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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The Lord)-39화 (39/250)

039. 일인(一人) 레이드(上) ― 2

* * *

파팟!

고속회피를 이용해 재빨리 꼬리 휩쓸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나는 다시 장비를 바꿨다.

“장비 6번.”

츠리릿!

철컥.

명사수의 트윈 건을 꺼내든 나는 일단 데빌사우루스와의 거리를 벌렸다.

타타타탕!

거리를 벌리며 사용하는 난사 스킬은 일종의 잽이었다. 난 이것을 이용해 가볍게 견제를 하며 데빌사우루스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크어엉!

나를 노려보던 데빌사우루스가 갑자기 크게 울부짖으며 한쪽 발을 높게 들었다.

‘젠장! 쇼크웨이브 공격인가?’

예비 동작을 보니 쇼크웨이브가 확실해 보였다.

부웅! 꽈광!

들려 있던 데빌사우루스의 한쪽 발이 땅바닥을 강하게 내려찍자 큰 충격파가 발생했다.

꽈과과광!

갈라지는 땅바닥, 그 갈라지는 방향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것은 데빌사우루스의 많은 공격패턴들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였다.

땅바닥의 진동파를 이용한 공격. 워낙 빠르고 광범위한 공격이라 쉽사리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막아야 했다. 그리고 난 이미 쇼크웨이브 공격을 예상했을 때부터 장비를 바꾸고 공격을 막을 준비를 끝내놓았다.

퍼퍽!

땅바닥에 꽂히는 두 자루의 장검.

특수스킬조합 엘레멘탈버스터!!

꽈과과광!

난 더 큰 충격파를 만들어 데빌사우루스의 충격파를 집어삼켜 버렸다.

퐁!

쿠구구구궁!

폭발의 여파로 사방이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진동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재빨리 가방에서 압축물약 팩 하나를 꺼내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데빌사우루스와의 일전은 분명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중간중간 물약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계속 마나물약을 마셔줘야 했다.

“후우~ 아직 시간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지!”

스킬발동 마법진 파워익스플로젼(Power Explosion)!!

난 가볍게 웃으며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그것은 내가 미리 준비해놓은 일종의 함정이었다. 데빌사우루스는 내가 준비한 그 함정 중 하나인 파워익스플로젼 마법진을 한쪽 발로 밟고 있었다.

꽈과과광!

마법진은 활성화시키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지만 일단 활성화만 시키면 그 위력은 보통 마법보다 훨씬 강력했다.

크아아앙!

크게 울부짖는 데빌사우루스.

좀 아플 것이다.

지금 이곳엔 이런 함정이 아주 많이 존재했다. 내가 아주 정성을 들여 준비한 것들이었다.

평범한 공격용 마법진부터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마법진들까지…… 그뿐인가? 각종 함정들과 동대륙의 신비한 지식이라는 기관 진식 기술로 만들어진 특별한 장치들.

많은 것이 이곳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내 동료들이라 할 수 있었다.

무식한 일인 레이드? 절대 아니다. 비록 살아 있지는 않지만 분명 내 동료들은 이곳에 많이 존재했다. 그리고 난 이미 한 명의 유저가 가질 수 없는 수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아주 뛰어난 회피 탱킹 능력만을 믿고 일인 레이드에 뛰어든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다.

변수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성공 가능성은 최대한 높였다.

불가능? 그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이 주로 하는 말일 뿐이었다.

일인 레이드…… 정말 예상보다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 * *

크어엉!

꽝!

데빌사우루스의 강력한 물기 공격은 나에겐 방어가 절대 불가능한 공격이었다.

혹시라도 다수의 다른 유저들에게 막대한 서포트를 받는 최대한 방어 쪽에 특화된 직업을 지닌 이었다면 방어가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그런 것들과 전혀 관련 없는 나에겐 무조건 피해야 하는 공격이었다.

콰드드득!

간신히 고속회피를 이용해 공격을 피한 나는 흐트러졌던 중심을 바로 잡았다.

데빌사우루스는 나 대신 애꿎은 돌멩이들만 씹고 있었지만 왠지 산산이 부서지는 돌멩이들의 모습이 오싹하게 느껴졌다.

“헥헥, 괴물 같은 놈.”

