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22화 (22/250)

022. 사냥 시작 ― 1

* * *

다크우드에서의 사냥은 순조로웠다.

과연 내 직업과 스킬들은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파티사냥이 기본인 던전에서 마음껏 활보하는 나.

그런 나의 모습은 정말 일인군단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무리는 하지 않았다. 난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지만 화끈하게 다크우드를 조금씩 점령해 나갔다

6일(게임시간)이 지나고 난 다크우드 2층에 있었다.

결계석(結界石) 몇 개로 간단한 안전지역(Safety Zone)을 설정한 난 그 안에 앉아 있었다.

결계석은 라이트스톤과 마찬가지로 여행자가 필수로 가지고 다녀야 할 물건이었다.

위험한 지역에서 로그아웃할 때나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할 때 결계석을 이용해 안전지역을 만들어줘야 했다.

일단 안전지역만 설정해주면 몬스터들이 그 안쪽의 유저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로그아웃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안전지역은 전투 중에는 만들 수 없고 만들어진 안전지역에서는 전투가 불가능했다.

어쨌든 안전지역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나는 새롭게 등장한 몬스터에 알맞은 스킬조합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다.

지금 이 지역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일종의 식물형 몬스터였다. 썩은 나무괴물들.

무리 지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한 마리 한 마리가 꽤 강력한 몬스터였다.

내 관찰스킬로 알아본 결과 평균레벨은 40~45.

지금 내 레벨이 34인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은 레벨의 몬스터였다.

“이것들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불에 강하단 말이야…….”

식물형 몬스터가 불에 약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런데 썩은 나무괴물들은 이상하게 불에 강했다.

현재 내 주력 공격의 속성은 대부분 불과 뇌전이었다.

그런데 썩은 나무괴물들이 이 두 속성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니 조금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흐음, 썩은 나무괴물…… 썩은 나무…… 썩은? 그래, 이놈들도 식물보다는 언데드에 가까운 놈들이었군.”

몬스터는 대체로 몇 가지의 속성을 가진다.

썩은 나무괴물은 나무속성보다는 언데드쪽 속성이 더 강한 몬스터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면 이걸 써야겠군.”

신성계열은 나와 잘 맞지 않아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버리는 스킬은 아니었다.

종종 사용해주며 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상대가 언데드라면 신성계열만큼 좋은 기술도 없었다.

“디바인소드와 오행신검 염화검(炎火劒)을 같이 사용해볼까?”

스킬조합은 잘 생각해서 사용해야 한다.

조합이 실패할 경우 숙련도가 내려가는 건 물론이고 힘의 반작용으로 나에게 큰 충격이 있을 수도 있었다.

특히 내가 자신할 수 없는 기술들의 조합은 더 조심해야 했다.

조합의 성공확률은 여러 가지에 영향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이 내가 조합을 하려는 기술들을 얼마나 능숙하게 펼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오행신검의 염화검은 그럭저럭 내 손에 익은 검법이었지만 디바인소드는 아직 내가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오른손에 디바인소드를 그리고 왼손에 염화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둘을 합치기 시작했다.

조합이 익숙하다면 이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조합이 가능한지 실험을 하는 단계.

실험을 할 때는 이렇게 하는 게 최고였다.

치이이익!

두 스킬이 서로를 밀어내며 살짝 진동을 일으켰다.

‘안되나?’

이런 반응은 보통 조합이 되지 않을 때 나오는 반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멈춰야 했다.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 걸 무리해서 조합하려고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난 좀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진동 속에서 느껴진 아주 미세한 뭔가의 이질감, 그 이질감 때문일까? 평소에 조합이 되지 않을 때 느꼈던 진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부우웅!

갑자기 두 스킬이 부풀어 올랐다.

“헉!”

이런 반응은 나도 처음이었다.

펑!

주르르륵! 꽝!

갑작스러운 폭발에 난 뒤로 튕겨 나가 한쪽 벽에 처박혔다.

“크윽. 뭐지?”

[난해하고 신비로운 과정을 거쳐 신성폭발(神聖爆發)의 원리를 알았다.]

갑자기 천서에 새로운 지식이 추가되었다.

“신성폭발?”

꽤 큰 폭발이었건만 내 체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벽에 부딪히며 살짝 줄었던 체력이 이상한 반응과 함께 금세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설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천서비기(天書秘技)인가?”

천서비기, 또는 아카식 레코드 스킬이라 불리던 그건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던 것이었다.

