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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123화 (123/250)

123. 일월신교 ― 2

* * *

얼마나 들어온 것일까?

대략 5km는 들어온 것 같다.

아직까진 일월신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단지 아주 멀리…… 보이는 커다란 건축물이 묘하게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 건물까지는 정확한 거리를 알 순 없었지만 대략 3km 정도가 남은 것 같았다.

고대종족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바깥쪽의 고대종족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안쪽은 완벽하게 고대종족의 세상이었다.

대략 4km 정도까지 오는데 50마리 정도의 고대 종족을 잡았다. 그런데…… 4km에서 여기까지 들어오는 데 무려 60마리의 고대종족을 잡았다.

이젠 정말 한 걸음을 떼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계속해서 방음진을 이용해 싸우고 있었지만…… 워낙 고대종족이 자주 출몰해 언제 그들에게 발각될지 모를 것 같았다.

지금까지 재수 없을 경우 다섯 마리와도 동시에 싸웠었다. 덕분에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몸이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모든 게 불안한 상황.

미리 위험할 것이라곤 생각했었지만 이곳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다.

난 나무 그림자 속에 숨어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방금 다섯 마리의 고대종족을 한꺼번에 처리하며 마력이 거의 30%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무극심법과 마나물약을 이용해 충분히 마력을 회복하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만병천의를 이용해 최대한 자연과 동화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징그러운 놈들.’

고대 종족의 진짜 무서운 점은 바로 그 공격성이었다.

생명력이 0이 되는 그 순간까지 무조건 적을 섬멸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방어 따윈 없었다. 무조건 공격만 계속 반복하는 고대종족. 모든 능력이 공격 쪽으로 집중된 기형적인 종족이었다.

덕분에 놈들을 죽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방어력도 낮고 생명력도 레벨에 비하면 많이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리를 빨리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만은 아니었다. 워낙 놈들이 무시무시한 공격을 계속해서 퍼붓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피로감은 다른 사냥감의 몇 배나 되었다.

빨리 처리하는 만큼 빨리 지친다는 뜻이었다.

한 번이라도 그들의 공격에 적중되면 생명력이 대책 없이 마구 깎여 나갔다.

빠르고 강력한…… 그런 공격을 계속해서 피하기 위해서는 한시도 방심…… 아니 전투 내내 절대 집중을 풀어서는 안 됐다.

집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만큼 지치는 것도 없었다.

그 결과 계속된 전투들 덕분에 난 몸도 정신도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였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잠시 로그아웃을 하고 좀 쉬고도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대 종족의 거점은 안전지대 설정불가능 지역이었다.

‘방법은 전진뿐인가?’

이래저래 힘들지만…… 그래도 이제 목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니 좀 더 참을 필요가 있었다.

우득.

마력을 전부 회복하고 살짝 굳은 몸을 푼.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나무그늘에서 빠져나왔다.

전진! 또 전진!

난 힘차……게는 아니고 매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팅!

결국 일이 터졌다.

내가 한 번에 상대하는 고대 종족이 7마리가 넘어가자…… 드디어 방음진의 범위가 한계를 드러냈다.

7마리의 고대 종족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방음진까지 신경 쓰는 건 무리였다. 결국 난 방음진의 범위를 벗어난 고대 종족 한 마리가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동료들을 불러보았다.

“쿨랄라! 쿨랄라!”

“우우우! 우우우!”

순식간에 몰려드는 고대 종족.

대충 눈에 보이는 놈들만 30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젠장!!’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모든 힘을 끌어내 싸울 것인가? 아니면 일단 일월신교의 흔적을 포기하고 도망갈 것인가?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후회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에도 고대 종족들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끌어모았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대 종족.

도저히…… 정면 대결로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시작했다.

‘포기해야 하나?’

이제 한 2km만 더 가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탑 모양의 건축물. 정말 거의 손에 다 잡혔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바로 그때…… 이상한 환청이 내 귀에 울려 퍼졌다.

[오라! 여기로 오라!]

내가 얻은 천마의 권능이 끌어낸 것인가? 분명 나를 부르고 있었다. 포기 쪽으로 기울었던 내 마음을 한순간에 뒤집어버리는 환청!

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있는 힘껏 쥐었다.

‘그래! 포기할 수 없어!’

하루(게임시간) 동안 꼬박 잠도 못 자고 고생스럽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포기하라고?

그럴 순 없었다.

“으아아아!”

스킬발동 상급빙계마법 블리자드 바인드(Blizzard Bind)!

쩌저저저정!

난 온힘을 다해 블리자드 바인드를 사방으로 뿌리고 곧장 두 다리에 바람의 정령 실프의 기운을 빙의시켰다.

