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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125화 (125/250)

125. 천마

* * *

띠링, 일월신전의 마지막 시련이 시작됩니다.

띠링, 일월신교의 두 수호신을 뚫고 일월천문(日月天門)을 여십시오.

띠링, 일월신전의 네 번째 시련에서 얻은 천마인(天魔印)을 일월천문의 틈에 꽂아 넣으면 일월천문이 개방되며 일월의 힘이 세상에 다시 등장합니다.

띠링, 일월천문은 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조각상들이 움직이며 급박하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난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입술을 꽉 물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 시련? 천마인? 이런 망할!!’

난 편법(?)을 통해 이곳에 왔다.

그렇기에 당연히 천마인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떻게 일월천문을 연단 말인가?

두 수호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도 내 몸엔 영웅의 포효와 천무신공, 용마수 효과가 남아 있었다.

문제는 천마인이었다.

제일 중요한 열쇠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뒤로 돌아가 열쇠를 가져올 수도 없었다.

이미 마지막 퀘스트는 발동되었고…… 난 지금 바로 두 수호신을 쓰러트린 후 일월천문을 열어야 했다.

“젠장!!”

꽝!

난 오른발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살아난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우드득.

난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뒤졌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난 수호신이라는 두 조각상에게 화풀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추정 레벨은 600 정도?

하지만 완벽한 보스몬스터가 아닌 준 보스몬스터인 것 같았다.

각종 강화버프가 중첩되어 있는 지금의 나라면 이 정도는 내 생명력이 얼마가 남았건 간에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장비 3번.”

촤르륵!

묵혼사가 허공에 풀렸다.

치리릿!

그리곤 곧장 오른쪽에서 걸어 나온 거대한 조각상의 목 부근에 감겼다.

피잉! 꽝!

묵혼사를 잡아당기며 곧장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덩치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런 종류의 몬스터는…… 움직임이 느렸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었다.

쾅! 쿠구구궁!!

엘레멘탈 블레이드에 의해 조각상의 목이 잘려 떨어지며 거대한 조각상이 모든 힘을 잃고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다.

첫 번째 조각상에 이어 두 번째 조각상마저 깔끔하게 끝내버렸다.

한…… 20분 정도가 걸린 건가?

명색이 일월신교의 수호신이라는 놈들이건만 생각보다 약했다. 물론 내가 좀 사기 캐릭터로 변해 있는 것이 반칙이라면 반칙이었겠지만 어쨌든 난 어렵지 않게 놈들을 쓰러트렸다.

“후우~.”

꿀꺽꿀꺽.

난 물약의 쿨타임이 돌아오자 바로 회복물약을 마셨다. 회복물약을 마시는 것으로도 부족해 남아 있는 마력으로 몇 번의 회복스킬을 사용했다.

덕분에 대략 45% 수준까지 생명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대충 생명력을 보충한 난 천천히 일월천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냥 벽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생겨난 거대한 문. 이것이 바로 일월천문이다.

그냥 일월천문이 아닌…… 천마인! 바로 그것이 없어서 열지 못하는 빌어먹을 일월천문이었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온 힘을 담아 일월천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꽝!

드드드득.

일월대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

난 그것으로 부족해 아예 들고 있던 엘레멘탈 블레이드에 강력한 마력을 담아 힘차게 내리쳤다.

스킬발동 오행신검 천지참(天地斬)!!

콰과광!

두 번의 공격.

하지만…… 일월천문에는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문을 공격하는 순간 마력이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게 느껴진다.

역시 힘으로 부서지는 종류의 문이 아니다.

“……열쇠라.”

이대로라면 퀘스트는 실패한다.

난 일월천문의 가운데 있는 내 손가락 두 개 정도가 간신히 들어갈 것 같은 구멍을 바라보았다.

사실상 천마인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을 열 수 있을 것인가?

“…….”

가만히 일월천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정말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건가?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정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까지 오는 순서가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렇기에 난 일월천문을 열 자격이 없었다.

여기서 또 이렇게 일월신교의 안배를 놓친다면…… 천마무총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존재하는 이 안배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난 결국 또 다른 곳에서 일월신교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끈.

