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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52화 (52/250)

052. 혈전 ― 2

* * *

이번엔 신성 기술과 인첸트 기술을 혼합해 만든 융합 기술이었다.

지속 시간은 엘레멘탈 파워보다 짧지만 순간적인 능력치 증가는 훨씬 높았다.

민첩과 체력, 그리고 근력마저 상승했다.

원래 기본적인 능력치가 높았던 나다. 그런 내가 셀프 버프를 통해 능력치를 더욱 상승시켰으니 보통의 유저들과는 비교가 힘든 높은 능력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인 거리 좁히기와 빠른 셀프 버프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라트마와 그 일행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그들 사이로 파고들 수 있었다.

“헉!”

“으헉!!”

내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그들은 당연히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일종의 균열이었다.

작은 균열. 하지만 이 작은 균열은 결국 그들을 무너뜨릴 큰 균열이 될 것이다.

그저 잠깐 놀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제 나는 이 작은 균열의 틈을 철저히 이용해 이것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다.

스킬 조합, 크로스 블레이드+검기난무(劍氣亂舞).

블레이드 익스플로젼(Blade Explosion)!

꽈과광!

난 망설이지 않고 곧장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좌우로 휘두르며 가볍게 폭발을 일으켰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절대 초보자들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이 공격 한 번으로 어떻게 될 사람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수는 있었다.

방금 내가 그들의 예상을 깨고 아주 빠르게 그들의 사이로 파고든 것이 그들을 잠깐 놀라게 했다면, 지금 이 공격은 그들을 조금 더 놀라게 할 것이다.

이것으로 균열은 좀 더 커진다.

한 번 커지기 시작한 균열은 결코 그 확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내가 계속 자극할 것이니까.

퍼퍼펑!

내 예상대로 그들은 블레이드 익스플로젼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빠른 방어.

하지만 그들은 방어하며 이미 나에게 공격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었다.

난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일단 오감증폭(五感增幅) 스킬을 사용해 내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혹시 모를 반격이나 나를 둘러싼 이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에 오감증폭 스킬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스킬이었다.

‘뒤!’

번쩍.

급상승한 다섯 가지 감각은 나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내 뒤에서 누군가 나를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공격의 종류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 공격이 정확히 내 오른쪽 어깨를 향하고 있다는 것과 꽤 위험한 공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건 당연히 막는 것보단 피하는 게 좋았다.

스킬 조합, 환영보(幻影步)+일월건곤보(日月乾坤步).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나도 내 잔영을 남기고 재빨리 옆으로 몸을 돌렸다.

촤아악!

꽈광!

아슬아슬하게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 대형 양손 도끼가 바닥을 강하게 때렸다.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넘긴 난 곧장 회전하는 방향으로 두 검을 휘둘렀다.

광속검(光速劒)의 기운을 담은 두 자루의 트윈 문 소드가 나에게 양손 도끼를 휘두른 남자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찾아오는 법.

그 남자는 너무나 큰 동작으로 공격을 했기에 나의 반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퍼퍼퍽!

“크아악!”

무방비 상태에서 복부의 급소를 정확히 가격당했기에 이건 무조건 치명타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치명타 공격 한 번으로 쓰러질 만한 유저는 아니었지만 이 남자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쉬이이익!

한 명에게 제대로 공격을 적중시켰지만 그걸 좋아하고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갑자기 서늘해지는 뒤통수.

뭔가 또 위험한 공격이 느껴졌다.

이럴 땐 무슨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바닥을 구르는 것이 훨씬 좋았다.

이것도 굳이 스킬로 구분한다면 ‘필살(必殺) 바닥 구르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휘릭!

꽝!

내가 빠르게 바닥을 구르며 옆으로 피하자 내가 서 있던 자리에 한 개의 강력한 화염구가 떨어졌다.

어느새 마법사 유저 중 한 명이 나에게 화염구를 던졌던 것이다.

확실히 어느 정도 수준의 유저들이 합공을 시작하자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이들은 앞으로 가장 유명한 길드가 될 ‘엠페러’의 정예들이었다.

당연히 합공에 능숙했고 서로 호흡도 잘 맞았다.

비록 작은 균열을 만들어 틈을 억지로 벌리고는 있다지만 그 속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다소 느렸다.

‘분위기를 좀 바꾸자!’

난 원래 내 능력을 누군가에게 전부 보여주는 걸 매우 싫어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원래는 몇 가지 능력만 이용해 이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살짝 수정했다.

예상보다 이들이 더 강했기에 몇 가지 능력을 더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장비 9번.”

