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국민당 집권 2년 차, 5월.]
한옥 모양으로 만들어진 제법 큰 규모의 단독 건물 외벽을 타고 스산한 공기가 흘렀다. 운전석에서 내린 우태원이 뒷좌석으로 걸어왔다. 철컥,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목에 맨 넥타이를 어루만진 차유신이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대기할까요.”
나오는 차유신에게 우태원이 물었다. 차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너도 따라와.”
밥이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단순한 이유였다.
한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외관의 사장이 차유신을 반겼다. 딱히 묻지도 않은 그가 손을 내밀어 안내했다. 차유신이 앞서 걷고, 우태원은 뒤를 따랐다.
가장 안쪽 룸에서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장이 손수 문을 열어줬다. 차유신이 발을 들였다. 요란하던 소음이 멎었다.
“어. 유신이 왔구나.”
김후준이 고갯짓을 했다. 맞은편에 있던 중년 남자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대민일보 편집국장 이태선. 차유신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노고가 워낙 많으시니, 이해합니다. 이쪽에 앉으시죠.”
이태선이 손을 뻗었다. 나아간 차유신이 김후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태원은 차유신으로부터 다소 떨어진 자리에 착석했다. 우태원을 힐긋한 이태선이 물었다.
“보좌관?”
“우리 의원실 우태원 비서입니다.”
“아.”
이태선의 입술이 짧게 떨어졌다. 곧 주변을 둘러본 그가 곳곳에 배치된 정장 차림의 여성들을 일별했다. 이내 큼, 헛기침을 했다.
“이만들 나가보지? 이제 슬슬 일 얘기해야 하니까.”
여자들이 신속하게 일어섰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여자들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공연단처럼 미닫이문을 열고 나섰다. 조심조심 문지방 스치는 소리가 한동안 룸을 울렸다. 마지막으로 나선 여자가 문을 꼭 닫고는 자취를 감췄다. 안이 고요해졌다.
차유신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자신 쪽 라인에는 김후준 의원, 김후준 의원실 정무보좌관 백진재, 차유신, 우태원. 반대쪽에는 대민일보 편집국장 이태선, 정치부장 김교원, 정당팀장 박인혁. 박인혁이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인물.
“아무튼 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태선이 술병을 들었다. 슥 내밀어진 병목이 차유신의 앞에 다다랐다. 차유신은 묵묵하게 잔을 잡았다. 조르르, 소리와 함께 하얀색 도자기 잔이 차올랐다. 관찰에 가까운 이태선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차유신은 모른 척했다.
“차 의원님께서 보좌관 실수였다 인정하시면… 저희가 알아서 내일 자에 정정보도문 게재할 생각입니다. 김 의원님께서 워낙 말씀을 잘해주셨더군요.”
“정정보도문이요.”
“네. 우리 2면에 통상적으로 내는 것 말입니다.”
“그걸 지금 이 시간에 낼 수 있습니까.”
“가능하죠.”
병을 세운 이태선이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시계침은 오후 8시 2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차유신에게 눈을 맞춘 그가 입을 뗐다.
“통상적으로 자정 전에는 일간지 판 갈이가 가능하니까요. 지금 차 의원님께서 OK 하시면, 늦어도 3판에는 반영이 되겠네요.”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차유신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태선을 지나쳐, 정당팀장 박인혁에게 맞춘 눈길이 사나워졌다. 박인혁의 목울대가 울컥거렸다.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거, 신문기자 분들이니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박인혁이 떨떠름하게 응수했다. 들숨을 삼킨 차유신이 말을 이었다.
“제가 국내 주요 VC* 20곳에 공문을 보내 역현T시티 지원을 요청한 건 말 그대로 요청입니다. 강요나 협박이 아닙니다. VC라는 조직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곳이고, 저는 그들에게 T시티에 대한 투자를 좀 더 긍정적으로 고려해달라고 호소한 겁니다. 박 기자님이 기사로 쓴 것처럼 억지지원을 강요한 게 아닙니다.” (*벤처캐피털)
“하지만 과방위 위원인 차 의원님의 공문을 받은 VC 입장은 다를 겁니다. 누가 봐도 갑이 을에게 요구하는 모양새 아닙니까.”
