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65화 (65/250)

065. 미쳐 버린 최상급 화염 정령 ― 2

* * *

“……이렇게 사용하는 건가?”

큰 모험을 한 결과 결빙석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역습의 시간이었다.

“자고로 미친놈한테는 매가 약인 법이지.”

내가 자신의 공격을 막자 더 광분해서 날뛰려는 화염 정령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결빙석을 모으고…….”

파파팟.

난 빠르게 이동하며 조각난 결빙석들을 모았다. 조각난 결빙석들의 크기는 전부 달랐는데 일단 나는 작은 조각부터 모았다.

시작은 가볍게(?),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는 일단 중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견제 공격을 먼저 할 생각이었다.

“장비 6번.”

철컥!

명사수의 트윈 건을 소환한 나는 살짝 웃었다. 본의 아니게 시작된 네임드 몬스터와의 전투.

하지만 긴장할 건 하나도 없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 이것이 중요했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나다!!”

파팟!

최상급 정령의 권능으로 사방에 생겨나는 불덩어리들을 피하며 그것들을 한 방에 하나씩 확실하게 없애 버렸다.

사실 최상급 정령이 무서운 건 뛰어난 AI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인 전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미쳐 버린 최상급 화염 정령은 그런 유기적인 전투를 하지 못했다. 그저 날뛰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렇기에 나의 승률은 더욱 올라갔다.

꽝! 꽈광!

백발백중.

가뜩이나 뛰어났던 나의 사격 솜씨는 영웅의 포효 효과로 더욱 뛰어나게 변했기에 한 번도 타깃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화염 정령은 더욱 분노하며 날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무작정 쏟아낸다고 좋은 건 아니지.”

[크어어어엉!]

다시 동굴 안을 가득 메우는 뜨거운 화염의 브레스.

하지만 난 능숙하게 장비 1번(검과 방패)을 소환하여 완전 방어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콰과광!

치이이익∼

결빙석을 이용하면 거의 제로(0)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고 방어할 수 있었다.

놈이 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인공지능을 지니고 있었다면 그런 단순한 공격으로는 나에게 아무런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겠지만 미쳐서 날뛰고 있는 지금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염 정령의 공격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실 아무리 결빙석을 이용한다고 해도 내 기본 능력치가 영웅의 포효로 증폭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난 분명히 꽤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현재 영웅의 포효 효과의 남은 시간은 4분.

나 역시 이 4분 안에 화염 정령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더 흥분하게 만드는 것까진 성공했다. 그 결과 빈틈도 분명 커졌고…….’

공격은 더욱 난폭해지고 강력해졌지만 분명 그 대가로 빈틈 역시 커졌다.

단 한 방.

단 한 방을 제대로 성공시켜서 일발 역전의 드라마를 쓸 작정이었다.

‘결빙석도 다 떨어져 간다.’

결빙석도 무한한 건 아니었다.

이제 남은 결빙석은 작은 조각 열다섯 개 정도와 큰 조각 몇 개가 전부였다.

‘앞으로 3분만 더 신경을 분산시키고 마지막 1분에 승부를 건다!’

어차피 일 합(一合) 승부였다. 내가 화염 정령에게 카운터를 먹일 기회는 한 번 이상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놓을 필요가 있었다.

난 명사수의 트윈 건과 요정들의 합성 활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 계속 화염 정령의 정신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중간중간 화염 정령이 사용하는 광역 화염 공격은 방패를 이용해 막았다.

사실상 광역 화염 공격은 끝내기 기술이었다.

결빙석, 영웅의 포효, 방패 스킬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끝이었다.

이 셋을 간신히 조합해 막아도 체력이 계속 깎여 나갔으니 그중 하나가 빠지는 경우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최대한 정신을 집중시켰다.

난 절대 여기서 허무하게 죽을 수 없었다.

타타탕!

퍼펑!

내 뒤로 아슬아슬하게 접근한 불덩어리를 난사 스킬을 이용해 간신히 터뜨렸다.

3분간의 사투.

난 아직까지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화염 정령은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고, 내 체력은 겨우 30%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에 더 안 좋은 소식은 결빙석이 이제 큰 조각 두 개와 작은 조각 두 개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견제는 다 했다. 이젠 정말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할 순간이었다.

“장비 7번.”

츄릿!

두 자루의 권총이 사라지고 커다란 대형 미늘창이 손에 잡혔다.

우드득!

“으아아아!”

몇 가지 버프를 사용해 근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미늘창을 화염 정령을 향해 던졌다.

스킬 조합, 악가창법(岳家槍法) 비창식(飛槍式), 일기유성창(一氣流星槍)+황실 근위창술, 윈드 랜스(Wind Lance).

라이징 슈팅 스타(Rising Shooting Star)!!

번쩍!

찌지직!

결빙석의 기운까지 가득 담긴 미늘창이 허공을 찢으며 화염 정령을 향해 폭사되었다.

하지만 이 공격이 승부수인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작은 결빙석 한 개와 큰 결빙석 한 개의 기운이 들어간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마지막 견제의 한 수였다.

“장비 3번.”

촤륵!

창을 날린 난 재빨리 와이어를 소환했다. 마지막 승부수의 핵심은 시간이었다.

영웅의 포효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앞으로 30초! 시간이 없었다.

촤라락!

와이어를 손에 쥔 나는 그것을 동굴 천장에 돌출되어 있던 한 돌기둥을 향해 던졌다.

휘리릭!

