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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118화 (118/250)

118. 재정비 ― 2

* * *

사설 도박장의 그 말 많던 유저? 아마도 그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누가 연락을 했건 그게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돈 몇 푼, 아이템 몇 개에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 게임 속 세상인 것을…….

“싫다면?”

난 조용히 웃으며 그들을 향해 물었다.

선택은 그들의 몫.

최고의 패는 나를 그냥 보내주는 것이었고 최악의 패는 나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너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우린 강제로라도 널 데리고 갈 것이다!”

스윽.

한 남자가 다가왔다.

나를 강제로 제압이라도 해서 데리고 갈 생각인 것 같았다.

턱.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따라와라!!”

띠링, 당신을 적대시하는 유저들이 제압하려 합니다. 정당방위 법칙에 따라 반격이 가능해집니다.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어리석게도 이들은…… 내 예상대로 최악의 패를 잡고야 말았다.

이런 예상은 한 번도 빗나가질 않았다.

어리석은 이들은 영원히 어리석었다.

난 머릿속으로 내 주변에 있는 13명의 위치를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그들의 동선을 예상해보았다.

단 몇 초 만에 모든 생각이 정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 생각이 정리되는 동시에 내 양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츠릿! 퍼퍽!

일단 난 내 어깨에 손을 얹은 남자의 복부에 강력한 왼손 펀치를 꽂아 넣었다. 남자의 복부를 파고드는 선풍권!! 순간 남자는 허리를 굽히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커억!”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왼손이 복부에 꽂히는 동시에 내 오른발이 그의 왼쪽 정강이를 강하게 차올렸다.

월영각(月影脚)이라 불리는 강력한 하단 공격이었다.

꽝! 휘릭!

순간 남자의 두 다리가 공중으로 뜨며 그의 몸이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았다.

콰광!

두 번의 공격에 거의 녹다운 상태가 되어버린 남자. 그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며 바닥에 뻗어버렸다.

하지만 이 공격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흐릿!

난 문워크 보법을 밟으며 재빨리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두 명의 유저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곤 곧장 왼쪽에 서 있던 남자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헉!”

깜짝 놀라는 남자.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난 빠르게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빡!

남자의 미간에 정확하게 적중하는 내 무릎.

문워크가 만들어낸 몇 개의 환영 때문에 나를 놓친 그는 내 공격을 제대로 방어할 수가 없었다.

“커억!”

당연히 내 승룡슬(乘龍膝)은 치명타 판정을 받았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남자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쿵.

두 번째 남자를 쓰러트린 나는 곧장 바로 옆에 있던 남자의 왼팔을 잡았다.

이미 옆의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란 그는 재빨리 팔을 잡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난 압도적인 힘으로 그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왼쪽 다리로 그의 양발을 쳐 그의 중심을 무너트렸다.

그리고 곧장 오른쪽 팔꿈치로 그의 명치를 가격했다.

꽝!

“컥!”

깔끔한 연속공격.

난 불과 몇 초의 시간 동안 3명의 유저를 바닥에 눕혔다.

물론 게임 아웃이 된 게 아니라 순간적인 강력한 충격에 잠깐 정신을 못 차리는 것뿐이었지만 어쨌든 내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스윽.

난 3번째 유저마저 쓰러트린 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10명의 유저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미리 가기 싫다고 말해줬잖아.”

터벅터벅.

난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웃었다.

주춤!

뭔가 망설이는 게 느껴지는 남은 10명의 유저들.

난 그들을 향해 조용히 오른팔을 올렸다.

그리고…….

절대불변의 PvP 도발 기술인 손가락 움직이기 스킬(?)을 사용했다.

“다 덤벼.”

단순하지만 아주 명쾌한 도발.

그제야 놈들은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꺼번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쿵.

연속해서 일곱 번을 내지른 연환칠성권은 마지막으로 끝까지 반항하던 녀석의 몸에 모조리 적중했다.

미간부터 시작해 인중, 쇄골상와, 결후, 숨통, 명치, 정광으로 한 줄로 이어지는 연속된 급소 공격은 놈이 견디기엔 힘겨운 공격이었다.

당연히 놈은 감당할 수 없는 일시적인 큰 충격에 바닥에 쓰러졌다.

여기까지 약 10분 정도가 걸린 것 같았다.

“으으으.”

바닥에 쓰러져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13명의 유저들.

