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36화 (36/250)

036. 아~ 신지(神地)!! ― 1

* * *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단순한 우연의 일치?

아니면 나를 과거로 보내 준 남자의 선물?

그것도 아니라면…… 엄청난 행운의 결과?

어쨌든 결론을 얘기하자면 난 지금 무시무시한 결과를 만들었다.

내 천서(天書)에 기록된 ‘신지의 이정표를 찾아서.’라는 퀘스트의 완료시간은 단 30초였다.

참고로 이 퀘스트는 모두가 알다시피 완료시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퀘스트였다.

보통 퀘스트를 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경험치와 아이템, 그리고 돈이었다.

솔직히 전 생애에서 메인퀘스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 퀘스트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단지 다른 퀘스트보다 보상이 좋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지금 내 레벨은 177이다.

‘신지의 이정표를 찾아서’라는 퀘스트로 무려 40레벨이 올랐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는가? 단 한 번의 퀘스트로 레벨이 40이나 올라버렸다.

물론 내가 좀 사기적인 완료시간을 기록한 것은 잘 알고 있다.

완료시간을 기준으로 어떻게 경험치를 주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30초 완료는 조금 심하긴 했다.

카이스트가 원한 이정표는 하나의 지도였다.

정확한 이름은 ‘아주 오래된 크랄 산맥의 지도’였다.

어디서 많이 이름 아닌가? 그렇다…… 이나가 나에게 준 낡은 가죽 두루마리, 바로 그것이었다.

내 가방에서 그것을 꺼내 건넨 순간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NPC였던 카이스트도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퀘스트 완료와 함께 나는 엄청난 경험치를 받았다.

한 번에 레벨이 40이나 올라갈 정도로 엄청난 경험치였다.

이런 것을 폭렙(폭발적으로 레벨이 상승한다는 말.)이라고 부르던가?

사실 이건 폭렙이 아니라 폭폭폭폭렙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놀라운 건 경험치뿐만이 아니었다.

비록 아이템 보상은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 대신 돈을 보상으로 받았다.

갑자기 늘어나는 골드.

무려 1만 골드가 생겨 버렸다.

레벨은 40이 오르고 돈은 1만 골드가 생겼다.

이거야말로 대박 퀘스트였다.

그뿐인가? 퀘스트를 완료하며 나는 ‘식지 않는 불꽃의 언덕’으로 가는 길도 알아냈다.

이건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 일석사조(一石四鳥) 정도는 되는 느낌이었다.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분명 나에게 즐거운 일이고 엄청난 행운인 것은 사실이었다.

행운의 신이라도 붙어 다니는 건가?

마치 누군가 나를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밀어주겠다면 나도 사양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더 빨리 달려나갈 생각이었다.

“이런 행운은 언제나 환영이지!”

나는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곳이 맞나?”

잠시 즐거운 상상을 했던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 나는 ‘식지 않는 불꽃의 언덕’의 입구라고 예상되는 곳에 서 있었다.

퀘스트 ‘신지의 이정표를 찾아서’를 완료하자 카이스트는 몇 가지 가벼운(?) 퀘스트를 주었다.

모두 연계퀘스트였지만 그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대부분 내가 가져다(?) 준 그 낡은 두루마리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해다 주는 것이었다.

그 퀘스트들은 어렵지 않았다. 단지 좀 귀찮았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퀘스트를 해결해주었다.

이미 40레벨이 한 번에 오르며 많은 여유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당분간은 메인퀘스트에 집중해도 괜찮았다.

그렇게 일주일(게임시간)간 열심히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해주자 드디어 카이스트는 나에게 완전히 복원된 지도를 건네주었다.

그 지도를 받으며 동시에 같이 받은 퀘스트가 ‘신지를 찾아서.’라는 퀘스트였다.

내가 보기에 신지는 일종의 던전이었다.

물론 나도 처음 들어보는 던전이었기 때문에 어떤 곳인지는 나도 잘 몰랐다.

크랄산맥 꼭대기 부근의 한 절벽 앞.

특이할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곳이 신지의 입구였다.

나는 혹시나 해서 관찰스킬을 통해 한 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미 하이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내 관찰스킬로도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로지 퀘스트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나는 복원된 지도를 펼쳤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지도의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었다. 카이스트의 말에 따르면 이 뒷면에 입구를 여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이 괴상한 그림들을 이 벽에 그리면 된다는 건가?”

지도 뒷면에는 기묘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마법진 관련 스킬을 배운 난 그것이 일종의 마법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 마법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그래도 마법진의 일종이라면 마정석가루로 그림을 그려 줘야 했다.

