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본선 토너먼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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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성에 수많은 유저가 몰려들었다.
현무 투기장이 후반기 휴식 기간이었고 투신 천위강에 대한 소문 때문에 수많은 강자가 이번 주작 투기장 갑 조 리그에 참여했다는 얘기가 퍼지며 투기장 리그 팬들이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호남성으로 달려왔다.
혈주작이 어떤 의도로 천위강을 끌어들였건 어쨌든 흥행은 정말 대 성공이었다.
256강 토너먼트는 총 10개로 이루어진 보조 경기장에서 순서대로 열렸다.
256강과 128강 그리고 64강은 단 한 경기로 승패가 결정되는 단판 승부였다.
그리고 32강, 16강, 8강은 모두 3판 2선승 제도였고 결승과 준결승은 5판 3선승 제도였다.
10개의 보조경기장에 관람석은 각 4천 석이었는데 들리는 말에는 각 4천 석씩 10개…… 그러니까 4만 석의 관중석이 벌써 매진이라고 했다.
뭐 이미 32강이 열리는 메인 경기장의 관중석 5만 석의 표도 다 매진되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보조 경기장의 관중석도 매진되는 건 당연할지 몰랐다.
그나마 동대륙 천원성(天元城)에 나타난 두 번째 신비문파 무황성의 여파로 호남성을 찾는 이들이 조금 줄어들었기에 이 정도였지…… 만약 무황성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약 30% 정도는 더 찾아왔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특히 무황성이 열리며 100~200레벨의 1차 전직유저들이 대거 무황성의 외성무사 시험 이벤트로 몰려갔기 때문에 호남성에 찾아온 하급유저들의 숫자가 적어졌다.
아직은 열리지 않았지만 만약 내성무사 시험 이벤트(200~400레벨)마저 열렸으면 관중은 더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흥행을 크게 성공시켰다.
이것은 그만큼 투기장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뜻도 되었지만 사실상 혈주작의 수완이 아주 뛰어나다는 뜻이 더 강했다.
어떻게 끌어들였는지는 아직도 큰 의문으로 남아 있는 천위강의 참가가 이번 대회의 중심이었다.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강자가 리그에 참여했고 그 강자들을 보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호남성을 찾았다.
단 한 명의 유저를 잡아 수만 명의 유저를 끌어들인 수완. 그것이야말로 이번 대회를 흥행으로 이끈 첫 번째 요소였다.
내 256강 첫 상대는 오히려 예선전에서 나와 대결했던 가장 약했던 유저인 겐이치보다도 약한 유저였다.
재수가 좋아 예선전 조에 강자가 없었는지 몰라도 너무 수준이 떨어지는 유저였다.
난 4번 보조경기장의 지형이 바뀌는 조용히 이런저런 것을 확인하며 시간을 끌었다.
원한다면 단 몇 분 만에도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서둘지 않았다.
일단 경기장의 특성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몇 가지 스킬을 연습 삼아 사용했다.
특히 처음 경험해 보는 거점 포인트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았다.
천천히…… 철저히 방어 위주로 플레이를 풀어가며 적당히 상대의 공격도 허용해주며 절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을 유지했다. 그렇게 천천히 상대방을 지치게 해 이겼다.
예선전은 관객들이 없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달랐다.
어차피 32강 본선 토너먼트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 주목을 받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올라가는 게 목표였다.
어쨌든 그렇게 256강을 가볍게 끝내고 대략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128강이 시작되었다.
128강의 상대는 주술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유저였다. 아마도 이곳 주작 투기장 갑 조 리그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유저는 딱 전진일검의 수준과 비슷했다.
당연히…… 내 상대는 아니었다.
전력을 다했다면 금방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유저였지만 경기를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몇 가지 기술들을 시험 삼아 사용하며 다시 천천히 경기를 풀어갔다.
마치 연습 경기라도 하는 것처럼…… 물론 상대는 내가 할 만한 상대라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적당히 맞춰주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거점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적당히 시간을 끈 후 마치 접전이라도 치른 것 같이 경기를 끝냈다.
이번에도 역시 방어 위주로 플레이하며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지치게 만든 후 승리를 따냈다.
경기가 지루해서일까? 관중들을 보니 마치 나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중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별로 상관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연습하고 끝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물론 상당히 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상대방에겐…… 정말 아깝다고 생각되는 경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까?
내가 지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은 내 생명력의 10%도 깎이지 않았다는 걸…… 아마도 평생 모를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오늘의 마지막 경기인 64강 대결이었다.
상대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묘월’이라는 유저였다.
가볍게 256강과 128강 경기를 끝내고 먼저 64강 경기에 올라와 있던 묘월.
