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6화 (6/250)

006. 다시 시작(Re start) ― 1

* * *

“마지막에 분명 이름이 천룡성검이었지?”

방금 클로즈베타를 끝낸 나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방금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분명 천룡성검이었다.

과거 내 생애에 ‘ONE’에서 가장 유명한 유저를 꼽으라면 무조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유저가 바로 천룡성검이었다.

통합 레벨 랭킹 4위, 통합 킬 포인트 랭킹, 27위.

최초의 오크로드슬레이어 7명 중 한 명.

최초의 오거로드슬레이어 7명 중 한 명.

최초의 크라켄슬레이어 14명 중 한 명.

최초의 드래곤슬레이어 28명 중 한 명.

등등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업적만 해도 수십 개다.

특히 그의 길드인 천룡맹은 최초 동대륙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해서 나중엔 서대륙과 동대륙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형 길드였다.

천룡맹의 맹주 천룡성검.

이 이름은 어떤 연예인보다 유명해질 이름이었다.

‘ONE’에서의 탑 랭커들이나 유명 플레이어들은 나중엔 광고까지 찍을 정도로 유명해졌었는데 그런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천룡성검이었다.

“괜히 성검이란 이름이 신경 쓰였던 게 아니었군.”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탑 랭커의 이름과 그들의 특징 그리고 그들의 세력까지 모든 정보가 다 있었다.

물론 내가 세세한 것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약간 잘못되거나 누락된 정보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정보는 모두 있었다.

특히 천룡성검 같은 극도로 유명한 플레이어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끝없는 집념이 내 게임 내적인 스타일이라면 치밀한 분석은 내가 어떤 게임을 해도 잊지 않는 게임 외적인 스타일이었다.

당연히 전 생애에서도 치밀한 분석은 늘 잊지 않았었고 그 덕분에 탑 랭커들에 대해서는 줄줄이 꿰고 있었다.

“흐음, 그나저나 이번 일로 인해 미래가 조금 바뀔 수 있겠군.”

크게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나라는 요소가 개입된 이상 미래가 내가 알던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내가 존재함으로써 미래가 바뀌는 것.

그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아.”

바뀔 수 있는 미래 때문에 나는 최대한 다른 이들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은 자제했다.

내가 철저히 솔로 플레이를 고집하는 것 역시 내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최대한 다른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후우, 일단 큰 산을 하나 넘었군.”

난 타이틀 ‘더 로드’를 획득했다.

이것은 내가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어도 나름대로 계획은 전부 세워 놨었다.

하지만 그 계획보다는 역시 이 타이틀을 획득했을 때 할 수 있는 계획이 훨씬 훌륭했다.

“타이틀 ‘더 로드’…….”

그렇다면 왜 나는 이 타이틀에 그토록 집착한 것일까?

그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단지 그 희귀성 때문에 그것을 노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난 철저히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희귀한 것이라도 쓸모가 없으면 배제 해버리는 게 나였다.

당연히 타이틀 ‘더 로드’는 나에게 큰 쓸모가 있었다.

“이걸로 내 계획은 한층 더 완벽해졌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이제 이 주 후에 진짜 ‘ONE’이 시작된다.

“그럼 남은 이 주는 휴식과 최종 점검을 하면 되겠군.”

가슴이 뛰었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가 왔다.

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난 기필코 망가졌던 내 삶을 다시 최고로 돌려놓을 것이다!

* * *

“후우~.”

난 길게 한 번 호흡을 내쉬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했다.

드디어 오늘이었다.

진정한 ‘ONE’이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는 오픈베타 서비스.

그것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첫 며칠은 아마 ‘ONE’의 세상이 조용할 것이다.

하지만 딱 일주일.

일주일 만에 ‘ONE’은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끌어모을 것이다.

‘만약…… 그때 나도 움직였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에겐 과거이자 현재라고 할 수 있는 그때…… 난 마지막으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다시 조명되었던 ‘ONE’의 성공을 의심했던 나. 그 덕분에 나는 끝없는 절망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지.”

그때와 같은 시점, 같은 시간이었다.

이미 내 기억 속에서는 과거의 일이었지만 지금 내 몸은 그 시간에 존재했다.

덕분에 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완벽할 정도로 모든 준비를 끝내놓았다.

“지금부터…… 내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끼릭.

난 가상현실 전용 접속 단말기를 뒤집어쓰고 한 쌍의 장갑으로 이루어진 입력장치를 착용했다.

앞으로 얼마 안 있다 나올 최신 캡슐용 단말기를 구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 구형 단말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접속.”

단말기에 이미 ‘ONE’으로 접속하는 경로와 아이디 그리고 비밀번호가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띠이이~!

[홍채 인식을 시작합니다. …… …… ……]

[확인되었습니다.]

특유의 접속음과 함께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눈앞에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번쩍!