박인혁이 따졌다. 차유신이 눈을 찌푸렸다.
“요구요? 정말 요구를 하고 싶었다면, 제가 직접 해당 VC와 일일이 미팅을 가졌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문제의 VC들과 개인적인 통화 한번 한 일이 없습니다. 그저 이러한 지원제도가 있고,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달라고 요청을 한 겁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게 어떻게 강요고, 협박이 됩니까.”
“의원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 신문사에서 의원님 방에 해명을 요구했을 때, 해당 의원실 보좌진은 ‘그게 설령 강요처럼 보였다 해도 그건 VC에서 판단할 일이지, 신문사에서 따질 일이 아니다’며 매우 무례하게 나왔습니다. 이후로 무성의한 해명문건조차 발송한 적이 없고요.”
이를 간 박인혁이 곁눈질로 우태원을 봤다.
“바로 우태원 비서가 말입니다.”
“우 비서는 우리 의원실 막내입니다. 막내가 잘 모르고 한 일을….”
“그만! 차유신.”
불현듯 커다란 호통이 귀를 때렸다. 흠칫한 차유신이 옆을 봤다. 한껏 붉어진 낯의 김후준이 탕, 테이블을 쳤다.
“그래서 지금 뭐가 문제야. 우태원이 문제야?”
가쁘게 숨을 몰아쉰 차유신이 가까스로 답을 꺼냈다.
“아닙니다. 제 과실입니다.”
“그러면 일어나.”
김후준이 턱짓을 했다. 차유신이 신속하게 몸을 일으켰다. 대민일보 사람들이 일제히 사색이 됐다. 지켜보던 우태원의 낯이 굳었다.
“여의도 밥을 삼 년이나 먹은 놈이, 지금 뭐가 문제인지 몰라? 어?”
버럭한 김후준이 신경질적으로 병을 챘다. 제 잔에 거칠게 술을 들이붓고는, 화를 삭이듯 잔을 쭉 들이켰다. 탁. 단숨에 비워진 잔이 테이블 위를 굴렀다. 몸을 튼 김후준이 성난 삿대질을 시작했다.
“지금 사사로운 게 뭐가 중요해. 대민일보에서 문제를 제기했잖아. 대국민당이 적폐라잖아! 국내 VC에 지원을 강요하고, 시장을 교란했다 하잖아.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해! 자꾸 꼬박꼬박 말대꾸할 거야?”
차유신의 입에서 밭은 숨이 터졌다. 연신 입만 달싹이는 차유신을 보며, 김후준이 확고하게 지시했다.
“당장 사과해. 대민일보 분들한테. 오해하게 만들어 죄송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표명해.”
차유신의 뒤꿈치가 바닥을 꾹 지르밟았다. 버겁게 호흡을 가다듬은 차유신이 구십도 각도로 몸을 숙였다. 대민일보 사람들이 있는 쪽을 향해 정수리를 보이고는, 최대한 정돈한 언어를 꺼냈다.
“오해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더 제대로.”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김후준은 더 이상의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난 차유신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눈앞에는 잔뜩 질린 낯의 대민일보 사람들이 있었다. 이태선이 차마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입을 말아 문 차유신이 시선을 비꼈다. 우태원은 관찰하듯 차유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자리는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그다지 낯선 상황도 아니었다. 김후준은 한번 술을 먹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만족하는 타입이었다. 덕분에 차유신은 술자리를 파하자마자 차 뒷좌석에서 늘어져야 했다.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우태원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앞으로 쏠리는 감각과 함께 차유신의 고개가 젖혀졌다. 안 그래도 가마득한 정신이 완연히 멸등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누군가의 팔뚝에 몸이 감겨있었다. 익숙한 현관 앞에 다다라,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난 옆 사람이 차유신을 안으로 들였다. 비틀거리는 차유신의 손이 벽을 더듬었다. 탁. 스위치를 누르자, 낯익은 거실이 훤해졌다. 무지근한 발이 조금조금 헐거워졌다. 남자가 차유신의 구두를 벗기고 있었다.