그는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우승권에 근접한 10명의 유저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저였다.
특히 직업 특성상 캐스팅 계열의 유저들을 잘 잡는다고 소문이 난 유저였다.
왠지 기대되는 상대 묘월.
그와의 64강 경기는 앞으로 10분 뒤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7경기장.
나와 묘월의 경기가 열릴 경기장이었다.
현재 나는 대기선에 서서 경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관중석은 꽉 차 있었고 관중들은 제각각 이번 경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 묘월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예선전에서 운으로 바더넬을 이겼을 것이라는 의견은 256강, 128강 경기를 거치며 거의 확신에 가깝게 변했다.
하지만…… 관중들과 달리 묘월은 요상한 표정으로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100m의 거리였지만 우리는 분명 서로의 표정까지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은 평평한 사각의 경기장.
이제 조금 있으면 이곳에 예상할 수 없는 한 지형이 생성될 것이다.
띠이!
경기 준비를 알리는 신호음.
난 천천히 웃으며 마법총서를 들고 있던 오른손을 가볍게 돌렸다.
10, 9, 8…….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강자와의 대결은 재미있었다. 특히…… 투기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곳이었다.
……2, 1, Start!!
번쩍!
대기선의 실드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지형이 한순간에 지형이 변해버렸다. 여기저기 커다란 나무가 튀어나오고 작은 개울까지 생겨났다.
전형적인 밀림지형.
순식간에 내 시야는 상당히 좁아졌다.
물론 내 시야와 나와 묘월의 시야만 이렇게 제약을 받는다.
지금 경기장 외곽에서 투명한 경계막에 막혀 나에겐 들리지 않는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관중들은 시야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바라본 투기장의 시설물들은 모든 것이 반투명했다. 관람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장애물들…… 심지어 투기장 플레이어가 은신스킬을 사용해도 관중들 눈에는 훤히 보였다.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는 모든 편의가 제공되는 상태.
이러니 투기장이 인기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관중은 관중일 뿐이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이 숲속 어딘가로 숨어든 묘월이었다.
난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눈에 보이는 거점 포인트를 확인하였다.
‘3개.’
중앙 부근에 한 개가 있었고 중앙 오른쪽에 하나 그리고 묘월이 대기하던 왼쪽에 한 개가 더 있었다.
‘거점을 버린다!’
거점 포인트의 위치를 봤을 때 굳이 거점을 먹기 위해 움직이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이럴 땐 차라리 거점을 버리는 것이 더 좋았다.
파팟!
난 빠르게 묘월이 먹을 것이라 예상되는 거점을 향해 움직였다.
어차피 은신 상태에서는 거점 공격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묘월의 은신 공격을 무시해서는 안 됐다.
그도 나처럼 거점을 버리고 나를 먼저 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
난 이동 중에 부적 몇 장을 꺼내 빠르게 천안부(千眼符)를 만들었다.
스으으으…….
조용했다.
묘월이 빠르게 자신의 거점 포인트로 만들 것이라 예상했던 지점은 의외로 조용했다.
촤악!
난 몇 장의 천안부를 허공에 뿌리며 혹시라도 모를 은신공격에 대비했다.
허공 이곳저곳에 뿌려져 사방을 감시하는 천안부.
하지만 묘월은 이곳에 없었다.
꽝!
‘이런! 처음부터 중앙을 노렸군!’
묘월은 애초에 여길 먹을 생각이 없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확실히 아직 투기장 경험이 많지 않았던 나는 거점 포인트 전략에서는 기존 투기장 랭커들보다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일단 묘월의 기습적인 중앙 선점 전략에 당한 나는 원래 묘월이 먹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거점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거점 포인트 1:1
하지만 묘월은 나보다 빠르게 중앙 거점을 먹고 중앙에서 가까이 있는 마지막 남은 거점을 이미 공격하고 있었다.
저것마저 내지면 거점 포인트 2:1의 상황이 될 것이니…… 막을 필요가 있었다.
난 몇 가지 주술을 묘월에게 뿌리며 마지막 기둥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묘월은 이미 나의 그런 움직임을 예측한 듯 기둥에서 물러나며 숲속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또 은신이라는 거냐?’
난 남아 있는 천안부를 묘월이 사라진 방향으로 뿌리며 양손에 각기 다른 수인을 맺었다.
촤악~!
빠르게 허공에 자리를 잡는 천안부.
하지만 이미 묘월은 천안부의 범위 안에서 벗어 난 것 같았다.
‘그렇다면!’
특급 투기장 플레이어인 묘월의 움직임을 천안부 몇 장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스팟!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역시 예상대로였다.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