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로드(The Lord)-1화 (프롤로그) (1/250)

더 로드(The Lord)

프롤로그

* * *

그것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그것의 숫자는 무한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그것은 꾸준히 생성되고 있다.

당신의 노트 한구석, 또는 몇 바이트의 문서 한구석에서 그것이 만들어진다.

신(神)?

그건 무척이나 추상적이지만 때론 지극히도 현실적인 단어가 된다.

간절한 갈망은 기적을 만들고 기적은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연결고리…… 연결고리…….

이어질 수 없는, 하지만 이어진 연결고리.

그렇게…… 나는 지존이 되었다.

001. 계약

* * *

…….

…….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 거야?

난 살며시 두 눈을 떴다.

휘청.

어지럽다.

세상이 도는 것 같았다.

털썩.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이렇게 어지럽지? 어지러운 이유가 있을 텐데?

술? 그래…… 술을 먹었구나.

난 내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술병을 보며 내가 지금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근데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먹은 거지?

도대체 여긴 어디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왔다. 정신을 잃었던 것인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WISH’

내 눈에 술집 이름으로 보이는 간판 같은 것이 들어왔다.

‘위시? 아…… 내가 자주 오는 단골 술집이었지.’

그 간판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단골 술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은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먹은 거지? 이건 정말 죽으려고 작정하고 먹은 것 같은 양이잖아?

얼핏 보이는 술병만 수십 개였다.

그리고 흔적을 보니 자리에는 나 혼자만 있던 것 같았다.

왜?

내가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먹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은 누군가 강제로 기억들을 섞어놓은 것 같았다.

어지럽고, 제정신을 찾기 힘들었다.

무지막지한 양의 술은 나의 정신을 완전히 뒤섞어 놓은 느낌이었다.

‘왜? 왜? 왜?’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만 계속 울려 퍼졌다.

더 원? 이게 질문에 대답인가?

아! 그렇다.

대답이 맞았다.

난 ‘The ONE’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게임이었다.

내가 죽자고 매달려 즐겼던 게임.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를 참 힘들게 한 존재.

‘맞아, 난 힘들어서 술을 마셨지.’

힘들었던 생각이 나기 시작하자 다시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왔다.

“크윽.”

난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수많은 안 좋은 감정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난 지금 후회하고 있다.

어리석었던 과거의 나를 향해 ‘멍청한 놈’이라고 외치고 있다.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난 그 물을 다시 담을 수 없었다.

이대로…… 결국 이대로 난 지금의 나에게 만족해야 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술이 깨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그냥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나에게 ‘그’가 말을 걸었다.

신, 아니 악마는 존재했다.

* * *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술을 먹었는데 숙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난 내가 방금까지 술을 마시던 술집이 아닌 나름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할 내 방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그냥 내 방이 아니었다.

확실히 내 방이지만 많은 것이 다른 내 방.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 나는 돌아와 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치명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 그때 그 순간으로…….

“꿈은 아니지?”

나는 내 볼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

분명 통증이 있었다.

환상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는 이게 꿈일 것이라고 계속 외쳤지만 모든 건 현실이었다.

괴리감, 난 순간 현실과 환상의 괴리감 때문에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설마 진짜로 존재하는 건가…….”

‘WISH’…… 그 술집에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던 괴상한 남자를 떠올렸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중절모를 쓰고 있던 이상한 남자…… 갑자기 나타난 그는 나에게 이상한 말을 했다.

그것은 일종의 제안이자 계약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엉터리 제안이었다.

‘당신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스럽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시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나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짓이라도 하겠어!’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제안을 하나 하죠.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후회스럽던 그때로 당신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세월이 흘러 다시 오늘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전 당신의 영혼을 갖겠습니다. 어떤가요? 제 제안이…….’

그는 아주 작게 미소 지으며 나에게 제안을 했다.

아주 엉터리 제안을…… 하지만 나는 왠지 그 제안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당연히 말도 되지 않는 제안이었지만 나는 또 별로 고민하지 않고 대답을 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난 설마 당신이 악마라고 해도 그 제안에 응하겠어!’

난 그만큼 간절했다.

되지도 않을 제안에 흔쾌히 응할 만큼…….

물론 그때까지 그 제안은 분명 되지도 않을 엉터리 제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내가 제안에 응한 그 순간 그 검은 옷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의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며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

그 후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난 곧장 이상한 향기를 잠시 느끼곤 곧장 바닥에 쓰러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진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하고 또 후회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홀로그램 모니터에 떠 있는 한 줄의 기사.