‘돌파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눈에 보이는 저 탑까지는 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스킬융합 축지법(縮地法) + 패스트워크(Fast Walk) + 정령빙의 실프

고속전진(高速前進)!

꽝!

난 두 발로 강하게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쿨라라!”

고대종족들은 그런 나를 잡으려고 달려들었지만 난 고속전진 스킬에 교묘히 유수행 보법을 연계 발동시키며 최대한 빠르게 탑 모양의 건축물을 향해 달린다.

“장비1번.”

스릉! 채챙!

음양도검을 뽑아 든 난 전방을 향해 월영참(月影斬)을 마구 날렸다.

마력소비가 제일 작으면서 돌파력이 강력한 월영참이라면 내 앞길을 열어줄 것이다.

“비켜!!”

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아마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대종족이 따라붙었을 것이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무조건…… 무조건 달려야 했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저 탑 모양의 건축물에 도착한다고 해서 특별한 수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말 그대로 난 그저 환청을 들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난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이제 중간에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끝을 봐야 한다.

스킬발동 다크블러드(Dark Blood)!!

어둠의 힘이 모여들며 온몸에 힘이 넘친다. 체력과 방어력은 주기적으로 깎여 나갔지만 지금 나에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울라!”

“울라!”

고대종족 두 마리가 앞쪽에서 나를 향해 달려든다.

나를 잡아서 넘어트리려는 놈들의 의도. 어떻게 해서라도 날 멈추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저들의 의도일 뿐이다.

적어도 난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으아아아아!”

가가가가가각!

땅바닥을 긁는 광검. 그리고 가로로 허공을 가르는 암도.

암도는 거꾸로 들고 광검은 제대로 들었다.

지닌 기운, 잡고있는 형태, 진행 방향.

모든 것이 반대인 두 검…… 난 그 두 검을 그대로 진행 방향을 향해 휘둘렀다.

치이잉! 촤아아악!

공간이 십(十)자로 갈렸다. 광검과 암도에서 동시에 뿜어져 나온 오러블레이드(강기)가 공간을 가르고 내 앞에 존재하던 두 개의 장애물을 옆으로 날려버렸다.

고대종족들 따위가 그랜드크로스(Grand Cross)를 막을 수 없었다.

천무칠성의 일인이자 암흑의 성기사라 불린 에스카가 사용했던 주력기술들 중 하나가 바로 이 그랜드크로스이다.

물론 발현 방법은 조금 달랐지만 이론은 같았다.

상반된 기운을 빠르게 교차시켜 충돌에너지를 얻어내는…… 뭐 하여튼 비슷한 기술이라고 보면 되었다.

콰광! 콰과광!

내가 만들어낸 십자강기(十字罡氣)는 장애물들을 치워버렸다.

덕분에 달려가는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

난 아예 아이템스킬인 속보까지 발동시켰다.

더 빠르게! 좀 더 빠르게!

“루후아!”

오른쪽에 달려드는 고대종족.

그 고대종족의 움직임에 맞춰 내 어깨가 움직인다.

꽝!

달리는 탄력 그대로 놈을 어깨로 튕겨 뒤로 날려버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또 달려들고 있는 다른 한 놈.

이놈은 왼팔로 머리를 찍어 누르며 옆으로 밀쳐버렸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달려드는 고대종족은 점점 늘어갔다. 난 온몸으로 놈들을 제치고 앞으로 전진했다.

사방에 흩날리는 빛의 가루들…… 넘기고, 누르고, 밀치고, 꺾고……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해 무조건 계속 앞으로 나갔다.

내 목표가 이젠 또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의 걸림돌들도 보인다.

길은 없었다.

사방이 놈들에 의해 막혀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한 개의 길이 만들어진다.

또렷한 한 개의 길!!!

“길이 없다면…….”

스릉! 철컥!

내 손에 엘레멘탈 블레이드 잡혔다.

스으으으~

들끓는 마력, 들끓는 정령의 기운.

난 이를 꽉 물었다.

빠득!

“만들면 되는 거야!!!!”

난 들고 있던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있는 힘껏 앞을 향해 내던졌다.

스킬조합 정령빙의 셀리맨더(Salamander) + 정령빙의 운디네.

연계발동, 스킬조합 정령빙의 노움(Gnome) + 정령빙의 실프

특수스킬조합 엘레멘탈 버스터(Elemental Buster)!!!!

고오오오! 콰과과과과과광!

불, 물, 바람, 땅! 이 네 가지 기운이 한꺼번에 섞이며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길이 뚫린다.

내가 머릿속으로 만든 그 길이 뚫린다.

확연하게 드러나는 한 개의 길.

이 길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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