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신병 출현
* * *
이런저런 준비를 한 후 쌍두흑랑을 잡고, 다시 또 몇 시간 동안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장장 2시간 간의 혈투 끝에 흑혈마귀를 잡아냈다.
놈은 강했지만 결국 내 발아래 쓰러졌다. 본체가 혼령(魂靈) 계열의 몬스터였기 때문에 상대하며 힘든 점이 좀 있었던 것만 빼면 아주 어려운 전투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쉬운 전투도 아니었지만. 흑혈마귀를 잡아내고 얻은 것들은 전투의 어려움 정도는 한 번에 날려주었다.
일단 레벨이 하나 오른 건 서비스라 치더라도 내가 원했던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 중 하나인 불멸의 영웅 투구가 떨어진 건 대단히 큰 행운이었다.
이로써 난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를 3세트까지 완성시켰다.
각 세트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모두 보너스 효과가 있던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였다.
난 세트 보너스 효과로 생명력과 마력이 각각 5%씩 늘어났다. 2세트 효과인 모든 능력치 +40과 3세트 효과인 생명력과 마력 +5%.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는 하나하나 세트가 늘어갈수록 그 보너스 효과가 대단히 증가하는걸로 유명했다.
물론 세트 효과를 빼놓고 봐도 최상급의 방어구였지만 사실상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가 최고의 방어구 세트가 된 건 엄청난 세트 효과라고 소문난 7세트와 8세트의 보너스 효과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5세트, 6세트 효과도 대단하다고 말했지만 처음으로 이 방어구 세트를 전부 모은 흑무의 비공식 발언에 따르면 7세트와 8세트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가 지닌 절반의 능력도 못 가진 것이라고 했다.
난 일단 궁극의 8세트는 몰라도 7세트까지는 어떻게 맞춰볼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7세트까지는 얻는 방법이 내가 미리 적어놓은 정보에 모두 적혀있었기 때문에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3세트까지는 무난히 얻었다.
특히 이번에 얻은 투구 같은 경우는 그 능력치도 능력치였지만 투구 전체에 특수한 마법이 걸려 있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투명도를 최고로 하면 투구를 아예 안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난 특별히 아이템의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투구를 투명하게 만들면 시야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마지막으로 흑혈마귀를 잡음으로써 9일간의 흑풍암곡 사냥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레벨은 총 10이 올랐고 상당히 좋은 아이템을 많이 얻었다. 내가 사용할 만한 아이템은 별로 없다는 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만족할 만했다.
이제 더 이상 흑풍곡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대충 몇 시간 정도는 더 사냥할 수 있었지만 최종 보스 몬스터까지 전부 잡아버린 상태였기에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두 시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쟁탈전이 시작될 곳이었다. 괜히 쟁탈전이 시작돼서 복잡할 때 귀찮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보다 조금 여유 있을 때 편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좋았다.
조용히 흑풍곡을 빠져나온 난 풍상으로 향했다.
신병과 신수가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단지 앞으로 며칠 안에 이곳 바람의 계곡 중 한 곳에서 나타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레벨은 이미 흑풍곡에서 충분히 올렸다.
이제부터는 레벨만큼이나 중요한 스킬 숙련도 수련을 하며 신병과 신수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 * *
3일(게임 시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의 계곡은 지금까지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고 수많은 유저들도 더 좋은 던전을, 더 많은 킬 포인트를 얻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난 그 특별하지 않은 일상들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아주 작은 변화도 절대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내가 찾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징조였다.
신병이 나타날 징조. 이것을 찾아야만 신병과 신수의 출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징조는 크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3일이 지나고 거기에 몇 시간이 더 지났을 때.
바람의 계곡에 존재하는 던전 중 하나인 황토곡(黃土谷)의 한곳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난 이것이 내가 기다리던 징조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황토곡이라면 입장이 자유로운 프리 던전 중 하나였다.
난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연히 목적지는 황토곡. 황토곡에서도 붉은빛이 흘러나온다는 그 벽을 향해 달려갔다.
소문은 정확했다.
지금도 황토곡의 한쪽 벽면에서 붉은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많은 유저들이 그런 모습을 보곤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그 벽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붉은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유저들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린 상황이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유저들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초보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나도 남아 있었다.
난 초보 유저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 계속 그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나 역시 이곳에 있는 여러 초보 유저들과 비슷한 어리석은 유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이곳에 있는 다른 유저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난 벌써 3시간째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거의 근접한 관찰 스킬을 이용해 살펴보는 중이었다.
