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34화 (134/250)

134. 서대륙으로! ― 1

* * *

예상대로 갑자기 등장한 미쳐 버린 화룡 덕분에 바람의 계곡에는 난리가 났었다.

사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놈의 등장은 바람의 계곡뿐만 아니라 ‘One’의 세상 전체에도 아주 큰 이슈가 되었다.

수백 개의 길드가 전멸하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게임 아웃당했다.

만약 유저들이 대비를 하고 화룡과 싸웠다면 이 정도까지 처참하게 박살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룡은 너무나 갑자기 나타났고, 제대로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다.

덕분에 화룡은 바람의 계곡 전역을 전부 뒤집어버렸고 유저들은 차례대로 쓰러졌다.

나중에 화룡은 모든 기운을 잃고 사라졌지만 이미 그때는 엄청난 피해가 생긴 후였다.

심지어 풍상에서 상거래를 하던 유저들까지 피해를 입었으니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는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화룡의 출현은 이래저래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화룡에게 피해를 입은 유저들은 DH 사에 어이없는 이벤트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항의할 정도로 크게 분노했다.

이에 DH 사는 필드 보스 몬스터 테스트를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는데 준비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사과를 했다.

물론 내가 봤을 땐 웃기는 핑계였지만 대충 DH 소프트의 고충도 느낄 수 있었다.

이래저래 시끄러운 ‘One’의 세상.

하지만 정작 이 소란을 만들어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난 그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현재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건 다른 것이었다.

난 이번 일을 겪으며 내가 적어놓은 미래의 정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예전엔 전적으로 그 정보를 믿고 그 정보에 따라 행동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월신교를 찾을 때처럼 내가 직접 정보를 구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나만의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일단 대충 어떻게 정보망을 만들지는 생각해 두었다.

대략적인 뼈대는 잡혔으니 이제 여기에 살을 붙이면 될 거 같았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 동대륙이 아닌 서대륙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서대륙으로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 죽음의 산맥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주 쉬운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만 투자한다면 건너가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난 시간을 헛되이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번 서대륙행 여행도 단지 서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한 여행만이 아닌, 또 다른 의미도 부여할 생각이었다.

죽음의 산맥! 이곳은 아주 훌륭한 사냥터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저들이 마스터의 경지가 되는 시기가 오면 이 죽음의 산맥은 하나의 거대한 사냥터로 활용될 것이다.

현재 내 레벨은 471.

다른 최상급 유저들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예 이번에 그들의 레벨을 전부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하이 마스터의 경지는 내가 가장 먼저 정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죽음의 산맥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난 아예 죽음의 산맥을 통과하는 루트도 내가 알고 있는 죽음의 산맥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들로만 잡았다.

어쩌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루트.

하지만 위험을 피해 안전한 길을 선택하면 그만큼 사냥의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위험 속에 보물이 있는 법이었다.

난 이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내 레벨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500레벨, 하이 마스터의 경지.

이 루트만 잘 활용한다면 그 경지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자.”

서대륙을 향한 여정.

짧지도, 쉽지도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중요한 성장의 시간이 될 것 같았다.

* * *

“얼마나 모였어?”

자신의 키보다 더 많은 서류 뭉치를 뒤적이던 클레타는 옆에서 마찬가지로 서류의 홍수에 휩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마가레타를 보며 물었다.

“몰라…… 일단 대충 선별한 유저들만 5만 명 정도는 될 거 같아.”

“그래? 내가 대충 7만 명을 선별했으니 이제 겨우 12만 명인가?”

“으으으, 이 속도로 5백만 명을 다 채우려면 몇 달은 걸리겠다.”

마가레타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우∼ 어쩌겠어. 우리가 지은 죄가 있으니 감내할 수밖에 없잖아. 그나마 이 일을 잘해주면 빛도 다 털어주고 수고비까지 넉넉히 챙길 수 있다고 했으니 그걸 믿고 해야지.”

우울한 클레타의 표정.

특히나 이런 일에는 정말 재능이 없는 열혈소녀 마가레타와 같이 일을 하려니 더욱 스스로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으음, 수고비…… 넉넉히 생기겠지? 신 오빠의 말대로라면 남는 게 꽤 될 거 같긴 하던데.”

“그렇겠지? 지금 우리가 벌여놓은 일만 해도 거의 200만 골드가 넘게 들어갈 일인데…… 설마 우리에게 남는 돈이 얼마 안 되겠어?”

“그렇겠지?”

“분명 그럴 거야.”

벌써 정식 계약금으로 들어간 돈 14,000골드였다. 한 명당 20실버. 이 계약을 통해 그들은 마가레타와 클레타가 만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의 객원 정보원이 되었다.

