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7화 (27/250)

027. 역관광 ― 2

* * *

뒤로 물러나며 빠르게 두 발의 섬전시를 연속해서 날렸다.

퍼퍽!

레드웜의 미간 언저리에 꽂히는 두 방의 화살. 원래는 눈을 겨냥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빠르기에 중점을 둔 스킬이라 정확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그 효과는 좋았다.

특히 독이 발라져 있는 최고급 포이즌에로우를 사용했기 때문에 레드웜이 입는 데미지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크어어엉!

역시 아무리 던전 보스라고 해도 단순한 곤충형 몬스터 특성상 맞으면 맞을수록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몬스터가 분노하면 더욱 위험한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만큼 방어력이나 회피력 같은 건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거의 끝나가는구나!”

분노하는 정도로 봤을 때 체력이 많이 소진된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슬슬 마무리 단계라는 소리였다.

휘이잉!

갑작스러운 레드웜의 강력한 꼬리공격.

이건 막으려고 했다간 한 방에 골로 갈 수 있는 위험한 공격이었다.

스킬조합 환영보 + 쉐도우스텝(Shadow Step)

문워크(Moon Walk)!!

내가 가진 기술 중 가장 뛰어난 위력을 지닌 회피기술이 바로 문워크였다.

꽈광!

문워크가 발동되며 흐릿하게 변한 내 몸은 간발의 차이로 레드웜의 꼬리 공격을 피해냈다.

“휴우~!”

확실히 네임드 몬스터와의 전투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앙탈이 너무 심하면 너만 힘들다고!”

찰칵!

꼬리공격을 피한 나는 빠르게 비도 몇 자루를 꺼내 들었다.

스킬 비도술(飛刀術) 유엽비도(鍮葉飛刀)!

파팟! 퍽퍽퍽!

던전 외벽에 듬성듬성 꽂히는 다섯 자루의 작은 비도들.

스킬조합 초상비 + 패스트워크(Fast Walk)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

“장비취소!”

장비취소는 손을 깨끗이 비우는 스킬 명령어였다. 난 능숙하게 철궁을 아공간으로 보내버리며 던전 외벽 쪽으로 달려나갔다.

탁탁탁탁!

난 미리 꽂아놓은 비도들을 빠르게 밟으며 일급경공인 육지비행술을 이용해 레드웜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붉은 모래, 거미줄, 송진.’

재빨리 가방에 손을 넣고 필요한 시약을 생각했다.

시약들은 바로 내 손에 잡혔다. 순식간에 시약을 챙긴 난 그것들을 뿌리며 상급주술인 천지조화의 술을 부렸다.

화악!

스킬 천지조화(天地造化)의 술(術) 천라지망(天羅地網)!

촤아악!

상급주술답게 화려한 효과를 보여주며 하얀빛의 그물이 커다란 레드웜 머리 위에 만들어졌다.

처처척!

그리고 그 그물은 곧장 레드웜을 감싸버렸다.

키아앙!

날카롭게 울부짖는 레드웜. 하지만 이미 술법은 정확하게 발동되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 이 천라지망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청수정(靑水晶), 검은 진주.’

이번엔 주술과는 좀 다른 성질을 지닌 상급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시약을 빠르게 챙겼다.

스킬 상급빙계마법 블리자드바인드(Blizzard Bind)!

쩌저저정!

상급빙계마법인 블리자드 바인드가 활성화되자 순식간에 레드웜 주변으로 몇 개의 커다란 얼음기둥들이 솟아올랐다.

이 두 스킬들 모두 숙련도가 그리 높지 못했다.

그렇기에 매우 불안정하면서 그 효과가 미약했다. 그나마 레벨이 낮은 그레이트레드웜이니까 이 정도 효과를 내는 것이었지 조금만 더 레벨이 높았어도 스킬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쨌든 낮은 숙련도를 보완하고자 상급 주술과 상급 마법을 중첩해서 사용했다.

이 정도라면 레드웜이라고 해도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소환스킬이나 네크로멘서 스킬, 아니면 정령스킬이라도 사용해서 나를 도와줄 소환수를 뽑아 좀 더 쉽게 전투를 하고 싶었지만 그 스킬들의 숙련도는 방금 전 사용한 주술과 마법 숙련도보다도 더 낮았다.

아직 내 스킬들은 완성되지 않은 게 많았다. 계속해서 쉬는 시간도 없이 열심히 올리고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했다.

언젠가 스킬들이 다 완성되면…… 그땐 진짜 나의 전투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일단 레드웜의 움직임을 잠시 억류한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마지막 마무리를 준비했다.

“좋아 이제 끝을 내주마! 장비 6번!”

츠리잇!

이번에는 장창(長槍)이었다.

장창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 내가 사용하려는 용도는 좀 극단적인 것이었다.

휘리릭!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장창을 가볍게 회전시킨 후 오른쪽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다시 고쳐 잡았다.