“잠깐 이쪽에.”
좀처럼 의식을 찾지 못하는 차유신을 남자가 아예 안아서 소파까지 옮겼다. 등받이에 기댄 차유신이 눈가를 짚었다. 비로소 상황이 파악됐다. 그 빌어먹을 술자리는 진작 끝났고, 여기는 집이고, 데려온 사람은 우태원이고. 오늘은 오전 7시에 조찬 간담회가 있고. 이 상태로 멀쩡하게 참석할 수 있을지가 스스로도 장담하기 어렵고…. 가물거리던 눈꺼풀이 흘러내렸다. 곤로한 욕설이 짓씹혔다.
“씨발.”
차유신의 어깨가 늘어졌다. 맞은편의 우태원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의원님.”
“안 괜찮아.”
차유신의 고개가 기울었다. 텁지근한 한 마디가 덧붙었다.
“좆같을 정도로 안 괜찮아.”
우태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염없이 침묵만 지키던 그가 문득 손을 뻗었다. 꺼떡거리는 차유신의 턱에 커다란 손아귀가 걸렸다. 천천히 얼굴을 올려붙인 그가 눈을 맞춰왔다. 차유신은 문드러져 가는 초점으로 그를 주시했다.
“제 탓입니다. 송구합니다.”
“넌 잘못한 것 없어. 네 말이 맞았으니까.”
차유신이 눈을 깔았다. 악에 받친 혼잣말이 나왔다.
“대민일보 씨발 새끼들… 언제 한번 나 길들여보려고 호시탐탐 노려왔던 걸 내가 왜 몰라. 개새끼들이.”
휘저은 손이 우태원의 팔을 뿌리쳤다. 등을 굽힌 차유신이 얼굴을 감쌌다. 취기 때문에 고개를 들고 있는 것조차 곤욕이었다. 면상을 가린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달뜬 숨이 갈라졌다.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우태원이 뒷짐을 졌다. 여전히 얼굴을 가린 차유신이 도리질을 쳤다.
“그런 것 없어. 이만 가봐.”
우태원은 가지 않았다. 하염없는 적막 안에 남아 차유신만을 맹목적으로 주시할 뿐이었다. 차유신은 어둠 속에서 탄식했다.
왜 환멸감에 휩싸인 차유신 따위를 감상하고 있는 거지. 저 새끼는.
“의원님께서는 괴로운 걸 무엇으로 푸십니까.”
뜬금없는 질문이 찾아들었다. 차유신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이건 정말로 웃긴 질문이었다. 메마른 손이 차유신의 얼굴을 타고 미끄러졌다. 입매를 비뚠 차유신이 비아냥거렸다.
“없는데. 그런 거.”
“담배는요.”
“그건 습관이고.”
“술은요.”
“그건 일.”
“섹스는요.”
차유신의 입이 멎었다. 정신이 부쩍 농몽해진 가운데, 무거운 머리가 등받이를 짓눌렀다. 맥없는 입에서 성의 없는 대답이 샜다.
“몰라. 일단 안 한 지가 오래됐어.”
“언제인지 여쭤봐도 됩니까.”
새삼 집요한 태도였다. 차유신은 잠자코 눈을 깜박였다. 평소 같았으면 왜 그딴 걸 묻냐며 짜증부터 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차유신은 자신의 마지막 섹스시기를 진지하게 계산까지 하고 있었다.
뒤틀리다 드러난 모래사막의 가장 낮은 지층처럼, 깊숙한 구석에 파묻혀있던 기록이 비치적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모래알보다도 탁한 숨이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뇌리가 건기에 접어들었다.
“아마 군대 가기 전.”
“그게 몇 살 때입니까.”
“스물셋.”
“그럼 육 년째 안 한 겁니까.”
꼬치꼬치 캐묻는 게 뒤늦게 거슬렸다. 차유신이 귀찮다는 양 그의 어깨를 밀었다.
“너 상당히 시끄럽다. 헛소리 그만하고 가 봐.”
“못 가겠습니다. 저는.”