강한 빛과 함께 등장하는 장엄한 오프닝 화면.

클로즈베타 때의 어설픈 화면과는 전혀 다른 화면이었다.

물론 나는 익히 보았던 화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 화면을 다시 보게 되자 왠지 감회가 달랐다.

오프닝 화면은 한 눈에도 클로즈베타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수많은 몬스터가 나를 향해 몰려왔다.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수의 몬스터 그 몬스터들 뒤에는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거대 몬스터들도 있었다.

마치 나를 무참히 짓밟을 것처럼 몰려오던 수백만의 몬스터.

바로 그때 내 몸, 정확히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강한 빛이 터져 나왔다.

번쩍!!

콰과과광!!!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한 무리의 빛줄기.

그것은 검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검에서 뿌려진 검기였다.

휘리릭! 꽝!

수백만의 몬스터들을 한순간 도륙한 그 검이 땅바닥에 꽂혔다.

챙!

그리고 화면이 갈라지며 ‘ONE’의 로고가 등장했다.

[The One]

-세상의 정점에 설 한 명을 위해!!!!

멋진 성우의 음성과 함께 뜨는 간단한 문구.

‘예전엔 늘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만…… 이제는 정말 저 자리를 내가 가질 수 있다.’

오프닝 화면이 끝나자 본격적인 캐릭터 생성 화면으로 넘어갔다.

‘ONE’에서는 한 계정에 한 개의 캐릭터만 만들 수 있었다.

캐릭터를 삭제할 수는 있었지만 만약 캐릭터를 삭제할 경우 일주일의 대기 시간을 거쳐야 다시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었다.

‘ONE’의 캐릭터 생성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되는 것은 현실에서의 자기 자신이었지만 여러 가지 설정 툴을 이용해 꽤 많은 부분을 변경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키가 무척 크고 살이 많이 찐 사람들도 간단한 조작 몇 번으로 적당한 키에 적당한 덩치를 지닌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그 변형 한계치가 있어서 완전히 탈태환골을 한 꽃미남으로 바뀌는 건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뚱보가 정상인이 될 정도의 변형은 가능했다.

아마도 지금 접속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자신의 첫 캐릭터를 꾸미느라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간단히 캐릭터를 생성시켰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나는 현실에서의 내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굳이 변형을 가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내 목적은 게임 플레이에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외향적인 모습 따윈 관심이 없었다.

특히 아직 종족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아 ‘인간’ 종족밖에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캐릭터 생성에서 고민할 부분은 전혀 없었다.

직업이나 스탯 같은 것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런 건 게임 속에서 플레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었기에 설정할 필요가, 아니 아예 설정할 수가 없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저 캐릭터의 모습과 이름, 그리고 캐릭터의 시작 위치 정도였다.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클로즈베타 서비스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사용하셨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

나는 당연한 듯이 외쳤다.

클로즈베타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아주 재빨리 선점한 이름이 바로 ‘신’이었다.

‘ONE’에서 외자 이름은 매우 희귀한 이름이었다.

물론 특별히 이름의 제한이 있지는 않았다. 누구라도 중복 이름을 설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뭐든지 최초 한 명은 특별했다.

내가 ‘신’이라는 외자 이름을 등록한 이상 나와 같이 ‘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반드시 세컨드 네임을 설정해야 했다.

난 오로지 ‘신’이라는 한 글자의 이름을 갖게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 검은빛’ ‘신 무적검’ 이런 식으로 세컨드 네임을 설정해줘야 했다.

물론 세컨드 네임은 게임 설정에서 숨기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볼 때는 ‘신’이라는 외자 아이디를 보겠지만 결국 친구등록이나 여러 가지 공식 설정에는 풀네임이 다 보이게 되어 있었다.

어쨌든 뭐든지 최초는 특별했다.

클로즈베타에서 미리 선점한 ‘신’이라는 외자 이름.

이것조차도 내가 미리 계획한 것 중 하나였다.

지존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

내 판단에 그것은 바로 ‘신’이었다.

[캐릭터명 ‘신’ 클로즈베타 서비스에서 선점하신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사용한다!”

[확인되었습니다. 이름을 등록 중입니다. …… …… …… ]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이름이 등록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시작할 위치를 정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나는 미리 생각을 해두고 있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름이 등록되었습니다. 유저 님이 클로즈베타 서비스에서 획득하신 타이틀 1,218개가 자동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다음은 시작 위치를 정해주십시오. 선택하실 수 있는 시작 위치는 동대륙과 서대륙에…….]

‘ONE’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나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 주려 했다. 이 설명은 ‘ONE’을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 심지어 클로즈베타를 플레이한 사람들에게도 꼭 들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필요 없었다.

난 이미 시작 위치를 결정해 놓았고 지금 설명을 해 주려는 도시들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동대륙 현문성(玄文城).”

내 선택은 일단 현문성이었다.

