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또 한 번의 반복의 장(章)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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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천마(天魔)의 후예’]
천마를 아는가? 그는 시대를 초월한 절대자이자 괴인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마의 하늘이라 부르며, 마(魔)는 곧 무한한 자유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극한의 강함이라고 말했다. 평생을 자유롭게 자신의 뜻대로 살아간 천마. 당신이 진정 그의 유지를 잇고자 한다면 먼저 스스로 마음속에 그어놓은 한계의 선을 지워야 할 것이다.
스킬: 천마군림(天魔君臨)[자신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정도의 지역에 천마의 영역을 만든다. 그 영역에 들어온 적대적인 대상은 모든 능력치가 –10% 된다. 단, 대상의 레벨이 같거나 높을 경우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
능력치: 매력 +100
특수 효과: 일월신교의 숨겨진 비밀 호법이 된다.
등급: S급
천마환[엘리트(Elite)] <장신구류>
천마가 끼었던 반지. 그는 평생 단 두 개의 물건만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천마환은 그중 하나였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검은색의 단순한 반지지만…… 그 내력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능력: 내구도[무한]. 모든 술법의 시전 시 캐스팅 속도가 50% 증가한다.
특이사항: 천마는 각종 암흑 술법의 대가였다. 그런 그에게 천마환은 대단한 보물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이 반지는 술법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발동 방식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단, 술법보단 효과가 떨어져 시전 속도가 40% 증가된다.
요구 사항: 천마의 후예
일월인(日月印)[엘리트(Elite)] <문신류>
천마의 오른쪽 가슴에 새겨져 있던 한 개의 문신. 이 문신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일월신교의 상징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문신이 아닌, 일월신교의 신력이 깃든 존재였다. 천마는 사라졌지만 이 문신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새로운 주인을 기다려 왔다.
능력: 일월천력(日月天力)[해가 뜬 낮에는 물리 공격력이 20% 증가하고 달이 뜬 밤에는 마법 공격력이 20% 증가한다.]
특이사항: 추가 능력으로 해가 떴을 땐 생명력 회복 속도가 10% 정도 빨라지고 달이 떴을 땐 마력 회복 속도가 10% 빨라진다.
요구사항: 천마의 후예
천마신궁(天魔神弓)[엘리트(Elite)] <특수 장궁류>
사람들은 흔히 천마가 검의 대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천마는 각종 술법과 함께 가히 신궁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활 솜씨를 자랑했다. 단지 검만으로도 거의 모든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가 활을 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던 것뿐이었다. 천마신궁은 천마환과 함께 천마가 가장 아낀 두 가지 물건 중 하나였다.
능력: 내구도[무한]. 원거리 공격력[+40%]. 힘[60]. 민첩[80].
특이사항: 천마신궁에서 쏘아진 모든 종류의 화살은 대상의 방어도를 50% 무시한다. 또한 각종 방어막류 기술을 20%의 확률로 관통할 가능성이 있다.
요구사항: 천마의 후예
비급(秘笈)[천마행공(天魔行功)]
천마는 늘 당당하게 걸었다. 그 누구도 그런 천마를 막지 못했다. 천마는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지극히 자유스럽고 당당한 걸음걸이, 그것이 바로 천마행공이다.
무공(스킬): <천마행공>
숙련도: 0
효과: 눈에 보이는 곳으로 미끄러지듯 아주 빠르게 이동한다.
한계 거리 10m
재사용 대기 시간[1분].
특이사항: 움직이는 도중엔 모든 공격에 대한 회피 확률이 80%까지 상승한다.
등급: 최상급(S급)
비급(秘笈)[흡성대법(吸星大法)]
세상의 모든 기운은 흡수가 가능하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사악한 마공이라고? 어차피 무공이란 결국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 괜히 도도한 척할 필요없다. 결국 죽고 죽이는 무림에선 흡성대법이야말로 최고의 무공이다.