돌기둥에 감기는 와이어.

와이어가 단단히 감겼는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 난 일단 대충 감기는 걸 확인하고 곧장 와이어를 당기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크어어엉!]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의 벽을 만들어 내가 던진 창을 막으려는 화염 정령.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막힐 것이 아니었다.

퍼펑!

보기 좋게 화염의 벽을 관통하는 미늘창.

비록 화염의 벽을 관통하며 많은 힘을 잃은 미늘창이었지만 어차피 미늘창의 역할은 그런 것이었다.

화염 정령의 정신을 분산시키고 내가 화염 정령의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미늘창의 역할이었다.

휘익!

난 천장의 돌기둥에 와이어를 감으며 용암 호수 중앙에 있던 거대한 화염 정령을 향해 날아갔다.

영웅의 포효 효과는 이제 20초가량 남아 있었다.

“끝장을 보자!! 장비 4번!”

스르릉!

허공에서 거대한 엘레멘탈 블레이드가 뽑혔다.

검이 뽑히는 동시에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지막 한 수.

그것은 아직은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한 기술이었다. 성공률은 대략 10% 미만.

하지만 이 기술이 아니라면 어차피 끝을 낼 수 없었다.

모 아니면 도.

난 내 집중력과 운을 믿었다.

스킬 조합, 냉기 마법, 아이스 블레이드(Ice Blade)+중급 주술, 북해빙검(北海氷劒).

쩌저적!

엘레멘탈 블레이드에 엄청난 냉기가 몰리며 검 자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연계 발동!! 오행신검 비기(秘技), 신검합일(身劍合一).

츠르릇!

검과 내가 하나가 되며 검뿐만 아니라 나까지 얼어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내가 궁극적으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기술은 이 두 가지 기술을 완벽하게 조합시켜서 극히 희박한 확률로 발동되는 추가 보너스 연계 기술을 얻어내야 했다.

띠링! 완벽한 정신 집중을 통해 추가 연계 발동이 가능합니다. 추가 연계 발동으로 활성화된 기술은 +30%의 데미지 상승효과를 얻습니다.

성공!

연습할 때 성공률이 10%밖에 되지 않았던 추가 연계 발동을 끌어냈다.

추가 연계 발동!! 오행신검 수(水)의 검, 설화난무(雪火亂舞)!!

완성! 오행신검 최종 비기(最終秘技), 빙검(氷劒)!

촤아아악!

검과 하나가 된 내 몸이 화염 정령을 향해 날아가며 무수히 많은 눈꽃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오행신검의 다섯 가지의 끝 중 하나였다.

오행.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

다섯 가지 기운을 극대화시킨 검술. 그 오행신검에 다섯 가지 끝은 화검, 빙검, 목검, 철검, 지검이었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끝이 있었다.

지금 이 검술의 이름은 빙검.

천지를 얼려 버릴 것 같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검술이었다.

당연히 원래 있던 기술은 아니었다.

내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나만의 기술이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몇 가지 유명한 기술들을 참고하기는 했지만 기술 자체는 오로지 나만 익히고 있는 나의 고유 기술이었다.

이런 고유 기술을 만들면 시스템에서 그 사람만의 소유권을 인정해 준다.

난 이 다섯 가지 특별한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이미 얻었다. 아직 숙련도가 낮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일단 소유권을 얻었다는 건 나중에 내가 이 기술을 누군가에게 전수할 수도 있고 스킬 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뭐, 어쨌든 그 부분은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니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고, 낮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기술이었지만 난 특유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그것은 곧 바닥까지 떨어졌던 나의 승리 가능성이 위를 향해 치솟는다는 의미였다.

파파파파팟!

치이이이익!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얼음의 폭풍.

뜨거운 열기를 제압하듯 내 몸에서 시작된 얼음의 폭풍이 화염 정령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특히 이 얼음 폭풍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나머지 결빙석의 기운이 모두 녹아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화염 정령에겐 얼음 결정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이걸로 나의 승리다!’

화염 정령의 근거리까지 접근해 빙검을 성공시켰다. 이 정도라면 화염 정령을 제압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크어어어어엉!]

크게 괴로워하며 포효하는 화염 정령.

쩌저적!

뜨겁게 타오르기만 하던 화염 정령의 몸 군데군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빙검의 위력과 결빙석의 힘이 합쳐지자 진짜로 최상급 정령의 권능을 힘으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춥다…… 춥다…… 뜨거운 것…… 뜨거운 것…….]

미쳐 버린 최상급 화염 정령이 갑자기 부르르 떨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난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통해 강력한 한기(寒氣)를 뿌리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영웅의 포효 효과도 끝났고, 지금 나는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상태라 방어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상태에서 느껴진 기묘한 감각.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뿐이었다.

‘위험?’

이런 감각. 이것은 스킬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슨 아이템에 의해 얻은 것도 아니었다.

현실에서 말하는 육감?

그런 것과 비슷했다.

언제부터 이런 감각이 느껴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감각이 꽤 높은 확률로 큰 위험을 감지하곤 했다는 것이다.

[난…… 난…… 크어어어어어!]

갑자기 몸을 웅크렸던 화염 정령이 심하게 요동치며 크게 소리 질렀다.

그리고 그의 몸 중심에서 엄청난 양의 화염의 기운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헉!’

지금까지의 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화염의 기운.

심지어 바닥에 있는 용암까지도 태워 버릴 것 같은 겁화(劫火).

그 겁화가 세상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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