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산처럼 쌓여가는 골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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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금은 그냥 조각품으로나 만들어지는 돌멩이일 뿐이지만 이제 곧 이것은 금덩어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변한다.
왜냐고?
내가 아까 말했듯이 화심과 흑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화심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흑석이다.
흑석이야말로 화심의 중심이고 원천이다.
물론 나도 어떻게 흑석을 이용해 화심을 만드는지 정확한 원리는 모른다.
그것은 오로지 드워프들만의 기술.
당연히 나는 그 기술은 모르고 있었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흑석이 있어야만 화심을 만들 수 있고, 화심을 계속 유지시키려면 계속 흑석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지금 내 창고에 쌓여 있는 흑석들은 드워프들에게 보물과도 같은 존재라는 소리였다.
절대 흑석 없이는 화심이 없었고, 화심 없이는 드워프가 없었다.
그렇기에 난 내 물건들을 비싸게 사 줄 아주 확실한 고객을 미리 확보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내 창고에는 대략 400만 골드가 쌓여 있다고 보면 되었다.
드워프들이 갑자기 전부 사라지지 않는 이상―당연히 사라지지 않는다―난 골드를 산처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드워프 종족이 나타나고 한 달 정도가 됐을 때부터 장인이라 불리는 드워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아마 조만간 내가 모은 흑석을 사용할 시기가 올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난 골드를 긁어모으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정말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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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크리슈나로부터 경매장 아이템 판매대금 3,218골드를 받으셨습니다.
드워프 장인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난 흑석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초반엔 장인이 된 드워프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흑석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흑석을 싼값에 사들이려고 했지만 이미 내가 중간에서 모든 흑석을 매입하고 있는 상태라 그들의 그런 의도는 별로 오래가지 못했다.
거기에 내가 고의로 살짝 흑석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 흘리자 당연히 흑석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흑석의 가격은 엄청나게 뛰어버렸다.
그 결과 드워프 장인들은 꼼짝없이 비싼 돈을 주고 흑석을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난 단 일주일 만에 이미 투자했던 돈을 거의 회수한 상태였다.
생각보다 많은 드워프들이 장인의 등급에 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기술자 중의 기술자라 불리는 드워프 종족이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드워프로 환생한 것 같았다.
원래는 대충 살짝 거래만 하고 미리 생각해 두었던 다음 사냥터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흑석의 가격을 올려주는 드워프 장인들 덕분에 약 일주일 정도 더 머무르면서 대충 시세를 내 입맛에 맞게 조정했다.
현재 형성된 가격대는 개당 대략 28골드에서 30골드 정도였다.
이 돈은 쓸 만한 매직 급 아이템 한 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큰 액수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주 열심히 흑석을 사들였다.
정말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하지만 난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분량의 흑석을 내놓지 않았다.
철저히 계산을 해 절대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양만 내놓았다.
그렇게 양을 조절했는데도 워낙 잘 팔리다 보니 일주일 동안 상당한 양의 흑석을 팔 수 있었다.
이제 흑석의 시세는 완전히 안정되었다.
더 이상 경매장을 지켜보며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간간이 마을 같은 곳에 들러 경매장에 조금씩 흑석을 풀면 되었다.
흑석의 시세도 안정되었으니 이제 이곳 우타와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드디어 우타와를 떠날 때가 되었다.
나는 이미 버그 스톤과도 작별인사를 해두었다. 물론 버그 스톤에게 몇 가지 아이템을 특이하게 강화 받았다.
그밖에도 각종 소모성 아이템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기한 몇 가지 아이템을 넉넉히 구매한 나는 떠날 준비를 완벽하게 끝냈다.
다음 목적지는 이미 정해놓았다.
그곳은 비록 미공개 던전이 있는 곳도 아니었고 그렇게 인기 있는 사냥터도 아니었지만 난 그곳이야말로 지금 나에게 최고의 사냥터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북부 용암 지대.
북부 용암 지대는 대략 300레벨 중반부터 300레벨 후반의 유저들이 찾는 사냥터였다.
