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37화 (37/250)

037. 아~ 신지(神地)!! ― 2

* * *

몬스터들은 너무 강했고 언제나 갑자기 튀어나왔다. 방심은 절대 할 수 없었고 한 마리, 한 마리 최선을 다해서 상대해야 했다.

쉴 시간은 부족했고 긴장감을 늘 팽팽히 유지해야 했다.

당연히 엄청 힘들었다.

만약 내가 죽음에 대한 패널티가 큰 직업이 아니었다면 그냥 죽고 포기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벌써 10일(게임시간) 동안 이 미칠 것 같은 지옥에서 견뎠다.

이 지옥을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신지의 비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중심부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지만 신지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장비 6번.”

츠리릿!

철컥.

“장비 2번”

츠리릿!

“장비 3번”

츠릿!

:

:

나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언령설정마법을 수련했다. 보다 빠르고 정확한 교체.

난 그 교체시간을 단 0.1초라도 줄이려고 노력했다.

현재 언령설정마법의 숙련도가 149.998이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깨달음을 얻으면 하이마스터의 경지에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계속 강해져야 했다.

그게 이곳 신지에서 내가 생존하는 방식이었다.

‘더 빠르게…… 검을 놓는 동시에 다시 총을 잡는다!’

“장비 6번!”

츠리릿.

팟! 철컥.

느낌이 좋았다. 마치 두 자루의 검을 두 자루의 권총으로 바꾸는 마술을 부린 것 같은 아주 자연스러운 교체였다.

띠링, 언령설정마법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언령설정마법 숙련도가 150.001이 되어 하이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띠링, 총 10개의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아!”

그동안 149.998의 숙련도에서 무려 일주일 동안 숙련도가 조금도 오르지 않아 짜증이 났었는데 드디어 마스터의 경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4가지의 무기를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재빨리 미리 구해놓았던 아이템들을 빈 4자리의 아공간에 채워 넣었다.

장비7번 대형미늘창(매직)

장비8번 포이즌대거(레어), 문블레이드(레어)

장비9번 마법사의 수정지팡이(매직)

장비10번 투사의 강철손톱(레어)

모두 미리 준비한 아이템들이었다. 이로써 내 스킬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었다.

크아앙!

“젠장…….”

잠깐 여유가 생겼다고 느껴질 순간 또다시 나를 향해 달려오는 한 마리의 몬스터가 있었다.

플레임타이거(Flame Tiger).

아주 지독한 놈 중 하나였다.

“장비 6번”

츠리릿!

철컥!

재빨리 두 자루의 권총을 소환한 나는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내 몸놀림을 빠르게 만든 후 플레임타이거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썅, 그래…… 누가 이기는지 한 번 해보자!”

더 이상 즐거움 같은 건 없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오기로 버티는 것이었다.

스킬 난사(亂射)!!

타타타탕!

트윈 건에서 뿜어져 나간 마력탄들이 플레임타이거의 몸에 적중되었다. 버그스톤이 재장전 시스템을 손봐줘서 전보다 약 1.5배 정도 빠른 속도로 마구 쏘아 될 수 있게 되었다. 뭐 원래는 2배의 재장전 속도를 목표로 했었지만 결국 이리저리 손을 봐 1.5배로 만족하게 된 강화였으나 그래도 상당히 훌륭한 강화인 것은 분명했다.

빠득.

트윈 건을 난사하던 나는 절로 이가 갈렸다.

아~ 신지!

그래 이 빌어먹을 신지여~ 어디 한 번 끝을 내보자!

또르륵.

땀이 흘러내려 턱에 맺혔다.

“후우우~”

천천히 호흡을 정리하며 계속 집중했다.

이글아이(Eagle Eye) 스킬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기에 내 두 눈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두 눈은 한 가지 목표에 고정되어 있었다.

‘단 한 방에…….’

오른손을 용마수로 변형시켜놓았던 난 별로 힘들이지 않고 탄성이 강한 합성활의 시위를 뒤로 잡아당겼다.

지이이익!

스킬융합 저격모드 + 결점포착(缺點捕捉) + 파워샷(Power Shot)

일격필살(一擊必殺)!!

꽝!

강하게 당겨진 활의 시위가 앞으로 튕겨 나가며 한 발의 특수화살이 허공을 꿰뚫었다.

퍼퍽!

꾸르륵!

그리고 그 화살은 화염박쥐의 미간을 정확히 관통했다.

스르륵, 쿵.

띠링, 신지의 화염박쥐를 쓰러뜨렸습니다.

띠링, 결점포착스킬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

:

“휴우~”

단 한 방에 끝낸 사냥이었지만 결코 쉬운 건 아니었다. 요즘 들어 연습하는 저격사냥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사냥보다 더 힘들었다.

벌써 신지에 들어온 지 30일(게임시간)이 지났다.

신지는 보통의 일반 던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스페셜(Special)이란 표현이 딱 적당할 것 같았다.