머리가 아파왔다.

내 성격상 이렇게 포기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제길!!!!”

쾅!

난 일월천문에 양손을 얹었다.

“열리지 않는 문이라 이거지?”

빠득.

난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를 꽉 물었다.

스킬융합 파워업(Power Up) + 디바인포스 + 블레싱

아드레날린 파워(Adrenalin Power)!!

스킬융합 정령빙의 운다인 + 정령빙의 노임 + 정령빙의 셀리스트 + 정령빙의 실라페

엘레멘탈 하이마스터(Elemental Highmaster)!!

스킬조합 데모닉오라(Demonic Aura) + 디바인포스

성마공존(聖魔共存)!!

타이틀 스킬나 권능류 능력같이 특수한 기술이 아닌 이상 어차피 가장 큰 효과 하나만 적용되는 버프 스킬들이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강력한 버프들은 모조리 활성화시켰다.

쿵쿵쿵!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버프의 효과와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용마수와 영웅의 포효 효과가 몸 안에서 요동쳤다.

“열리지 않는다면…….”

스윽.

손가락 두 개만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에 오른손 중지와 왼손 중지를 끼워 넣었다.

“강제로라도 열어주마!!”

특수스킬 역혈천마대법(逆血天魔大法)!!!

고고오오오오!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돌기 시작하며 눈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모든 마력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잠력을 모두 끌어내듯…… 엄청난 거력(巨力)이 몸 안을 휘젓는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완전히 붉게 변해버린 두 눈동자.

난 주체할 수 없는 이 거력을 모두 양팔, 양손, 양 손가락에 집중시켰다.

으드득!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난 모든 걸 무시했다. 그저 이 문을! 이 빌어먹을 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드드드드드드드!

마구 진동하는 일월대전.

일월천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일월대전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으!”

이건 미친 짓이다.

알고 있다.

아주 제대로 미친 짓이다.

퀘스트 아이템으로 열리는 문을 힘으로 열겠다고?

내가 생각해도 난 지금 아주 황당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멍하니 가만히 서 있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열려라!!’

난 마음속으로 강하게 외치며 모든 힘과 정신을 두 손가락에 집중시켰다.

찌지직! 찌직!

여기저기 근육이 찢어지는 느낌이 난다.

정말 안 되는 건가?

그런 건가?

그 순간 믿기지 않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긍! 그그긍!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일월천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어지는 틈! 난 재빨리 그 틈 사이로 나머지 손가락들을 전부 넣으며 계속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그그그그…….

열린다! 진짜로 열린다!!

기적인가?

아니면 한계를 초월한 능력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인가? 뭐가 됐건 상관없다.

고오오오!

조금씩 열리는 문틈 사이로 강하게 흘러나오는 검은 안개! 왠지 그 안개가 내 몸을 휘감자 더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열. 려. 라!!!!”

드드드드득!

점점 크게 벌어지는 일월천문.

콰광!

드디어 일월천문이 활짝 개방되었다.

촤아아아아!

상식적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분명 일월천문이 완전히 개방되었고 그 안에서는 일월신교의 강력한 마력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띠링, 시스템오류.

띠링, 시스템오류.

띠링, 시스템오류.

띠링, 시스템오류.

이게 도대체 무슨 메시지인가?

전혀 알 수 없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열고자 했던 걸 열었다.

순수하게 내 능력으로!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일월천문의 안쪽에서 뭔가가 나를 강하게 잡아 당겼다!

“헛!”

난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빨려 들어간 내가 도착한 곳은 상당히 익숙한 곳이었다. 전에도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공간.

바로 천마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던 그 공간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났군.]

천마다. 예전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는 아직 기억에 남아 있었다.

“뭐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란 거죠?”

[……넌 지금 차원의 절대법칙을 깼다. 그것도 오로지 네 힘만으로…… 아무리 ‘그’가 신경을 썼고 몇 개의 안배가 중첩된 너라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 줄이야.]

천마는 약간 황당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흠…… 하지만 어쨌든 분명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이걸로 나의 안배는 세상에 등장하겠구나. 클클, 진짜 ‘그’가 괴물을 만들었어!]

