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74화 (74/250)

074. 계약

* * *

“헉헉!”

많이 지친다.

솔직히 이건 정말 예상을 빗나가도 너무나 빗나갔다.

상대적인 차이인 건가? 레벨의 차이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했는데 미래에 내가 느낀 81층과 지금의 81층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정말 이상할 정도였다.

마치 미래에 대한 기억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뭐가 잘못된 걸까?’

준비를 충분히 하고 충분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처음부터 막혀 버렸다.

81층에 진입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82층으로 가는 입구 근처에도 못 가고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함정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강력하고 더 많은 정예 몬스터들. 덕분에 난 단 한 마리의 정예 몬스터와 싸우며 온갖 고생을 다 했다.

정말 모든 기술과 아이템을 사용하며 간신히 이겼지만 덕분에 난 거의 탈진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대미궁 공략을 할 수 없다. 계획을…… 수정해야 해.”

무엇이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대로 내가 생각했던 계획을 계속 밀어붙이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전면 수정이 필요했다.

지금까지의 계획은 모두 버리고 전혀 새롭고 공략 가능성이 높은 계획, 그것을 위해 난 잠시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정말 어리석었어. 이곳이야말로 진짜 지옥인데…… 우리가 너무 일찍 지옥이란 말을 사용한 것 같네.”

스피카는 자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후우, 벌써 세 명이나 죽은 건가요? 도대체…… 여긴 공략하라고 만들어놓은 곳인가요?”

프로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들은 대미궁의 난이도에 절망했다.

힘들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현실은 그 생각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내가 전에 90층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던가? 지금 다시 말할게. 81층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마지막 층이 될 것 같다.”

스피카는 냉정하다 못해 굉장히 비관적인 예측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미궁의 81층은 지금까지의 모든 층을 합친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기에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요.”

프로이드는 스피카와 조금 달랐다.

그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포기할 줄 모르는 이였다.

“일단 조금 쉬겠습니다. 그리고 전 잠시 생각 좀 정리할게요.”

프로이드는 일단 더 이상 무리를 하기보다는 좀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날 때까지 쉬는 것을 선택했다.

한 사람과 한 팀의 좌절.

그리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 * *

“휴우∼ 썰렁하군요. 그나저나 이런 서비스는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이용하는 건 처음이네요.”

나는 생각보다 넓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 얼마 전에 이용할 일이 있어서 빌려놓았던 곳인데…… 아직 이용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냥 사용하는 겁니다. 불편하시다면 다른 방법으로 얘길 할까요?”

회의실에 나와 단둘이 앉아 있는 남자.

그의 첫인상은 역시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뭐…… 이 모습도 결국 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라 상관없고…… 굳이 편한 곳을 놔두고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이곳은 가상의 공간.

당연히 그와 나는 둘 다 가상의 이미지로 분신을 만들어 이곳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네, 그럼…… 서로 시간이 많은 게 아니니 쓸데없는 말들은 모두 생략하고 바로 본론만 얘기하죠. 귓속말로 저에게 하셨던 말씀, 그게 사실입니까?”

확실히 그 전능자라 불렸던 프로이드다운 말투였다.

“물론, 모두 사실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흐음, 하지만 전 지금 이미르 님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미르 님은 혹시 저에게 그 말이 진짜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실 수 있나요?”

나는 신이라는 이름 대신 이미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클레타와 마가레타가 아주 정성껏 만들어준 가명인 만큼 쓸 수 있을 때 유용하게 써줄 필요가 있었다.

“증명이라……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그냥, 작은 믿음이라도 줄 수 있는 것이면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전 정말로 이미르의 말이 진실이기를 빌고 있는 사람입니다.”

예상대로 헬 레이드 팀도 81층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제가 혼자 81층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는 믿음이 안 가는 겁니까?”

“……솔직히 그 부분은 믿음보다는 경악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신 지는 모르겠지만…… 뭐, 제가 물어본다고 대답해주실 일은 절대 없겠죠? 어쨌든 분명 그 부분은 놀랄 만한 것이지만 전 그것은 이미 지나온 것들을 증명할 뿐입니다. 이미르 님이 저에게 말씀하신 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입니다.”

프로이드는 확고한 기준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상위 레이드 팀의 팀장이라면 이 정도의 깐깐함은 당연한 것일지 몰랐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81층, 지금 크게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81층을 앞으로 하루 안에 공략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저 역시 최전방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 하루가 지나고도 저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그때 없었던 얘기로 하자고 해도 아무런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음……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자신감이라기보다는 확실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제안입니다.”

