 길드들의 전력 수준 등등. 내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알아내어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어차피 나 역시 남매에게 설명했던 그대로 그들을 상대할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길드장이나 운영진들과 접촉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되면 난 그들과 접촉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전략은 남매에게 알려준 그것과 똑같았지만 단지 나는 마무리를 좀 다르게 할 생각이었다.

명색이 일인 군단을 꿈꾸고 이제 점점 일인 군단에 가까워지고 있는 내가 평범한(?) 유저들인 그림자 남매와 같은 마무리할 순 없었다.

철저한 응징.

그것을 위해서는 한번 제대로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린과의 수련을 시작으로 난 급격히 강해졌다. 특히 전직 후에 미친 듯이 올린 레벨은 나에게 강력한 힘을 주었다.

사실 요즘 그 강해진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생각 같아선 어디 강한 보스 몬스터라도 찾아내 다신 한 번 제대로 일인 레이드를 도전해 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상대가 나타나 주었다.

4개의 길드.

난 그들을 상대로 정식으로 용문의 힘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바람의 계곡에서 살짝 맛보기로 보여줬다면 이번엔 제대로 풀어내려는 중이었다.

용문은 곧 일인 길드이면서 일인 군단이었다.

일인무적의 전설.

지금부터 내가 그것을 한번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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