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22화 (122/250)

122. 일월신교 ― 1

* * *

관찰스킬로 그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그들은 지능은 매우 낮았지만 육체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종족이었다.

그리고 매우 난폭했다.

만년독림 지역에서도 유독 그들이 모여 있는 부근엔 독물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리지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감각이 매우 발달해 조금만 부주의하면 그들에게 포위될 가능성도 높았다.

제일 놀라운 건 그들의 추정 레벨.

정확한 건 아니라지만…… 무려 450~550.

또한 그냥 한 종류의 형태만 있는 종족이 아니었다.

세 종류, 근육이 발달한 전사형태. 주술을 사용하는 것 같은 약간은 왜소한 체형의 술사형태. 그리고 몇 마리 보이진 않지만 뭔가 특별한 중간 보스 정도는 되어 보이는 덩치가 제일 큰 준 보스형태.

난 일단 시험 삼아 몇 놈을 잡아봤다.

놈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특히 준 보스형태의 고대종족과 싸울 땐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처음 이틀 동안 고대종족의 영역 바깥쪽만 계속 맴돌았다.

내가 원하는 일월신교의 흔적은 영역 안쪽에 있을 것 같았는데…… 쉽사리 안쪽으로 침투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투명화 마법이나 스텔스 기술 같은 잠입 기술을 이용해 침투하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놈들에겐 그런 계열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무리를 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이들에게 포위당하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아찔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일단 확신이 생긴 이상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았다.

난 좀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한 마리, 한 마리…… 차근차근 고대종족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쌓으며 그들의 움직임, 패턴, 습성을 관찰했다.

그리고 실제 전투와 명상 스킬을 통한 가상의 전투를 통해 점점 그들과의 전투를 내 몸, 근육 한 올, 한 올에 직접 기억시켰다.

실제로는 기껏해야 최대 두 마리 정도의 고대 종족과 싸웠지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전투에서 나와 상대하는 고대 종족의 숫자는 계속 늘어만 갔다.

시간이 흘러 고대 종족을 발견한 지 일주일(게임시간)이 지났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비록 가상의 전투라지만 난 드디어 10마리의 고대 종족과 대결할 수 있게 되었다.

사륵. 사륵.

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을 걷는다.

이곳까지 들어오며 벌써 14놈을 베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세 마리 이상의 고대 종족무리와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은밀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놈들의 영역 외곽을 돌며 대충 넓이를 유추해봤을 때 반경 10km 정도였으니…… 이제 겨우 십 분의 일 정도만 들어온 상태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제일 위험할 것이다.

“두아아조두…….”

또 고대 종족의 말소리가 들려 온다.

‘두 마리.’

이번에도 역시 두 마리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고대 종족들은 점점 자주…… 그리고 더 많이 나타났다.

이젠 거의 한 마리씩 다니는 놈들은 없었다.

‘이번에도…… 속전속결(速戰速決)!’

스킬조합 기문둔갑의 술 음양팔괘(陰陽八卦) + 유령보법(幽靈步法) + 쉐도우스텝(Shadow Step)

로스트 팬텀(Lost Phantom)

스스스스!

동대륙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도적유저 월하군자(月下君子)의 절정보법인 ‘귀신놀음’을 연구해 만든 것이 바로 ‘로스트 팬텀’이었다.

단언컨대 그 어떤 보법도 이 보법만큼 음유(陰幽)하고 기묘(奇妙)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내가 입은 만병천의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주변의 환경에 맞춰 문양과 색이 변화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일명 보호색 또는 위장막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만병천의의 숨겨진 능력 중 하나였다.

로스트팬텀은 이 만병천의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보일 듯, 보일 듯 하지만 잘 안 보이고.

잡힐 듯, 잡힐 듯 하지만 잘 안 잡히는.

고대종족의 감각이 아무리 뛰어나도 만병천의와 조화를 이루며 발동된 로스트 팬텀을 깰 수는 없었다.

“쿠아라!”

“쿰쿰?”

놈들은 본능적으로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 서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저 느꼈을 뿐이었다.

스슥!

만병천의 속에 손이 한 번 들어갔다 나오자 몇 자루의 비도가 손에 들려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만병천의의 두 번째 능력인 엄청난 병기 수납 능력이었다.

철노인과 천잠노인은 마법도 술법도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제작 기술만으로 마법과 술법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능력을 개발했다.

솔직히 정확히 어떤 원리로 개발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두 노인이 힘을 합쳐야만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오로지 만병천의를 만들 때만 힘을 합쳤고 그 뒤로는 이런 능력이 들어간 물건이 그들 둘 중 누구에게서도 나오지 않았다.

일명 ‘아공간 수납기능’이라 부리는 이 능력.

마법의 아공간과는 조금 달라 크기와 무게에 한계가 존재했지만 적어도 그 편의성은 더 뛰어났다.