거의 극성에 다다른 관찰 스킬로도 보일 듯 말 듯 쉽게 꼬리를 잡히지 않는 아주 기묘하고 은밀한 흔적.
난 그 흔적을 확실히 잡아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벽만 쳐다보는 중이었다.
‘분명 뭔가 있다!’
뭔가가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찾아내지는 못했다.
붉은빛의 흐름.
기묘한 그 흐름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지만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른 방법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관찰 스킬을 극대화시켜 계속해서 비밀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
난 점점 무아지경에 빠져들며 계속해서 그 벽을 바라보았다.
꼭 찾겠다는 집념.
그렇게 난 무려 열 시간 동안 그 벽을 보고 서 있었다.
당연히 다른 유저들은 모두 떠났다.
나만 홀로 남아 그 벽을 바라보았다.
외로운 싸움. 하지만 그 싸움의 승자는 결국 나였다.
‘찾았다!!’
13시간의 긴 기다림 끝에 난 드디어 붉은빛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냈다.
그것은 일종의 이정표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서히 오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신병이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생긴 흔적이었다.
그 흔적은 나에게 두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바로 신병의 출현 장소와 등장 시기였다.
출현 장소는 의외로 매우 단순했다. 황토곡과 붙어있는 프리 던전 중 하나인 열풍곡(熱風谷), 그곳이 바로 신병의 출현 장소였다.
그리고 등장 시기는 앞으로 4시간 안에 나타날 것 같았다. 이 붉은빛은 신병이 자신을 봉인하고 있던 결계를 부수며 생긴 흔적이었다.
관찰 스킬을 통해 그런 정보들을 모두 찾아낸 난 망부석처럼 굳어 있던 몸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병이 출현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괜히 파리들이 꼬이게 할 순 없다.’
신병 독점을 위한 사전 작업. 내가 할 일은 바로 그것이었다.
뜨거운 바람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온다고 해서 열풍곡이라고 이름 붙은 계곡. 그 계곡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작은 용암 호수 하나가 존재했다.
주변 온도가 매우 높고 특별히 몬스터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저들이 찾아오지 않는 외딴곳이었다.
내가 관찰 스킬을 통해 읽은 정보가 정확하다면 신병은 이곳에서 등장할 것이다.
신병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대단한 화기(火氣)와 풍기(風氣)를 지닌 물건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일단 난 이 용암 호수 주변에 몇 겹의 진법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 진법 중간중간에 각종 함정도 설치했다.
진법이나 함정의 효과 유지 시간은 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정도라면 충분했다.
이것은 일종의 벽이었다.
다른 유저들과 신병의 접촉을 막아줄 벽. 무한히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다수의 진법과 함정을 설치한 나는 신병을 출현 시간보다 더 일찍 꺼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신병이 나타나면 그 신병을 느낀 신수도 나타난다.
신수가 어떤 존재인가.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어떤 보스 몬스터보다 더욱 대단한 존재. 현재 내가 가진 무력으로는 상대하기가 힘든 놈이었다.
당연히 내가 설치한 진법과 함정들은 신수에겐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이건 유저들에게 반응하는 거지, 신수 같은 절대적인 존재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신수를 상대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 난 신병을 미리 꺼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신수가 신병의 출현을 느끼고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라도 신병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원래는 신병을 손에 넣을 생각은 없었다.
단지 신병과 신수를 쫓으면 나에게 도움이 될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런 내 생각을 바꿨다.
신병이 불과 바람의 속성을 지닌 것 같았다. 이 두 속성이라면 그 누구보다 높은 친화력을 지닌 나였다.
가능성은 높지 않았지만 분명 나의 친화력이라면 신병을 얻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병만 얻는다면 신수는 차후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였다. 여의치 않으면 신병을 이용해 신수에게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가 됐든 일단 신병만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되었다.
그러한 신병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곳은 용암 호수.
다른 이들은 감히 가까이 가지도 않는 곳이지만 나에겐 친숙한 곳이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바람.
단지 열기뿐만 아니라 계곡 밖으로 불어 나가는 바람의 힘도 굉장히 강력하게 느껴졌다.
난 그 뜨거운 바람을 헤치며 용암 호수를 향해 계속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아예 접근도 하지 않는 열풍곡의 가장 깊숙한 곳이었다.
어차피 몬스터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겉만 봤을 뿐이다.
난 천천히 용암 호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병은 이 밑에 있다!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스르륵.
용암 호수에 몸을 담그자 굉장한 열기가 몸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열풍곡의 용암 호수는 예전에 내가 경험한 다른 곳의 용암 호수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용암 호수 안. 그 안에 뜨거운 열기와 함께 강력한 와류(渦流)가 생성되어 있었다.
