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 진정한 승리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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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멘탈 블레이드[엘리트(Elite) 세트(Set) 44: 000.44]<특수도검류>
: 먼 옛날 드래곤들과 거인들을 학살한 한 검사(劍士)의 검. 검에서 풍기는 신비로운 기운들은 이 검이 평범한 양손검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생김새와 구조가 매우 특이해 뭔가 상당히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능력: 내구도[무한] 공격력[+60%] // 마력[+40%]
세트효과: 화염속성 공격력, 저항력+5% // 화염속성친화력+5 // 풍속성 공격력, 저항력+5% // 풍속성친화력+5
특이사항: 화염의 검 ‘플레임’을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음. 바람의 검 ‘윈드’를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별추가사항: 유저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템,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숙련치가 쌓여 숙련치가 100이 될 경우 등급이 올라감(숙련치는 다시 0으로 초기화). 최대 레전드 급까지 성장할 수 있음.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능력이 증가하거나 추가될 수 있음.
요구사항: 선택받은 크로노스의 영웅
엘레멘탈 블레이드의 비밀을 이제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놀랍게도 엘레멘탈 블레이드는 한 개의 검이 아닌 네 개의 검이었다.
그리고 그 검들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진 게 엘레멘탈 블레이드인 것 같았다.
아직은 전부 활성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물, 바람, 불, 땅 이렇게 네 개의 속성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재미있는 건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던 엘레멘탈 블레이드는 진짜 그냥 좋은 대검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단계 성장한 엘레멘탈 블레이드는 그냥 좋은 대검이 아닌 아주 특수하고 특별한 대검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플레임!”
내가 외치자마자 엘레멘탈 블레이드의 중앙부분이 분리되며 붉은색 검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화르륵!
이것이 바로 플레임.
“윈드!”
이번에는 엘레멘탈 블레이드의 오른쪽 검날 부분이 분리되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휘이잉!
이것이 바로 윈드.
놀랍게도 두 개의 검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일종의 에고(Ego) 소드였다.
물론 진짜 에고 소드들처럼 검 안에 영혼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의지를 느끼고 의지가 명하는 대로 움직일 수는 있었다.
내 의지로 검을 조종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 두 개의 검으로 내가 알고 있는 두 가지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몇 배가 되었다.
스킬조합 원소마법 윈드 블레이드(Wind Blade)+중급주술 폭풍의 인(暴風刃)
휘리리링!
내 머리 위에 떠있는 ‘윈드’의 주변으로 강력한 바람의 힘이 뭉치기 시작했다.
연계발동!! 오행신검 비기(秘技) 신검합일(身劍合一).
난 온 정신을 집중해 오행신검의 비기를 연계발동시켰다.
하지만 내 정신은 오로지 여기에만 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난 지존신공을 통해 분심공을 극대화시키며 또 다른 나의 검 ‘플레임’에도 정신을 집중시켰다.
스킬조합 화염마법 플레임소드(Flame Sword)+중급주슬 염화의 인(炎火刃)
화르르륵!
‘플레임’ 주변에 갑작스런 발화가 일어나며 강력한 화염이 검을 감쌌다.
연계발동!! 오행신검 비기(秘技) 신검합일(身劍合一).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해 연계발동을 끌어냈다.
두 개의 스킬을 동시에 연계발동시키는 것…… 사실 조금 미친 짓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사용하려는 기술은 오행신검의 최종비기였다.
이것을 완성하기 위해선 완벽한 정신집중을 통한 추가 연계발동을 끌어내야 했다.
그런데 난 그러한 기술을 동시에 두 개를 펼쳤다.
이것은 머릿속에서는 정리를 끝낸 기술이었지만 실제로 사용하거나 연습해 본 적은 없는 기술이었다.
화검과 풍검의 조화.
그 두 개의 절대비기를 하나로 합쳐 아주 특별한 무공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아무리 지존신공과 분심공이 사기에 가까운 무공들이라지만 난 상당한 무리를 하고 있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것만으로 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도박에 가까운 무리수. 붉게 충혈된 두 눈을 보아도 지금 내가 얼마나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꼭 성공시킨다!’
어차피 놈은 무리를 하지 못하면 꺾을 수 없었다. 때론 승부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것도 필요했다.
바로 지금이 그때였다.
모든 정신을 두 개의 검으로 집중시켰다.