내가 두르고 있는 이 간단해 보이는 피풍의에 무려 12,000개의 물건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

물론 물건 한 개의 크기는 50cm 이하여야 하고 무게는 10kg을 넘을 수 없었지만…… 무려 12,000개였다.

덕분에 난 덕지덕지 두르고 있던 비도 보관 띠를 모두 벗어버릴 수 있었다.

단지 벗은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양의 비도를 만병천의에 보관할 수 있었다.

비도만 보관하는 게 아니었다.

그동안 워낙 들고 다니는 장비가 많아 포기했던 각종 특수한 화살도 다량 보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보조 아이템들도 모두 만병천의에 넣었다.

12,000개의 수납공간 중 10,000개 정도를 사용했다.

그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갔는데도 만병천의의 무게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만병천의.

분명 마법과 술법의 능력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고 만들어진 물건이 이런 능력을 발휘한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어쨌든 만병천의를 얻은 난 비도를 사용함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비도는 많았다.

고로…… 이렇게 진법을 활성화시키는데 사용하는 것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파파팟!

내 손을 떠난 비도들이 나와 두 마리의 고대종족 주변 바닥에 넓게 사각형을 그리며 박혔다.

스킬발동 기문둔갑(奇門遁甲) 방음진(防音陣)!

지잉!

은밀하게 이들을 처리하려면 일단 소리를 막아야 했다.

“쿨랄라!”

이상함을 느낀 고대종족은 크게 소리 질러 동료를 불렀지만 이미 방음진은 활성화되어 있었다.

스스슥!

방음진을 설치한 난 빠르게 고대종족들 뒤를 선점했다.

“장비2번.”

츠릿! 철컥! 철컥!

내 양손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방패가 소환되었다.

하나는 성장형 아이템인 거인의 철벽 방패였고 하나는 얼마 전 경매장에서 구한 유니크 아이템 백웅순(白熊盾)이었다.

백웅순은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오로지 방어력만 극대화시킨 방패였다.

양손에 커다란 방패를 하나씩 든 나는 그 방패를 가슴 앞에 모아 그대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

스킬발동 전문방어술 방패강타!!

꽝!

양손에 들고 있던 두 개의 방패가 고대종족들의 등과 강하게 충돌했다.

“크엑!”

“크럭!”

로스트팬텀으로 인해 나를 놓쳤던 그들은 나에게 등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난타!

방패강타! 방패강타! 방패강타! …….

난 두 개의 방패를 사정없이 내리찍으며 고대종족들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방패공격기술은 모든 기술이 약간의 스턴효과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정신없이 내리찍으면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꽝! 꽝! 꽝!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맞는 두 마리의 고대종족.

하지만 진짜 공격은 지금부터였다.

“장비 1번.”

스릉! 채챙!

광검과 암도가 뽑혔다.

모든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광검과 모든 빛을 빨아드리는 것 같은 암도.

이 두 무기는 이렇게 같이 사용될 때만 이런 효과를 발휘했다.

스킬조합, 크로스블레이드+검기난무(劍氣亂舞).

블레이드 익스플로젼(Blade Explosion)!

꽈광!

광검과 암도를 교차시키며 강력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그리곤 곧장 그 폭발의 여력을 이용해 살짝 뒤로 물러났다.

미친 듯이 방패에 맞고 마지막엔 강력한 폭발에도 휘말린 두 마리의 고대 종족은 비틀거리며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향해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공격을 한단 말인가?

“장비 4번!”

스르르릉!

시간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스킬조합 정령빙의 셀리맨더(Salamander) + 정령빙의 운디네.

연계발동, 스킬조합 정령빙의 노움(Gnome) + 정령빙의 실프

정령들의 힘이 사지백해에 깃들기 시작했다. 충만해지는 기운! 그 모든 기운이 지존신공에 의해 강하게 증폭되었다.

번쩍!

양손의 손가락 끝을 향해 그 강력한 정령의 기운들이 몰려들었고 난 들고 있던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그대로 땅바닥에 꽂았다.

특수스킬조합 엘레멘탈 버스터(Elemental Buster)!!!!

쩌저적! 콰과과과과광!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진 엘레멘탈 버스터!

그것은 아예 땅바닥을 전부 뒤집어버리며 두 마리의 고개종족을 그 안으로 삼켜버렸다.

힘을 아끼고 이럴 때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안쪽으로 들어가 일월신교의 정확한 흔적을 찾아야 했다.

“키……르르…….”

몸이 반쯤은 마구 뒤집혀 있는 땅바닥에 박혀 있는 두 마리의 고대종족.

거의 생명력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에서도 날 공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정말…… 대단히 전투적인 종족이었다.

스윽.

넌 다시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끝이었다.

이로써 내가 처리한 고대종족의 숫자는 16마리로 늘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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