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69화 (69/250)

069. TOP 길드 ― 2

* * *

“오오!”

“이벤트!!”

“어둠의 산맥이라면 우리 TOP 길드지!”

“캬∼ 딱 우리를 위한 이벤트군!”

여기저기에서 즐거운 비명이 튀어나왔다. 지금도 이토록 재미있는데 여기에 대규모 이벤트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 너도나도 싱글벙글했다.

‘하지만…… 이 즐거움은 딱 대미궁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유지될 수 있겠지.’

지금은 충분히 웃을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그랬듯이 이들도 이번 이벤트가 그저 유저들을 위한 즐거운 콘텐츠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큰 착각이었다.

DH 소프트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One’에는 절대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아직은 초반이라 할 수 있는 시기였기에 사람들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언젠간 모든 유저가 당연하게 받아들일 사실이었다.

‘좋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겠군.’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다행히도 걱정했던 것처럼 미래가 바뀐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정보 중 대부분은 아직 쓸 만하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일단 모두 ‘이즈루’로 돌아가겠습니다. 이곳의 공략은 다음에 시간이 나면 하도록 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TOP 길드는 이번 이벤트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듀블랙의 단호한 선언.

당연한 것이었다. 그 역시 여러 게임을 수없이 플레이해 본 유저이기에 이번 이벤트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포착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대미궁 이벤트!

그 지옥의 향연이.

* * *

“……예비 인원 다섯 명까지 총 84명 준비 완료입니다.”

인생한방은 이번 이벤트에 참여할 길드 레이드 팀의 구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듀블랙을 향해 얘기했다.

84명.

총 열두 개의 파티. 레이드 팀으로 짤 수 있는 최대 파티 연합 숫자가 열두 개였다.

TOP 길드는 대략 300명이 넘는 길드 인원 중 가장 정예라 할 수 있는 84명의 유저를 선별해 이번 레이드 팀을 꾸렸다.

당연히 나는 그 84명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보여준 능력은 운영진뿐만 아니라 길드 마스터인 듀블랙도 인정할 만큼이었기에 내가 빠질 일은 절대 없었다.

“모든 물자도 준비 완료죠?”

“당연하지. 이 형이 벌써 열 번 이상 다시 확인을 끝냈다.”

운영진은 대부분 듀블랙과 현실에서도 친분이 많은 이들이었다.

“정보는 어때? 뭐 새로운 정보가 좀 있어?”

“새로운 정보는 없어요. 단지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네요. 아무래도 한 번 미궁에 들어가면 임의로 다시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두려운 페널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궁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있고요.”

“당연히 겁나겠지. 하지만 모험을 하지 않는다면 발전도 없다. 당연히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지.”

이번 듀블랙의 말은 정말 전적으로 찬성이었다.

모험하지 않고 보상을 바란다면 그건 도둑놈일 뿐이었다.

당연히 큰 보상엔 큰 위험이 따르는 법.

이런 건 기본이었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어. 어둠의 산맥은 우리 앞마당이나 다름없으니까, 설사 미궁이라고 해도 어둠의 산맥에 생긴 미궁인 이상 크게 다를 건 없을 거야.”

듀블랙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건 대미궁이라 알려진 던전을 공략하는 것뿐입니다. 모든 분이 각 담당 운영진들에게 자세한 공략이나 주의할 점 같은 건 이미 들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TOP 길드는 최고입니다! 대미궁에서 우리 길드의 힘을 보여줍시다!”

“화이팅!”

“아자!!”

“최고를 위하여!”

듀블랙의 말에 한자리에 모여 있던 레이드 팀 팀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런 자신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물론 실력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만용이겠지만 TOP 길드의 팀원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자신감은 분명 공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이즈루에서 어둠의 산맥은 대략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말 그대로 코앞이었다.

이미 대미궁이 열린 지 3일(게임 시간)이 지났고, 대략 대미궁이 어떤 곳인지 소문이 난 상태였다.

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게시판에 올라온 대미궁 이벤트에 대한 글을 조금 발췌해서 들려준다면…….

(상략)

……결국 크로노스 대륙에 존재했던 그 존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대미궁이라는 거대한 미궁을 자신의 권능으로 만들어냈고, 그 미궁은 정확히 한 달(게임 시간) 동안 입구를 개방하게 되었다.

(중략)

……그렇게 어느 누구라도 대미궁의 끝에 존재하는 그 존재를 만날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는 대미궁의 숨겨진 비밀을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정확히 미궁 끝인 99층에 뭐가 존재하는지 알지는 못한다. 단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One’의 배경 스토리를 연구한 많은 사람들이 올린 글을 좀 읽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중에 공식 정보 게시판에 올라올 몇 개의 최종 보상 물품을 미리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98층까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벤트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그 뒤에도 훌륭한 사냥터 중 하나였던 대미궁이었기에 수없이 많이 98층까지 탐험을 했었다.

당연히 대미궁의 구석구석까지 훤히 알 수밖에 없었다.

