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2화 (12/250)

012. 내가 얻은 것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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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난 내가 동대륙에서 얻으려 했던 것 중 세 가지를 손에 넣었다.

그 첫 번째는 아카식 레코드 작업과 관찰스킬이었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관찰스킬은 대단한 스킬이었다.

많은 이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관찰스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스킬은 그렇게 무시 받을 스킬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관찰 스킬이 얼마나 뛰어난 스킬인지 증명한 건 일명 퍼스트헌터(First Hunter)라 불렸던 ‘이나(Ena)’라는 한 영국의 유저였다.

그의 랭킹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는 간신히 랭킹 1,000위 안쪽에 들어갈 정도의 레벨로 수없이 많은 곳을 매번 첫 번째로 탐험했었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당시 알아주는 상위 길드나 연합들은 그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회유와 협박을 마구 남발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퍼스트헌터 이나는 끝까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결국 너무나 심한 협박 때문에 이나는 대략 내가 게임을 포기하기 일 년 전에 ‘ONE’에서 떠났지만 그전까지 그는 엄청난 명성을 쌓았었다.

오죽하면 퍼스트헌터 이나를 추종하는 길드들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어쨌든 그 이나는 게임을 떠난 후 책을 한 권 냈다.

자신이 게임에서 겪은 일대기 같은 책이었는데 그 책에 자신이 퍼스트헌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관찰 스킬을 그랜드마스터의 경지까지 수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실에서도 늘 뭔가를 관찰하는 걸 즐겼다는 그는 우연히 관찰 스킬에 빠져들었고 그 결과 퍼스트헌터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나는 당시 그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

‘ONE’에 존재하는 스킬 중에 쓸모없는 스킬은 없었다. 무슨 스킬이라도 궁극에 다다르면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졌다.

어쩌면 그래서 ‘ONE’이 대단한 게임인지 몰랐다.

각설하고 퍼스트 헌터 이나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준 일등공신으로 뽑은 스킬 ‘관찰’

그렇다면 관찰 스킬은 도대체 어떤 스킬인 건가?

관찰 스킬은 말 그대로 사물을 관찰하는 스킬이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사물을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설명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관찰 스킬이 가지는 훌륭한 이점은 바로 그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사물을 자세히 살펴보는 능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ONE’은 무지막지하게 유저들에게 불성실한 게임이었다.

유저를 위한 편의 같은 건 쓰레기통을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을 개발사는 무한의 자유도를 위해 그런 것이라고 광고했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저기에서 들은 진실은 달랐다.

일루젼이 에이션트웜에 감염되고 카오스적 진화를 일으켜 현대 기술로 설명이 불가능한 요상한 존재가 된 후 그 일루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던 개발사는 사실상 게임에 개입하는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개입할 수 있었지만 그 어느 정도로는 절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일루젼은 자기 스스로 계속 학습하고 성장해서 진화를 거듭했고 완벽한 ‘The One’을 만들어냈다.

클로즈베타 서비스가 길어진 건 이 때문이었다.

여기서 DH 소프트는 선택을 해야 했다.

폐기할 것인가? 아니면 강행할 것인가?

그들은 강행을 선택했다.

어차피 모든 건 초진화형 슈퍼 인공지능 컴퓨터 일루젼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마치 한 세계의 신(神)이라도 된 것처럼 완벽한 ‘ONE’의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DH 소프트는 이 모든 사실을 숨기고 게임을 출시했다.

그리고 정해진 수순대 당연하게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수많은 사람이 DH 소프트의 게임 운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미 거대기업이 되어버린 DH 소프트는 그 논란을 돈과 권력으로 모두 무마시켜버렸다.

나중에 양심선언을 한 몇몇 직원들 때문에 큰 위기도 있었지만 어차피 세상은 힘이 곧 정의였다.

이미 ‘ONE’은 1억 명이 넘는 인원이 즐기는 전 세계의 게임이 되었기에 아무도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ONE’의 비밀은 이 정도였다.

뭐, 나중엔 공공연한 비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진 얘기였지만 당연히 지금 당장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 비밀을 밝히면 ‘ONE’은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몰랐다.

잘하면 게임 서비스가 중지될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라! 개발사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가상현실이라니! 이건 무척 위험한 것이었다.

하지만 난 절대, 저어얼대! 이 비밀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미쳤나?

왜 이 완전무결한 게임을 내 스스로 망가뜨린단 말인가!

흠흠, 내가 좀 흥분했다.

어쨌든 ‘ONE’의 개발진들은 이러한 이유때문에 늘 유저들에게 욕을 먹었다. 뭐 그들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많은 유저들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전부 그런 유저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진짜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아주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던…… 흔히 게임 폐인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 끝없는 자유도에 광분했다.

그들은 이런 게임을 기다려왔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진정한 환상의 세계. 그곳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나라는 영국 유저도 그런 게임 폐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게임의 자유도를 무한정 이용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스킬 ‘관찰’

그는 그 관찰 스킬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제일 먼저 게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던 이나.

사실 어쩌면 내가 이미 실행한 경매장에서 일반물품을 사들여 고급무공이나 아이템을 얻는 행위는 그가 제일 먼저 시도했을지 몰랐다.