단, 10분 만에 이들의 처지는 비루먹은 강아지 꼴보다 못하게 되었다.

나에겐 제대로 주먹 한 번 못 뻗어본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애초에 이런 중하급 유저들로 나를 제압하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다. 물론 그들은 내가 무명객 본인이라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이들은 간단한 준비운동 상대일 뿐이었다.

내가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이들을 모두 게임 아웃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괜히 난 여기서 더 일을 크게 만들 생각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이들을 죽여서 얻는 이득은 제로(0)였다.

레벨차이가 커서 킬 포인트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런 유저들이 좋은 아이템을 들고 다닐 일도 없었다.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면 그저 이렇게 신나게 두들겨 주는 게 정답이었다.

난 바닥에 쓰러져 감히 더 이상 나에게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하는 13명의 유저들을 뒤로 하고 다시 호남성으로 들어왔다.

호남성으로 들어선 나는 곧장 폴리모프 망토를 벗었다. 본래의 내 모습이 드러났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본래 모습을 아는 이들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모습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일지 몰랐다.

호남성으로 들어온 난 원래 가려고 했던 대로 객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침 가장 가까운 곳에 호남성 제일루가 있었다.

난 그곳에 들려 간단한 음식을 시킨 후 객잔에서 지원이 되는 경매장 연동 서비스를 활성화시켰다.

내 앞에 생성되는 여러 가지 메뉴들.

난 능숙한 솜씨로 그 메뉴들을 정리하며 본격적으로 경매장을 이용할 준비를 끝냈다.

이래저래 몇 개월 동안 제대로 장비를 갖춘 적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지금 내 레벨과 어울리지 않는 장비도 많았고 아예 비어 있는 장비슬롯도 있었다.

물론 최상급의 장비를 구하려면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게 사실이겠지만 경매장도 잘만 이용한다면 직접 구하는 것보단 조금 못해도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구할 수 있었다.

특히 난 경매장이라면 아주 친숙한 사람이었다.

난 경매장을 이용해 장사하는 전문 경매꾼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나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경매의 핵심은 돈.

지금 현재 그 누가 나의 재력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스슥.

난 메뉴들을 정리하며 일단 가장 최상급에 속하는 아이템들을 따로 검색해 한 개의 메뉴로 빼놓았다.

그리고 그다음은 상급의 장비들.

마지막으로 조금 복잡한 검색조건을 설정해 사람들이 놓치고 있을 숨겨진 보물들을 따로 찾아두었다.

그밖에도 잡다한 소모성 아이템이나…… 재료아이템들도 각각 따로 분류해 놓았다.

순식간에 몇 개로 늘어나는 메뉴들.

보통의 유저들은 경매장을 이용할 때 한 가지 메뉴로 단순하게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경매장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흔히 말하는 경매꾼들은 최소 5개, 최대 10개까지 메뉴를 띄어놓고 경매장을 이용했다.

난 벌써 7개의 메뉴를 띄어 놨다.

실시간으로 물건이 등록되고 팔리는 경매장.

이곳에서 좋은 물건을 구하려면 눈이 빨라야 했다. 난 그래서 아예 관찰스킬과 분심공을 이용하고 있었다.

관찰스킬과 분심공은 참 이래저래 많은 용도로 쓰이는 만능 스킬이었다.

이런 경우에도 관찰스킬과 분심공은 그 위력을 발휘해 난 7개의 메뉴에서 복잡하게 올라왔다 사라지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모두 놓치지 않고 있었다.

“광철극…… 한철검…… 청강검…… 대산도…….”

의외로 기대했던 최상급 아이템에 좋은 물건이 올라오질 않았다.

경매장을 살펴보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건만 내가 얻은 건 최고급 품질의 금창약이나 내상약 같은 소모성 아이템 몇 개와 동대륙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장인이 만든 비도(飛刀)세트가 전부였다.

경매질을 종종 낚시에 비유되곤 했다.

지금 내 상황을 낚시에 비교해 말하자면 난 겨우 잔챙이들 몇 마리만 낚고 있었다.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낚시도 그리고 경매질도 모두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그리고 정확하게 낚아챌 타이밍을 아는 자만이 대어(大魚)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여유 있게 물건들을 계속 살폈다.

그렇게 세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까?

드디어 강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입질이 왔으니 이제부턴 경쟁만 남았다.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따라붙는 경쟁자들을 물리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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