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 산처럼 쌓여가는 골드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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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로 가장 최근에 개발된 캡슐형 다중 접속기기에 추가된 기능 중 하나인 경매장 멀티 검색기능 같은 것을 들 수 있었다.
예전에는 경매장을 살펴보려면 일일이 경매장 게시판을 찾아서 정해진 형식 아래에서 검색해야 했지만 최신형 접속기기를 사용할 경우 그 마을 안이라면 언제 어디서라도 경매장 메뉴를 내 눈앞에 여러 개 띄울 수 있었다.
덕분에 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여유롭게 경매장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경매장에 올라온 물건들을 아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것이 돈의 힘이라면 힘이었다.
앞에도 말했지만 이미 ‘One’은 찬란한 황금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수많은 유저가 열광하는 게임.
그렇기에 경매장은 이미 엄청난 수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경매장에서 대박 찾기만 전문적으로 하는 유저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경매장의 대박은 별거 없었다.
실수로 즉시 구매 가격을 너무 싸게 올린 물건이나 시세를 잘 모르는 초보 유저들이 시세보다 물건을 싸게 올린 경우, 또는 다른 유저들은 모르는 고급 정보를 얻은 유저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싸게 사들이는 경우였다.
나는 그 세 가지 모두를 여유 있게 살피는 중이었다.
특히 나에겐 다른 유저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고급 정보가 무척 많았다.
사실 흑석의 경우는 고급 정보라기보다는 인생 역전의 최고급 정보였고, 그만한 정보는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괜찮은 정보들을 아직 많이 알고 있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지금 내가 즉시 구매로 몇 덩이 산 미스릴 주괴 같은 경우 지금도 비싸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The One Part2: 우라노스의 반격]이 시작되면 가격이 몇 배로 껑충 뛰는 물건이었다.
미래를 대비해 지금 싼 가격에 나온 미스릴 주괴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었다.
그런 물건은 몇 개 더 있었다.
상급 이상의 마정석이나 특이한 몇 가지 광석들 모두 지금도 비싸다는 것들이지만 난 조금이라도 싸게 나온 것들이 있으면 아낌없이 사버렸다.
이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때가 되면 정말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진다. 어떤 이는 말도 되지 않는 변화라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나중에는 모든 이가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난 그 변화의 선두에 설 작정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선두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저런 확실한 준비를 하느라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최상급 그룹과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었다.
이 순간에도 최상급 그룹의 유저들은 내가 알고 있는, 하지만 먼저 선점하기 힘든 여러 가지를 선점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아쉽긴 하다.
확실한 준비를 포기했다면 내가 그것들을 선점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작은 것을 가지려다가 결국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 목표는 좀 더 높다.
크기 뛰기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감히 남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앞서가기 위해 잔뜩 움츠리고 있는 것뿐이었다.
“호오! 또 올라왔네?”
난 계속 경매장 구석구석을 살피던 도중 미리 검색해 놓은 경매장 창 하나에 새로운 물건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맥가이버의 물건들.
난 맥가이버의 물건을 매우 좋아한다.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맥가이버의 물건을 애용하고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말한 대로 이미 맥가이버의 물건들은 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난 가격이 올라도 맥가이버의 물건들을 계속 구입했다.
그만큼 나에게 필요한 물건들이라는 뜻이었다.
특히 수많은 직업을 소화해 내고 있던 나에겐 맥가이버의 기발한 발명품들이 아주 소중하게 사용되었다.
이번에 올라온 물건들은 간단한 기계 장치였다.
“하하하, 윤활유 폭탄!”
난 크게 웃었다.
앞으로 수많은 PvP 유저가 애용하게 될, 그리고 수없이 많은 개량품이 나오게 될 물건이 경매장에 올라왔다.
앞으로 이 물건은 다양한 방향으로 개량되어 PvP 유저에게 기계공학 스킬 연마는 필수라는 말을 듣게 할 것이다.
물론 난 이미 여러 공학 스킬을 연마했다.