[DH 소프트가 곧 출시할 예정인 가상현실 게임,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예전의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당연히 DH 소프트의 도전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도 한때 가상현실 쪽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가상현실이란 게 얼마나 구현하기 힘든 것인지 잘 알았다.

실제로 DH 소프트 이전에도 몇 개의 대형 게임회사가 가상현실 게임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몇 번의 도전은 전부 완벽한 실패로 끝났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DH 소프트의 도전은 무모한 것이고 결국 가상현실 게임은 한 십 년은 더 있어야 제대로 서비스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었다.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빗나갔다.

지금은 그 결과를 알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을 거스르기 전의 나는 그 결과를 몰랐기에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성공한다. 아니 그냥 성공하는 게 아니라 초대박을 치지.”

그냥 성공이라고 말하면 엄청 섭섭할 정도의 초대박.

앞으로 4개월 후에 출시될 DH 소프트의 가상현실 게임 ‘ONE’은 출시 후 삼 년 만에 세계의 모든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그 뒤로도 계속 성장을 해 칠 년 뒤에는 DH 소프트야말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다.

DH 소프트가 내놓은 초대박 게임 ‘ONE’,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엄청난 게임이었다.

물론 ‘ONE’이 출시됐을 때부터 대박을 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출시하고 몇 달간은 역시 가상현실 게임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출시 후 정확히 다섯 달 후 오픈베타와 함께 이루어진 대규모 업데이트는 ‘ONE’을 진정한 환상이라 불리게 해주었다.

그때부터 입소문을 타며 급속도로 유저 수를 늘려가게 된 ‘ONE’.

하지만 난 그 와중에도 무려 일 년이 지나도록 그 ‘ONE’을 평가절하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계속 범했었다.

현실에서 일 년이면 게임 속에서는 무려 삼 년이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후 ‘ONE’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을 때 난 비로소 내가 얼마나 오만한 판단을 했는지 깨달았었다.

그때부터 난 부랴부랴 ‘ONE’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내가 보통 지존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늘 치밀한 연구가 밑바탕이 되었었다.

나는 일단 게임을 분석하고 그 게임에서 가장 가능성이 많이 보이는 쪽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 캐릭터를 육성시켰다.

난 이 방식으로 무려 열 개의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지존’이 되었다.

난 부유한 집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유복한 중산층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난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곧장 집에서 나왔다.

난 어릴 때부터 자립심이 강하고 머리가 똑똑했다.

물론 똑똑한 머리 덕분에 공부로 어느 정도 잘했지만 솔직히 나는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다.

스무 살에 독립한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투자를 했다.

물론 그 투자는 내가 당시부터 가장 자신 있어 하던 게임에 했다.

나는 그 뒤로 몇 년간 수많은 게임을 전전하며 내 나이 또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었다.

돈이 돈을 부른다고 했던가?

한번 쌓인 돈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오히려 돈은 더 많아졌다.

그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존의 길’

나는 세상에 어떤 것보다 게임이 중요했다.

이런 나를 남들은 폐인이라 부를지 몰랐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즐겨라,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즐겨라!]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자 내가 살아가는 삶의 가치관이었다.

난 그렇게 지존으로 군림했다.

돈은 딱 적당한 정도만 유지하면 그만이었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즐길 수 있고 얼마나 위로 올라갈 수 있느냐?’였다.

내 나이 서른넷, 나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삶을 살지 못했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마지막 칠 년은 지옥 그 자체였다.

나에게 지옥을 선물한 게임은 ‘ONE’이었다.

남들보다 일 년을 늦게 시작한 대가는 너무나 컸다. 나는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연구하고, 분석하고, 몰입하고…… 내가 칠 년간 ‘ONE’에 쏟아부은 정성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나는 ‘ONE’ 통합 랭킹 10,000위 안에도 들어가지 못 했다.

10,004위, 그게 내가 칠 년간 죽어라 노력한 끝에 만들어낸 한계 수치였다.

아무리 전 세계 1억 유저가 즐기는 ‘ONE’이라지만…… 한때 지존육성머신이라 불리던 내가 칠 년 동안 온몸을 불태우며 전력을 다해 노력했건만 겨우 10,004위까지밖에 올라가지 못 했다.