스킬 악가창법(岳家槍法) 비창식(飛槍式) 일기유성창(一氣流星槍)!!

악가창법은 이제 동대륙에서 아주 유명해질 창법이었다. 무공의 등급은 겨우 중상급이었지만 창을 무기로 사용하는 이라면 꼭 익혀야 하는 기본무공이었다.

제대로 익히기만 하면 웬만한 최상급 창법들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특히, 악가창법에는 창법을 변형시킨 재미있는 초식들이 많았는데…… 일기유성창도 그러한 초식 중 하나였다.

불끈!

오른팔에 가득 주입된 내공(마력)은 나에게 강력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나 지존신공에 의해 증폭된 내공이었기에 그 위력은 상당했다.

파앗! 취이이익!

내가 들고 있던 장창이 그대로 유성이 되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결박되어 있던 레드웜의 몸통을 꿰뚫었다.

펑!

끄어어어어어엉!

일기유성창은 내공소모가 무척 큰 기술이었지만 그 위력만큼은 대단했다.

하지만 이게 완전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진짜 마무리 기술은 따로 있었다.

“장비 1번!”

챙!!

난 아공간에서 빠르게 튀어나온 두 자루의 검을 뽑아 들었다. 장창을 던져 빈손이 되었던 내 손에 어느새 다시 쌍검이 들렸다.

“마지막이다!”

스킬조합 파워업(Power Up) + 디바인포스

괴력충전(怪力充電)!

연계발동!! 오행신검 연환오행검(連環五行劒)!!

번쩍! 촤아아악!

괴력충전에 의해 강력하게 위력이 증가된 초승달 모양의 오행검기가 정확하게 그레이트레드웜 몸통에 모두 적중되었다.

서걱! 스르르륵.

일기유성창에 뚫린 그 부분에 제대로 틀어박힌 오행검기는 레드웜의 몸을 두 개로 분리시켰다.

다섯 개의 오행검기가 서로 상생을 이루며 조합되자 그 위력이 대단했다. 특히 지존신공으로 인한 증폭효과는 검기의 위력을 마치 검강(劒罡)처럼 강화시켜주었다.

검강을 발현하려면 오행신검의 숙련도가 하이마스터의 경지에는 올라야 했다. 결국 지금 내가 사용하는 건 기껏해야 검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존신공은 그 검기의 위력을 극대화시켜 마치 검강이라도 된 것처럼 만들었다.

덕분에 단단한 몸통을 자랑했던 그레이트 레드웜도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역시 아직까지 마무리 기술로는 이게 최고였다. 그 위력이나 빠르기 면에서 이걸 따라올 만한 스킬조합이나 연계기술은 아직 만들지 못했다.

키이이잉…… 쿠쿠쿠쿵

두 동강이 나 쓰러지는 레드웜, 이상한 녀석들이 도와준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후우우~”

쉽게 잡았다고 생각했건만 마력(내공)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던전 보스는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띠링, 던전 다크우드의 보스 그레이트레드웜을 쓰러뜨렸습니다.

띠링, 최초의 그레이트레드웜 슬레이어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크로스블레이드스킬 숙련도가 0.009 상승했습니다.

띠링, 오행신검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비도술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천지조화의 술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

:

“뮤직 오프(Music Off).”

전투 종료와 함께 노래를 껐다. 리듬은 전투 시에 타는 맛이 좋았지 전투가 끝나고는 영 별로였다.

난 그렇게 노래가 끄고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후 여섯 명의 쓰레기들과 레드웜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줍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내 행동을 멈추게 했다.

[다크우드 던전을 만든 것이 이 그레이트레드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던전 4층에 이상한 결계의 힘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레이트레드웜이 이상한 드래곤하트(Dragon Heart)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

천서에 정보가 기록되는 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언제 어디서도, 특히 이런 특수한 몬스터를 잡으면 천서에 정보가 등록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건 바로 마지막으로 등록된 한 줄의 정보였다.

“드래곤하트!”

드래곤하트라면 그 최상급 마정석도 우습게 만들 수 있는 마정석계의 지존이라 불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재빨리 다른 아이템들은 모두 무시하고 드래곤하트인 것 같은 아이템을 찾았다.

반짝.

보였다. 다른 아이템 몇 개 사이에서 붉은색빛을 뿌리고 있는 한 개의 보석…… 저것이 진짜 웬만한 레전드 주황색 아이템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는 그 드래곤하트란 말인가?

난 이깟 큰 지렁이 한 마리가 그 전설의 드래곤하트를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그것이 설마 드래곤 하트가 아니라고 해도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했다.

난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내 주먹만 한 붉은색 보석을 집었다.

보통의 보석들과는 다른 이상한 기운을 담고 있는 붉은색 보석

난 이것이 설사 드래곤하트가 아니라고 해도 뭔가 평범한 아이템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킬발동 감정(鑑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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