이건 분명 바람의 힘이었다.
놀랍게도 이 용암 호수는 불과 바람의 힘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불과 바람이라!’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개라면 자신 있었다.
난 내 친화력을 믿고 곧장 용암 호수 안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용암 호수 안의 강력한 열기와 와류는 마치 내 몸을 녹이고 찢어버릴 것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어쩌지 못했다.
나의 강력한 두 속성 친화력이 그들의 의도를 무산시켰다. 그렇지만 아예 타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속성 친화력이 높아도 이 열기와 와류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었다.
조금씩 데미지가 누적되어 갔다.
생명력이 깎이고, 덩달아 마력까지 불안정해져 조금씩 흩어졌다.
특히 강력한 와류는 자꾸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열기와 와류.
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이 두 힘을 버텨내며 조금씩 용암 호수 안쪽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열기와 와류가 강력해졌다.
난 그제야 이것들이 열풍곡 본연의 효과가 아닌, 신병이 만들어낸 효과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강력했던 것이다.
호수 중심에 가까워지자 지금까지는 조금씩 깎여 나가던 생명력이 아주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크윽!’
너무나 강력해진 열기는 내 몸 전부를 태워 버릴 것 같았고, 열기만큼이나 강력해진 와류는 내 몸 전부를 뒤틀어 버릴 것 같았다.
우득!
살짝 뒤틀리는 어깨뼈.
이대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특수 스킬, 영웅의 포효!!
난 비상수단을 동원했다.
영웅의 포효 효과로 급상승한 속성 친화력은 급한 대로 열기와 와류의 힘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호수의 중심까지는 아직 거리가 좀 있었다.
그리고 중심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열기와 와류는 급격하게 상승했다.
‘크으,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신병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내가 먼저 신병을 꺼내야 했다.
그래야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힘겨루기,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큰 위험. 조금만 방심해도 허무하게 게임 아웃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중심으로! 중심으로!
신병을 꺼내기 위해 난 계속해서 전진했다.
몇 가지 수공(水攻)을 익혀 호흡 게이지는 상당히 여유가 있었지만 문제는 이놈의 열기와 와류였다.
두 힘은 이제 영웅의 포효 효과까지 뛰어넘어 점점 내 몸을 옥죄는 중이었다.
‘거의 다 왔다!’
이제 어렴풋이 끝이 보였다.
온통 붉게 변해 버린 풍경 속에서 이질적인 빛이 느껴졌다.
저 빛.
저것을 잡아야 했다.
난 오른손을 뻗었다. 와류로 인해 손이 뒤틀릴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난 용마수까지 발동시키며 그 힘을 버텨냈다.
‘잡을 수 있어!!’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으아아아!”
난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손을 앞으로 뻗었다.
덥썩!
잡았다.
아니, 잡았다고 생각했다.
지이이이잉!
내가 빛을 손으로 잡은 그 순간, 이상한 변화가 생겨났다.
고오오오오오!
모든 열기와 와류의 힘이 내가 잡은 빛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내 머릿속에 다급한 한마디의 말이 전해졌다.
[몸을 보호해!!]
너무나 다급한 말.
난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스킬 발동, 최상급 카드 마법, 절대방어.
특수스킬 발동 화염보호
번쩍!
난 만약을 위해 준비했던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 스킬 두 가지를 활성화시키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대단한 폭발이 일어났다.
꽝! 콰과과과과광!
용암 호수 전체를 날려 버릴 것 같은 엄청난 폭발.
난 그 폭발의 여파에 휘말려 밖으로 빠르게 튕겨 나갔다.
쾅! 쿠쿵!
난 벽에 강하게 부딪히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윽.”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생명력이 상당히 깎였지만 사실 살아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나마 폭발의 충격은 절대방어가 모두 흡수했고 화염의 기운은 화염보호가 대부분 흡수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다.
만약 이 두 가지 방어 스킬들을 활성화시키지 않았다면 난 이미 게임 아웃당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폭발이었다.
용암 호수 전체를 날려 버릴 정도의 대단한 폭발.
난 고개를 들어 용암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 의문의 답은 의외로 금방 알 수 있었다.
용암 호수를 통째로 날려 버린 폭발의 원인. 그것은 바로 붉디붉은 비늘을 지닌 아주 긴 생명체였다.
흔히 용(龍)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하는 그 존재!
동양의 신화에서 종종 등장했던 그 신비로운 존재!!
용암 호수 속에서 붉은색 비늘을 지닌 화룡(火龍)이 그 거대한 몸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