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16화 (116/250)

116. 전직 ― 2

* * *

그녀는 떠났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직 그녀가 남아 있었다. 난 틈이 나는 대로 명상을 통한 가상의 대결을 이용해 그녀와의 실제 대련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가상의 대결 속에서도 그녀는 엄청 강했다.

그녀의 검에서 시작되는 천암류의 검은 늘 날 위협했고 난 그 검을 교묘히 피하거나, 흘리거나, 또는 막았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스킬들을 총동원해 그녀의 빠르고 신묘한 움직임을 따라잡으며 역습과 반격을 계속했다.

가상의 대결은 생각보다 많은 심력을 소모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기에…… 난 꾸준히 가상의 대결을 계속했다.

그와 함께 난 내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스킬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착실히 그 스킬들의 내실을 다졌다.

수련 또 수련.

린은 떠났지만 내 수련은 그녀와 함께 대련할 때만큼이나 치열하게 계속되었다.

깨달음의 정리.

내가 가진 모든 스킬이 이번 기회에 다시 정리되었다. 특히 조합스킬들은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손질했다.

어떤 것은 버리고, 또 어떤 것은 새롭게 만들었다.

하루, 하루의 시간이 매우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뱀이 허물을 벗으며 성장을 하듯…… 나도 계속 날 막고 있는 몇 겹의 껍질들을 벗고 앞으로 나아갔다.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시간들.

그렇게 다시 한 달(게임시간)이란 시간을 오로지 수련에 매진했다.

머릿속에 생겨나는 한 자루의 검.

그 검이 어둠을 가르며 내 얼굴을 향해 뻗어졌다. 천암류 검술의 최고비기 중 하나인 섬(閃).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엄청난 빠르기로 뻗어 나온 그 섬이었다.

하지만 그 섬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내 뺨에 아주 미세한 상처를 내며 스쳐 지나가는 검. 극한으로 발휘된 보법 유수행은 가장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불과 1m 거리에서 발휘된 섬을 피하게 해주었다.

띠링, 보법 유수행의 숙련도가 크게 올랐습니다.

띠링, 극한의 집중을 통해 명상스킬 숙련도가 매우 크게 올랐습니다.

띠링, 지존신공의 숙련도가 0.003이 올랐습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지존신공의 숙련도가 200이 되었습니다. 단, 한 가지 무공일지라도 당신이 해낸 이 업적은 대단한 것입니다. 적어도 이 무공에 한해서는 당신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것입니다.

띠링, ‘최초의 그랜드마스터(스킬숙련도)’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띠링, 3차 전직 퀘스트 조건 중 하나인 숙련도가 그랜드 마스터 등급인 스킬을 하나 이상 만들 것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며 3차 전직에 성공했습니다.

띠링, 3차 전직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얻었습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난 어지럽게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를 들으며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아주 조용한 공터.

그곳에 내가 왼발을 약간 뒤로 빼고 몸을 살짝 옆으로 튼 상태로 서 있었다.

그리고…… 내 뺨을 흐르는 한 방울의 빛 가루.

놀랍게도 실제로 내 뺨에 아주 미세한 실선의 상처가 나 있었다.

“확실히 이건 게임이라고 말하긴 너무 대단해.”

난 슬쩍 웃었다.

이젠 더 이상 ‘One’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나였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지 몰랐다.

스윽.

난 오른손으로 뺨을 흐르고 있는 빛 가루를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끝났다.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3차 전직을 드디어 끝냈다.

‘더 로드(The Lord)’

: 정점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길. 하지만 작은 실수 몇 번만으로도 끝없이 추락할 수 있는 길. 당신이 가려는 길은 그런 길이다. 명심하라! 당신은 지금 최고와 최악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음을 명심하라. 노력하라! 최고에서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라. 부디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기본능력: 모든 스킬(무공)에 상성이 사라집니다. 당신은 모든 스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자질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스킬의 충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이사항: 레벨을 올리기 위한 필요 경험치가 남들에 비해 30% 증가합니다. 죽음에 대한 페널티가 강화됩니다. 사망 시 보통 유저들보다 경험치 와 스킬 숙련도가 두 배 더 하락합니다. 접속제한 시간이 3일에서 6일로 늘어납니다.

총 사망횟수가 네 번이 되면 캐릭터의 모든 것이 초기화됩니다. (사망횟수 : 0)

특수능력: ‘스킬융합(融合)[모든 유저가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스킬조합’의 발전형 능력. 최대 네 가지의 기술을 한 가지 기술로 합칠 수 있다. 단, 마력(내공)소모는 그 네 가지 기술들의 마력소모량을 모두 합한 수치의 1.7배가 된다.]’