우태원이 다부지게 버텼다. 차유신의 눈살이 구겨졌다. 돌연 앞 머리카락이 팔랑였다. 얼굴을 내린 우태원이 차유신의 볼 가까이 입을 가져갔다. 취기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숨결에 목덜미가 축축해졌다.
“괜찮으면 제가 풀어드려도 되겠습니까.”
차유신이 언성을 높였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지금 의원님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태원이 눈을 맞춰왔다. 새까맣게 채워진 동공은 아이러니하게도 공허로 빛났다. 의욕도, 열망도, 의지도 없는 눈동자에서 간헐적으로 차유신이 일렁였다. 가만히 응시하던 차유신의 낯에서 힘이 빠졌다. 두 사람은 한동안 무표정으로 서로를 봤다.
“네가 대주기라도 하려고?”
차유신이 삐딱하게 물었다. 우태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힘듭니다.”
“그럼.”
“글쎄요.”
우태원이 차유신의 목덜미에 손을 올렸다.
“저도 생각 중입니다.”
마사지라도 하듯 주물럭거리는 손길에 등줄기가 녹아갔다. 아. 희미하게 신음한 차유신이 고개를 떨궜다. 쾌락과 경멸의 경계에서 파도를 타는 것처럼, 긴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간신히 이성을 찾은 눈동자가 끌어올려졌다.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빤히 올려다보던 차유신이 얼핏 웃었다. 자조에 가까운 질문이 나왔다.
“입으로 하는 건.”
우태원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해본 적은 없지만, 가능은 합니다.”
끄덕인 차유신이 손을 내렸다. 앞섶에 다다른 손가락이 벨트를 더듬거렸다. 찰칵, 버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이 속옷 밴드를 잡았다. 피로한 지시가 거실을 울렸다.
“빨아.”
우태원이 기탄없이 몸을 숙였다. 그의 입꼬리가 느긋하게 올라갔다.
“기꺼이요.”
훅 내려간 정수리가 허벅지 틈을 파고들었다. 불어오는 숨결이 속옷에 감싸인 치부를 무덥게 적셨다. 현기증이 일었다. 긴 숨을 내쉰 차유신이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허벅지를 스치며 옷가지가 내려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미끄러진 옷들이 슬개골을 조여 왔다. 살짝 고개를 든 귀두의 끄트머리가 둥그렇게 뭉쳐있었다. 차유신은 등받이에 기댄 목을 늘어뜨렸다.
“부드럽게 해드릴까요, 아프게 해드릴까요.”
우태원이 물었다. 차유신은 보지도 않고 답했다.
“네 마음대로 해.”
“원래 취향은 어느 쪽이었는데요.”
“원래 취향….”
차유신의 음성이 잦아들었다. 자꾸만 기우는 목덜미를 간신히 가누며, 지친 한 마디를 꺼냈다.
“잊어버렸어.”
애초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차유신은 이 상황에서 기대하는 게 없었다. 그저 제 성기를 한계까지 조여 줄 것이 필요했고, 그걸 통해 배출하고 싶었다.
진저리나게 환멸 나는 아까의 자신을 발화하고 싶었다.
“조금 아프게 하겠습니다.”
우태원이 입을 열었다. 느릿느릿 불끈해지는 음경이 새까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묘한 즐거움에 젖은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제가 그걸 좋아하거든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지근한 표피가 젖은 점막에 흡착됐다. 추웁, 소리가 소파를 가로질렀다. 갑자기 달뜬 복부의 혈류가 치골까지 쭉 미끄러졌다. 딴딴한 혹이 몸집을 키우듯, 성기가 퍼석거리며 부풀었다. 차유신의 목이 덜컥 넘어갔다.
“흐읍….”
오톨도톨한 혀의 돌기가 성기를 희롱하듯 비벼댔다. 귀두에 닿는 점막이 유독 부드럽고 축축했다. 식도 근처. 뇌까린 차유신이 눈을 내렸다. 음경을 감싼 세포들이 툭, 툭, 소리를 내며 터져나갔다.
팽창하기 시작한다. 우태원의 안에서.
“크네요.”