천서에 방대한 양의 지식을 담고 있는 이들이 아주 드문 확률로 얻을 수 있다는 스킬이 아닌 스킬.

그것은 게임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지만 분명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했다.

방금 일어났던 폭발.

그리고 천서에 등록된 신성폭발의 원리.

난 어쩌면 신성폭발이라는 천서비기를 습득한 것일지 몰랐다.

“정말 있었군!”

그저 별거 아닌 재미있는 버그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에 등록되지 않는 스킬 따위가 존재한다는 것도 믿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분명히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있다는 건 대충 믿었으나 난 그것을 잡기(雜技)로 치부해버렸었다.

등급 외 또는 무(無)등급이라 평가받던 천서비기.

몇몇 사람들은 그것을 우연히 좋은 반응을 얻은 버그의 일종일 뿐이라고 혹평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ONE’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변화 가능성을 지닌 게임인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막상 내가 이렇게 얻고 보니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기 힘들었다. 잠깐 느낀 것이지만 분명 굉장한 가능성이 보였다.

그 위력이 굉장한 건 아니었지만 등록이 되지 않은 스킬인만큼 굉장히 광범위하게 응용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신성폭발이라…… 이거 대충 보니 회복과 공격이 동시에 가능한 기술인 것 같은데.”

분명 약간 줄어들었던 내 체력을 한순간에 회복시켰다.

게임에 등록이 되지 않는 스킬이라 정확한 효과와 활용방법을 찾기가 무척 난해한 천서비기였다. 그렇기에 좀 더 연구해야 했다.

당연히 연구쯤이야 즐겁게 해 줄 수 있었다.

“역시 아카식 레코드작업을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군!”

지루하고 힘들었던 그 작업에 대한 기억이 한순간에 보람찬 작업의 기억으로 바뀌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게으름피우지 말고 열심히 작업해야지.”

사실 요즘 살짝 그 작업에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천서비기도 진짜 존재하는 걸 알았으니 난 더욱 열심히 그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천서비기도 얻었겠다…… 이걸 이용해 그 썩은 나무괴물들을 잡아 볼까?”

이왕 얻은 천서비기이니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필요가 있었다.

키잉키잉.

키잉키잉.

안전지역 근처에서 요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고 있는 썩은 나무괴물들…… 그들은 나의 좋은 수련상대가 될 것이다.

* * *

스킬융합 염화검+디바인소드+그레이트힐링.

번쩍!

꽈광!

-키르르르륵

하얀 빛무리가 폭발하며 주변에 존재하던 세 마리의 썩은 나무괴물들 몸을 파고들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터진 신성폭발.

그것도 그냥 신성폭발이 아닌 내가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신성폭발 타입2’였다.

타이밍 조절과 범위 설정이 살짝 난해하지만 그 위력은 타입 1보다 더 강력했다.

길게 울부짖으며 뒤로 물러나는 두 마리의 썩은 나무괴물.

신성폭발 타입 2는 꽤 강력한 공격이었건만 이 녀석들은 아직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었다.

마무리가 필요했다.

‘마무리는…….’

스킬조합 파워업(Power Up) + 디바인포스

괴력충전(怪力充電)!

연계발동!! 오행신검 연환오행검(連環五行劒)!!

번쩍!

내 손에 들려 있던 평범한 검에 요상한 괴력이 실리고 그 상태에서 다섯 빛깔의 검기들이 사방에 뿌려진 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츠츠츠츠츳! 꽈과광!

비틀거리던 썩은 나무괴물의 몸통에 정확히 명중하는 다섯 빛깔의 검기들! 느낌으로 봐서 이건 제대로 치명타가 터졌다.

쩌적!

키에에엑!

쿠쿠쿵!

쓰러지는 썩은 나무괴물들, 시스템 메시지는 나의 멋진 승리를 축하하며 경험치와 몇 가지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음을 알려주었다.

단 한 방의 기술로 깔끔하게 끝냈다.

방금 내가 선보인 이 기술은 최근에 간신히 완성한 아주 괜찮은 연계기술이었다.

이 연계기술은 앞으로도 자주 사용할 생각이었다.

보통 연계발동은 특수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사용이 가능했는데 이걸 찾는 건 순수하게 유저들의 몫이었다.

연계기술은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열 번까지가 최고였다.

내가 방금 사용한 기술의 연계 횟수는 두 번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평범한 2단 연계 기술은 아니었다.

연계기술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방금 내가 사용한 스킬조합 + 연환스킬은 연계기술 중에서도 상당히 고급에 속하는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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