슥슥.

지도를 펼쳐놓고 성심성의껏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무척 복잡했다. 이 정도로 복잡한 마법진이라면 그 등급이 A급 이상은 될 것 같았다.

마정석가루는 마력을 담아 사용하면 마치 물감처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벽에 그림을 그려도 흘러내리거나 번지지 않았다.

스슥.

대충 마무리가 다 되어갔다.

무려 10분 동안 그린 대형 마법진.

나는 오른쪽 구석에 룬문자 하나를 그려서 그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번쩍!

“헛!”

마법진을 완성하자 곧장 반응이 왔다.

그그그그그그!

갑자기 주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띠링, 신지(神地)로 가는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띠링, 퀘스트 완료 경험치와 특별경험치를 받았습니다.

띠링, 레벨이 2올랐습니다.

띠링, A급 마법진 ‘홀리그라운드게이트(Holy Ground Gate)’를 배웠습니다.

띠링, ‘신지의 비밀’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YN)

띠링, 경고합니다. 본 퀘스트는 1등급(파티) 연계퀘스트입니다. 본 퀘스트는 수행 중 단 한 번이라도 사망할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퀘스트를 중도 포기할 경우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오!”

드디어 신지로 가는 입구를 열었다.

그런데 왠지 시작부터 잔뜩 겁을 주기 시작했다. 확실히 1등급의 파티퀘스트, 거기에 연계퀘스트였으니 그 난이도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번도 사망해서는 안 되고 중도 포기할 경우 큰 불이익이 있다는 건 어지간한 능력이 안 되면 그냥 포기하라는 말과 같았다.

“포기라…….”

솔직히 포기를 해도 상관없었다.

이미 이 연계퀘스트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이 정도로 만족하고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포기하기가 싫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No Pain, No Gain’

이 말처럼 고통이 없이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었다.

특히 ‘One’에서는 큰 보상을 위해서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게 당연했다.

‘등가교환의 법칙.’

그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난 조용히 ‘Y’자를 눌렀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신지라는 던전을 한 번 제대로 경험해 볼 생각이었다.

띠링, ‘신지의 비밀’ 퀘스트를 받아들이셨습니다.

띠링, 퀘스트 목록이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창을 확인해 주세요.

“가보자고!”

스윽.

나는 밝게 빛나고 있는 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떨리는 신지탐험, 그것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 *

혹시 결정을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나도 그런 적이 많다.

하지만 진짜 이 결정만큼은 바꾸고 싶다. 내가 왜 그랬을까?

너무 자만한 것일까?

아니다, 자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도전이었다.

분명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리고 준비도 철저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잊은 게 있었다.

바로…… 이곳의 이름에 왜 신(神)이라는 글자가 붙었느냐 하는 것이다.

특수스킬조합 엘레맨탈버스터!!

꽈과과광!

띠링, 신지의 화염박쥐를 쓰러Em렸습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헉헉헉.”

또 한 마리를 해치웠다. 레벨도 오르고 스킬 숙련도도 올랐지만 전혀 기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하드코어한 유저라지만 정말 이건 아니었다.

신지? 신의 땅?

아니다, 여긴 지옥이다.

하루, 하루가…… 아니 일 분, 일 초가 지옥과 같은 곳.

생존을 위해 단 일 초라도 방심할 수 없는 곳.

가만히 서 있어도 미친 듯이 땀이 흐르는 곳.

주르륵.

온몸에서 비 오듯 땀이 흘렀지만 그렇다고 지금 입고 있는 플레이트아머를 벗을 수는 없었다.

스킬 하급빙계마법 아이스볼(Ice Ball).

치이익.

아이스볼 마법을 활성화시킨 나는 그것을 몸 가까이에 가져왔다. 이렇게 열기를 식히는 게 전부였다.

이 열기는 방법이 없었다.

그냥 견디는 수밖에…… 하지만 열기보다 더 괴로운 것은 이곳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이었다.

경험치? 엄청 좋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곳도 던전이었기에 최초발견 보너스도 받고 있었고 거기에 원래 몬스터들이 주는 경험치 자체가 엄청 많았다.

아이템? 이것 역시 대단했다. 여긴 어떻게 보면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스킬 숙련도? 살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수련해야 했다.

쉬는 시간 따위는 없었다.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스킬들을 연구하고 수련하고…… 절대 쉬면 안 됐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 것일까?

간단했다. 너무 완벽해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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