혼자서는 99층까지 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 그래서 난 헬 레이드 팀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모든 계획을 수정했다.

그리고 프로이드에게 접근해 역시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그에게 아주 훌륭한 먹잇감을 던져주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쪽의 조건을 듣지 못했네요. 우리를 그냥 도와주시는 건 아닐 테고,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내가 말하기 전에 프로이드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확실히 그는 계산이 정확한 남자였다.

“특별한 조건은 없습니다. 저 역시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혼자 공략하는 건 81층부터 불가능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헬 레이드 팀의 힘을 조금 빌리려는 것뿐입니다. 뭐, 거기에 딱 한 가지 조건만 붙이자면…… 전 꼭 99층에 가고 싶습니다. 그걸 좀 도와달라는 것뿐이죠.”

“99층? 당신은 우리들이 99층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겁니까?”

프로이드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죠. 어쨌든 제 목표는 99층에 가는 겁니다.”

“……당신은 저보다 더 위험한 도전을 즐기시는군요.”

“하하, 그런가요? 뭐, 이미 전 오래전부터 외줄을 타는 것 같은 도전을 즐겨왔던지라…….”

웃으며 대답했지만 사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대미궁 역시 그 위기 중 하나일 뿐이었다.

프로이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다. 나는 꼭 99층에 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동안 굳이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즐기지 않던 내가 헬 레이드 팀과 연합하는 무리수까지 둔 것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의 말대로 81층의 공략을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꼭 당신이 99층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이드는 결정을 내렸다.

나와 헬 레이드 팀과의 계약.

그 계약은 그렇게 성립되었다.

1+1은 2가 맞다.

하지만 그건 수학에서나 쓰이는 공식일 뿐이었다.

나와 헬 레이드 팀과의 만남은 단순히 하나와 하나가 합쳐진 게 아니었다.

헬 레이드 팀은 확실히 최상급 레이드 팀답게 한 명 한 명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구보다 높은 대미궁 던전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능력 또한 헬 공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지금은 굳이 내 능력을 발휘하기보단 공대의 공략을 돕는 조언가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차근차근 81층의 공략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약속한 대로 하루 만에 82층으로 가는 입구 앞에 도착하게 해주었다.

프로이드는 당연히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며 계약이 완벽하게 성립되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헬 레이드 팀과 나의 호흡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프로이드와 내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하는 게 옳았지만 어차피 헬 레이드 팀은 프로이드라는 한 명의 보스(Boss) 체제로 움직이는 팀이었기에 상관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쉽게 공략을 해나가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나와 헬 레이드 팀의 팀원들이 힘을 합쳤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굉장한 난이도를 지닌 대미궁 최하층 구간이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한층 한 층을 공략해 나갔다.

하루하루가, 매시간, 매초가 힘든 시간이지만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단순히 게임뿐인데 뭘 그리 죽자 살자 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ONE’을 조금이라도 즐겨봤다면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인생.

그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나와 헬 레이드 팀의 팀원들은 그렇게 또 하나의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

* * *

“그 복면, 안 답답하세요?”

나는 주로 프로이드와 얘기하지만 가끔은 스피카와도 얘기를 했었다.

헬 레이드 팀원들 사이에서 난 ‘대미궁의 유령’이라고 불린다.

뭐, 사실은 유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NPC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니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존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난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내가 할 말만 했다.

어쩌면 그래서 NPC라는 오해를 받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가 딱 좋았다.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는 내 입장에선 더 이상 친해지는 건 무리였다.

“후우∼ 이래저래 벌써 97층이군요.”

스피카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나와 헬 레이드 팀이 연합한 지 대략 22일(게임 시간) 정도가 흘렀다.

우린 최대한 빠르게 각 층을 뚫으며 내려왔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22일이나 지났다.

사실 대미궁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원이나 물자의 충원이 불가능한 상황. 그렇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공략은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 남은 인원은 헬 레이드 팀원 51명과 나.

총 52명이었다.

중간중간 팀원이 희생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희생을 전혀 하지 않고 공략하는 건 불가능했다.

덕분에 97층의 막바지 공략을 하고 있는 지금 아주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고 있었다.

“네, 이제 이벤트도 3일(게임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군요.”

정말 마지막이었다.

사실 나 역시 어쩌면 99층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98층이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써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 3일이 남았다.

3일. 그 안에 난 기필코 98층의 마지막까지 뚫어볼 생각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죠.”

난 프로이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 말을 흉내 내 말하며 짧은 휴식을 끝내고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정말 끝까지 쉬지 않고 몰아쳐 볼 생각이었다.