그는 그렇게 모든 사물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비밀을 알아냈다.

여기저기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던전, 사람들이 모두 포기한 미궁이나 여러 지형지물들에 숨겨져 있는 통로, 아무도 찾지 못했던 숨겨진 퀘스트들…….

그는 관찰 스킬을 계속 사용하며 숙련도를 올렸고 숙련도가 올라간 관찰 스킬은 그에게 수많은 ‘첫 번째’를 선물했다.

그렇게 그는 퍼스트헌터가 되었다.

이건 그가 직접 자신이 쓴 책에 밝힌 것이니 틀림없이 사실이었다.

그의 책이 발간되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ONE’의 세계에 관찰이라는 스킬 열풍이 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탑 랭커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땐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 역시 그때 처음으로 관찰이란 스킬을 익히고 수련했었다.

어쨌든 그런 스킬이 바로 ‘관찰’이었다.

그 이나라는 유저는 아마 지금 게임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는 퍼스트헌터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존재하는 이상 그는 영원히 세컨드헌터가 될 것이다.

“적어도 게임은 접지 않겠군.”

어쩌면 그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내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그 이나라는 유저는 게임을 그만두고 책을 낸 후 우울증에 시달리며 크게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있으니까…… 그에게 갈 영광과 시련은 다 내 차지니까 그는 그저 게임을 즐기면 됐다.

이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욕심쟁이다.

영광은 둘째 치고 시련까지 차지해버리는 나. 하지만 이건 내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지존이 되어 무한의 자유를 얻는다?

무한의 자유…… 아주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자유와 싸워서 이겨야 했다.

그게 바로 시련이었고 나는 그 시련마저도 받아들일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

흐음, 어쩌다 보니 말이 길어졌지만 어쨌든 내가 동대륙에서 얻어야 할 네 가지 중 하나가 관찰스킬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무엇일까?

두 번째는 나머지 세 가지에 비하면 다소 그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다른 유저들이 본다면 이것이 가장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무지한 그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한 권의 무공비급.

비급(秘笈) [분심공(分心功)]

: 마음을 둘로 나눌 수 있는가? 또 그렇게 나눠진 마음을 다시 한번 더 나눌 수 있는가? 나누고 또 나누고…… 그것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능히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될 수 있다.

무공(스킬): <분심공>

능력치: 없음

특수효과: 없음

특이사항: 비급은 한 번 정독 시 자동으로 소멸됨

등급: 상상(上上)급(AA급)

상급 무공인 양의심공(兩意心功)의 발전형이라 할 수 있는 분심공.

그것은 마음을 나누는 무공이었다.

오로지 동대륙에서 구할 수 있는 그것은 특수한 퀘스트를 했을 때 보상으로 얻는 비급이었다.

도의 길을 걷는, 간단히 도사(道士)가 될 자격을 얻은 이들만 할 수 있는 이 특수한 퀘스트는 절대 쉬운 퀘스트가 아니었다.

분명 초반에 하는 퀘스트였지만 대략 4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상당한 난이도의 퀘스트였다.

퀘스트의 등급은 1~9등급까지 존재했는데 대부분의 초반 퀘스트가 7~9등급인 것을 보면 4등급이 얼마나 높은 난이도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퀘스트의 난이도도 난이도였지만 오로지 도의 길을 가려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그것도 특수한 분기를 통해 랜덤하게 주어지는 퀘스트였기에 아무나 이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이런 여러 가지 힘든 조건 때문에 초반에는 무척이나 구경하기 힘든 AA급 무공비급을 보상으로 주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 퀘스트를 클리어 한 사람들은 대부분 길드 단위에서 밀어준 몇몇 이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구한 이 비급을 경매장에 올린 사람은 분명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는 무공이지만 AA급 무공이기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비싼 가격으로 경매장에 올렸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나마 지금이니까 경매장에 올라온 것이다. 지금 당장 이 분심공이란 무공의 평가가 별로라서 한 권이라도 경매장에 올라온 것이었지 지금이 아니었다면 아마 경매장에선 절대 구하지 못했을 무공이었다.

그럼 이 무공은 무엇인가?

단지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 진짜 천하제일이 될 수 있는 걸까?

답은 ‘될 수도 있다’다.

내가 앞서 계속 강조하지 않았던가! ‘ONE’에서는 그 어떤 무공이라도 궁극까지 익히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이 분심공은 익히기가 까다로운 무공에 속하는 것이라 궁극까지 익히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제대로만 익히면 그 효능은 무궁무진했다.

한 손으로 검법을 시전하면서 다른 손으로 도법을 시전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까지 한다.

서대륙에 중첩시전(멀티캐스팅)이 있다면 동대륙엔 분심공이 있었다. 엄밀히 따져서는 중첩시전보다 더 활용성이 넓고 깊은 게 분심공이었다.

기본적으로 지닌 위력이 굉장한 무공은 아니었지만 다른 무공들과 같이 사용할 때 아주 큰 위력을 발휘하는 매우 뛰어난 무공.

그것이 바로 분심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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