특수기술: **양팔을 용마수(龍魔手)로 변형시킬 수 있다.[게임시간으로 하루에 세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용마수로 변형된 팔로 스킬(무공)을 활성화시키거나 일반 공격할 경우 근력, 민첩 +100%의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손을 방어에 사용할 경우에는 방어력 +200%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용마섬<龍魔閃>[CT(쿨타임): 4분]이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눈을 용마안(龍魔眼)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게임 시간으로 하루에 세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용마안으로 변형된 눈은 반경 10m 안에서는 100% 은신을 감지해 내고 100m 안에서는 50%의 확률로 은신을 감지해 낸다. 최대 시야도 2배로 증가한다. 그리고 안력의 증가로 공격의 회피 확률과 반격 성공 확률도 20% 상승한다.)

+(용마혼<龍魔魂>[CT(쿨타임): 1시간]이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 상태: 3차 전직 완료.

용마수에 이어 용마안을 얻었다.

용마수가 양손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었다면 용마안은 두 눈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었다.

특히 용마안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마혼은 용마섬과는 그 활용도가 다를 것 같은 기술이었다.

용의 기운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적의 움직임을 4초 동안 멈추게 하는 기술. 캐스팅 시간도 없는 즉시 시전 기술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사기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나보다 레벨이 낮은 적에게만 통하는 기술이었지만 정확한 타이밍에만 사용하면 적의 기술도 끊고 오히려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수도 있는 그런 기술이었다.

용마섬은 오히려 내가 익히고 있는 수많은 스킬에 가려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는데 용마혼은 절대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3차 전직을 이루며 내가 얻은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훨씬 대단한 것이 두 개나 더 있었다.

[지존신공(至尊神功)]

: 당신은 천룡의 시험을 통과한 후 당신 스스로 절대무공하나를 만들었다. 그것의 이름은 지존신공. 이것의 힘은 오직 당신만이 끌어낼 수 있다. 어디론가 전해질 지존의 전설은 아마 이 무공으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숙련도: 200

효과: 지존신공을 바탕으로 스킬(무공)을 펼칠 수 있습니다. 펼칠 수 있는 종류의 한계는 없습니다. 지존신공을 바탕으로 스킬을 펼칠 경우 그 위력(효과)이 60% 증가합니다.

[증폭률은 숙련도에 따라 상승합니다.]

특이사항: 지존신공은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모든 스킬(무공)을 지배합니다.

사용효과: 지존수호공(至尊守護功)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존수호공[20분 동안 외부에서 전해지는 모든 종류의 데미지를 50% 흡수하는 호신강기를 생성합니다. 이 강기는 절대 깨어지지 않는 보호막입니다.(재사용 대기시간: 72시간)]

등급: 초월급(SS급)

타이틀 [‘최초의 그랜드마스터(스킬숙련도).’]

: 누가 감히 당신의 경지를 엿볼 것인가? 당신의 그 끝없는 집념은 결국 극한의 경지를 만들어냈다. 세상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그 경지에 처음으로 오른 당신. 당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스킬: 없음

능력치: 없음

특수효과: 단지 타이틀을 얻은 것만으로 지금 지니고 있거나 앞으로 익히게 될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10씩 증가한다.

등급: S급

지존신공은 지존수호공이란 엄청난 시전형 무공(스킬)이 추가되었고 ‘최초의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은 생각지도 못한 굉장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타이틀을 활성화시킬 필요도 없다! 단지 타이틀을 얻는 것만으로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10이 증가한다!

10이라고 해서 절대 우습게 볼 수 없었다.

남들은 200을 찍어야 그랜드마스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타이틀을 얻음으로써 단, 190만 찍어도 그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차이는 대단히 컸다.

특히 나에겐 너무나 컸다. 어쩌면 이 타이틀을 얻은 게 전직을 한 것보다 더 좋을지 몰랐다.

생각해 봐라!

내가 익힌 스킬이 몇 개인가?

그것만 생각해도 이 타이틀의 특수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스킬이 이 타이틀의 특수효과 덕분에 가뿐히 하이마스터가 경지에 오르거나 마스터 경지에 올랐다.

이건 완전 복덩어리였다.

어쨌든 그렇게 난 천천히 내가 얻은 것들을 정리해 본 후 나름대로 두 달 동안 정이 들었다면 들었을 수 있는 검산을 떠날 준비를 했다.

전직을 끝냈으니 이젠 나도 내가 할 일을 해야 했다.

난 일단 천마가 말한 일월신교의 유물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이번엔 단지 보물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요상한(?) 말을 했던 천마와 다시 한번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들을 돌이켜 보면 메인 퀘스트와 관련이 있는 여러 존재들…… 성화의 자아, 이그니스, 무신 백무량, 천마…… 이들이야말로 뭔가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건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가상현실에서의 모험이 아니었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과 내가 왜 과거로 돌아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진짜 모험이었다.

“일단…… 일월신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모아야 하겠네.”

정보가 필요했다.

퀘스트의 기본은 정보.

그 정보는 유저와 NPC들에게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게임 속이 아닌 게임 밖에서도 얻을 수 있었다.

정보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고…… 난 그 여러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생각이었다.

3차 전직도 끝냈고 수련도 충분히 했다.

한 마디로 준비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었다.

“준비가 끝났으니…… 이젠 진실을 향한 모험을 시작해야겠지.”

조용히 짐을 정리한 나는 그렇게 검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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