객원 정보원은 한마디로, 정식 길드원은 아니지만 계약에 의해 정보들을 넘기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정보 하나당 1실버…… 좀 고급 정보는 최대 10실버까지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마가레타와 클레타가 계약하는 대상들은 아직 레벨이 100도 넘지 못한 초보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에겐 단돈 1실버도 큰돈이었기 때문에 이런 계약에 아무런 부담없이 응했다.

정보라는 것도 그저 별거 아닌 사소한 정보만 보내도 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없어 보였다.

결정적으로 나중에 레벨이 많이 올라서 실버 단위의 돈이 우습게 보인다면 객원 정보원 등급을 상향시켜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었다.

객원 정보원은 최하급(D급)부터 하급(C급), 중급(B급), 상급(A급), 최상급(S급)까지 총 다섯 등급이 존재했다.

최상급 객원 정보원이 된다면 최대 100골드의 정보료까지 챙길 수 있었기 때문에 절대 나쁜 계약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현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의 객원 정보원 신청은 마치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가레타와 클레타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정보원 선발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신에게서 온 연락.

그리고 시작된 기초 정보망 구축 작업.

신은 지금 계약하는 이 5백만 명가량의 객원 정보원들이 결국엔 자신이 계획한 거대한 정보망을 완성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가레타와 클레타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일단 신이 시키는 대로 막대한 양의 골드를 마구 뿌리며 시킨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신의 정보망 구축 계획.

그것의 중심에 마가레타와 클레타, 그림자 남매라 불리는 그 둘이 포함되어 있었다.

* * *

2개월(게임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난 2개월 동안 죽음의 산맥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곳들만 골라서 지나왔다.

덕분에 산맥을 통과하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적어도 레벨을 올리는 측면에선 아주 큰 이득을 보았다.

죽음의 산맥을 통과해 서대륙에 도착한 현재 내 레벨은 495였다.

무려 24의 레벨을 올렸다.

그것도 두 달 만에!

현재 내 레벨을 감안하면 대단한 속도라 할 수 있었다.

이제 4레벨만 더 올리면 하이 마스터의 경지로 4차 전직할 수 있는 레벨이 될 수 있었다.

원래는 아예 시간을 더 투자해서라도 499레벨을 만들려고 했지만…… 갑자기 마가레타와 클레타에게서 긴급 비상 메시지가 날아와 황급히 사냥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499는 언제라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림자 남매가 날린 비상 메시지는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날아온 메시지는 비상사태 발생이라는 간단한 메시지일 뿐이었다. 정확한 건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난 죽음의 산맥을 빠르게 벗어나 그림자 남매가 있는 서대륙 중부의 대도시인 브리튼을 향해 달려갔다.

내가 시켜놓은 일을 아주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던 그림자 남매. 현재 그들은 큰 곤란을 겪는 중이었다.

3일을 꼬박 달려 브리튼에 도착했다.

브리튼은 서대륙 중부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답게 매우 화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난 그 화려함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곧장 그림자 남매가 기다리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의 메인 길드 하우스를 찾아갔다.

브리튼 외곽에 위치한 크지 않은 길드 하우스.

그곳에 그림자 남매가 있었다.

“클레타, 놔라. 진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누나, 이러지 마요. 아무리 누나라고 해도 혼자는 무리예요. 형에게 연락을 했으니 일단 기다려 봐요.”

실랑이하고 있는 그림자 남매.

마가레타는 뭔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휴∼ 마가, 뭐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난 거야?”

난 남매 앞으로 나서며 마가레타를 향해 물었다.

“형!”

“오빠!”

나를 발견하곤 반갑게 웃는 두 사람.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좋은 인연이 된 두 사람은 확실히 나의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였다.

“형, 메시지 받고 오신 거죠?”

반가운 건 반가운 것이었고 일은 일이었다. 클레타는 반갑게 웃으면서 황급히 일 문제를 먼저 꺼냈다.

“받았다. 무슨 일인데 비상사태가 아니면 쓰지 말라던 연락망까지 가동한 거야?”

“휴∼ 오빠, 말도 마세요. 오빠가 시켜서 나랑 클레타랑 같이 만들었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길드가 박살 나게 생겼어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문제는…… 형이 생각한 그 계획이 예상보다 너무 잘되었던 것부터 시작되었어요.”

클레타는 천천히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5백만 명 정도만 모으려고 했던 객원 정보원들은 무려 8백만 명을 모으며 끝이 났고…… 그들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보내오며 자신들의 할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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