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우승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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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총서[엘리트(Elite): 000.11]<마법도구류>
: 아주 신비로운 종이로 만들어진 마법책, 책은 책이지만 절대 펼쳐지지 않는 신비로운 마법물품이다. 책에 깃들어 있는 마력은 이 책을 마법지팡이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세상에 모든 마법은 다 적혀있다는 마법총서,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능력: 내구도[무한] 지능[+15%] 마력[+25%]
세트효과: 없음
특이사항: 일정 확률(50%)로 사용자가 마법총서 안에 들어 있다는 수많은 마법 중 하나를 즉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어떤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다.(총 100가지의 마법 중 하나를 랜덤하게 사용할 수 있음)
특별추가사항: 유저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템,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숙련치가 쌓여 숙련치가 100이 될 경우 등급이 올라감.(숙련치는 다시 0으로 초기화) 최대 레전드급 까지 성장할 수 있음.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능력이 증가하거나 추가될 수 있음.
요구사항: 선택받은 크로노스의 영웅
지금까지는 양손으로 제각각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런 완벽한 기회에서는 사용해주는 게 좋았다.
엘리트 아이템으로 승격되며 일정 확률이 기존의 20%에서 50%로 상승했기 때문에 추가 효과도 노려볼 수 있었다.
스윽. 파팟!
마법총서를 꺼내든 난 재빨리 가방 속에서 몇 줌의 시약을 꺼내 허공에 뿌리며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합스킬 중 하나를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스킬융합 상급빙계마법 블리자드(Blizzard) + 상급전격마법 체인라이트닝(Chain Lightning) + 북풍한파(北風寒波)의 술(術) 북해(北海)의 바람(風)
절망(絶望)의 폭풍(暴風)!!!!
고오오오오오오~
내 손이 어지럽게 얽히며 두 가지 상급 마법과 한 가지 상급 술법이 서로 합쳐졌다.
그리고…… 그 합쳐진 기운이 내 앞에서 폭발하듯 쏟아져 나갔다.
딱, 10초가 지났다.
혈주작의 마비가 풀리는 동시에 발동된 절망의 폭풍.
내 양손에서 세상을 전부 얼려버릴 것 같은 극한의 한기가 폭풍처럼 전방을 휩쓸었다.
“헉!!”
혈주작은 자신을 향해 밀어닥치는 거대한 힘을 느끼곤 재빨리 주작도와 혈도를 십자로 교차하여 막았다.
이미 피하기 늦었다는 건 그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도심 지형의 절반 가까이를 날려버리는 한기의 폭풍. 그것이 만들어낸 폭발은 혈주작과 함께 투기장 경기장의 절반을 삼켜버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법총서효과발동 아이템마법 파이어캐논(Fire Cannon)!!
번쩍!
꽝! 꽈과광!
순식간에 마법총서에서 발현돼 몇 발의 파이어볼이 절망의 폭풍과 함께 폭발했다.
중상급 마법인 파이어 캐논은 연발형 파이어볼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 위력이 상당히 강력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100%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만했다.
쿠쿠쿠쿠쿵!
폭발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마구 쓰러지며 혈주작의 몸을 덮쳤다.
정적.
강력한 폭발과 함께 묘한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은 투기장 경기장에만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관중석…… 그곳에도 정적이 찾아왔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천만년우주방어술사라 부르던 무명객이었다.
그런 무명객이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혈주작에게 엄청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경기장에 휘날리던 일장기와 욱일승천기도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고…… 관중들은 제각각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 저…….”
“이, 이게…….”
“도, 도대체…….”
모든 사람은…… 심지어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킬발동 상급주술 화룡포!
스킬발동 상급주술 삭풍!!
스킬발동 상급주술 진공파!!!
……
……
콰광! 꽈과광! 콰과과광!
하지만 난 그들이 놀라건 말건 그 와중에도 혈주작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상급주술을 쏟아냈다.
나에겐 경기 종료 선언이 공격을 멈추게 하는 신호였다.
내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고 그때마다 혈주작이 있는 곳은 계속해서 폭발했다.
몇 분간 계속된 폭발.
난 마력의 70%를 이번 한 번의 공격에 모두 쏟아부어버렸다.
하지만 혈주작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콰과과광!
혈주작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폭발의 여파에서 빠져나왔다.
처참한 몰골.
혈주작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였지만 이대로 허무하게 질 수 없다는 의지가 그를 내 파상 공격에서 빠져나오게 해주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다시 한번 불멸의 영웅 부츠에 내장된 질주 스킬과 내가 가진 최절정의 신법 중 하나인 로스트팬텀이 동시에 사용되었다.
팟!
나는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혈주작의 두 눈엔 내가 사라진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의 등 뒤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마치 유령처럼…….
“헉!”
혈주작은 뒤늦게 그걸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내 왼손엔 주변의 수증기가 서리가 되어 내려앉을 정도로 강력한 한기가…… 오른손엔 주변의 수증기가 기화되어 하얀 김이 될 정도로 강력한 열기가 맺혀 있었다.
