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동대륙으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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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최고의 모험가]
누가 감히 당신보다 더 뛰어난 모험가라고 말하겠는가? 모험의 끝을 보길 갈망하는 자! 죽음의 위기를 수없이 넘긴 자!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낸 자! 그대에게 이 영광의 칭호를 바친다.
스킬: 지역 검색(S급)[반경 20m 안에 존재하는 모든 특별한 것들을 찾아낸다.(재사용 대기시간: 4시간)]
능력치: 행운 대폭 증가[아이템 드랍 확률 20% 상승]
특수효과: 없음
등급: S급
타이틀 멈추지 않는 바람의 영웅(S급)
세계수 이그니아로부터 바람의 힘을 이어받은 자. 그대의 힘으로 세계에 다시 바람의 종족이 나타났다. 앞으로 바람의 종족은 그대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낼 것이다. 그대의 앞에 수많은 역경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대를 막을 수는 없다! 그대는 바람이다! 모든 것을 꿰뚫는 강한 바람이다!
스킬: 바람의 이동(AA급)[자신이 지정한 3개의 좌표로 이동할 수 있다. 단, 전투 중에는 불가능하고 동, 서대륙을 넘나들 수는 없다. 현재 지정된 좌표<없음/없음/없음> (재사용 대기시간: 2시간)]
능력치: 속성 친화력 풍(風)+10
특수효과: 없음
등급: S급
영웅의 권능(바람의 영웅)
영웅에게는 의무와 함께 권능이 주어진다. 이 권능은 당신에게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때론 당신을 구속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수많은 역경을 뚫고 대미궁의 시험에 통과했다. 모든 것을 꿰뚫는 불굴의 정신. 그 정신이야말로 한 줄기의 바람을 닮았다.
숙련도: 없음
효과: 속성 친화력, 풍(風)+50
특이사항: 극도로 정신을 집중할 경우 속성 친화력[風]이 100% 상승할 수도 있다. 영웅의 길을 포기할 경우 몸속 깊은 곳에 새겨진 광풍의 각인(刻印)이 몸을 전체를 뒤틀어 버려 상당히 큰 영구적인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등급: 없음
첫 번째 종족퀘스트를 깨고 받았던 보상과 비슷하면서 약간 달랐다. 특히 ‘멈추지 않는 바람의 영웅’ 타이틀의 스킬효과가 내 눈길을 끌었다.
동대륙과 서대륙을 넘나들 수 없는 건 살짝 아쉬웠지만 어떻게 쓰냐에 따라 아주 유용한 스킬이 될 것 같았다.
‘최고의 모험가’ 타이틀의 스킬인 지역 검색은 아직 그 효능이 어떤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저런 종류의 스킬은 몇 번 써보고 익숙해져야 어떤 효능을 지닌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단 대충 정리가 끝났군.”
힘들었던 모험도 끝나고 보상도 전부 받았다. 이제 더 이상 대미궁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어디로 나가야 하나?”
난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밖으로 나가는 통로 같은 것을 찾았다.
방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난 금방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다.
정확히는 길이 아니라 워프 포탈을 찾았다.
“이걸 이용해 나가는 건가?”
띠링, 고대의 최상급 워프 포탈을 찾았습니다. 이 워프 포탈은 고대의 위대한 지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어 포탈 에너지가 거의 떨어졌습니다. 단 한 번의 이동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포탈에 올라가 자신이 한 번이라도 가봤던 지역을 상상하면 그곳으로 이동됩니다.
천서(天書)에 새로운 지식이 기록되며 워프 포탈의 사용법을 알 수 있었다.
“호오! 어디라도 가능하다는 건가?”
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고대의 위대한 지식이 대단하기 대단한 것 같았다. 어디라도 이동이 가능한 포탈이라니…… 가만! 이거!!
난 갑자기 머릿속이 반짝이며 굉장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기회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기회를 찾았다.
다른 이들이라면 그냥 단순하게 서대륙의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만으로 만족했겠지만 난 다르다.
난 서대륙에서만 게임을 즐긴 평범한 유저가 아니었다.
동대륙…… 전부는 아닐지라도 동대륙의 이곳저곳을 가본 나였다.
“……내가 가봤던 곳 중 가장 ‘그곳’과 가장 가까운 지역은…….”
난 가만히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 나는 드디어 내가 이동할 한 장소를 선택했다.
“아직 늦지는 않았겠지?”
솔직히 시간은 살짝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곳’이라면 약간 늦었더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었다.
“가자!”
워프 포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머릿속에 내가 갈 장소를 떠올렸다.
[동대륙 좌표 43,798 // 56,546로 이동합니다. 맞습니까? Y/N]
“OK!”
난 가볍게 ‘Y’를 두들겼다.
번쩍!
하얀빛이 나를 감싸며 난 드디어 아주 지긋지긋했던 대미궁에서 빠져나왔다.
* * *
동대륙 대천산 근처 마을.
지이잉!
“어어!”
쿵!
워프 스킬 특성상 포탈에서 포탈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간의 합성을 막기 위해 살짝(?) 허공에 워프된다는 것을 깜박했었다.
“크으!”
미리 준비했다면 가볍게 착지했을 만한 높이(5m)였건만 방심을 하고 있다가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갑자기 허공에서 떨어진 나를 잠시 쳐다보았지만 그저 마을 건물 지붕에서 떨어진 사람이거니 하고 이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흐음~ 오랜만이군.”
정말 오랜만이었다.
서대륙으로 넘어가고 현실 시간으로는 거의 10개월…… 게임 시간으로는 2년하고도 6개월 만에 다시 동대륙으로 넘어왔다.