“도대체 그가 누구죠? 그리고 지금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이상한 일들은 뭐죠?”

[크크크, 궁금하겠지. 원래라면…… 난 너에게 대답을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너란 존재가 만들어낸 괴상한 변수가 이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 보안등급을 모조리 무시하게 만든다.]

“보안등급? 변수?”

[궁금한 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놈은 이 변수를 오랫동안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이 세상은 곧 닫힌다.]

천마의 시간이 없단 얘기에 난 더욱 다급해졌다.

“당신은, 당신은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는 거죠?”

[물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말해주세요. 전 왜 그동안 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것입니까?”

[이름이라…… 아…… 그렇군. 모든 일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필요한 법…… 너의 이름은 일종의 ‘대가’였다.]

“대가? 그게 무슨 말이죠?”

[……넌 게임 속에서 남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단한 것들을 얻었을 것이다.]

천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넌 그것들을 오로지 내 능력과 노력만으로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무, 무슨 말씀이시죠?”

[크크, 원래 행운이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너에겐 그 행운이 과도하게 집중되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왜 너만 그렇게 특별할까? 너만 그렇게 재수가 좋을까?]

천마의 말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머리에 와서 꽂혔다.

“…….”

[네 이름은 그 행운들의 대가로 지불되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너와 한 거래의 일부분이다. 이름을 몇 글자의 단어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 그리고 네가 크게 착각을 하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넌 아직 이름을 완벽하게 되찾은 게 아니다.]

이제야 머릿속에 엉켜있던 실타래 하나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누렸던 각종 행운. 그것들은 결코 우연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엉킨 실타래는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을…… 그것을 모두 풀어야 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난 다급해졌고 그래서 질문을 마구 쏟아내 수밖에 없었다.

“거래? 혹시 제가 과거로 다시 돌아오게 된 거래를 말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는 나와 계약을 한 그 남자인가요? 이름을 완벽하게 되찾은 게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이죠?”

쏟아지는 질문. 하지만 천마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점점 희미해지는 목소리로 다른 말을 전했다.

[‘그’는 간절한 갈망에 이끌려 너를 선택……했다. 그것은 나와 다……른 여러 존재……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선택이 진정 옳은……선택……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희미해지던 천마의 목소리가 이젠 길게 늘어지기까지 했다.

징조가 좋지 않다.

난 황급히 천마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선택을 했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시간이…… 없다. 놈이…… 변수……를…….]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지는 천마의 말.

점점 더 다급해졌다.

“대답해주세요! 거래가 뭔가요? ‘그’는 누구인가요?”

[……기억하라. 그리고 의문을…… 가져라…… 넌 아직도…… 네가 과거로…… 다시 돌아왔다고…… 믿고 있는…… 게냐?]

“!!!!”

[……일월신교를 부탁한다.]

고오오오오!

갑자기 어둠이 사라진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이 어둠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다.

쾅!

난 끌려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일월천문 밖으로 튕겨 나갔다.

띠링, 일월신교의 부활 퀘스트를 해결했습니다.

띠링, 시간의 벽을 넘어 천마의 전인이 되었습니다.

띠링, ‘천마(天魔)의 후예(S급)’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띠링, 대륙 최초로 봉인되었던 고대 문파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이제부터 강호에 일월신교가 나타납니다. 일월의 교도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강력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천하에 알릴 것입니다.

띠링, 천마가 남긴 힘을 이어받았습니다.

마구 울려 퍼지는 시스템 메시지.

하지만 정작 난 그것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띠링, 역혈천마대법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띠링, 대법의 영향으로 마구 엉켜있던 기혈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치명적인 내상(內傷)을 입었습니다.

“컥!”

쿨럭.

구역질과 함께 내 입에서 한 덩어리의 빛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생명력.

하지만 난 이것마저 무시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이템이니…… 생명력이니……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천마의 마지막 말.

내 머릿속에 그 마지막 말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넌 아직도 네가 과거로 다시 돌아왔다고 믿고 있는 게냐?’

천마의 말은 마치 메아리가 치듯 계속해서 어지럽게 내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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