트윈 문 소드가 아공간으로 사라지면서 대신 마법총서가 나타났다. 난 마법총서를 들고 재빨리 무한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몇 가지 시약을 움켜잡았다.

스킬, 상급 빙계 마법, 블리자드 바인드(Blizzard Bind)!

번쩍!

쩌저저저저저적!

나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얼음의 기운.

그 얼음의 기운은 순간적으로 내 주변에 모든 유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내가 이런 마법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일까?

그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몸을 휘감는 마법의 힘에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당해 버렸다.

“헉!”

“뭐, 뭐야!”

반응이 빠른 몇 명은 벌써 해제 스킬이나 해제 아이템을 사용해 자신의 움직임을 봉쇄한 얼음 조각들을 없애 버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기에 앞서 먼저 놀라고 있었다.

이왕 그들을 놀라게 한 거 조금 더 놀라게 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스킬, 상급 화염 마법, 파이어 레인(Fire Rain).

화르륵!

꽝! 꽈광!

이번엔 화염마법 계열 마법이었다. 내 주변으로 떨어지는 작은 불덩어리들, 일명 불의 비라고 불리는 화염마법 계열의 대표적인 광역 마법이었다.

그 위력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추가적으로 이동 속도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블리자드 바인드만큼이나 귀찮은 마법이었다.

“마법!!”

“마, 마검사!!”

“놈은 마검사다! 모두 주의해라!!”

그들은 역시나 나를 마검사로 판단했다.

물론 난 마검사 같은 단순한(?) 분류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지만 굳이 친절하게 그게 아니라고 설명해 줄 필요는 당연히 없었다.

그냥 계속 마검사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도 이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다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블리자드 바인드와 파이어 레인을 통해 아주 잠깐이지만 약간의 데미지를 주고 이동을 제한시켰다.

그렇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공격할 필요가 있었다.

“장비 4번.”

촤악! 스르릉!

빠르게 마법총서를 엘레멘탈 블레이드로 바꾼 다음 가볍게 숨을 고르며 엘레멘탈 블레이드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지옥(地獄)을 보여주겠다고 한 약속, 지켜주마!”

스킬 조합, 파워 업(Power Up)+디바인 포스

괴력충전(怪力充電)!

연계 발동!! 오행신검, 연환오행검(連環五行劒)!!

최고의 검술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오행신검이 활성화되며 엘레멘탈 블레이드가 다섯 가지 빛깔을 뿌리기 시작했다.

근래에 알게 된 것이지만 엘레멘탈 블레이드와 오행신검은 궁합이 매우 잘 맞았다.

조금은 다르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속성을 지녔기 때문일까?

확실히 증명할 수는 없었지만 엘레멘탈 블레이드로 오행신검을 시전하면 분명 뭔가 위력이 증가되는 느낌이 들었다.

촤아아악!

엘레멘탈 블레이드에 맺힌 대형 검강이 내 앞에 서 있던 유저들을 향해 뿌려졌다.

이미 마스터 등급까지 숙련치를 상승시킨 오행신검은 내가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몇 가지 무공 중 하나였다.

특히 나의 모든 능력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지존신공과 분심공은 오행신검의 위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러 블레이드!!”

“막지 말고 피해!!”

확실히 안목이 있는 유저들답게 한눈에 검강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아직 오러 유저가 아니었기에 내 검강을 막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피하는 게 올바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올바른 결정이 다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건 아니었다. 내가 그들의 그런 행동을 예측했고, 그에 대한 허를 찌르는 공격도 이미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다.

스킬 발동, 오행신검, 폭검(爆劒)!

“폭(爆)!!”

오행신검에는 내가 뿌린 검강을 중간에 폭발시키는 기술이 있었다. 물론 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행신검을 완전히 마스터해야 하고 미리 검강을 뿌릴 때 폭검의 기운을 같이 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사실 분심공을 마스터하지 못한다면 사용하지 못 하는 기술이었다.) 제대로만 사용하면 아주 허를 찌를 수 있는 기술이었다.

내 의지가 전해지며 당연히 허공을 가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검강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꽈과광!

“크악!”

“아악!”

검강이 폭발하며 그 주변으로 강기의 파편이 비산(飛散)했고, 그 주변에 있던 다수의 유저들이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아버렸다.

아무리 조각일 뿐이라지만 오러 블레이드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각들이라 그 위력은 상당했다.

아마도 그들은 순식간에 생명력이 크게 깎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보기 좋게 성공한 공격.

두 번의 마법 공격에 이은 기습적인 오행신검의 공격은 충분히 엠페러 길드의 유저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상대는 엠페러 길드였다. 당연히 반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화르륵!

혹시 반격에 대비하려는 그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강력한 화염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그 기운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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