TOP 길드의 레이드 팀원들은 빠르게 이동을 한 후 미리 정찰을 통해 찾아놓았던 대미궁의 수많은 입구 중 하나를 이용해 대미궁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모든 사람이 한 번 들어가면 석 달(게임 시간) 동안 이곳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모두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물론 나도 억지로라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혼자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일단 묻어가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TOP 길드의 탐험가 이미르가 될 필요가 있었다.

대미궁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대미궁은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일단 1∼20층까지의 어둠의 산맥 구역.

이 구역은 전형적인 어둠의 산맥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다소 평범한 형태의 개방형 던전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도 찾기 쉬웠고, 아주 특별한 네임드 몬스터도 나오지 않았다.

간단히 좀 자격이 안 되는 이들에겐 무서울 수 있는 몬스터들이 있긴 했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자격이 안 되는 이들에게나 무서운 몬스터일 뿐이었다.

보통의 평범한 레이드 팀들에겐 아주 어렵지 않은 통과 관문일 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어둠의 산맥 지역을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인 동굴형+미로형 던전이 시작되었다.

21∼50층까지의 망각의 던전 구역.

어떻게 보면 이 구역부터가 진정한 대미궁의 시작이었다.

정말 많은 숫자의 레이드 팀이 이 구역에서 좌절을 겪었다.

일단 이 구역의 무서운 점은 자신들이 내려온 입구조차 다시 찾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미로였다.

그리고 그 길에는 수많은 함정이 존재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네임드 몬스터들은 아주 강력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어서 웬만한 레이드 팀이라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이 미로와 그 길에 설치되어있는 각종 함정이었다.

그리고 대미궁이 얼마나 거대한 던전인지는 이곳부터 잘 알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에 대미궁을 헤맸지만 서로 조우하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었다.

그만큼 대미궁은 거대한 미로 형태였으며, 그건 무려 29층을 내려가는 동안 계속되었다.

물론 나중에 많은 이들이 탐험에 탐험을 계속해 제일 좋은 길을 찾는 방법이나 심지어 비밀 통로를 이용해 한 번에 몇 층씩 뛰어넘어 내려가는 방법도 찾아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얘기고 지금은 아마 당장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아니,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길을 찾지 못해 고생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망각의 던전 구역을 넘기면 고생은 끝나는 것일까?

절대 아니었다.

물론 51층부터는 길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다른 던전들에 비해서는 약간 복잡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이미 망각의 던전 구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에겐 아주 간단해 보이는 길이었다.

하지만 50층부터는 길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51∼80층까지를 지옥의 구역이라고 불렀다.

여기부터는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다.

지옥의 구역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정말 강력한 네임드 급 몬스터였다.

몬스터들이 그렇게 강력해진 건 구속된 영혼의 축복 때문이었다. 그것은 몬스터들에겐 아주 강력한 버프였고 유저에겐 아주 강력한 저주였다.

겹치고 겹치는 시련들.

유저들에겐 모두 구속된 영혼이라는 저주가 걸려 사망 시 죽음의 유예 시간―사망 후 5분 안에 전투가 풀리면 부활을 받을 수 있다―이 사라지고 오히려 그 자리에서 영혼 상태로 몬스터로 부활해 자신의 동료들을 공격했다.

그렇게 몬스터로 부활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모든 능력치가 네 배로 올라가며 한순간에 준 네임드 급의 몬스터가 되었기 때문에 모든 레이드 팀은 동료가 죽으면 죽을수록 큰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미궁 이벤트 동안 가장 많은 층을 내려간 레이드 팀이었던 헬(hell)의 팀장 프로이드는 이 구간을 모두 경험하고 이 구간의 마지막 층이었던 80층에서 이벤트를 끝낸 후 저번에 내가 말했던 유명한 말을 남겼던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이 구간은 정말 지옥이었다.

동료가 한순간에 적으로 바뀌고 평범해 보이는 오크가 필드 보스 네임드 몬스터인 오크 로드와 비슷한 능력을 보이는 구간.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이 구간은 모든 레이드 팀의 무덤과 같은 곳이 될 것이 분명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이벤트에서는 이렇게 80층까지만 정복될 것이다. 하지만 원래대로 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가 추가되었다.

바로 나.

나는 80층을 돌파해 반드시 99층 마지막 방까지 갈 생각이었다.

81층부터 98층까지의 구역.

이 구역은 원래 지금이 아닌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정복되게 되어 있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이 구역을 지옥과 망각이 교차하는 구역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시작되는 미로 지형.

그리고 그 미로 지형에 등장하는 강력한 몬스터.

또 계속 유지되는 구속된 영혼의 저주.

결국 어떻게 보면 이 마지막 구역이 진짜 지옥일지 몰랐다. 하지만 이미 이 구역을 탐험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한 상태였기에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예전보다는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구역은 그저 몽환의 구역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어쨌든 이 몽환의 구역을 통과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게 바로 99층 한 구역이었다.

이 구역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

몇 가지 아주 정확성이 낮은 예측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예측이었기에 아예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난 기필코 이벤트 기간 중에 그 99층에 진입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계획도 세웠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대미궁 이벤트를 즐기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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