무공(스킬): <흡성대법>
숙련도: 0
효과: 완전히 제압한 대상에게서 마력이나 생명력을 흡수한다.
마력과 생명력을 동시에 흡수할 수 없으며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겐 생명력만 흡수가 가능하다.
한 대상에 흡수할 수 있는 최대치는 본인의 최대 생명력, 최대 마력의 5%이다. 단, 대법을 시전할 당시에 대상이 지닌 생명력과 마력의 양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정해진다.
특이 사항: 흡수한 생명력 또는 마력으로 인해 두 능력의 최대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1시간 동안 최대 생명력(최대 마력)의 10% 이상의 양을 흡수할 수는 없다.
등급: 최상급(S급)
비급(秘笈)[천마술법(天魔術法)]
천마는 술법의 대가였다. 특히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암흑 술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훗날 그는 그 암흑 술법들을 집대성해 단 네 가지의 술법으로 만들었다.
무공(스킬): <천마술법>
숙련도: 0
효과: 칠흑의 술[암흑의 안개를 소환해 주변 50m 반경을 완벽한 어둠의 세계로 만든다.] 유령의 술[유령을 소환해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시킨다.] 저주의 술[대상에게 강력한 저주를 내려 모든 능력치를 낮춘다.] 파괴의 술[어둠의 기운을 뭉쳐 강력한 일격을 대상에게 날린다.]
특이 사항: 시전자의 정신 집중 상태에 따라 위력이 크게 달라지는 술법이다.
등급: 최상급(S급)
비급(秘笈)[천마궁(天魔弓)]
천마의 궁술은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또 아주 강력했다. 한 번이라도 천마의 활 솜씨를 구경한 이들은 그를 신궁이라 부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무공(스킬): <천마궁>
숙련도: 0
효과: 천마궁 12초식.
특이 사항: 천마궁에 들어 있는 모든 궁술을 화경(하이 마스터)의 경지까지 익힐 경우, 천마궁의 최후 비기를 익힐 수 있게 된다.
등급: 최상급(S급)
얻은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전부 만족스러운 것들이었다. 타이틀 효과도 아주 훌륭했고…… 3가지 물건도 딱 내게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뭐, 일월인 같은 경우는 물건이라 말하기 좀 그랬지만 어쨌든 문신류 아이템이 전혀 없던 나에겐 아주 훌륭한 보상이었다.
그밖의 무공들도 필요 없는 게 하나도 없었다.
보상 숫자가 무신의 안배보다 적어서 그런지 질은 그때보다 조금 더 좋았다.
난 아이템들을 모두 그 자리에서 착용했다.
일월인 같은 경우는 이미 오른쪽 어깨 부근에 새겨져 있었다.
그밖에도 열대우림 지역에서 사냥하며 얻은 것들을 모조리 정리한 뒤, 일단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도시인 남악성(南岳城)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한 달 동안 열대우림 지역에서 온갖 독물들과 사투를 벌인 덕분에 내 가방 속엔 각종 재료 아이템들이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독을 연구하는 이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한 무시무시한 독 재료들이 많이 있었다.
돈으로 환산해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난 이것들을 팔 생각이 없었다. 이제부턴 더 이상 이 세상이 가상의 세상이 아닌 현실과 같은 세상이기에…… 난 내가 가질 수 있는 힘은 모두 가질 생각이었다.
내 생명은 단 3개뿐이다.
3개를 다 쓰면 끝난다. 비록 아직 한 개도 쓰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이 생명을 다 쓰게 된다면 난 더 이상 진실을 찾는 모험할 수 없게 된다.
특히나 이 모험은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웠기에 내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계속해서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사실 이 상황을 누가 믿겠는가. 미친 거 아니냐고 묻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결국 방법은 하나!
강해지고, 또 강해지고.
정말 말 그대로 일인군단(一人軍團)이 되어야 했다.