우태원이 입을 모았다. 방금 꺼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유로운 입놀림이었다. 퍽 안정적으로 음경을 고쳐 문 그가 목에 힘줄을 새겨가며 표피를 빨아들였다. 뿌리까지 뽑히는 감각에 혈관들이 소스라쳤다. 차유신의 고개가 한계까지 젖혀졌다.
“하으으… 읏…!”
“중심 잘 잡으세요. 자칫하다 빠집니다.”
타이르듯 말한 우태원이 손을 뻗었다. 파들거리는 차유신의 손을 부여잡고는,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갔다. 굵다란 목에 액세서리처럼 손가락이 걸렸다. 부쩍 진이 빠진 손목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우태원은 침착하게 제 손을 덮어가며 고정했다.
“잡아 봐요.”
가물가물한 눈꺼풀이 달싹였다. 밭은 숨을 고른 차유신이 꽉 손아귀에 힘을 실었다. 곤두선 손가락이 단단한 가죽을 찍었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시퍼런 혈관이 솟아올랐다.
“후우….”
나른하게 신음한 우태원이 목을 꿀꺽였다. 내내 우물거리던 입 안의 점막을 풀고는, 갑자기 목구멍까지 귀두를 틀어박았다. 헉. 차유신의 발끝이 들렸다. 주춤한 허벅지가 순간적으로 오므라들었다. 얼마 가지도 못했다. 강경하게 막아선 우태원이 오히려 틈을 벌리고 있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치부가 활짝 드러났다. 싸늘함에 젖은 맨살이 어딘가 축축했다. 힐끔한 차유신이 기겁했다. 우태원의 입술 틈으로 삐져나온 혀가 곱슬거리는 체모를 맛있게 핥고 있었다. 턱을 떤 차유신이 끝내 눈을 감았다.
저 변태 새끼가….
적막 속에서 끊임없이 덜컹거리는 제 남근이 느껴졌다. 우태원은 갈수록 대담하게 굴었다. 처음엔 귀두와 생식기 몸통을 빠듯하게 조이더니, 나중에는 밑동을 제 입에 처넣은 채 음낭까지 빨아대기 시작했다.
쭙, 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허벅지가 전율했다. 근질거리는 소름이 척추를 타고 번지는 통에 허리가 저릿저릿했다. 차유신은 종종 아랫입술을 깨물어가며 신음을 참았다. 봉사를 받는 건 좋지만, 자신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건 싫었다.
불현듯 밑쪽이 잠잠했다. 눈을 뜬 차유신이 밑을 확인했다. 덤덤하게 자신을 관조해오는 우태원이 고스란히 망막에 담겼다. 서로를 마주 보는 짧은 순간, 기묘한 정적이 그들을 휘감았다.
이후의 상황은 갑자기 빠르게 감기는 필름처럼 긴박하게 전개됐다. 차유신의 분신을 길게 쓸고 난 혀가 거둬지고, 미소 띤 우태원이 물어뜯을 기세로 살덩이를 삼켜오기 시작했다. 사포처럼 거칠어진 입 안의 점막이 표피를 마구 주물렀다. 자극에 함락당해 빳빳해진 성기가 요동을 쳤다. 차유신이 가쁘게 호소했다.
“흐읏…! 씨발, 잠깐….”
“하아… 좋은 냄새 나요.”
목구멍에 성기를 박은 채로, 우태원이 흡족하게 혀를 놀렸다. 표피와 맞물린 돌기가 질척이며 비비적거렸다. 우태원의 어조가 녹아갔다.
“의원님 자지에서….”
식도 입구까지 꽂힌 귀두가 움찔거렸다. 끄트머리가 유독 쓰렸다. 자신도 모르는 새 터진 쿠퍼액이 사방팔방 번지고 있었다. 액으로 점철된 우태원의 목구멍에서 철벅거리는 소리가 났다. 차유신이 고개를 떨궜다.
“하… 이제, 이제 그만 좀….”
“그만 해요?”
“그만 해도… 읏.”