덕분에 흑랑과 이어져 있던 의념의 끈마저도 끊기려고 했지만 어차피 흑랑은 나의 지배력이 사라져도 한동안은 내가 내린 명령을 토대로 계속해서 놈을 공격할 것이다.
중요한 건 플레임과 윈드.
이 두 개의 검이었다.
띠링! 완벽한 정신 집중을 통해 추가 연계발동이 가능합니다. 추가 연계발동으로 활성화된 기술은 +30%의 데미지 상승효과를 얻습니다.
먼저 반응이 온 건 플레임 쪽이었다.
화염친화력이 높은 나였기 때문일까? 의외로 플레임 쪽은 쉽게 추가 연계발동을 끌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난 또 하나의 검…… 윈드에서도 추가 연계발동을 끌어내야 했다.
불의 검(火劒)은 완성되었다.
남은 것은 이제 바람의 검[風劒]뿐이었다.
‘조금만 더!’
머릿속에 점점 실체화되어 가는 바람의 검.
모든 것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강력한 바람의 힘이 한 점으로 압축되어 갔다.
‘이제 마무리…….’
이제 그 압축된 검을 완벽하게 구현하면 추가 연계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크어엉!]
쾅!
무한결계와 흑랑의 총공세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건만 놈은 놀랍게도 그 둘을 무시하고 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격을 시도했다.
놈의 앞발은 땅바닥을 강하게 찍었고 그 충격파는 정확히 나를 향해 돌진했다.
콰과과광!
“젠장!”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단 몇 초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내가 먼저 공격을 했을 텐데…… 몇 초의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정작 난 아쉬워할 시간마저 없었다.
놈의 반격을 이대로 맞았다간 정말 이대로 게임 아웃 될 수도 있었다.
완성! 오행신검 최종비기(最終秘技) 화검(火劒)!!
난 급한 대로 먼저 완성 시킨 화검을 펼쳐 냈다.
화르르르륵!
허공을 가르는 한 줄기 화염.
하지만 덕분에 난 풍검을 완성시키지는 못했다.
띠링, 마력을 무리하게 사용하셨습니다. 기술이 취소되며 반작용으로 인하여 큰 충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컥!”
내 몸 내부에서 마력이 마구 충돌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우려했던 안 좋은 결과였다.
띠링,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습니다. 몸속에서 마력의 충돌이 일어나며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었습니다. 또한 마력의 고갈과 함께 생명력도 크게 손상을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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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주르륵.
입가로 하얀빛 가루가 흘러나왔다. 너무나 큰 타격. 특히나 풍검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화검을 먼저 무리하게 발동시켰기 때문에 그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쨍그랑
엘레멘탈 블레이드와 풍검이 힘을 잃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플레임은 놈이 날린 충격파와 충돌했다.
꽈광!
그나마 화검은 완벽하게 완성했기 때문에 플레임은 충격파를 뚫고 놈에게 곧장 날아갔다.
쾅! 콰과과과과광!
폭발.
오행신검의 최종비기답게 대단한 폭발을 일으키며 놈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 폭발을 바라보았다.
내 계산이 정확하다면…… 아쉽게도 화검만으로는 놈을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다.
화검과 풍검을 조화시켜 새로운 무공을 만들었어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화검만으로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화르르륵~
내 예상대로 폭발의 여파가 사라지자 아직도 그곳엔 검은 그림자가 그대로 서 있었다.
놈의 옆구리에 꽂혀 있는 플레임.
분명 놈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준 건 확실했지만 놈을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흑랑도 역소환되었다.
의념의 끈도 끊겼고 마력마저 고갈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승부는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
놈은 아직 살아 있었고 나를 쓰러뜨릴 충분한 힘마저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난 비록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놈을 상대할 힘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크르릉.]
놈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이미 놈도 내가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끝인가?’
나도 마지막을 생각했다.
패배, 그리고 죽음.
솔직히 두렵지는 않았다. 난 지금까지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위험한 도전을 해왔기 때문에 언젠간 이런 순간이 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비록 마력이 고갈되고 체력도 30%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는 싫었다.
난 아직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강력한 의지가 흘러나왔다.
“……네가 이겼다고?”
난 슬쩍 웃었다.
그리고 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놈의 눈빛과 내 눈빛이 똑바로 교차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