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62화 (62/250)

062. 북부 용암 지대 ― 1

* * *

“흐음, 드디어 터졌군.”

난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게임 뉴스에 나온 프로게이머 이강민의 ‘The One’ 진출 소식.

내 기억으론 이 사건을 마지막 결정타로 ‘The One’은 모든 게임을 압도하며 전 세계 게임 시장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가뜩이나 신규 유저가 꾸준히 늘고 있는 ‘The One’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 그 증가세는 가히 절정에 이른다. 특히 곧 줄줄이 수많은 유명 프로게이머나 단체가 ‘The One’에 진출했다는 선언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앞으로 몇 년간 제대로 된 신규 게임도 만들어지지 못하게 된다.

한마디로 그냥 이제부터는 진짜 ‘The One’의 천하라고 보면 되었다.

“이강민이라…… 투신(鬪神) 천위강. 아마 그가 이강민이었지?”

내 기억 속의 이강민은 전투의 신이었다.

투신 천위강, 그는 천무칠성의 일원이자 지하 격투장의 제왕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전투에 관해서는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고 소문났던 존재.

몇 년 후 이강민이 직접 ‘One’의 투신 천위강이 예전 프로게이머 이강민이라고 밝혔을 때 쏟아졌던 환호는 정말 대단했다.

확실히 이강민은 대단한 놈이었다.

스타 워에서도, 그리고 이곳 ‘The One’에서도 그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 능력은 정말 인정해 줄 필요가 있었다.

예전에는 이강민을 좀 부러워했었다.

동경?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나도 예전에는 이강민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강민에게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갈 길은 이강민도 감히 넘보지 못할 길이다. 당연히 나에게 이강민의 ‘The One’ 진출 소식은 그저 더 많은 신규 유저들이 생겨난다는 소식일 뿐이었다.

우득.

난 가볍게 몸을 풀며 다시 게임에 접속할 준비를 했다.

근래는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빠질 것이다.

특히 한 달(현실 시간) 정도 뒤에 일어날 대미궁 이벤트를 준비하려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다.

난 어제 마가레타와 클레타를 데리고 불꽃 맥주를 마시고 그걸로 모자라 다른 술까지 시켜 밤새도록 마셨다.

그림자 남매의 주량은 대단했다.

나도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건만 그림자 남매를 당해내지 못했다.

물론 내가 완전히 뻗을 즈음에 그림자 남매도 거의 한계 수준까지 마셨다. 덕분에 우리 세 명은 동시에 뻗어버렸다.

그림자 남매랑 놀다 보니 어느새 이 남매의 은근슬쩍 친한 척하기에 넘어가 어느새 빚을 500골드나 더 깎아줬지만 그다지 아깝지는 않았다.

순수한 남매였다.

그래서 정말 친동생 같은 느낌이 드는 이들이었다.

기분 좋은 만남. 그것은 전생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것 중 하나였다.

어쨌든 그림자 남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분 좋게 휴식을 끝낸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목적지인 북부 용암 지대를 향해 떠날 수 있었다.

북부 용암 지대 근처에는 제대로 된 마을이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적은 수의 개척민들이 세운 임시 촌락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소모성 아이템은 충분히 챙겨 가는 것이 좋았다.

당연히 나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해서 모든 준비를 끝낸 후였다.

적토마를 이용하면 대략 일주일 정도면 북부 용암 지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 계획은 북부 용암 지대에서 일단 300레벨에 최대한 가깝게 레벨을 올리고 그동안 잠시 보류해 두었던 이런저런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고 몇 가지 조합 스킬도 연구할 생각이었다.

두 달(게임 시간).

이 모든 걸 두 달 안에 끝내야 했다.

북부 용암 지대가 아무리 지금 내 레벨보다 훨씬 상위 레벨의 유저들이 이용하는 사냥터라고 해도 두 달 안에 레벨은 50 정도 올리려면 아주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몰이 사냥은 물론이고 최대한 휴식 시간도 줄여야 했다.

내가 굳이 이렇게 무리를 해서 레벨을 올리려고 하는 이유는 대미궁 이벤트 때문이었다.

앞으로 석 달(게임 시간) 정도가 지나면 대미궁이 발견되고 대미궁 이벤트가 시작된다.

난 그 대미궁에서 꼭 얻어야 할 것이 있기에 그전에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레벨이나 스킬 숙련도, 그리고 조합 스킬들. 그런 것들이 가능성을 올리는 요소들이었다.

이제부터 대미궁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는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미리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이었다.

난 적토마를 타고 최대한 빨리 북부 용암 지대로 이동했다. 중간에 다른 마을에 들르거나 사냥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최대한 빨리 북부 용암 지대로 이동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냥터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북부 용암 지대에 도착해서 사냥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 * *

“4일이면…… 꽤 열심히 달려왔네.”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원래 일주일을 예상한 거리였건만 쉴 새 없이 달려오니 무려 3일이나 단축시킬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적토마를 두 마리나 더 구해 총 세 마리의 적토마를 로테이션으로 돌려가며 열심히 달린 게 컸지만 어쨌든 시간은 금인 나에게 3일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북부 용암 지대는 꽤 넓었다.

난 일단 근처의 작은 개척민 마을에 들러 혹시 모르는 퀘스트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내 레벨이 아직 너무 낮아서 그런가?