기계공학도 그중 하나였고 당연히 난 이 물건을 사용할 정도의 기계공학 스킬 이해도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제작 쪽에 특화된 스킬이 아닌 전투 쪽에 특화된 스킬이었기에 내 자신이 이 물건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사용은 가능했다.
“당연히 모두 구매!”
난 올라오는 윤활유 폭탄을 모두 구매하기 시작했다. 맥가이버의 물건은 언제나 날 즐겁게 해주었다.
이 윤활유 폭탄만 해도 비록 그 효과가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PvP 시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여유분까지 전부 구매하는 게 맞았다.
이렇게 경매장을 잘 살피면 괜찮은 물건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정성스럽게 구석구석 살펴야 했지만 그래도 휴식을 취하며 할 수 있었기에 왠지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난 그렇게 한동안 경매장을 살펴보면서 쓸 만한 물건들을 구매했다.
이미 골드는 산처럼 쌓여가는 나였기에 자금의 압박 따위는 없었다. 일단 나에게 필요하거나 투자 가치가 있는 물건들은 모두 쓸어 담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경매장을 살펴보던 나는 더 이상 살 만한 물건이 없자 경매장 검색창을 모두 닫을 수 있었다.
경매장 살펴보기를 끝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타와의 명물 중 하나인 우타와 삼거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타와 삼거리는 유저들이 열어놓은 개인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다. 처음엔 그냥 생산직 유저들이 몇 명 모여서 개인 상점을 열었던 것이 전부이지만 이제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경매장도 다 살폈으니 이제는 개인 상점을 훑어볼 차례였다.
우타와 삼거리는 내가 있던 주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타와 삼거리는 그 초입부터 많은 숫자의 유저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미 게임 시간으로 자정이 넘었지만 유저들은 당연히 그런 시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확실히 현재 ‘One’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다운 모습이었다.
“휴우∼ 나날이 커지는군.”
확실히 우타와 삼거리의 영역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지금의 규모보다 두 배 정도는 더 커질 것이다.
그땐 아예 우타와 삼거리는 호칭은 그냥 호칭일 뿐 삼거리를 훨씬 넘어선 영역에 개인 상점이 즐비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지금도 충분히 넓은 영역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개인 상점을 살펴보는 건 경매장을 살펴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경매장은 정보라는 힘만 가지고 있으면 손쉽게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개인 상점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절대 손쉽게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없었다.
안목.
물건을 보는 안목이 필요했다.
물론 그 안목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스킬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목이야말로 게임의 경험을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일지 몰랐다.
진정한 올드 유저들의 능력 중 하나.
그것이 안목이었다.
나의 안목?
난 당연히 그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누차 말하지만 난 이미 이 게임을 10년이 넘게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물건을 보는 안목은 최고였다.
‘어설픈 대장장이군.’
난 슬쩍 앞에 놓인 검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그냥 봐서는 굉장히 화려해 보이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검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화려한 장식과 눈속임을 위해 간단한 마법 효과 몇 개를 부여한 속 빈 강정과 같은 검들이었다.
저런 검들을 사면 나중에 분명 후회한다.
하지만 초보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초보들은 늘 봉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러면서 배우는 거겠지.’
따지고 보면 이런 게 다 순서일 수 있었다. 한 번 이렇게 제대로 속고 나면 다음부터는 무척 조심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렇게 조금씩 초보라는 딱지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경험이었다.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지는데…….’
날이 아니었던 건가?
오늘은 왠지 초보들이나 속여먹으려고 하는 유저들만 잔뜩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기엔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웠다. 결국 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 좀 더 개인 상점들을 살펴보았다.
내 눈에는 질이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은 날이었지만 유저들은 여전히 북적북적 많았다.
어디서 이렇게 몰려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대단히 많은 유저들이 개인 상점을 살펴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스윽.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서로 부대끼는 건 일도 아니었다.
우타와 삼거리에서 이 정도는 일상다반사였기에 나도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주 이상한 감각이 내 등줄기를 타고 머릿속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