사실 현재 동대륙은 서대륙에 비한다면 많이 발전이 된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유저 수가 대략 1:1.5 정도였기 때문에-내가 드워프 종족을 봉인에서 풀고 이번에 엘프 종족마저 봉인에서 풀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 비율은 더욱 벌어질지도 몰랐다-동대륙보단 서대륙이 발전한 게 사실이었다.
물론 얼마 전 동대륙에도 서대륙의 종족퀘스트와 비슷한 문파퀘스트를 어떤 그룹이 해결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문파가 신비 8문파 중 하나인 무당검문(武當劍門)이었다.
서대륙에 새로운 종족이 있다면…… 동대륙엔 새로운 문파가 있었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하면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었다.
다만…… 사람들은 눈으로 보여지는 것에 크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어서 외모가 직접적으로 변하는 종족의 변화를 더욱 선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 시간이 흘러 두 대륙의 왕래가 활발해지면 신 종족으로 동대륙으로 넘어와 신비문파 중 하나에 가입해 활동하는 사람도 생겨나겠지만 그때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뭐 그래도 워낙 총 유저 수가 많으니…… 상관없겠지.”
사실이었다.
동대륙은 서대륙에 비해서 발전이 덜 된 것이지 객관적으로 봤을 땐 전혀 꿀릴 것이 없었다.
단적으로 동대륙과 서대륙을 나누어 각기 다른 게임이라고 친다고 해도 결국 게임 순위 1등은 서대륙 2등은 동대륙 이렇게 될 것이다.
이미 전 세계 게임은 ‘The One’으로 통일되었다. 오죽했으면 ‘전 세계 게임이 하나(One)가 되다!’는 말이 등장했겠는가!
각각의 대륙을 따로 나눈다고 해도 웬만한 국가의 인구수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One’.
그렇기에 대천산 근처의 시골 마을에도 수많은 유저가 활동…… 음?! 이건 좀 많았다.
북적북적.
수많은 유저.
이곳이 대천산 근처의 한 시골마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좀 과하게 많은 유저 숫자였다.
‘역시…… 몰려든 건가?’
유저들이 이 마을에 이렇게 몰려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다행히도 아직 ‘그곳’이 완전하게 열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늦지 않았어.”
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그곳’은 내가 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일단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하면 되는 것이었다.
난 일단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가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여러 가지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일단 보관해야 할 것은 창고에 넣어두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일정량의 금액을 내면 창고는 동대륙에서도 공유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일정량의 금액이 좀 많긴 했지만(1,000골드) 그래도 어차피 앞으로 계속 공유해야 했기에 그 정도 금액은 아낄 필요가 없었다.
대충 보관할 아이템을 전부 창고에 넣은 나는 곧장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현재 아주 많은 수의 동대륙 상위 유저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그렇다는 건…… 아주 훌륭한 고객들이 넘친다는 얘기.
내가 대미궁과 마계를 전전하며 고르고 골라 가방에 담아온 아이템들은 그들의 소비 본능을 자극할 것이다.
사실 이게 보통 아이템인가?
동대륙에선 구경하기 힘든 서대륙의 아이템들이었다. 물론 서대륙의 아이템이라고 해서 동대륙의 아이템과 완전히 다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차이는 있었다.
기본적인 베이스 자체가 동대륙은 무협의 세계였고 서대륙은 중세 유럽의 세계였기 때문에 차이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난 상급의 서대륙 아이템을 대거 경매장에 풀었다.
물론 내 아이템들끼리 경쟁이 겹치게 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겹치지 않는 방향에서 여러 종류의 아이템을 등록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곧장 드러났다.
갑자기 치솟는 경매 열기!
상위권 유저들이라 그런지 돈도 많았다. 서대륙에서 팔았다면 100골드 정도밖에 못 받을 것 같은 한 손 검이 여기선 무려 500골드까지 치솟았다.
치솟는 가격을 보고 난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물론 몇몇 물품은 서대륙보다 더 못한 가격을 기록했다. 무협의 세계라는 동대륙이어서 그런가? 무기 계열은 굉장히 인기가 있었는데 방어구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난 과감히 방어구를 모두 경매 취소해 버리고 오로지 무기 종류의 아이템과 몇 개의 스킬북들만 올려놓았다.
어차피 방어구는 서대륙으로 다시 넘어가서 팔면 된다. 난 방어구를 대충 창고에 전부 넣어두고 계속 경매를 지켜보았다.
경매의 열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고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정말 많은 유저들이 경매에 참여했다.
덕분에 난 큰 이익을 남겼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는 건 몇몇 소수의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회가 왔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난 절대 그 대부분의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회가 왔다면, 당연히 힘껏 움켜잡는 게 내 원칙이었다.
대부분의 아이템을 정리하고 큰 이득을 남긴 난 재빨리 게임을 종료했다.
원래는 동대륙에 도착해서 곧장 로그아웃할 생각이었는데 정리를 하고 경매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늦어졌다.
어지간하면 휴식 시간은 철저히 지키는 나였지만 계속해서 올라가는 경매 금액을 보다 보니 그 시간을 지킬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난 생각했던 것보다 몇 시간 늦게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늦은 밤이었기에 난 일단 가볍게 잠을 청했다. 수면 부족은 결국 컨디션 난조를 불러오는 법. 일단 잠은 조금이라도 자두는 것이 좋았다.
몇 시간 후. 잠깐의 수면을 끝낸 난 잠에서 깨어났다. 원래 잠이 없었고 요즘은 더욱 조금씩 나누어 자는 것이 습관이 들어 절대 한 번에 오래 잠을 자지 않았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난 가볍게 허기가 느껴졌다.
이럴 땐 자동 요리기계로 요리를 해 먹는 게 제일 좋았다. 난 그렇게 기계를 작동시킨 후 거실로 나갔다.
“신, 거실에 메인모니터 출력해.”
난 집에 설치된 최신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게임에서의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