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200화 (완결) (200/200)

제200화 - 완결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우당탕!

뭔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한 소년이 부산스러운 움직임으로 방을 뛰쳐나왔다.

소년은 순백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으며.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교복을 걸쳤다.

그런 소년의 부산스러움에, 주방에 있던 한 여인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외쳤다.

“아들! 아침은!”

“늦었어! 그냥 간단하게 사 먹을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질문에 다급히 외친 소년이 집을 빠져나갔다.

문을 빠져나온 소년의 눈에 비친 것은….

“늦었어!”

허공에 두둥실 떠다니고 있는, 그리고 방금 막 집을 빠져나온 소년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이었다.

그는 머리도 정리하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소년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학기 첫날부터 잘하는 짓이다.”

그러한 말을 내뱉는 남학생의 이름은 진태백.

막 집을 빠져나온 소년, 강 한과 근 10년째 연을 이어온 불알친구나 다름없었다.

강한은 그런 진태백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미안미안. 학교까지 부탁할게.”

그런 강한의 부탁에, 진태백이 후…, 하며 깊은 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에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강한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갑작스레 괴물, 허상괴가 지구를 침략한지 어언 백여 년.

최후의 전쟁을 통해, 지구는 온전히 인류의 것이 되었다.

다만, 그 전쟁의 영향은 아직까지도 지구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허상괴에 의해 태어나게 된 몬스터라거나.

플레이어들의 피가 퍼져 태어나게 된 이능력자라든지.

혹은 최후의 전쟁이 벌어졌던 시절 존재했던 나라. 영국이란 이름을 가진 그 땅에 자리 잡은 거대한 나무와 같은 것들.

한편, 최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7인의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들. 지금은 그 숫자마저 희귀해진 ‘원초의 이능력자’라 불리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강한은 그 7인의 영웅 중 한 명인, 자애의 성자 신성의 피를 이어받았다.

순백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그 증거였다.

다만….

‘어째서 내가 각성한 능력은 이런 걸까.’

친구의 손에 이끌려,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던 강한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애의 성자, 신성의 피를 이어받은 강한의 가문은 대대로 ‘회복’과 ‘보조’, ‘보호’와 ‘해독’등에 특출난 능력들을 각성했다.

게임으로 치자면 순수 혈통의 사제 가문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그에 반해 강한이 각성한 능력은, 그 어떤 이능과도 동떨어진. 매우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강한이 직계가 아닌, 방계이기 때문일까?

강한은 자신이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를 떠올렸다.

능력을 각성했을 때의 나이는 단 4살.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 의해 죽을 뻔한 위기를 겪고 나서야 강한은 능력을 각성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강한의 능력을 본 어머니는, 강한이 성장할 때마다 누누이 말했다.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그 누구에게도 각성한 이능을 숨기라고.

강한은 그러한 어머니의 애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스스로의 이능을 숨기며 살아왔다.

전 세계의 인류중 99.9%의 사람들이 이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연기라고는 하지만 0.1%에 속해 있는 강한은 언제나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괴롭힘과 멸시, 조롱을 받고 있을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진태백이었다.

바람의 이능을 각성한 그는 ‘이능을 각성하지 못했다’라는 연기를 하는 강한과 진심으로 친구가 되어주었다.

진태백 또한 7인의 영웅 중 한 명인 ‘대현자 마도왕’의 피를 이어받은. 그것도 직계의 자식이었으니 가까워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강한의 친구가 된 진태백은, 강한이 곤란스런 상황에 처해 있을 때마다 등장해 도움을 주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10분 뒤면 있을 조회 시간에 강한이 지각할 위기에 처하자, 진태백은 손수 나서 강한과 함께 학교로 날아가고 있었다.

“뭔, 생각하냐?”

“그냥 이것저것.”

앞서 날아가고 있던 진태백의 질문에, 강한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나마 진태백 덕분에 초등학교, 중학교의 시간을 무탈하게 지내왔다.

고등학교 생활 또한, 그러한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나름 무탈하게 지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강한이 그러한 생각을 하며 발밑을 내려다볼 때….

꺄악-!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강한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야야! 잠시 멈춰봐!”

“아, 왜! 안 그래도 늦었….”

“잠깐만 멈춰봐!”

버럭 외치는 강한에, 진태백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멈춰 섰다.

그렇게 허공 한가운데에 두둥실 떠 있는 강한은 두 눈을 감고, 최대한 청력을 끌어올렸다.

날카롭게 벼려진 청력을 이용해, 얼마나 주변의 소리를 헤집어 나갔을까….