차유신의 말은 들은 적도 없다는 듯, 우태원이 대뜸 목구멍을 조였다. 제법 깊숙이 파고든 음경이 통째로 진동했다. 우태원의 목덜미에 감긴 손가락이 곤두섰다. 손톱까지 찔러 넣을 기세로 가죽을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우태원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보다 목구멍을 넓혀가며 차유신의 성기를 한계까지 처넣을 뿐이었다. 음낭만 남기고 전부 우태원에게 내준 남근이 감전이라도 된 듯 벌벌거렸다. 차유신이 성대를 쥐어짰다.
“씨발… 그만 하라고 했… 흐읍…!”
“전 싫은데.”
중얼거린 우태원이 혀를 널름거렸다. 뿌리에서부터 귀두까지, 그의 돌기가 녹진한 점액을 남기며 미끄러졌다. 화끈거리는 열감에 간질거리는 자극이 겹치면서 치부가 송연하게 물들어갔다. 수치에 사로잡힌 무릎이 들썩였다.
넋이 나간 듯 헐떡이던 차유신이 힘겹게 얼굴을 들었다. 저 밑에서 태연히도 음경을 쭉쭉거리는 우태원이 보였다. 악에 받친 손톱이 쿡 그의 목을 찌르고 들었다.
“그만 하라고 했지. 새끼야.”
분명히 부끄러워해야 할 건 우태원인데, 이상할 정도로 예사로운 놈 때문에 오히려 차유신 쪽이 난항이다. 마치 그에게 범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도무지 마음에 드는 상황이 아니다. 그 와중에 분신을 빨아들이는 감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해 내치는 일조차 힘에 부친다.
갈피를 잃은 차유신의 눈꺼풀이 흘러내렸다 들렸다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우태원의 목덜미에 꽂힌 손톱을 타고 핏물이 줄줄거렸다. 우태원이 얼핏 웃었다. 차유신의 눈매가 움칠했다.
고통조차 즐기는 얼굴이었다.
“국회의원 자지 빨아주니까 좋아? 이제 떨어져.”
자못 이성을 찾은 차유신이 경고했다. 우태원은 듣지 않았다. 느긋하게 나아간 혀가 음경의 두드러진 주름들을 지분거렸다. 더운 숨결에 사로잡힌 표피가 크게 두근거리고, 귀두의 구멍이 빠끔거렸다. 차유신이 이를 악물었다.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았다.
“흐으읍….”
“싸고 싶잖아요. 어서 싸요, 의원님.”
우태원이 상냥하게 회유했다. 또 한 번 아래에서 위로 쓸고 난 혀가 표피와 밀착했다. 살금살금 문질러대는 돌기를 타고 소름이 일었다. 차유신이 힘겹게 얼굴을 덮었다. 우악스럽게 달아오른 체온 탓에, 마찰하는 것만으로 얼굴과 손이 따끔거렸다. 밑에서 가볍게 웃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전 국회의원 좆 빨아서 좋은 게 아닌데.”
우태원의 톤이 낮아졌다. 잠시 느슨하던 음경이 돌연 뻑적지근해졌다. 공기 통할 틈조차 없을 정도로 차유신의 성기를 품은 그의 입이 힘차게 흡입해오기 시작했다. 무아지경에 빠진 생식기가 발버둥 치듯 꿀렁거렸다. 차유신의 눈이 까뒤집힐 기세로 넘어갔다. 우태원이 가만히 눈을 치떴다.
“차유신 좆이라서 좋은 겁니다. 저는.”
“으응…!”
표피를 감싼 점막이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절정에 달한 차유신의 등줄기가 야릇하게 진저리를 쳤다. 결국 왈칵, 쏟아진 정액이 밀물처럼 우태원의 입 안을 채웠다. 대수롭지 않게 뻗어나간 우태원의 혀가 체액을 한데 모아 제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움직임이 그친 그의 턱을 타고 하얀 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액을 훔친 우태원이 제 입가로 젖은 손을 가져갔다.
서비스를 하듯 차유신의 성기를 마지막까지 우물거리고 난 입이 떨어졌다. 손등의 액을 안여하게 핥은 우태원이 고개를 들었다. 마주 보던 차유신이 찌푸렸다. 우태원이 빙글거렸다.
