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5화 (15/250)

015. 마지막 한 가지 ― 2

* * *

캡슐에서 일어난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뭔가를 먹기 위해서였다.

주방을 향해 가던 난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가상현실캡슐이 보였다.

아주 잠깐 난 그것을 쳐다보았다.

“난 지금 진짜 게임을 하고 있는 건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ONE’이 원래 그런 게임이라지만 왠지 요 며칠 동안 겪었던 일들은 게임보다 현실 쪽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난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과연 이게 진짜 게임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생생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난 분명 마지막 순간 뭔가 굉장히 중요한 걸 본 것 같았다.

그 하얀빛…… 그 속에서 느껴지던 뭔가, 뭔가…….

“젠장!!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망할…… 게임을 왜 이렇게 잘 만든 거야!”

불평 아닌 불평이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밖에 없었다. 이상하고, 신기하면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이미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한 번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지 몰랐다.

난 그저 게임이 너무 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쩔 것인가?

DH 소프트에 전화해서 따질 것인가?

그럴 순 없었다.

게임이 너무 현실 같고 완벽하다며 따질 수는 없었다.

완벽한 게임, 난 어쩌면 ‘ONE’이 이런 게임이었기에 그토록 후회하고 좌절했을지 몰랐다.

꼬르륵.

뱃속에서 울려오는 신호는 잠시 이상한 생각을 했던 나에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크윽~.”

지금은 일단 밥을 먹어야 할 때였다.

밥을 먹고 대충 체력을 보충한 나는 아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일단 접속을 한 후 빠르게 공복도를 채운 나는 내가 강제로 접속을 해지당하기 전에 얻었던 그것을 확인해보았다.

동대륙에서 얻어야 할 네 가지 중 마지막.

그것은 내가 천룡벽에서 얻은 ‘지존신공’이라는 무공이었다.

[지존신공(至尊神功)]

: 당신은 천룡의 시험을 통과한 후 당신 스스로 절대무공하나를 만들었다. 그것의 이름은 지존신공. 이것의 힘은 오직 당신만이 이끌어 낼 수 있다. 어디론가 전해질 지존의 전설은 아마 이 무공으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숙련도: 0

효과: 미확인(숙련도를 올리면 확인 가능.)

특이사항: 미확인(숙련도를 올리면 확인 가능.)

등급: 초월급(SS급)

“어헉!”

난 놀랐다. 숙련도를 올리지 않아 어떤 무공인지는 몰랐지만 그 등급이 초월급이라니!!!!

초월급의 무공을 실제로 본건 나도 처음이었다.

소문으로는 몇 번 들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기론 ‘ONE’이 8년 동안 서비스되면서 초월급 무공(스킬)은 단 7개만 등장했었다.

당연히 중복된 건 하나도 없었고 모두 오로지 한 개씩만 존재했다.

초월급 무공이나 스킬을 지닌 이들은 모두 ‘ONE’에서 특급으로 분류되던 유저들 뿐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그들이 다른 유저들과는 구분되어 따로 어떻게 불렸는지를 알면 되었다.

천무칠성(天武七星)

또는 세븐스타(Seven Star)라고 불렸던 그들.

무공(스킬)이 궁극에 이르면 그 차이가 없어지는 게 맞았지만 예외가 존재했으니 그게 바로 초월급 무공(스킬)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천무칠성.

난 지금 그 천무칠성만이 얻었다는 초월급 무공을 무려 레벨1에…… 얻어버렸다.

이건 쾌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엽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기뻐해야 하는 거 맞지?”

나는 너무 대단한 무공을 얻어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이름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지존신공’.

난 그렇게 말로만 듣고 소문으로만 알고 있던 초월급을 얻었다.

“참, 천룡신체는 뭐지?”

무공을 확인하던 나는 갑자기 천룡벽의 축복으로 내가 천룡신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태창 오픈!

난 재빨리 상태창을 열었다.

천룡신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름] 신 [호칭] 더 로드(The Lord)

[직업] 없음 [성향] 중립

[종족] 인간 [체질] 천룡신체(天龍身體)

[레벨] 1 [0%]

[근력] 10 [민첩] 10

[체력] 7 [지능] 7

[지혜] 5 [매력] 9

[생명력(HP)] 280280

[마력 (MP)] 186186

[공격력]2 [방어력]:2

[스킬(무공)] 관찰[D], 분심공[AA], 오행신검[S], 지존신공[SS]

[속성친화력]

[화] 10 [수] 10

신체가 내가 선택했던 호골체(虎骨體)에서 천룡신체로 바뀌어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천룡신체의 효과 때문인가?