언젠간 가웨인의 일월구를 능가하게 만들 예정인 나만의 특수스킬조합 음양구였다.
특수스킬조합 파이어볼(압축) + 아이스볼(압축)
음양구(陰陽球)!
치이이이익!
순식간에 내 마력의 10%가 한 번에 빠져나가며 특수조합스킬 음양구(陰陽球)가 만들어졌다.
예전보다 더욱 갈고 닦은 이 스킬은 절망의 폭풍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강력한 위력을 지는 마법이었다.
압축된 아이스볼과 파이어볼이 합쳐지며 만들어내는 강력한 융합에너지. 난 그것을 혈주작의 등에 꽂아버렸다. 혈주작은 그 어떤 방어 행동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공격은 치명타 판정을 받았다.
퍼퍼퍼퍼퍼퍼펑!
“으아아아악!”
엄청난 충격을 감지한 시스템은 혈주작을 잠시 기절상태로 만들었다. 아마 고통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이미 기절했겠지만 시스템은 친절하게 그를 대신해 비명까지 내질러주었다.
쿠쿵!
반은 얼고 반은 타버린 혈주작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삐익! 플레이어 혈주작의 체력이 고갈되었습니다. 승자는 무명객입니다.
우르르르…… 콰과과광!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는 그대로 혈주작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승자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관중석은 조용했다. 누가 환호성이라도 내지를 법도 했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모습에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척! 뚜벅뚜벅.
마법총서를 접어 한 손에 든 난 조용히 경기장을 내려왔다.
어차피 아직 두 경기를 더 이겨야 했다. 혈주작이 아무리 주작 투기장의 최강자라고 해도 내 눈엔 그저 조금 강한 유저일 뿐이었다.
특히…… 난 이제 남들의 시선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 예긴 내가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모든 능력을…… 아니 어쩌면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던 몇 가지 능력도 최선을 다해 활용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폴리모프 망토를 벗는다면 아마 더 확실히 혈주작을 제압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혈주작은 내 상대가 아니었다.
마법과 술법 그리고 최고의 보법.
이 세 가지에 몇 가지의 다른 기술이면 충분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최, 최고닷!!”
“대단해!”
갑자기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환호성.
관중들은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사람은 누구나 이변을 꿈꾼다.
그리고 그 이변이 현실이 되었을 때 굉장한 즐거움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각본이 없는 스포츠 같은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특별한 재미였다.
두 번째 경기가 시작할 때까지도 사람들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모든 이를 속인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능력을 모두 보이지도 않고도 결승에 오른 대단한 강자라고 말했다.
뭐가 어찌 됐건 갑자기 나를 응원하는 관중이 엄청나게 늘어 있었다.
아무려면 야유보단 환호성이 나았다.
어쨌든 그렇게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사실상 혈주작은 더 이상 나의 상대가 아니었다.
혈주작은 첫 번째 경기를 자신이 방심하고 어이없게 패했다고 생각했는지 두 번째 경기는 시작부터 상당히 긴장한 표정으로 전투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딱 여기까지였다.
그의 검은 나를 가르지 못했고 내 공격은 늘 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터트렸다.
혈주작은 주작도로 강력한 강기를 뿜어내고…… 혈도를 이용해 절정의 비도술을 보여줬지만 그래 봤자 결국 내 그림자만 헛되이 가를 뿐이었다.
특히 난 두 번째 경기에선 생성된 거점 기둥 3개를 교묘하게 다 먹어버린 후 모두 보조능력형 거점으로 만들어 혈주작을 미친 듯이 괴롭혔다.
처음부터 너무 나에게만 신경 쓰다가 거점 기둥을 다 빼앗긴 혈주작은 거기서부터 급속도로 무너졌다.
난 그렇게 두 번째 경기도 깔끔하게 따내었다.
세 번째 경기 역시 두 번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혈주작은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필사의 각오로 나에게 덤볐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이미 나에게 모두 읽히고 있었다.
두 번의 실전 전투.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벌어진 수십 번의 가상 전투.
난 이 전투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혈주작을 압박했다. 난 내 무력의 50%를 차지한다고도 할 수 있는 보법을 전력으로 펼쳐 혹시라도 모를 혈주작의 반격을 철저히 봉쇄했다.
세 번째 전투에 나온 거점 기둥은 단 한 개였기 때문에 난 첫 경기처럼 아예 거점 기둥을 포기하고 혈주작을 몰아붙였고 그는 결국 나의 치밀하게 계산된 연속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혈주작은 세 번째 경기마저 나에게 패배했다.
세 경기 모두 나에게 완벽하게 밀려버린 혈주작. 마지막 세 번째 경기의 패배가 결정되었을 때 그의 표정은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띠링, 3차 전직 퀘스트 조건 중 하나인 A급 투기장 최상급 리그 우승하기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기분 좋은 알림.
난 그렇게 우승과 함께 전직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