지금 최상위권의 유저들이 300레벨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을 테니 아마도 그곳엔 그 어떤 유저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다지 좋은 사냥터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곳은 아직 제대로 개척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본의 아니게 난 최상급 유저들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앞서나간다기보다는 약간 운이 좋아 살짝 앞에 섰을 뿐이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빠른 추월이었다.
원래는 400∼500레벨 정도 되어야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나에겐 무척 좋은 일이었다.
현재 내 레벨은 244였다.
아주 평범한 일반 유저들의 레벨이 100∼150대이고 아주 열심히 게임을 한 유저들 레벨이 180∼200대인 것을 감안하면 내 레벨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물론 최상위권 유저들은 이미 300레벨을 넘겨 350레벨 정도의 수준이겠지만 어차피 그들이나 나나 같은 익스퍼트 급의 유저이었기에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나의 직업 특성상 난 그 누구보다 강했다.
물론 ‘ONE’에서 개인의 강함이 가지는 한계라는 건 분명 존재했지만, 난 그 한계를 완벽하게 깨버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었다.
단체를 넘어서는 개인.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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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모든 준비를 끝낸 나는 아주 짧은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북부 용암 지대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지금 떠나기에는 바로 하루 뒤 맛볼 수 있는 우타와의 명물 불꽃 맥주를 포기하는 게 너무나 아까웠다.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에만 맛볼 수 있는 불꽃 맥주는 정말 대단한 술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술이라기보단 음료수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알코올 성분은 거의 없기에 청소년에게도 판매가 가능한 맥주.
오로지 한 달에 한 번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맥주.
워낙 인기가 있어서 개인당 석 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게 원칙인 이 불꽃 맥주는 정말 우타와 명물 중의 명물이었다.
불꽃 맥주를 만드는 건 한 괴짜 NPC였다.
로베르토라는 이름의 그 NPC는 평생을 불꽃 맥주에 쏟아부은 인물이었다.
불꽃 맥주의 맛은 매우 독특했다.
술도 아니고 음료수도 아니었지만 한 번 맛본 이들은 절대 그 맛을 잊지 못했다.
나 역시 그 맛을 잊지 못했다.
물론 우타와를 떠나면 당분간 그 맛을 못 보게 되겠지만 적어도 떠나기 전에 한 번 정도는 더 마시고 싶었다.
마침 날짜도 바로 내일이었기에 하루 정도는 휴식을 위해 사용해도 될 것 같았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게임만 하는 머신이 될 생각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의 여유는 부릴 수 있었다.
물론 휴식을 한다고 그냥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난 느긋하게 쉬면서 오랜만에 경매장을 상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미 ‘ONE’이 정식으로 서비스된 지 현실 시간으로 1년 하고도 대략 4개월이 더 흐른 상태였다.
게임 시간으로 따지면 무려 4년 정도가 흐른 것이었다.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동시 접속자가 4천만에 육박하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가 1억 명에 가까워진 상태.
바야흐로 ‘One’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부터 당분간 다른 게임은 정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내 기억으로 ‘One’을 제외하고 가장 인기가 있던 게임이 실시간 가상현실 전략 게임이었던 스타 워(Star War)였는데 그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숫자가 겨우 삼백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One’이 얼마나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DH 소프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게임 업계가 이 시기에 크게 몰락해 버렸다.
아예 DH 소프트에 흡수된 게임 회사도 수없이 많았다.
이 시점부터 이미 거대 공룡 기업화되어 버린 DH 소프트. 물론 그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행복한 소식이었다.
그 덕분에 난 늘 가장 최신형 게임 접속 기기를 장만할 수 있었다.
어차피 돈은 여유가 있었기에 DH 소프트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접속기기를 개발해 내놓으면 그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즉시즉시 바꿨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게임에서도 많은 영향이 있었다.
조금 더 세밀한 조작, 현실성, 그리고 확실히 보장되는 편의 서비스.
최초 구형 접속기기를 쓰는 사람과 최신형 접속기기를 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 큰 차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