* * *
남악성은 규모로 따지면 중급에서 조금 빠지는 작은 성이었다. 하지만 근처에 좋은 사냥터들이 많았기 때문에 늘 유저가 북적이는 인기 있는 성이기도 했다.
난 남악성에 들어와 일단 쓸모없는 물건들을 모두 정리했다. 경매장에 팔면 좀 더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매직 아이템들도 그냥 마력핵 추출을 해버렸다.
직접 장비들까지 수리한 나는 상점과 경매장에 들러 간단하게 소모성 아이템들을 보충했다.
일단 다음 목적지가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꽉꽉 채워놓는 게 좋았다.
그렇게 대충 정비를 끝낸 난 마지막으로 정보 길드를 돌며 최신 정보를 모았다.
크게 주목을 끄는 사건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생긴 소소한 분쟁이나 그저 그런 새로운 던전에 관한 얘기들.
그나마 그중 가장 내 관심을 끄는 얘기는 주작단이 무명객을 공적으로 선포했다는 것 정도였다.
이유는…… 자신의 길드원들을 습격해 죽였기 때문이란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난 이렇게 주작단의 공적이 되었다. 주작단은 사실상 일본 유저들을 대표하는 무력 단체.
이걸로 난 앞으로 일본 유저들과 절대 좋은 사이가 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날 적대시한다면 나도 그대로 대우해 주면 되었다.
‘그나저나 이거, 쓸 만한 정보가 너무 없네.’
상당한 돈을 투자했는데도 정작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중급에서 상급 정도의 던전들 얘기라면 별 관심도 없었다. 내가 찾는 건 적어도 최상급 던전 이상…… 메인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들이었다.
‘진짜 정보 길드를 만들든지 해야지.’
정보 길드라고 있는 것들이 이렇게 부실하면 최상급 유저들은 어떻게 게임을 즐기라는 건가?
난 조만간 무슨 수를 내서라도 개인적인 정보망을 하나 구축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얻은 게 별로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발로 뛰어서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일단 바람의 계곡으로 가자.’
동대륙 중앙쯤에 위치한 바람의 계곡.
그곳은 대규모 PvP 필드였다. 그리고 곧 신수(神獸)와 신병(神兵)이 동시에 출현할 곳이기도 했다.
몇 번의 요상한 일을 겪으며 이제 내 머릿속에 존재하던 미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쓸모가 없을 정도로 희미해졌다.
그나마 내가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는 이유는 처음에 적어놓았던 굵직굵직한 미래에 대한 기록 덕분이었다.
물론 그 기록은 아주 자세하지 않았다.
당시 워낙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에 중요한 것들을 위주로…… 제법 큰 사건들에 대한 것들만 기록해 놨었다.
좀 더 자세히 적어두지 않은 게 후회되는 상황.
분명 실수라면 실수였지만…… 어째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실수라기보단 그것 역시 뭔가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 것 같다.
난 며칠 동안 상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래―이젠 미래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만―가 적혀있던 그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방금 말한 바람의 계곡에서 일어난 신수와 신병의 출현은 그 기록에 적혀있는 일 중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큰 사건이었다.
당시 수많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었다는 신수의 위력과 그 신수를 끌어들인 전설의 무기에 대한 기록. 이 기록이 맞다면 아마 바람의 계곡은 조만간 동대륙에서 가장 시끄러운 장소가 될 것이다.
물론 기록 말미에는 공식적으로는 신수를 처리한 사람도, 그리고 신병을 차지한 사람도 없다고 적혀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내가 원하는 건 어차피 정보였다.
신수와 신병을 찾으면 분명 뭔가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재수가 좋아 신수와 대화라도 할 수 있다면 또 한 번 고급 정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있었다.
이것저것을 다 따져 봐도 손해될 건 없었다.
단지 조금 위험할 수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건 늘 있는 일이었다.
결국 할 일은 정해졌다.
신수와 신병.
내 다음 목표는 이 두 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