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06화 (106/250)

106. 본선 토너먼트 ― 2

* * *

난 재빨리 왼손의 수인을 완성시키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발동 상급빙계마법 블리자드 바인드(Blizzard Bind)!

나를 중심으로 반경 10m 안에 강력한 얼음의 기운이 생성되었다.

쩌저저적!

시약을 촉매제로 사용하지 않고 수인만으로 완성 시킨 것이라 원래 위력보다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충분히 쓸 만한 기술이었다.

블리자드 바인드가 끝이 아니었다.

난 블리자드 바인드를 발현시키며 동시에 오른손의 수인도 완성 시켰다.

스킬발동 상급보조마법 블링크(Blink)

번쩍!

블링크 효과로 내 몸이 흐릿해지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큭!”

두 개의 스킬이 아주 빠르게 연속시전 되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남은 건 두 발이 얼어버린 묘월뿐이었다.

묘월은 교묘한 타이밍에 나를 암습했지만 난 그 타이밍을 파악하고 역으로 묘월을 묶어버렸다.

순식간에 자신의 장기인 암습이 막혀버린 묘월. 하지만 그는 특급 투기장 플레이어답게 내 역습에 빠르게 대처했다.

파팟! 펑!

재빨리 바닥에 뭔가를 던지며 블리자드 바인드에서 탈출했다. 아마도 일종의 화염탄 같은 암기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렇게 쉽게 묘월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난 미리 만들어놓았던 마지막 천안부 두 장을 묘월의 진행 반향으로 던지며 재빨리 다른 스킬을 준비했다.

슬쩍 허리춤으로 손을 넣었던 난 양손에 두 개씩 총 4개의 비도(飛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곧장 그 비도를 묘월을 향해…… 정확히는 묘월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의 땅바닥을 향해 던졌다.

스킬발동 기문둔갑(奇門遁甲) 유사진(流砂陣)

요즘 한창 연습한 진법계열 스킬을 사용했다.

물론 원래는 진법전용 병기인 진법강침(陳法鋼針: 30cm의 강철침)을 이용했어야 했지만 지금 내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 진법스킬도 사용할 줄 알아요~!’ 라고 말하는 것도 싫었고 비도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파파파팟!

비도는 묘월이 밟고 있는 근처에 꽂히며 빠르게 진법의 효과를 만들었다.

유사진은 일정 범위의 땅을 마치 사막의 유사지역처럼 만드는 진법이었다.

“윽!”

묘월은 빠르게 움직이는 방향을 바꿨지만 이미 오른발이 유사진의 영향을 받아 점점 진 안쪽으로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빠르게 움직이던 묘월이 유사진에 걸려 그 자리에 멈추었다.

이건 기회였다.

화륵!

이제는 아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상급주술 화룡포.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주술을 나에게 선물한 요요술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어쨌든 그 화룡포가 내 오른손에 맺혔다.

고오오오!

허공을 가르는 한 마리의 시뻘건 화룡.

그 화룡은 묘월을 집어삼킬 것 같은 모습으로 날아갔다.

꽈과광!

폭발! 화룡이 묘월을 집어삼켰다. 아니 집어삼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묘월은 그리 쉽게 당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묘월은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귀신처럼…… 그리고 사라졌던 묘월이 바로 내 등 뒤에서 나타났다.

‘이 녀석…… 그림자 류 스킬을 익혔어!’

그림자 류 스킬이란 도적이나 헌터 같은 은신계열 유저들이 최고의 기술이라 분류되는 3가지 종류의 스킬 중 하나였다.

그림자 류, 최면환상 류, 암흑전투 류…… 이렇게 3가지를 삼대암류(三代暗流)라고 불렀다.

묘월은 그 삼대암류 중 하나인 ‘그림자 류’를 익힌 유저였다. 아마도 지금 방금 사용한 스킬은 그림자 숨기나 그림자 소환술 같은 종류의 스킬일 것이다.

설마 묘월이 이 스킬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난 고스란히 다시 묘월에게 등 뒤를 잡혔다.

그리고 그 순간 느껴지는 날카로운 예기.

난 재빨리 가장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술법 하나를 발동시켰다.

스팟!

등 뒤를 파고드는 묘월의 단검.

이대로 맞으면 치명타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난 빠르게 몸을 돌리며 술법을 완성 시켰다.

스킬발동 하급주술 강화술(强化術)!!

난 가장 기본적인 주술 중 하나인 강화의 술법을 이용해 예상 타격지점인 옆구리 부근의 근육을 보다 강하게 변형시켰다.

이런다고 타격을 입지 않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타격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푸욱! 퍼퍽!

“큭!”

예상대로 옆구리에 사정없이 꽂히는 묘월의 단검. 음산한 기운을 잔뜩 담고 있는 강력한 일격이었다.

생명력이 상당히 깎여 나가며 가슴 언저리까지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묘월의 공격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연속해서 들어오는 두 번째 공격 이번에는 좀 더 치명적인 급소를 향해 또 한 자루의 단검이 파고들었다.

