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진정한 승리 ― 2
* * *
스킬 영웅의 포효!!
“으아아아!!”
난 정말로 마지막 남은 한 수를 꺼내 들었다.
우드득!
한 시적이었지만 내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며 아예 고갈되었던 마력이 조금이나마 생겨났다.
그리고 난 그 마력을 이용해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스킬융합 테이밍스킬 길들이기+마수조련스킬 제압하기+상급주술 현혹(眩惑)
영혼계약(靈魂契約)!!
번쩍!
내 두 눈동자가 강하게 빛나며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길들이기 스킬이 발동되었다.
물론 성공 가능성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보스급 몬스터에게 이 스킬이 먹혀들지 그것조차 알지 못했다.
아니, 먹혀든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길들이기 스킬은 내 정신력으로 대상의 정신력을 압도하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보스몬스터의 황당한 능력치를 감안하면 나에게 제압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이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것이 비록 극히 낮은 가능성을 지닌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몸부림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해야 했다.
그게 내 스타일이었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번쩍!
일단 기술을 발동되었다. 다행인 건 놈이 길들이기 기술에 면역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이제부턴 몸과 몸의 대결이 아닌 정신과 정신의 대결이었다.
솨아아아!
난 더욱 정신을 집중해 곧장 놈에게 내달렸다.
하얀 공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에 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 놈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놈의 모습은 밖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인간과 유사한…… 하지만 조금 다른 형태의 몸을 지닌 놈. 물론 투명한 그림자와 같은 몸을 지닌 건 밖에서와 똑같았지만 그 형태는 완전히 달랐다.
[……이건 뭔가?]
놈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냥 내가 힘으로 대상의 정신을 제압하고 굴복시킨 후 나에게 종속시키는 것이 순서였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딱 보기에도 이곳에서의 놈은 내 힘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너와 나의 정신이 이어진 공간. 난 너를 이곳에서 제압할 생각이다.”
난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어차피 이게 마지막 한 수였기 때문에 미련 같은 건 없었다.
[호오…… 신기하군.]
놈은 정말 다른 존재들하고는 달랐다. 단순히 보스급 몬스터여서 이런 걸까? 난 일단 놈의 반응을 살피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럼 이곳에서 내가 너에게 제압당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에게 제압당한 순간 넌 나에게 종속되어 나의 명령을 받게 된다.”
이것 역시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 말은 내가 너에게 종속된단 말인가?]
“그렇다.”
[흐음…… 마음에 안 드는군.]
놈은 고개를 절래 흔들며 중얼거렸다.
“가끔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결정된 건 아니었다. 어차피 마지막 승부수였기 때문에 난 기필코 놈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놈은 말을 많이 했다. 인공지능이 뛰어난 건 알겠지만 이렇게 몬스터와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정말 지금까지 만났던 몬스터들과는 많이 다른 존재였다.
어쩌면 이게 나에게 기회를 줄지도 몰랐다.
난 놈의 대화에 집중하며…… 놈을 한 번에 낚을 뭔가를 열심히 찾았다.
“뭐지?”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너에게 종속된다면 혹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있나?]
놈은 황당한 질문을 했다.
마치 내가 너에게 종속되어 준다면 넌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제대로 길을 찾으면 놈을 확실히 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길…… 그 길을 찾아야 했다.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분명 놈은 보통의 몬스터와 다르다. 그리고 놈은 뭔가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난 그것을 생각해 보았다.
잠깐의 생각…… 하지만 난 이 생각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길을 찾았다.
“……사소한 것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명히 얻을 수 있는 게 하나있긴 하다.”
[그게 뭐지?]
놈은 상당히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자유.”
[자유?]
놈은 자유란 단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알고 있는 자유란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 그런 자유가 너에게 종속되면 찾아온다고? 그건 궤변이다.]
내가 한 마리의 몬스터와 이 정도 수준의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어쨌든 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야 했다. 분명 놈은 자유란 말에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뜻…… 난 놈을 계속해서 몰아갔다.
