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30화 (130/250)

130. 일인무적

* * *

쟁탈전이 시작된 지 3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남은 시간은 대략 40분 남짓. 공격 세력은 드디어 보호석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대부분의 병력이 천룡맹의 견고한 방어를 뚫으며 소진되었다.

어지간한 작은 길드들은 거의 대부분 전멸했고 몇몇 대형 길드만이 소수의 생존자를 남겼다.

대략 3,700명의 정예 유저들이 공격에 참여했건만 남은 건 고작 20여 명뿐이었다.

물론 그 유저들의 희생 덕분에 천룡맹의 모든 방어 세력을 섬멸하고 오로지 천룡성검과 그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천룡술사만 남았지만, 결정적으로 남아 있는 20명의 화력으론 남아 있는 천룡성검과 천룡술사를 제압하고 보호석에 걸려 있는 보호막을 깨뜨릴 시간이 부족했다.

“비겁한 새끼!”

혈랑대의 대주인 혈랑일호는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천룡성검에게 소리쳤다.

“후후, 무려…… 약탈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혈랑일호 님께서 그렇게 말하니 우습군요.”

“새꺄, 난 그래도 뒤통수는 안 친다.”

“그런 걸 전략이라고 하는 겁니다.”

“전략은 개뿔. 이미 우리 쪽 연합에 들어온 길드들을 골드로 매수하는 것도 전략이냐?”

“예상하지 못한 쪽이 잘못한 겁니다.”

“그래, 아주 잘났다. 이 망할 새끼…….”

혈랑일호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꽤 오랫동안 준비했고 여러 세력들과 연합을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천룡맹의 세력을 완전히 괴멸시켰건만…… 정작 흑풍곡은 천룡맹이 계속해서 소유하게 되었다.

덕분에 혈랑일호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주 조각을 내주마!”

빠득!

이가 갈릴 정도로 분노한 혈랑일호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양손 도끼를 들어 올렸다.

어차피 흑풍곡을 먹을 수 없다면 그 화를 천룡성검에게라도 풀 생각이었다.

천룡성검 역시 그런 혈랑일호의 마음을 읽었는지 재빨리 방어 자세를 잡으며 최대한 버티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쟁탈전.

공격과 방어는 그렇게 서로 마지막 결전을 펼치려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결전을 펼치지 못했다.

움직임.

갑자기 눈에 띄지 않던 한 사람이 움직이며 쟁탈전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자, 흥분은 이제 그만하시고…… 이제 흑풍곡은 제가 접수하도록 하죠.”

혈랑대의 일반 대원으로 보이는 남자.

하지만 미묘하게 조금 다른 느낌을 풍기는 남자.

지금까지 조율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일인 길드, 용문의 문주이자 단 한 명의 길드원인 신이었다.

남은 시간은 40분 정도. 보호막의 강도를 생각했을 땐 이제 슬슬 움직일 필요가 있다.

순간적인 화력은 어지간한 레이드 팀을 능가하는 나였지만 그래도 여유 있게 30분 정도의 시간은 있어야 보호막을 깨뜨릴 수 있었다.

그런 걸 따져 봤을 때 이젠 슬슬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조율자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젠 파멸자의 역할을 수행할 차례다.

난 천천히 그들 사이로 걸어 나갔다.

모두 21명. 충분히 상대가 가능한 숫자였다.

“자자, 흥분은 이제 그만하시고…… 이제 흑풍곡은 제가 접수하도록 하죠.”

난 슬쩍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21명의 사람.

아마도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곧 그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 교체, 천마의 후예!’

특수 스킬 발동, 천마군림!!

기이잉!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천마기가 내 주변을 완전히 장악했다.

“으흠?!”

“크흠!!”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어지는 21명의 유저.

파팟!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치가 갑자기 내려갔다는 걸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타이틀 교체, 최초의 영웅!’

전투 준비는 끝났다.

이젠 이들을 이해시켜 줄 차례였다.

스르릉!

아마도 내 양손에 들린 이 음양도검은 그들에게 현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쯔팟!

“커억!”

광속검(光速劒)이 혈랑일호의 복부를 가르고 지나가며 미약하게 남아 있던 그의 생명력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쿵!

다량의 빛 가루를 땅바닥에 쏟아내며 쓰러지는 혈랑일호.

그는 쓰러지기 바로 직전까지도 ‘왜?’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 당연한 것일지 몰랐다.

그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보호막을 제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갑자기 배반했는지 그게 궁금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반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난 그…… 정확히 그를 포함한 모든 다른 여러 유저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경이롭군요.”

이제 남은 유저는 단 한 명.

천룡맹의 맹주이자 흑풍곡을 반년 동안 소유하고 있던 주인공, 천룡성검이었다.

“하지만 결국 당신은 진 겁니다.”

천룡성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하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쟁탈전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삼십 분 정도입니다. 아무리 당신이 강해도 보호막을 깨뜨릴 순 없습니다.”