이대로 계속 당한다면 일명 녹다운 콤보라는 묘월의 연속공격에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난 재빨리 정신을 차리며 온 힘을 다해 몸을 회전시켰다.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보법 유수행!

마치 슬로비디오가 재생되듯 단검 한 자루가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난 그렇게 두 번째 공격을 피한 후 곧장 다시 블링크를 시전 했다.

흐릿! 우당탕!

간신히 블링크를 완성 시켜 묘월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난 워낙 급하게 블링크를 시전했기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묘월은 그런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블링크라고 해봤자 그다지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묘월은 특유의 빠른 몸놀림을 이용해 나에게 달려왔다.

마치 질주스킬 같은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기술이라도 사용한 것 같았다.

‘쳇!’

난 바닥을 구르면서도 쉴 새 없이 스킬을 준비했다.

무빙 캐스팅은 쉽지 않은 기술이었지만…… 꾸준한 연습과 감각만 받쳐준다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물론 나처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캐스팅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는 분심공 같은 특별한 스킬의 도움도 필요했지만 보통의 무빙 캐스팅은 연습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난 그런 무빙 캐스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난 바닥을 구르면 완성 시킨 스킬을 넘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뿌렸다.

낮게 깔려 날아가는 한 줄기의 날카로운 기운. 풍검인(風劒刃)이라 불리는 중급술법이었다.

하지만 묘월은 당황하지 않고 몇 가지 화려한 보법을 밟으며 내 공격을 피해냈다.

차라리 이럴 땐 풍검인과 거의 비슷하지만 유도기능이 추가된 상급원소 마법인 윈드블레이드가 더 좋았지만 윈드블레이드는 급하게 완성 시키기엔 캐스팅 시간이 좀 길었다.

어차피 풍검인은 묘월을 맞춘다기보다는 시간을 벌기 위해 사용한 기술이었다.

풍검인 공격으로 약간의 시간을 번 나는 재빨리 몸에 중심을 잡으며 바닥을 구르는 탄력을 이용해 곧장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준비했던 스킬 하나를 또 사용했다.

스킬발동 상급주술 삭풍(朔風)!!

퍼펑!

왼손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바람의 기운은 묘월을 향해 날아갔다. 빠르고 강력한 공격…… 하지만 아쉽게도 묘월을 맞추지는 못했다.

흐릿!

다시 한번 놀라운 움직임으로 삭풍을 피하는 묘월.

꽈광!

삭풍은 묘월을 빗나가 뒤에서 터졌다. 하지만 난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이 공격으로 묘월을 맞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노리는 건 따로 있었다.

공격이 실패했지만 난 당황하지 않고 다시 보법을 밟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묘월의 움직임?

하지만 보법이라면…… 나도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스킬조합 초상비 + 패스트워크(Fast Walk)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

육지비행술이 발현되며 난 빠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갑자기 빨라진 내 움직임에 묘월은 꽤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추격했다.

마치 오기라도 생긴 표정.

그의 얼굴에서 꼭 나를 잡겠다는 그런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잡혀줄 생각은 없었다.

난 다시 육지비행술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준비한 술법을 허공에 뿌렸다.

이번에는 화룡포.

붉은 화룡이 묘월을 향해 날아들었다.

묘월은 아주 당연하게(?) 화룡을 피해냈다. 묘월 같은 민첩성이 높은 유저에게 화룡포나 삭풍 같은 단순한 원거리 타격형 기술을 사용하는 건 PvP에서 금기시되는 것이었다.

공격이 빗나갈 가능성은 거의 100%.

당연히 마력 낭비만 되는 헛된 공격이었다.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화룡포와 삭풍을 이용해 묘월을 공격했다.

최상의 보법을 사용해 아슬아슬하게 묘월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두 술법을 날렸다.

당연히 묘월은 어렵지 않게 그 술법을 계속 피했다. 묘월도 내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다른 공격패턴으로 바꾸지 않고 추격만 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을까?

지금 내가 보법을 밟으며 큰 원을 그렸다는 것을…….

멈칫.

계속해서 움직이던 내가 마지막 화룡포 한 방을 날리고 잠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아주 잠시 미소 지으며 묘월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묘월의 등 뒤를 향한 손가락이었다.

“!!!!”

순간 묘월은 무엇을 크게 깨달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내가 경기를 시작할 때 선택한 색인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는 한 개의 기둥을 보았다.

“2:1.”

난 가볍게 중얼거리며 새로 얻은 거점 포인트를 보조능력으로 설정했다.

애초에 내 목표는 묘월이 아니었다.

묘월이 피할 것을 예상하고 계속해서 원을 그리며 돌며 기둥을 노렸다.

그 결과 기둥은 내 것이 되었고 묘월은 뒤통수를 크게 많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투기장 전투.

이제부턴 아마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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