사실 난 이미 일주일 전쯤에 신지의 비밀이라 할 수 있는 장소에 접근했었다.

신지의 구조는 전체적으로 거대한 용암동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용암동굴 중앙에는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식지 않는 불꽃의 언덕’인 것 같았다.

그 언덕에는 마치 신전과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신전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 신전 입구로 가는 길을 기묘하게 생긴 거대한 얼음조각상 하나가 꽉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암동굴에 한가운데 있는 얼음조각상.

이것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있을까? 하지만 분명 그것은 얼음조각상이었다.

그것은 거대한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의 색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분명 난 그 거대한 공룡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데빌사우루스(Devilsaurus).

그것은 아주 악명 높은 보스 몬스터였다.

그것은 평범한 보스 몬스터들처럼 잘 구성된 파티 하나로 잡는 그런 몬스터가 아니었다.

레이드용 보스몬스터, 데빌사우루스는 레이드로 잡을 수 있는 최초의 보스몬스터였다.

전 생애에서 최초로 데빌사우루스 레이드를 성공했던 유저들은 2차 전직을 끝낸 최상급 랭커 무리들 중 하나였다.

그 시기가 아마 대충 이쯤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 그들이 잡은 데빌사우루스는 암흑의 열대우림 지역에서였다.

데빌사우루스의 예상레벨은 200 정도였다.

하지만 레벨은 의미가 별로 없었다.

중요한 건 데빌사우루스가 레이드용 보스몬스터라는 것이었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는 보통 보스몬스터와는 완전히 달랐다.

체력도, 공격력도, 방어력도…… 아예 인공지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최초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 역시 한 번 데빌사우루스의 레이드에 참여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깝게 실패했었다. 마지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전멸…… 정말 당시에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여 줬었다.

그런 놈이 얼음 동상이 되어 있었다.

지금 상황은 굳이 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틀림없이 신지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얼음동상이 되어 있는 데빌사우루스를 쓰러뜨려야 했다.

데빌사우루스는 일종의 문지기인 것이다.

현재 내 레벨은 199.

2차 전직 직전이었다. 당연히 데빌사우루스를 잡기에는 무리가 있는 레벨이었다.

적어도 2차 전직은 끝내야했다. 2차 전직퀘스트는 레벨이 199가 되는 순간 자동으로 퀘스트 목록에 등록되었다.

신지는 정말 지옥 같은 곳이었지만 레벨 업에 관해서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물론…… 견뎌야 하는 고통이 레벨을 올리며 얻는 기쁨보다 크다는 게 문제였지만 어쨌든 레벨은 정말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만약 이 메인퀘스트에 관련된 연계퀘스트와 신지라는 스페셜급 던전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기껏해야 150정도의 레벨이었을 것이다.

폭발적인 레벨 상승,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 난 데빌사우루스를 잡는 것을 포기했었을지도 몰랐다.

또 다행인 것이 전직퀘스트가 예상보다는 쉽다는 것이었다.

숙련도가 익스퍼트 이상인 스킬을 40개 이상 만들 것.

숙련도가 마스터 이상인 스킬을 10개 이상 만들 것.

숙련도가 하이마스터이상인 스킬을 4개 이상 만들 것.

이것이 나의 전직퀘스트였다.

다른 이들이라면 아주 기겁을 하고 쓰러졌을만한 퀘스트였지만 나에겐 별로 어렵지 않은 아주 쉬운 퀘스트였다.

이미 올려놓은 스킬들만으로도 전직 퀘스트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난 전직퀘스트를 받자마자 곧장 퀘스트를 해결해버렸다.

또 한 번의 사기성이 짙은 퀘스트 해결. 하지만 이번에는 행운이라기보다는 내 노력의 결과라고 보는 게 옳았다.

전직 퀘스트는 보통 자신의 직업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졌는데 아무래도 내 직업의 특성이 스킬의 다양성이다 보니 이런 전직 퀘스트가 생성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이미 이 직업을 얻기 전부터 아주 다양한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2차 전직은 공짜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남들은 레벨 199의 99.9%의 경험치를 만들고도 전직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건만 난 전직퀘스트를 해결하고도 한참이 지났건만 아직 경험치를 50%도 못 채운 상황이었다.

난 일단 전직을 할 생각이었다.

데빌사우루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괜히 덤볐다간 정말 본전도 못 뽑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일인(一人) 레이드, 이건 사실상 불가능한 게 맞았다.

혹시 다른 유저들이 이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크게 비웃었을 것이다.

아마 나조차도 누군가 일인 레이드를 하겠다면 크게 비웃어 줬을 것이기에 유저들의 그런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하겠다고 했을 경우일 때만 적용되는 얘기였다.

나라면 달라진다.

가능성?

당연히 있었다.

난 아주 치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일인 레이드의 성공 확률을 올리는 중이었다.

데빌사우루스…… 분명 힘든 상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불가능, 그것은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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