나는 좌절했다.

그리고 그 좌절은 늘 나를 괴롭혔다.

“이것이 꿈인지 환상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환상 같은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 기회는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4개월 남았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재빨리 또 하나의 홀로그램 창을 열었다.

하얀 바탕에서 깜박이는 검은 점, 문서작성 창을 연 나는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곧장 가상 입력장치에 양손을 집어넣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2110년 2월 9일, ‘ONE’ 클로즈베타 시작.]

나는 기록을 해야 했다. 아직은 머릿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게임 정보들과 아주 큰 사건, 사고들…… 그 밖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많은 정보들.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난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모조리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기록을 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내가 갈 길은 지존의 길이다.

적도, 친구도 모두 무시할 수 있는 존재.

‘일인 무적군단.’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최종 목표였다.

난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자신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수많은 정보라면 나는 충분히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ONE’의 지존이 될 수 있었다.

[모든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띠릭.

나는 아주 간단하게 마지막 준비를 끝냈다.

“훗, 이걸로 나도 벼락부자가 된 건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부자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쉽게 부자가 되자 헛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준비는 바로 내가 가진 전 재산으로 DH 소프트의 주식을 사는 것이었다.

의외로 미래의 나와 다르게 지금의 나는 돈이 좀 있었다. 특히 이 시점에서 하고 있던 게임을 완전히 정리하자 상당한 액수의 돈이 생겼다.

비록 칠 년 뒤의 나는 이 비축했던 돈을 거의 써버려 거지나 다름없었지만 중요한 건 지금은 꽤 돈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나는 상당량의 DH 소프트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

이 주식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에게 앞으로 돈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 것이다.

그걸로 만족했다.

솔직히 돈을 원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더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 같은 종이 쪼가리가 아니었다.

돈은 단지 여유롭게, 그리고 좀 더 게임 속에서 원활한 지존의 길을 걷게 해 주는 도구 같은 것뿐이었다.

어차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상현실이었다. 돈은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있던 이 한 가지 정보만으로도 얻을 수 있었다.

“이걸로 일단 기본적인 준비는 끝난 건가?”

엄청난 양의 정보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도 마련했다.

이제 남은 건 앞으로 남은 사 개월 동안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몇 가지 마무리 준비를 하면 되었다.

* *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검도 도장 밖으로 나왔다.

오늘로써 이곳과도 안녕이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고난이도 수학을 속성으로 배우던 곳과도 안녕이고 논리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던 학원과도 안녕이었다.

그뿐인가? 검도 도장, 합기도 도장, 택견 도장, 종합격투기 도장 등등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쪼개고 쪼개서 배우던 모든 것들과 모두 안녕이었다.

4개월 동안 나는 ‘ONE’에 가장 적합한 몸과 두뇌를 만들었다.

비록 지금은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지만 약 오 년 뒤 현실에서의 능력이 아주 약간은 가상현실에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연구발표가 날 것이다.

난 그 발표에 났던 자료를 바탕으로 내 몸을 내가 생각하는 ‘ONE’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만들었다.

“준비는 끝났다.”

내일이면 ‘ONE’ 클로즈베타 당첨자가 발표된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만큼은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비록 가장 확률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웹사이트를 찾아 클로즈베타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지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순전히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뭐, 클로즈베타는 아주 중요한 건 아니니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주 좋은 일이겠지만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미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준비를 끝낸 후였기에 클로즈베타에서 떨어져도 대안이 모두 있었다.

“일단은 기다려봐야겠군.”

남은 시간은 정확하게 18시간 38분 21초.

난 그 시간 뒤 내가 계획한 ‘Plan A’와‘Plan B’ 중 하나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Plan A’

이미 나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그 시점부터 어쩌면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인지도 몰랐다.

클로즈베타 테스터에 당첨되었다.

이것은 결국 나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인 ‘Plan A’를 시작하라는 얘기였다.

“정말 신, 아니 악마는 존재하는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때 나에게 제안을 한 그 남자는 악마임이 분명했다.

나는 그 악마와 계약을 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악마와의 계약 따위보다는 나락에 빠져 좌절한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두려웠다.

“이제 실패는 없다.”

악마와의 계약 따위는 웃으면서 할 수 있었다.

나는 불타올랐다.

‘ONE’, 이제부터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이곳에 건다.

“나는 지존이 된다.”

일인 무적군단, 그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환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지존의 길, 그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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