“육 년 만에 남의 안에서 쏟는 것 치고는 건강하시네요.”
“놀리는 거야?”
차유신이 언짢게 따졌다. 우태원은 못 들은 척 몸을 일으켰다. 반쯤 널브러진 차유신을 품에 안고는, 허리를 세웠다. 술기운 때문에 제법 무거울 법한 몸이 가뿐하게 들렸다. 우태원이 발을 옮겼다. 차유신이 물었다.
“어디 가.”
“씻겨드릴게요.”
욕실 앞에 다다른 우태원이 발로 문을 밀었다.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안을 환하게 만들고는, 샤워기 앞으로 다가갔다. 축 처진 몸이 건조한 바닥에 앉혀졌다. 몸을 낮춘 우태원이 차유신의 바지와 속옷을 마저 벗겼다. 채 사그라지지 않은 성기가 안쪽 허벅지에 붙어 꾸물거렸다. 힐긋한 우태원이 벗긴 옷가지를 욕실 구석에 뒀다.
“셔츠도 벗기겠습니다.”
커다란 손이 셔츠 윗부분에 다다랐다. 일렁이는 가슴팍을 타고 단추가 하나하나 풀어헤쳐졌다. 차유신은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하얗게 드러나는 제 가슴을 봤다. 맨 밑까지 풀고 난 우태원이 셔츠를 뒤로 젖혔다. 차유신의 정수리가 벽에 닿았다. 소매를 타고 빳빳한 셔츠가 죽 내려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하얀 조명이 빠짐없이 비췄다.
“그렇게 담배를 피우는데.”
우태원이 샤워기를 잡았다. 헤드가 바닥을 향하게끔 각도를 낮추고는, 물을 튼 채 온도를 조절했다. 차유신은 곁눈질로 우태원을 봤다.
“왜 의원님에게서는 좋은 냄새만 날까요.”
우태원의 고개가 비스듬해졌다. 정말로 궁금하다는 투였다. 차유신이 윗눈썹을 까딱했다.
“무슨 냄새가 나? 나한테.”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잘.”
온도 조절을 다 맞췄는지, 우태원이 헤드를 차유신의 머리맡으로 가져갔다. 치익, 소리를 내며 더운물이 사방팔방 흩어졌다. 줄줄 흐른 물이 입술 틈까지 고였다. 차유신의 눈이 반쯤 감겼다.
“살 냄새가 나는데.”
우태원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바닥만 보고 있는 차유신을 집요하게 관찰해가면서, 정수리부터 발끝까지를 후덥지근하게 물로 적셨다. 고적한 욕실 안에 누기와 물소리가 찼다. 우태원이 나지막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 냄새가 상당히 좋습니다.”
“처음 들어 봐.”
차유신이 축축한 눈을 손등으로 쓸었다. 물기에 젖어 다소 아득해진 시야에 우태원의 앞섶이 들어왔다. 무심코 응시하던 차유신의 눈꺼풀이 움찔했다. 머리맡에서 의미 모를 한 마디가 찾아들었다.
“그것참 기쁜 얘기네요.”
새까만 정장 바지 위로 불뚝 튀어나온 실루엣이 비쳤다. 미적거리던 차유신의 시선이 비껴났다. 차마 어디다 눈을 둬야할지가 난감했다. 부쩍 긴장한 차유신의 얼굴을 혼연한 눈빛이 쓸었다. 달싹이던 차유신의 입이 열렸다.
“오늘 일은 우리 둘만 아는 걸로 해.”
우태원이 흔쾌히 끄덕였다.
“그럼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테니까, 혹여나 신경 쓰지 말고.”
이번엔 답이 없었다. 쏴아,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방울이 굵어졌다. 차유신은 점점 커져가는 바닥의 웅덩이를 보며 입을 오므렸다. 오랫동안 답이 없는 우태원이 조금은 불안했다.
자신을 감시하듯 훑어오는 눈길이, 일말의 거부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유신은 두렵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태원은 자신의 아랫사람이다. 차유신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므로 차유신은 안심할 수 있었다.
이 관계가 뒤틀리지 않는 한, 차유신의 주도권은 영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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