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86화 (86/250)

086. 동대륙으로! ― 2

* * *

띠리릭!

명령과 함께 거실에 거대한 홀로그램 모니터 화면이 출력되었다.

“SO(Special One)에 새로 업데이트된 최신정보들을 출력해 봐.”

SO란 정액제로 운영되는 매우 특별한 하이퍼넷이었다.

덕분에 한 달에 한 번씩 꽤 큰 액수의 돈을 지불했지만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매우 특별한 ‘The One’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 간단히 말하자면 현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 길드 같은 곳이었다.

촤르르륵.

수많은 정보가 올라왔다.

이곳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고르고 고른 엄선된 정보들이었기 때문에 정확도나 희귀성이 최고 수준이었다.

난 순식간에 완성되어 나온 요리를 먹으며 천천히 정보들을 확인해 보았다.

여러 좋은 정보가 있었지만 그중 유독 내 눈길을 끄는 건 세 가지였다.

서대륙 [2번째 종족 퀘스트 클리어. 엘프 종족 봉인 해제]

동대륙 [천마무총(天魔武塚)의 대략적인 위치가 드러남. 고수들 대거 이동]

전체 [DH 소프트에서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벤트를 개최]

난 일단 첫 번째로 서대륙의 정보부터 살펴보았다.

서대륙 [2번째 종족 퀘스트 클리어. 엘프 종족 봉인 해제]

: 서대륙에 또 한 번의 큰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도 역시 정체를 밝히지 않은 그룹이 또 하나의 종족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도 역시 첫 번째 종족 퀘스트를 해결한 그룹이 이루어낸 성과라고 예상하는 중이다. 수많은 사람이 그 그룹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저번과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이들이 이토록 대단한 실력을 보인단 말인가? 여러 레이드 팀의 팀장……(중략)……. 어쨌든 본 사건으로 인해 서대륙의 인구 증가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엘프 종족은 기본 외모에서 무려 40%까지 성형이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열광하는 중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번 엘프 종족의 출현이 드워프 종족의 출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사건이라 말하며……(하략)…….

대충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 흐름이었다.

내 기억 속에도 8대 종족 중 사람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게 바로 엘프와 다크엘프였다.

이유?

당연히 한 가지뿐이었다. 외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마 당분간 엘프족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수많은 이가 환생 퀘스트에 매달리고 저레벨의 유저들은 아예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인간이란 종족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종족이었건만…… 사람들은 역시 단순했다.

첫 번째 정보를 살펴본 나는 그 정보가 출력되어 있던 창을 없애 버린 후 두 번째 정보를 내 앞으로 끌어왔다.

동대륙 [천마무총의 대략적인 위치가 드러남. 고수들 대거 이동]

: 드디어 그토록 소문만 무성하던 천마무총의 대략적인 위치가 드러났다. 대천산! 대천산 어느 깊은 골짜기에 천마무총으로 가는 입구가 있고…… 현재 그 입구를 열기 위해 동대륙 최고의 술법사들과 진법가들이 몰려들었다. 천마무총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소유한 건 동대륙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천룡맹. 하지만 이미 소문은 너무 많은 유저들에게 퍼져 버렸다. 천룡맹에서 아무리 입단속을 시켜도 이런 큰 정보는 결국 새어나가게 되어 있었다. 결국 천룡맹은 공식적으로 천마무총의 위치를 공개했다. 그들은 친절하게(?) 천마무총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설명까지 해주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레벨 300 이하는 진입을 허가할 수 없다는 단서까지 달았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유저가 마지못해 수긍하고 있지만 200레벨 후반대의 유저들은 단체로 그 결정에 반대의사를 표하려는 움직임이다. 그에 천룡맹의 맹주 천룡성검은……(중략)……. 현재 천룡맹이 밝힌 천마무총 개방 날짜는 이틀 후. 많은 유저들은 대천산 부근 마을에 모여 그 날짜를 기다리는 중이다. 재미있는 건 수많은 상급 유저가 모여들어서 그런가? 정체를 알 없는 한 유저가 대단한 물품들을 경매장에 쏟아내었다. 동대륙에선 구경하기 힘든 물건들! 그건 분명 서대륙에서 넘어온 물건들로 보였다. 아마도 몇 달 전 죽음의 숲을 뚫고 넘어온 유저들이 작정하고 벌인 짓 같아 보였다.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아주 큰 이득을 봤을 것이라 여겨진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입수된 정보에 의하면 동대륙의 대형 연맹(길드)들 역시 속속 대천산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그 연맹들의 자세한 정보는……(하략)…….

천마무총.

이것이 바로 내가 다시 동대륙을 찾아온 이유였다. 난 사실 마계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천마무총에 관한 건 완전히 포기했었다.

솔직히 좀 욕심이 나긴 했지만 시간상 도저히 천마무총 퀘스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난 천마무총 퀘스트에 아주 여유 있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천룡맹이라…….”

천마무총은 대충 동대륙의 대미궁이라 보면 되었다. 물론 둘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지만 그냥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그렇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난 천마무총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대미궁과 달리 천마무총은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한 번 정도 가볍게 들러본 기억은 어렴풋이 있었지만 제대로 사냥한 것이 아니라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았다.