개척민들에게 전부 말을 걸어 봤지만 특별히 퀘스트를 줄 만한 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첫 번째 만난 불멸인이라며 호기심을 보이긴 했지만 정작 내 낮은 레벨 때문인지 몰라도 내 능력을 의심하며 속에 있는 고민거리는 얘기하지 않았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방법은 레벨을 조금 더 올리거나 이 근처에서 몬스터를 잡고 이들의 신임을 얻는 수밖에 없었다.

대충 개척민 마을을 살펴본 나는 재빨리 북부 용암 지대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북부 용암 지대에서의 사냥은 예전에도 해봤지만 사실 그다지 유명한 사냥터가 아니었기에 기억이 무척 희미했다.

내 기억에 북부 용암 지대에 살고있는 몬스터는 대략 여덟 종류 정도 되었는데 그중 가장 강한 녀석이 용암돌 정령과 플레임 아나콘다였다.

그리고 중간급 정도의 놈들이 화염박쥐와 파이어울프, 용암 트롤 정도였다.

이 다섯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놈들은 무시해도 될 정도의 몬스터들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난 일단 용암돌 정령과 플레임 아나콘다는 피하고 용암 트롤을 몰아서 사냥할 생각이었다.

레벨이 대략 300대 초반 정도였던 용암 트롤은 무리를 지어 돌아다녔기에 딱 몰이 사냥하기에 좋았다.

물론 보통은 400레벨이 넘은 유저들도 쉽사리 용암 트롤 무리를 몰아서 사냥하지 못했지만 나는 애초에 보통의 유저들과 비교하면 안 되는 유저였다.

가능성? 위험?

이미 모든 걸 감안해서 계산을 끝냈다.

용암 트롤을 몰이 사냥하는 데 문제가 될 건 전혀 없었다.

난 기억을 더듬어 용암 트롤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역을 찾아 이동했다.

기억이 워낙 희미해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국 용암 트롤들이 바글바글한 지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당연히 아직은 이 지역에 진출한 유저는 없었기 때문에 어딜 가든 한적했다.

특히 용암 트롤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은 다른 몬스터들마저도 피하는 곳이었기에 오로지 용암 트롤의 모습만 보였다.

사실 한 일 년 정도만 더 있으면 트롤 종족의 종족 퀘스트도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트롤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생기게 될 것이고, 그땐 용암 트롤들과 친구가 되는 유저들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용암 트롤들도 내 사냥감 중 하나일 뿐이었다.

“휴우∼ 많군.”

한눈에 보아도 붉은색 피부에 붉은색 눈동자를 지닌 용암 트롤이 바글바글했다.

“이곳을 베이스 캠프로 하고……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스윽.

난 일단 베이스 캠프로 정한 이곳에 미리 생각해 두었던 그것을 설치했다.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왔지만 그래도 워낙 정교한 작업이 필요했기에 그것을 설치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을 설치한 후 난 슬슬 몸을 풀며 장비를 점검했다.

북부 용암 지대에서의 사냥을 위해 준비한 것들.

그것들은 바로 앞에 설치한 그것과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버그 스톤과 합작해서 만들어낸 최고의 화염 저항 장비들. 비록 아직은 기술력이 많이 부족해 기껏해야 화염 저항력을 15% 올려주고 화속성 친화력을 +5시키는 게 전부였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경매장에서 쓸 만한 레어, 또는 유니크 장비들을 개조한 것이었기에 기본 능력치도 그렇게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철컥.

한 손에 냉기계열 마법이 인첸트되어 있는 푸른색 철검을 들고 다른 손에 거인의 철벽 방패를 드는 것으로 장비 점검을 끝냈다.

“타이틀 교체 ‘최초의 영웅’.”

스으으으∼

타이틀도 내가 가진 최고의 타이틀로 교체했다.

화염 저항력 20%에 화속성 친화력 75.

이 두 가지 수치는 현재 내 레벨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수치였다. 특히 저항력은 몰라도 화속성 친화력 75는 나중에 유저들의 평균 레벨이 600을 넘고 최상급 유저들이 거의 800에 가까운 레벨을 가졌을 때나 가능한 수치였다.

하지만 난 지금 그 수치를 만들었다.

아이템과 직업과 타이틀의 힘으로.

내가 북부 용암 지대를 두 달간의 레벨 업 장소로 선택한 건 이 수치들 때문이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속성 친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20 미만의 속성 친화력을 지니고 있기에 속성 친화력이 가지는 능력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할 생각까지 했다. 그 속성 친화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 그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파팟!

난 용암 트롤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용암 트롤의 공격은 90% 이상이 화염 속성의 공격이었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

아니, 곧장 날아오는 불화살과 불덩어리. 그뿐인가 화염의 기운이 잔뜩 실린 검과 창 역시 나를 향해 찌르고 들어왔다.

쩡!

난 방패와 검을 이용해 그 공격들을 최대한 막아내며 계속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만족할 수준만큼의 용암 트롤을 모을 생각이었다.

용암 트롤들의 공격은 대부분 내가 흡수하거나 저항했다. 대략 80%의 데미지를 모두 흡수하거나 저항하는 느낌이었다.

나머지 20% 데미지에서도 방패나 검으로 막거나 재빨리 피하며 흘려보낸 데미지를 빼고 나면 난 대략 5∼7% 정도의 데미지만 입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