천룡성검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난전을 유도해 공격 세력과 공멸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도 이 보호막을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길드 포인트와 상당한 액수의 골드까지 투자해 더욱 강하게 개량한 보호막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길드 포인트가 무엇인가!

던전 개발, 길드 하우스 개발, 길드 스킬 개발 등등 여러 가지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길드 포인트였다.

그런 중요한 길드 포인트를 이 보호막 개량에 투자했다.

길드 포인트는 그것을 모으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에 절대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천룡성검은 그런 중요한 포인트를 무려 4개나 사용해 강력한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 결과, 그는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흑풍곡을 독점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큰 이득을 남겼다.

그의 미소는 결국 승자는 자신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당연합니다. 승리는 제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수백 명이 몇십 분 동안은 때려야 제거할 수 있는 보호막입니다. 당신 혼자는 절대 무리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절대 불가능…… 할 겁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천룡성검의 얼굴에 점점 불신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떠올랐을 것이다.

“불가능은 없다.”

스윽.

나는 두 자루의 검을 가슴 언저리로 끌어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범한 기준으로 나를 평가한 것부터 오류가 시작되었다.

특수 능력, 용마수(龍魔手)!

특수 능력, 용마안(龍魔眼)!

특수 스킬, 영웅의 포효!!

특수 스킬. 천무신공(天武神功)!!

내가 가진 절대적인 힘들이 한꺼번에 활성화되었다.

고오오오오오!

내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궁극의 마력들.

묵직하게 사방을 찍어 누르는 이 힘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힘이었다.

그리고 이 힘을 지닌 나에겐 불가능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꽝! 구구구구궁!!

단지 발을 한 번 내리찍었을 뿐인데 바닥이 움푹 파이며 던전 전체가 뒤흔들렸다.

엄청난 거력의 파동.

단 한 번의 진각으로도 그 힘이 거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절망을 맛볼 시간이다.”

특별히 천룡성검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천룡성검과는 안 좋은 인연으로 만났다.

결국 이게 나와 그 사이의 운명일까?

이것이 진정 운명이라면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이, 이…… 건 도대체…….”

천룡성검은 불신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이건 버그야! 그래, 넌 버그를 이용하는 망할 새끼였어!”

이성을 잃은 그는 더 이상 천룡성검이라는 잘 만들어진 탈을 쓰고 있을 수 없었다.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며 강하게 저항하려는 그!

하지만 이미 그는 태풍 앞의 촛불 같은 신세였다.

“으아아아아! 죽어!!”

나에게 달려드는 천룡성검.

그는 거대한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약한 불나방이었다.

천룡성검은 모든 힘의 봉인을 푼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진정한 내 상대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을 느끼며 순식간에 쓰러진 그가 아니라 지금 나를 막고 있는 이 강력한 보호막이었다.

천룡성검이 심혈을 기울여 개량한 이 보호막.

난 30분 안에 이 보호막을 깨뜨려야 했다.

방해되는 존재는 하나도 없었다. 쟁탈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의 난입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난 오로지 이 보호막을 깨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쉽지만은 않았다.

대략 보호막의 예상 생명력은 4백만 정도였다.

이걸 30분 안에 깨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물론 아무런 방해도 없을 테니 쏟아붓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모든 힘을 한 번에 쏟아내는 것이 조금 어려울 뿐이었다.

끊임없는 공격.

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스킬을 이용해 미친 듯이 보호막을 공격했다.

특히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여러 가지 종류의 조합 스킬들이 대거 사용되었다.

보호막이라는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난 지금까지 연습한 각종 기술들을 모두 사용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내 몸에 휘몰아치는 이 강력한 힘들이 유지되는 30분 동안은 불가능이란 단어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 한 방.

특수 스킬 발동, 역혈천마대법(逆血天魔大法)!!

이걸로 끝이다.

이제 흑풍곡은 내…… 정확히 말하자면 나 혼자만의 길드인 용문의 소유가 될 것이다!

* * *

천룡맹의 충격적인 패배.

그리고 용문이라는 아주 낯선 길드의 등장.

바람의 계곡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특히 이번 쟁탈전에 참여했던 인물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유저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하며 그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용문의 길드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이 소식은 마치 마른 들판에 붙은 불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용문의 흑풍곡 점령.

모든 유저가 경악했다.

대부분의 유저가 천룡맹의 굳건한 방어를 뚫은 길드가 지금까지 한 번도 듣지 못한, 단 한 명의 길드원만 드러난 이상한 길드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었고, 실제로 흑풍곡의 주인으로 등록된 길드는 일인 길드 용문이었다.

이제 앞으로 9일(게임시간) 동안 흑풍곡은 나만의 사냥터가 되었다. 가뜩이나 효율이 좋은 사냥터였던 흑풍곡은 쟁탈 던전 보너스로 획득 경험치 30% 증가, 아이템 획득 확률 30% 증가 효과까지 받았다.

흑풍곡은 말 그대로 최고급 사냥터였다.

거기에 난 다른 길드원들과 사냥터를 나누어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개인 던전!!

내가 무리를 해서 쟁탈전에 참여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레벨을 올려야 했다.

