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9화 (19/250)

019. 전직을 위한 수련 ― 2

* * *

띠링, 기본마법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일반검술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일반보법 일기보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화염주술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완벽하게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분심공숙련도가 0.006 상승했습니다.

띠링, 지존신공이 모든 무공을 지배했습니다. 지존신공숙련도가 0.006 상승했습니다.

띠링, 물의 정령들이 주술의 힘으로 만들어진 화염을 무서워합니다. 정령마법(水)의 숙련도가 0.001 하락합니다.

털썩.

갑작스럽게 네 가지 스킬을 동시에 활성화시킨 난 약간 황당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되, 되네?”

정말 됐다.

동시에 몇 가지의 스킬을 활성화시키는 게 가능했다.

그뿐인가? 그렇게 각기 다른 스킬을 활성화시키자 다른 숙련도가 하락할 확률도 엄청 줄어든 것 같았다.

“이거야!”

드디어 답을 찾았다.

난 주먹을 불끈 쥐며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한동안 정체되었던 수련의 앞길에 탄탄대로가 놓였다.

이건 차 한 대 없는 고속도로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힘껏 가속 페달을 밟으며 수련 속도를 한계 속도까지 끌어 올려야 했다.

쾌속 전진!

이제부턴 진짜 미친 듯이 달리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 * *

띠링, 당신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 당신은 설마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지휘하고 싶은 것인가? 어쩌면…… 어쩌면 당신은 가능할지 모른다. 자! 지금부터 당신의 지휘를 펼쳐라! 그것이 당신의 운명이다.

띠링, 특수한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셨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길…… 그 길을 걸으시겠습니까?

띠링, 스페셜 마에스트로(Maestro)를 직업으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Y/N)

“쳇!”

난 주먹으로 힘껏 ‘N’을 올려쳤다.

띠링, 전직을 취소하셨습니다.

당연히 취소였다.

스페셜 마에스트로는 나도 알고 있는 직업이었다. 이것은 프로이드가 얻은 전능자보다 한 끗발 떨어지는 직업이었다. 물론 각각의 특징이 다르기에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었지만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스페셜 마에스트로는 내가 원하던 그런 종류의 직업이 아니었다.

벌써 세 번째였다.

세 번이나 전직할 기회를 얻었었다.

혹시 프로이드도 이 과정을 거쳤던 것일까? 난 이제야 프로이드가 왜 자신이 미완성이라고 말했는지 완벽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타협한 것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

너무나도 힘들고, 지루한…… 이 감정에 타협하고 멈춰 섰던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귓속에 포기하라는 말이 환청처럼 들린다.

정말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물며 타이틀의 힘과 지존신공을 바탕으로 펼치는 분심공의 힘을 빌린 나도 이 정도인데 이런 요령도 없었던 프로이드는 얼마나 지쳤을까?

그나마 나는 각종 편법을 이용해 초고속 속성 수련을 하는 중이라 어렵지 않게 견디는 중이었다.

내가 알기로 프로이드는 이 지겨운 짓을 현실 시간으로 1년 가까이 했다고 했었다.

게임시간으로 3년…….

나도 근성 하나는 누구에게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프로이드에게만큼은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게임시간으로 약 석 달 동안 스킬 수련만 계속하고 있었다.

극도로 집중해 석 달이나 고생했지만 아직 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각종 스킬들이 다 익스퍼트 경지에 가까워졌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하기만 했다.

“프로이드가 삼 년(게임시간)을 버텼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자존심이 좀 상하지.”

포기할 수 없다.

아직 전능자라는 직업도 구경 못 했는데 포기라니 그건 있을 수 없었다.

난 다시 한번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으며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시간이 흘렀다.

스킬 수련을 시작한 지 벌써 여섯 달째다.

일주일 전에 드디어 프로이드가 얻었다는 스페셜클래스 ‘전능자’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다.

‘하늘은 당신에게 수많은 재능을 내렸습니다.’로 시작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전능자를 직업으로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었다.

물론 당연히 난 이번에도 역시 ‘N’자를 후려쳐버렸다.

내가 얻으려 하는 건 전능자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건 프로이드나 가지면 되었다.

내가 가질 직업은 전능자보다 더 난해하고 복잡한 그런 직업이 될 것이다.

아마 나도 그 직업을 다루려면 무척 고생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모름지기 큰 힘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그렇기에 난 미련 없이 전능자를 포기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앞에 무엇이 존재할지는 나도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된다.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시간이 좀 더 흘렀다.

게임시간으로 무려 9개월.

현실 시간으로 3개월이 흘렀다.

전능자 이후로는 아무런 전직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조금씩 불안해졌다.

너무 만용을 부린 것일까?

사실 전능자가 끝이 아닐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심마(心魔)였기에 애써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난 점점 커지는 심마를 묵묵히 짊어지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고른 스킬들…… 이제 스킬들은 무척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었다.

2,144개의 스킬이 9개월 동안의 수련을 거치며 단 77개의 스킬로 줄어 있었다.

77개.

이것은 내가 그동안 선별하고 또 선별한 나만의 스킬들이었다.

그 종류는 15가지…… 난 이 77개의 스킬들을 대부분 마스터 경지에 가깝게 올려놓은 상태였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스킬이 정확히 27개였고 나머지는 아직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누가 감히 27개의 스킬을 동시에 마스터의 경지까지 올려놓는단 말인가?