이벤트 기간에만 존재했던 것인가?

아니면 원래 존재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기억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프로이드와 함께 다소 무리를 하면서까지 98층의 끝을 향해 몰아붙였다.

그 결과 정말로 이틀 만에 98층의 거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99층으로 가는 입구를 찾는 것!

하지만 그 바로 직전에 큰 위기에 빠졌다.

가뜩이나 무리했기에 이틀 만에 열 명의 팀원이 게임 아웃됐는데, 그런 우리 앞에 놈이 나타났다.

분명 내가 알기로 놈은 대미궁에 존재하지 않았다.

놈이 존재하는 곳은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 대미궁은 없었다.

놈은 강력하다.

원래가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였더 놈, 그랬던 놈이 대미궁에 존재하는 구속된 영혼의 축복을 받아 더욱 강력해졌다.

검으로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 이 녀석과 오로지 검 대 검으로 생사의 결투를 펼칠 필요가 있었다.

타락한 검의 스승.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그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가 우리의 앞길을 막았다.

과연 데스 나이트는 강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미궁의 데스 나이트는 정말 강력했다.

나는 아주 빠르게 내가 알고 있는 데스 나이트의 공략법을 모두 프로이드에게 알려줬지만 기본적인 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헬 레이드 팀의 팀원들이 쓰러졌다.

방법이 없었기에 결국 나도 봉인을 풀고 숨겨둔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전투 능력은 최대한 숨긴 나였지만 이런 큰 위기 상황에서까지 모든 전투 능력을 숨길 수는 없었다.

‘이놈을 넘으면…… 99층으로 갈 수 있다!’

비록 무척 힘들어 보이는 미션이었지만 눈앞으로 다가온 99층의 모습이 나를 불타오르게 했다.

“이미르 님! 피하세요!!”

데스 나이트는 나를 향해 검을 뻗었다. 대략 보통 유저의 세 배 정도의 덩치를 가진 데스 나이트.

데스 나이트가 들고 있는 대검은 나보다 더 큰 크기였다. 그 거대한 검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프로이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 안타까운 표정은 이내 경악으로 바뀌었다.

쩌저정!

난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소환해 데스 나이트의 검을 막아냈다.

찌릿찌릿.

확실히 구속된 영혼의 축복까지 받은 데스 나이트의 검이라 그런지 꽤 강력한 충격파가 몸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이미 타이틀도 최초의 영웅으로 교환했고 용마수마저 발동시킨 후였기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쳇, 내가 여기서 그냥 포기할 것 같아!”

상대가 데스 나이트라고 할지라도 그냥 데스 나이트가 아닌, 한층 강화된 데스 나이트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면 한번 미친 듯이 날뛰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프로이드 님, 진형을 원거리 보조 공격 진형으로! 제가 이놈과 정면으로 대결하겠습니다.”

데스 나이트를 상대할 땐 정면 대결하는 게 제일 좋다.

괜히 다른 꼼수를 부리면 데스 나이트는 더욱 요상한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죽기 전 검으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타락되어 만들어진 몬스터가 데스 나이트였다.

당연히 데스 나이트의 특기는 검술이었다.

그렇다면 보통의 상식으로는 특기인 검술을 사용 못하게 하고 다른 형식의 공격으로 상대하는 게 맞을 것 같았지만 그건 그저 보통의 상식일 뿐이었다.

데스 나이트는 타락되는 과정에서 검술과 전혀 별개의 힘을 얻었는데 그것이 바로 암흑 마력이다.

데스 나이트의 검에 대한 열망은 매우 강해서 상대가 정면 대결을 선택하면 그 열망에 따라 오로지 검술만 사용했다.

하지만 상대가 정면 대결을 피하게 되면 데스 나이트도 검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며 새롭게 얻은 암흑 마력을 사용하게 되었다.

웃긴 건 데스 나이트의 검술보다 이 암흑 마력을 이용한 기술들이 더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데스 나이트의 기본 공략은 정면 대결로 굳어버렸다.

물론 이 공략을 알기까지는 수많은 유저가 희생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확립된 기본 공략.

아마 아직까지는 데스 나이트를 상대해 본 유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공략을 아는 이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데스 나이트는 공략을 안다고 해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우라면 더욱 힘들었다.

“원래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지면 재미가 없지. 이 정도의 위기, 아주 좋아. 딱 알맞은 양념이야.”

씨익.

난 웃었다.

원래 위기는 넘으라고 찾아오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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