강해지고 또 강해지고…… 힘의 한계를 계속해서 극복해야 했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난 모든 변수를 능가할 수 있는 힘을 지닐 필요가 있었다.

레벨은 강해지기 위한 방법 중 가장 간편한 방법이었다.

나는 흑풍곡을 점령하고 곧장 흑풍곡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이곳은 과연 최고급 사냥터라 불릴 만한 곳이었다.

특히 600대의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흑풍암곡(黑風暗谷) 지역은 나에게 딱 어울리는 사냥터였다.

대충 보니 천룡맹은 아직 이 흑풍암곡에서 제대로 사냥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강력한 몬스터들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이다 보니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흑풍암곡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흑혈귀(黑血鬼), 풍갑괴(風鉀怪), 그림자 요괴, 흑모신랑(黑毛神狼) 정도였다.

풍갑괴와 그림자 요괴는 바람의 계곡 전역에 등장하는 300∼400레벨의 평범한 몬스터였지만 흑혈귀와 흑모신랑은 오로지 흑풍암곡에서만 등장하는 고급 몬스터였다.

특히 흑풍암곡엔 흑혈귀의 우두머리인 흑혈마귀(黑血魔鬼)와 흑모신랑의 우두머리인 쌍두흑랑(雙頭黑狼)이 존재했는데, 이들은 레벨이 매우 높은 강력한 보스 몬스터들이었다.

일단 난 최소한 9일이란 시간이 다 지나기 전에 이 두 마리 보스 몬스터 중 한 마리 정도는 꼭 잡을 생각이었다.

특히 내가 적어놓은 기록에 의하면, 흑혈마귀는 불멸의 영웅 방어구 세트를 꽤 높은 확률로 떨어뜨리는 보스 몬스터였다.

9일.

난 그 시간 안에 흑풍곡에서 최고 난이도의 사냥터인 흑풍암곡을 완벽하게 정복할 생각이다.

난 이틀에 한 번씩은 풍상으로 나가 소모성 물품들을 보충했다. 접속 시간의 대부분을 사냥에 소모했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정비가 필요했다.

정비하러 나올 때마다 천룡맹과 기타 떨거지(?) 길드들의 삼엄한 감시를 느꼈지만 그들은 절대 나를 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역으로 공격을 하면 했지, 반대의 경우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일단 9일 동안은 조용히 사냥만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굳이 소란을 더욱 확장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여유 있게 그들의 감시를 뚫고 지나다녔을 뿐이다.

흑풍곡은 과연 좋은 사냥터였다.

난 흑풍곡에서 대충 18시간(게임시간)에 한 번씩 레벨 업을 했다. 대략 삼일에 4레벨. 지금 내 레벨이 절망의 구간인 400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속도였다.

물론 이 엄청난 레벨 업 속도의 중심에는 파티 플레이로도 힘든 고레벨 몬스터를 혼자 빠르게 잡아버리는 나의 무식한 사냥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풍곡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무식하게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결국 대상이 없다면 말짱 꽝이었다.

흑풍곡은 그 대상을 지원해 주었다. 거기에 경험치 보너스까지 지원해 주었다.

이건 결국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고 난 미친 듯이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8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계획대로 난 흑풍암곡의 모든 곳을 정복했다. 흑풍암곡은 500∼699레벨의 하이 마스터(화경) 유저들이 사냥하는 곳이었건만 난 마스터(초절정)의 경지로 이곳을 유린했다.

난 이제 마지막으로 두 마리의 보스 몬스터만 남겨둔 상태였다.

8일 동안 사냥을 하며 이리저리 탐색해본 결과, 쌍두흑랑은 사실상 보스 몬스터라기보다는 준보스 몬스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스 몬스터와 준보스 몬스터와의 차이는 컸기 때문에 쌍두흑랑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흑혈마귀는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어떤 몬스터보다 강력한…… 그놈은 아마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보스 몬스터였지만 등급이 B급밖에 되지 않는 녀석이라는 게 다행이었다. B급이라면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라기보다는 2∼3개의 파티가 연합해 잡는 연합 파티용 보스 몬스터였다.

그것도 레벨이 무려 600대 후반인 이놈은 마스터 급 유저들이 모인 두 개에서 세 개 정도의 파티가 연합해 사냥하는 몬스터였다.

무척 까다로운 상대였다.

물론 일인(一人) 레이드가 처음인 건 당연히 아니다.

데빌사우루스도 잡았었고 그 밖에 여러 보스 몬스터들을 나만의 힘으로 잡았다.

흑혈마귀 역시 그런 방식으로 잡을 생각이다.

결정적으로 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능력들이나 레벨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을 단어 하나로 표현하자면, ‘강해졌다’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그렇기에 흑혈마귀가 아무리 어려운 상대라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믿음이다.

내가 가진 힘에 대한 믿음.

난 강하다.

그것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일인 군단(一人軍團)을 넘어선 일인무적(一人無敵)의 경지!

그리고 난 이미 그 경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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