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휴우~ 이놈의 신성계열하고 봉인계열이 문제군.”

워낙 여러 종류의 스킬을 올리다 보니 이제 요령이 많이 생겨서 어지간한 스킬들은 대부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독 신성계열과 봉인계열의 기술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결국 그래서 두 계열의 스킬은 최소화시켰지만 그래도 신성계열에서 네 가지 봉인계열에서 한 가지 스킬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그 효과가 워낙 뛰어났기에 약간 무리가 있더라도 계속 가지고 가야 했다.

“오늘은 기필코 이 두 가지 계열의 스킬들을 익스퍼트 이상 만든다!”

계속해서 말하는 거지만 균형이 중요했다.

더 이상 이 두 가지 계열의 스킬들이 뒤처지면 그땐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질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이 스킬들의 숙련도를 집중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다.

난 지존신공과 분심공을 동시에 활성화시켰다.

두 무공 모두 이제 숙련도가 100을 넘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에 무공의 사용이 매우 능숙해졌다.

사실 이제는 내 스킬 사용의 기본이 되어버린 지존신공과 분심공.

이 두 가지 무공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정말 사기적인 무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존신공은 그 효과 자체가 사기적이었다.

[지존신공(至尊神功)]

: 당신은 천룡의 시험을 통과한 후 당신 스스로 절대무공 하나를 만들었다. 그것의 이름은 지존신공. 이것의 힘은 오직 당신만이 끌어낼 수 있다. 어디론가 전해질 지존의 전설은 아마 이 무공으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숙련도: 110.454

효과: 지존신공을 바탕으로 스킬(무공)을 펼칠 수 있습니다. 펼칠 수 있는 종류의 한계는 없습니다. 지존신공을 바탕으로 스킬을 펼칠 경우 그 위력(효과)이 30% 증가합니다.

[증폭률은 숙련도에 따라 상승합니다.]

특이사항: 지존신공은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모든 스킬(무공)을 지배합니다.

등급: 초월급(SS급)

정확히 수치가 등장한 건 익스퍼트부터였지만 아마 내 생각에 익스퍼트 전에는 10%였을 것 같다. 그리고 익스퍼트의 경지에서 20%, 마스터의 경지에서 30%…….

30% 위력 증가.

이게 의미하는 건 정말 엄청났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기술도 이런 옵션을 가진 것은 없었다.

심지어 아이템에도 없었다.

아, 비슷한 게 하나 있긴 했다. 대략 게임이 시작되고 현실시간으로 5년 정도가 지났을 때 처음으로 잡힌 드래곤, 엘카이드.

그 웜(Wyrm)급 그린드래곤 엘카이드를 잡고 얻은 전설(Legend)급 아이템 하나가 모든 마법계열스킬 효과 50% 증가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당시에 엄청나다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건 50%였지만 마법이라는 분야에 한정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지존신공에는 한계가 없었다.

등급만 낮다면 모든 스킬(무공)을 지존신공을 이용해 운용할 수 있었다.

그제야 난 왜 초월급(SS급) 스킬들을 소유한 일곱 명의 유저들이 천무칠성 또는 세븐스타라는 특별한 호칭을 부여받았는지 확실히 이해했다.

초월급은 말 그대로 진짜 다른 것들을 모두 초월하는 존재였다.

어쨌든 그런 대단한 지존신공 덕분에 가뜩이나 뛰어난 능력을 지닌 분심공이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렇게 분심공의 효과가 크게 증가했기에 내 스킬 수련의 속도가 그냥 속성을 넘어선 초특급 속성이 될 수 있었다.

지존신공의 힘이 내 몸을 힘차게 누비며 분심공을 발동시킨다.

그리고 그 분심공으로 나뉜 내 마음은 또다시 몇 가지 스킬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한다.

신성계열 스킬 중 하나인 디바인포스(Divine Force)는 일종의 신성계열 중에서도 축복계열에 속하는 스킬이었다.

그것은 신의 축복으로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아주 좋은 축복스킬이었기에 반드시 익힐 필요가 있었다.

그뿐인가? 그것과 함께 활성화 시키고 있는 두 가지 스킬 중 그레이트힐링(Great Healing)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회복계열 스킬이었고 큐어포이즌(Cure Poison) 역시 그레이트힐링과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계열 스킬이었다.

동시에 세 가지 신성계열 마법이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난 거기에 두 가지 스킬을 더 활성화시켰다.

신성계열 스킬 중 가장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디바인소드(Divine Sword)와 봉인계열 스킬 중 하나인 마력봉인(魔力封印)이었다.

총 다섯 개의 스킬이 동시에 활성화되었다.

분심공과 지존신공까지 따지면 무려 일곱 가지의 스킬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난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은 수의 스킬을 중복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수련하며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딱 이 정도가 좋았다.

띠링, 디바인포스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마력봉인 숙련도가 0.003 상승했습니다.

띠링, 쇼크웨이브 숙련도가 0.001 하락했습니다.

.

.

시스템 메시지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난 그런 메시지들을 일일이 전부 확인하지 않았다. 뭐가 오르고 뭐가 떨어졌는지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그저 수련에 집중하고 집중하면 끝이었다.

끊임없는 수련.

그것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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