“궤변이라면 궤변이겠지만…… 적어도 이 마계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 아니…… 어쩌면 넌 마계도 아닌 이 마령의 숲이 세상의 전부인지도 모르겠군. 넌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있나? 한정된 공간에서의 무한한 자유보다는 아닌 한정되지 않은 공간에서의 제한된 자유가 더 좋을 것 같은데?”
[크흠!!!]
“제한된 공간에서 마음껏 활보하는 것과 무한한 공간에서 제한되게 활동하는 것…… 둘 중 뭐가 더 자유에 가까울까?”
[나…… 난…….]
걸려들었다.
놈이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결국 NPC의 한 종류. NPC는 이렇게 한 번 분위기에 휩쓸리면 제대로 대화의 주도권을 찾아가지 못했다.
“이름이 없다고 했던가? 난 너에게 이름도 선물할 수 있다. ‘칠흑의 마수’ 잘 선택해라. 넌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
최후의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놈은 결국 내가 던진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난 자유를 원한다!!]
띠링, 숨겨져 있던 여러 조건이 충족되며 SS급 특수 보스몬스터 ‘칠흑의 마수’의 인공지능 락(Lock)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고대의 비밀 중 하나인 ‘칠흑의 주인(S급)’이 되었습니다.
띠링, 이제부터 당신은 고대의 비밀들을 하나씩 밝힐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고대에 존재했던 신비한 힘에 대한 비밀. 그 비밀을 찾는 길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고대의 비밀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십시오. 그 비밀 속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띠링, 정보창에 ‘고대의 비밀’이라는 목록이 추가됩니다.
[고대의 비밀: ]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길들이기에 관련된 스킬들의 숙련도가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
갑자기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 소리에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 난 결국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 같은 존재였어. 자유…… 넌 정말로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나?]
놈이 나에게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정신을 다시 집중했다. 여기까지 진행해 놓고 실수를 한다면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렇다. 난 너에게 이름을 주고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경험하게 해주겠다. 그게 내가 너에게 주는 자유다!”
[자유!!! 좋다. 난 그 자유를 선택하겠다.]
띠링, ‘칠흑의 마수’가 당신과 종속의 계약을 맺기를 희망합니다. 계약을 진행하시겠습니까? (Y/N)
난 당연히 ‘Y’를 선택했다.
띠링,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칠흑의 마수’의 이름을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묵(墨)! 묵으로 하겠다.”
띠링, 묵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묵! 그것이 나의 이름인가? 고맙다, 주인이여…….]
놈이 나에게 종속되며 놈과 나를 잇던 정신의 끈이 끊어졌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
나는 내 눈앞에 존재하는 거대한 놈의 몸에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놈의 몸과 영혼이 나에게 귀속되는 과정이었다.
[내 이름은 묵. 언제라도 나를 불러라…….]
놈은 이렇게 나에게 종속되었다.
다소 정신이 없었지만 내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성공했다. 그냥 성공한 것이 아니라 대성공이었다.
띠링, ‘칠흑의 마수’를 제압한 당신은 이제 진정한 숲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모든 숲의 모든 마수가 진정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귀속된 마수들의 충성도가 한계 수치까지 상승합니다]
띠링, ‘마령의 지배자’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띠링, 당신은 당신의 염원을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군림의 길…… 그것이야말로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너무나 훌륭하게 모든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런 당신의 업적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숨겨져 있던 조건을 만족시키며 추가보상을 끌어냈습니다]
띠링, 이제 시련은 끝났습니다. 당신이 겪었던 모든 것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전이’의 효과가 완벽하게 닿지 않은 세계…… 당신은 ‘전이’의 절대 법칙에 의해 다시 본래의 세계로 복귀해야 합니다.
번쩍!
다시 하얀빛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다시 하얀빛이 사라졌을 땐 이미 난 더 이상 마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미궁.
드디어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