결국 이번엔 나 역시 다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맨땅에서 헤엄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뭐…… 그래도 자신있으니까.”

난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지금의 나는 거의 걸어 다니는 일인(一人) 길드 수준이었다. 그 어떤 난관이 있다고 해도 헤쳐 나갈 자신이 있었다.

“자~ 다음은…….”

난 천마무총에 관한 정보창 역시 가볍게 없애 버리며 마지막 세 번째 정보창을 끌어왔다.

전체 [DH 소프트에서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벤트를 개최]

: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그토록 게임 내부의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DH 소프트가 대규모 이벤트를 열었다. 주로 저레벨 유저를 위한 이번 이벤트는 DH 소프트가 처음으로 여는 이벤트이다. 그뿐인가? 그동안 유저들의 수많은 건의에도 변함없던 몇몇 불편한 시스템이 빠르게 바뀔 것이라는 공지도 올라왔다. 비록 사소한 것들이지만 이런 변화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지금까지 무려 2년(현실 시간) 동안 유저의 말이라곤 전혀 신경도 쓰지 않던 DH 소프트가 왜 이런 변화를 보이는 건가? 많은 유저들이 수많은 추측을 쏟아내었지만 대부분의 결론은 DH 소프트도 결국 1억 유저의 원성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번 변화는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 이번 이벤트를 먼저 살펴보자면……(후략)…….

이벤트라고 해서 살펴봤는데 전부 낮은 레벨 또는 중간 정도의 레벨을 지닌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들이었다.

“쳇~ 내가 참여할 만한 이벤트는 없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 속에는 분명 이런 이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소해서 잊은 건가?

근데 내용을 살펴보면 나름 규모도 크고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기억 속에 없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왜 그런 것인지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흠, 내 기억력도 한계라는 게 있으니까.”

그저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였다.

탁.

난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식 시간은 끝났다. 이제 다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볼 시간이었다.

* * *

이틀이란 시간은 준비를 위한 시간이었다.

대미궁 때처럼 오랜 시간 차근차근 공을 들여 준비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준비는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단 차근차근 소모성 아이템을 사고 주기적으로 경매장을 검색해 쓸 만한 아이템을 찾았다.

동대륙에는 서대륙엔 없는 아이템들도 꽤 많았다.

예를 들자면 내상약이나 금창약? 부적? 이런 것들이었다.

금창약이나 내상약은 물약처럼 한 번에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효과는 없었지만 금창약은 외상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어 순식간에 치료를 가능하게 해주었고 내상약은 마력에 관련된 몸속 내부의 부상을 치료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뿐인가! 동대륙에만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부적은 한시적이지만 중요 능력치를 늘려주는 효과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 증가폭이 매우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쓸 만했다.

그밖에도 한 방에 허기를 채워주는 벽곡단-단, 맛은 보장하지 못함-과 야명주(서대륙의 라이트 스톤과 비슷한 종류의 구슬) 같은 것들이나 각종 버프 효과를 지니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차(茶) 같은 것도 동대륙의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각 대륙마다 특색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대륙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제일 좋은 건 두 대륙 모두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난 창고에 미리 넉넉하게 사놓았던 맥가이버의 물건들을 꺼내 충분히 가방에 채워놓고 동대륙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소모성 물건들 역시 가득 채워놓았다.

어차피 시간은 이틀이나 있었기 때문에 급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차근차근.

하지만 확실하게.

그렇게 난 준비를 끝내가고 있었다.

이틀 동안 경매장을 계속 검색한 끝에 난 쓸 만한 목걸이 하나와 팔찌 하나를 구했다.

온옥(溫玉)의 목걸이[레어(Rare)]<장신구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옥으로 만든 목걸이. 어떤 장인이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굉장히 훌륭한 솜씨가 느껴진다. 이 기운은 약간의 파사(破邪)의 힘도 지닌 느낌이다.

능력: 체력[30] 지능[30] 지혜[5] 매력[5]

세트효과: 없음

특이사항: 마(魔)에 대한 저항력을 5% 증가시킨다.

황금 팔찌[레어(Rare)]<장신구류>

황금으로 만들어진 비싸 보이는 팔찌. 번쩍번쩍거리는 것이 상당히 비싸 보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왠지 행운이 찾아올 것 같네요.

능력: 지능[20] 행운증가[아이템 드랍률 5%증가]

세트효과: 없음

특이사항: 없음

이 두 가지 물건을 제외한 다른 물건들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현저히 좋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밖에 몇 가지 스킬북(무공서적)을 구입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

어쨌든 이래저래 준비는 끝났다.

오늘은 천룡맹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는 날.

하지만 상위권의 유저들은 벌써 어디선가 정보를 구해 천마무총의 입구라고 알려진 계곡 부근에 집결해 있었다.

언뜻 수만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 이 계곡은 대천산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레벨이 낮은 이들은 아예 오지도 못했다(대천산은 상당한 고레벨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곳이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상급 유저라고 보면 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운무로 가로막혀 있는 계곡의 입구.

이미 성급한 몇 명의 유저가 그 운무 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게임 아웃되었다. 그 뒤론 아무도 운무 속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장보도를 지닌, 운무를 뚫고 천마무총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천룡맹의 공식발표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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