‘ONE’은 두 개의 큰 대륙으로 나뉘어 있었다.

동대륙과 서대륙.

아주 간단하게 두 대륙의 특징을 설명하면 동대륙은 인간의 육체적 능력이 극도로 발전한 기(氣)의 대륙이었고 서대륙은 반대로 마법이라는 학문이 극도로 발전한 마나(Mana)의 대륙이었다.

물론 동대륙에도 서대륙의 마법사와 비슷한 술사들이 존재했고 서대륙에도 동대륙의 무사(武士)와 비슷한 전사(戰士)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그들은 같은 성질의 직업이 아니었다.

마법사의 마법과 술사들의 술법은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이었고 무사들이 무공을 익혀 강해졌다면 전사들은 자신들의 육체에 직접 마나를 응집시켜 힘을 강화시켰다.

이밖에도 두 대륙은 수많은 것이 달랐다.

이렇게 두 대륙의 많은 것들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대륙의 교류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두 대륙은 사실 한 개의 대륙이라 할 수 있었다.

각각의 대륙은 그 크기가 지금 중국이라 불리는 나라만큼 컸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대륙과 여러 다른 지형지물을 합치면 전체 대륙의 크기는 지구의 대륙 중 가장 크다는 아시아 대륙만큼 커졌다.

하지만 이 한 개의 대륙 정 중앙에 존재하는 죽음의 산맥은 두 대륙의 교류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무시무시한 몬스터들과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 험한 지형. 죽음의 산맥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ONE’이 서비스되고 현실 시간으로 1년, 게임시간으로 3년이 지나야 겨우 최상위 랭커 중 한 명이 통과했다.

그전에는 그 누구도 죽음의 산맥을 통과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ONE’의 현 실상을 감안해 바다를 이용해 대륙을 넘어가도 되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그건 ‘ONE’을 플레이 해보지 못한 바보들이나 하는 소리였다.

대륙 중앙에 죽음의 산맥이 있다면 대륙을 감싸고 있는 바다에는 폭풍해류가 존재했다.

폭풍해류, 이건 죽음의 산맥보다 더한 존재였다.

접근하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죽음의 바다. 아무리 대단한 고레벨의 유저라고 해도 이 죽음의 바다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다.

이 폭풍해류가 대륙 전체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서대륙과 동대륙의 경계라 할 수 있는 곳에 이 폭풍해류가 넓게 생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바다를 통해 두 대륙을 왕래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개발사에서 애초에 두 대륙을 따로 성장시키기 위해 죽음의 산맥과 폭풍해류를 만든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이 두 존재는 ‘ONE’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누구라도 당연히 알게 될 기본적인 것이었다.

내가 지금 마음먹고 있는 큰 계획에 이 두 존재는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기에 당연히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동대륙의 현문성을 초기 시작 지점으로 잡은 이유. 그것 또한 내 계획의 한 부분이었다.

현문성, 그곳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한산했다.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 어설프던 가상현실 시스템은 마치 내가 이곳에 진짜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물론 나에겐 이쪽이 익숙했다.

무려 칠 년, 게임시간으로 따지면 이십일 년을 플레이했던 ‘ONE’이었기에 당연히 클로즈베타 서비스 때의 그 딱딱한 움직임보다는 이 부드러운 움직임이 훨씬 익숙했다.

“역시 대단해.”

게임 시간으로 이십일 년이나 플레이한 ‘ONE’이었지만 새삼 이렇게 다시 시작하게 되자 또 한 번 감탄이 흘러나왔다.

물론 지금 현재 현문성에서 감탄하는 건 나 혼자였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가 아니었지만 나를 제외한 몇 명의 사람들은 아직 이 대단한 가상현실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지럼증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뭐, 한 몇 시간은 적응해야 움직일 수 있겠지.’

예전에 나도 그랬다. 정확히는 모든 사람이 그랬다.

너무 정교하게 만들어진 덕분에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한 일주일은 저렇게 접속하자마자 약간 적응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유일하게 그 적응 시간이 필요 없는 나는 더 이상 바닥에 주저앉아 비틀거리는 이들을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직 입소문이 돌기 전이었기에 ‘ONE’의 초기 접속자는 매우 적었다.

거기에다 접속한 이들마저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때가 기회였다.

내 머릿속에 현문성의 지리 따위는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좋게 말해서는 자유도가 무한이었고 나쁘게 말해서는 초보유저를 위한 배려가 전무(全無)한 ‘ONE’에서 친절히 지리 따위를 알려주는 안내시스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ONE’.

하지만 난 스스로 알아낼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응 시간 따위는 간단히 패스한 내가 곧장 달려간 곳은 현문성의 상가들이 모두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

서점, 잡화점, 대장간, 객잔 등등

대부분의 상가기 한곳에 모여 있었다.

내가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는 단 하나, 오래전 내가 시간을 거스르기 이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장문의 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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