데빌사우루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

벌써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데빌사우루스의 체력을 깎았지만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반면 지금까지 난 제대로 된 데미지를 한 번도 입지 않았지만 이미 체력이 반 토막 난 상태였다.

퐁.

꿀꺽꿀꺽.

난 다시 압축물약 팩을 마시며 전열을 정비했다.

집중력을 잃으면 정말 끝이었다. 힘들더라도 계속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감각을 유지해야 했다.

“장비 5번.”

츠리릿

또다시 활을 꺼내 들었다. 요정의 합성활은 버그스톤의 강화로 형태가 가장 많이 변화한 아이템 중 하나였는데 원래는 약간 작은 모습의 숏보우 형태였던 활이 커다란 롱보우 형태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물론 당연히 그 관통력과 정확도가 상승해 전보다 더 강해진 건 틀림없었다.

장비를 원거리 무기로 바꾼 나는 패스트워크 스킬을 사용해 재빨리 데빌사우루스와의 거리를 멀찍이 벌렸다.

처음보다는 움직임이 많이 느려진 데빌사우루스는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나를 잘 따라오지 못했다.

이것은 한 시간 반 동안 줄기차게 데빌사우루스의 다리 부분만 공격한 성과였다.

파파팟!

어쨌든 움직임이 둔해진 데빌사우루스를 따돌리고 안전한 거리를 확보한 나는 자리에 멈춰 섰다.

“여기군.”

정확한 자리를 확인한 나는 뒤로 돌아서서 활시위를 강하게 당겼다.

스킬발동 마법진 전신(戰神)의 축복!!

번쩍.

내가 밟고 서 있던 곳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이 활성화되며 내 몸에 강력한 힘이 깃들었다.

모든 능력치를 20초 동안 큰 폭으로 증가시켜 주는 전신의 축복 마법진.

A급 마법진 답게 아주 강력한 힘이 몸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쿵쿵쿵!

데빌사우루스가 나를 향해 곧장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스킬조합 쇼크트렙(Shock Trap) + 뇌전기관(雷電機關)

스턴필드(Stun Field)

파지직!

크아앙!!

무식하게 나를 향해 곧장 뛰어올 것을 이미 예상했었다. 그렇기에 데빌사우루스는 내가 미리 준비한 스턴필드 함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턴필드가 강력한 함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데빌사우루스라는 괴물에겐 그저 아주 잠깐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정도밖에 효과가 없었다.

아주 짧은 시간의 여유, 이 여유를 놓치면 안 됐다.

스킬융합 에로우 샤워(Arrow Shower) + 환영시 + 연발사격(連發射擊)

에로우스톰(Arrow Storm)!!

파파파팟!

나는 아주 빠른 속도로 수십 발의 화살을 쏘아냈다.

그것들은 그냥 화살이 아니었다. 특별히 버그스톤에게 구해 온 아주 값비싼 폭발시(爆發矢)들이었다.

꽈과과과광!

덩치가 컸던 데빌사우루스는 그 폭발시를 고스란히 맞았다. 화살의 폭풍과 함께 데빌사우루스의 근처에 강력한 폭발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크어어어어엉!

“아프냐? 아프면 좀 쓰러져라!”

데빌사우루스는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연속해서 맞고도 여전히 난폭하면서 무시무시한 공격을 계속 뿜어냈다.

즉, 아직 쓰러질 때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그그그긍.

쿵, 쿵.

역시나~ 여전히 데빌사우루스는 움직이고 있었다. 군데군데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그 난폭한 눈빛은 그대로였다.

“장비 6번.”

츠리릿 철컥.

재빨리 트윈 건으로 장비를 교체한 나는 데빌사우루스의 돌격에 대비했다.

그동안의 전투에서 약 80%에 가까운 함정들을 사용해 버려서 이제 남은 함정들은 20% 정도였다.

전투가 언제 끝날지 몰랐지만…… 남은 20%의 함정을 마구 사용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일단은 시간을 벌며 많이 소모된 마력과 체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견제에는 트윈 건이 제일 좋지.”

빠르게 움직이며 견제를 할 것이라면 이것만 한 무기가 없었다.

위력은 약간 떨어졌지만 바닥날 걱정이 없는 마력탄을 난사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매력이었다.

타타타탕!

빠르게 움직이며 데빌사우루스를 향해 계속 무차별 사격을 선물했다.

휘릭!