기본 능력치와 마력이 크게 상승해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10가지 신체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호골체는 힘과 민첩이 높은 신체였다.

공격력이 상당해 많은 유저가 즐겨 선택하는 그런 육체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호골체의 기본 능력치는 근력 9에 민첩 8이었다. 나머지는 뭐 거의 볼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천룡신체로 바뀌며 두 능력치 모두 10이 되었고 나머지 능력치도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천룡신체는 나도 처음 듣는 건데…….”

‘ONE’에서는 특수한 이벤트나 퀘스트 또는 아이템을 통해 체질을 변형시킬 수 있었다.

체질의 종류는 수없이 많았고

나 또한 이미 한 가지 체질을 염두에 두고 그 체질로 변형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천룡신체를 얻었다.

그리고 천룡신체의 능력치는 그 어떤 체질보다 월등히 좋았다.

천룡신체(天龍身體)

: 천룡의 피를 이은 그대에게는 언제나 용의 축복이 함께한다.

능력: 힘과 민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만물(萬物)을 억누르는 위엄이 느껴집니다. 지능과 체력도 보통 이상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이사항: 마력(내공)이 30% 상승합니다.

“최고군.”

최고였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체질보다 좋은 체질이었다.

힘은 힘으로는 최고의 체질이라는 하프오우거(Half Ogre)의 그것과 동등했고 민첩은 민첩 체질 중 가장 뛰어나다는 흑표신체(黑豹身體)의 능력과 같았다.

그뿐인가? 매력은 거의 최상급 매력 체질과 동등했고 체력과 지능 또한 거의 그냥 상급이다. 상급 체질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마력을 30% 상승시켜주는 특수옵션은 말 그대로 결정타였다.

앞으로 난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최고 수준의 힘과 민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최상급 수준의 매력과 상급 수준의 체력과 지능은 보너스였다.

물론 마력 30% 상승 옵션은 늘 유지되며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완벽한 만능형 신체.

그게 바로 천룡신체였다.

“이게 바로 기연(奇緣)이라는 건가? 너무 대단한 걸 한꺼번에 얻으니까 좀 황당하기도 하네.”

난 약간은 실감이 안 나는 게 사실이었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기라도 하는 걸까?

그때 보았던 그 남자…… 혹시 그 남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인생에 관여하고 있는 건 아닌 걸까?

많은 의문이 생겼다.

솔직히 좀 불안하기도 했다.

지존신공과 천룡신체, 둘 모두 내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것들이었다.

하지만 너무 엄청난 것들이라 부담스러웠다.

물론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누가 이런 기연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난 이미 내 스스로 많은 기연을 만들었다. 그런 나에게 내가 의도하지 않은 기연마저 생기는 건 너무 과도한 행운인 느낌이었다.

“휴우~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실감은 좀 안 나지만 일단 어쨌든 여기서 할 일은 전부 끝난 건가?”

나 더 이상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나를 돕건 말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한 번 헤어 나올 수 없는 좌절을 겪었던 나였다.

그 좌절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지금 넘쳐나는 행운 따위에 겁을 먹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난 현재 여기서 할 일만 끝낸 게 아니라 애초에 다른 곳에서 하려고 했던 일마저 하나 끝냈다.

네 가지를 얻으려고 했는데 다섯 가지를 얻은 상황.

딱 좋았다.

천룡벽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걱정이었는데 얼떨결에 한 가지 일을 해결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또 한 번의 난관이 남았군.”

여기서 얻을 것은 모두 얻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난관 한 개가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뭔가를 얻는 게 아니었다. 굳이 이 난관에 대해 얘기하자면…… 일종의 무한 반복모험??

어쨌든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자 그럼 다시 길을 떠나볼까?”

그 난관을 위해서는 또 한 번 이동해야 했다. 이번에는 충분히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동 경로를 설정했다.

“목표는 폭풍해안! 가자!”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벌써 내가 ‘ONE’을 플레이한 한지 1년(게임시간)이 다 되어 가는 상황. 현실 시간으로는 대략 4개월이 흐른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아마도 이제 100레벨을 넘으면서 슬슬 이 ‘ONE’이라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알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레벨이 1밖에 되지 않았다.

심각하게 뒤처졌다면 뒤처진 레벨이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문제는 레벨이 아니었다.

레벨은 언제라도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몇 가지 레벨을 빨리 올리기 위한 좋은 방법을 생각해 두고 있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제대로 레벨을 올리는 건 아마도 직업을 얻은 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직업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고로 나는 이곳을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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