그 와중에도 간간이 웹마인(Web Mine)을 바닥에 던지는 건 잊지 않았다. 웹마인은 간단한 지뢰형 거미줄 폭탄이었는데 밟으면 이동속도를 약간 감소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데빌사우루스에겐 아주 미미한 효과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은 법. 아직 웹마인이 남아 있는 이상 계속해서 뿌려주는 게 좋았다.

크어엉!

화르르륵!

오랜만에 나오는 화염의 숨결.

하지만 놈이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던 공격이었다.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들은 이처럼 아주 작은 예비동작을 통해 공격의 패턴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많았지만 어쨌든 이렇게 공격 패턴을 예상할 수만 있다면 막거나 피하는 건 훨씬 쉬워졌다.

꽈광!

용사의 대형방패를 살짝 기울여 화염의 숨결을 옆으로 튕겨버린 난 다시 데빌사우루스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나며 트윈 건을 꺼내들고 견제를 계속했다.

약간은 지루한 작업.

하지만 간간이 이러한 견제 작업을 해줘야 내 체력과 마력을 어느 정도로 계속 유지 시켜줄 수 있었다.

쿵! 쿵!

데빌사우루스는 나를 잡기 위해 계속 뛰어다녔지만 이미 기동력에서는 나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간간이 예상치 못한 공격이 날아올 때가 있기에 긴장을 늦춰서는 절대 안 됐다.

정면대결을 피하고 얼마를 그렇게 견제에만 집중했을까? 대략 마력이 70% 수준을 회복했다.

퐁.

나는 다시 한 병의 압축물약 팩을 마시며 다시 한번 몰아칠 준비를 했다.

크엉!

휘이이잉!

예상하지 못한 낮고 빠른 꼬리 휩쓸기, 이런 것은 내가 계속 조심하고 있었던 그런 류의 공격이었다.

“젠장!”

스킬융합 오버스피드(OverSpeed) + 환영보 + 쉐도우스텝(Shadow Step) + 일월건곤보(日月乾坤步)

긴급회피(緊急回避)!!

난 재빨리 내가 가진 보법스킬 중 가장 반응속도가 빠른 스킬조합 긴급회피를 완성시켰다.

흐릿! 꽈광!

긴급회피는 아주 빠르게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나 자신도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동굴 한쪽 벽에 충돌했다.

“크윽.”

꽤 큰 충격, 대략 총체력의 2%는 날아가 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파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연속해서 데빌사우루스의 공격이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빨리 공격권에서 벗어나야 했다.

카아앙!

데빌사우루스가 벽에 충돌한 나를 향해 커다란 입을 벌리며 빠르게 돌진했다.

“헛!”

난 정령빙의를 통해 실프의 힘을 두 다리에 주입시킨 후 아주 빠르게 땅바닥을 구르며 데빌사우루스의 몸통 아래로 몸을 피했다.

꽈과광!

콰드드득.

커다란 구멍이 나며 데빌사우루스에게 뜯겨 나가는 벽면.

정말 조금만 늦었어도 난 그대로 데빌사우루스의 맛좋은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이건 기회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내 두 눈에 무방비로 노출된 데빌사우루스의 두꺼운 목이 보였다.

기회를 포착한 나는 곧장 장비를 바꿨다.

“장비 3번.”

촤르륵!

빠르게 강철와이어를 꺼내 곧바로 허공에 뿌렸다.

스킬 와이어컨트롤 포박술(捕縛術)!!

휘리릭!

길고 튼튼한 강철와이어가 데빌사우루스의 거대한 목에 빠르게 감겼다.

그리고 난 와이어가 감기는 그 탄력을 이용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콰득!

강하게 데빌사우루스의 목을 조이는 강철와이어.

허공에 뛰어오른 난 그 와이어를 힘차게 당기며 데빌사우루스의 몸통에 올라탔다.

크어어엉!

쾅! 쾅!

미친 듯이 요동치는 데빌사우루스.

하지만 아주 힘들게 잡은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난 들고 있던 강철와이어를 단단히 잡고 데빌사우루스의 몸통을 딛고 서있는 두 다리에 강하게 힘을 넣었다.

“후후, 내가 그렇게 쉽게 떨어질 것 같아?”

위기 뒤에 찾아온 기회.

난 그것을 절대 그냥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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