“찾았다!”

강한이 두 눈을 번쩍! 뜨며 버럭 외쳤다.

그와 동시에….

“야! 나 저기에 좀 내려주라.”

강한이 한 건물의 옥상을 가리키며 말하자, 진태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진짜 괜찮겠냐? 아무리 나라도 커버해 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는 거야.”

“괜찮으니까 내려주고 너 먼저 가.”

“하, 정말. 미쳐버리겠네.”

강한의 대답에. 진태백이 한숨을 내쉬며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허나, 그럼에도 강한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는지, 진태백은 강한을 건물의 옥상애 내려줬다.

“고맙다!”

옥상에 내려서기 무섭게 강한이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 모습에….

“새끼. 급똥이라도 온 건가?”

실없는 생각읊 품은 진태백이 두둥실 떠오르며, 학교를 향해 날아갔다.

한편, 인간답지 않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건물을 빠져나온 강한이 한 골목길에 들어서며 버럭 외쳤다.

“멈춰!”

골목에 들어선 강한의 두 눈에는 다수의 남학생들이,한 여학생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포위를 당한 여학생도, 그런 여학생을 포위하고 있는 남학생들도 모두 강한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으나, 다른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학년이었다.

포위를 하고 있는 양아치들은 2학년이라는 증거인 녹색 명찰을 달고 있으며 포위를 당한 여학생은 제로와 마찬가지로 1학생임을 증명하는 노란색 명찰을 달았다.

한편, 포진해 있는 양아치들 중 한 명이 강한을 알아보며 어! 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 재수 옴 붙었네.”

“왜?”

“저새끼 그거야. 우리 학교 유일의 무능력자.”

한 양아치의 말에, 또다른 양아치가 비틀린 웃음을 내비쳤다.

그것은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그것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그렇게 비틀린 웃음을 내비친 양아치가 강한을 향해 걸어갈 때….

“그만두는 게 좋을꺼다.”

양아치들 무리에서 가장 뒤에 있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저놈, 그놈의 친구잖아. 진태백.”

진… 태백…?

설마 바람의 폭군의 아들?

무능력자가 어떻게 그런 놈이랑 친구인 거냐?

그의 말에, 양아치들이 술렁거렸다.

진태백의 아버지, 진태군.

그는 바람의 폭군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강함의 척도로 사용되는 랭킹 100위권 이내의 랭커였다.

또한 한국에서 그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장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이기도 했다.

한편, 제로는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의 친구인 진태백마저 알고 있는 양아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쯤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런 강한의 말에, 양아치들이 흥이 깨졌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강한이 무능력자라고는 하지만, 잘못 건드리면 진태백. 나아가 바람의 폭군의 분노를 사게 될 지도 모르기 떼문이다.

그렇게 양아치들이 제로의 어깨를 치며 지나가고 있을 때….

“그놈이 널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가장 먼저 강한을 알아봤던. 그리고 양아치들의 리더로 보이는 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강한은 협박에 가까운 그의 말에 능글맞은 웃음을 내비쳤다.

“글쎄요.”

“재수없는 새끼.”

강한의 대답에, 양아치가 퉤! 하며 침을 뱉고 사라졌다.

그렇게 양아치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저…, 괜찮아요?”

“아…. 고, 고맙습니다.”

걱정스레 말하는 강한에 여학생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녹색의 머리카락과, 푸른 대해를 연상시키는 눈동자를 지닌 미인이었다.

저런 미인이….

‘우리 학교에 있었던가?’

하지만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눈앞에 있는 여학생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저 정도의 미모라면 좋든, 싫든 이름 정도는 알려져도 이상하지 않았…!

“악! 그러고 보니 지각이다!”

뒤늦게 자신이 지각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강한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이 길은 양아치들이 많아서 위험하니 이왕이면 큰길로 다녀요!”

그러한 말을 내뱉은 강한이 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그런 강한의 등 뒤를 바라보던 여학생은….

“드디어 찾았다.”

그러한 말을 내뱉으며, 훅! 하고 사라졌다.

* * *

우당탕-!

점심시간의 학교 뒷편에 자리 잡은 쓰레기 처리장.

그곳에 강한이 몸을 나뒹굴었다.

그런 강한의 복부에는 선명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는데, 발자국을 찍은 학생은….

“여~! 오랜만이다?”

아침에 만났던 양아치 리더가, 같은 양아치들을 대동하며 씨익 웃어보이고 있었다.

“선배가.”

콰직!

“인사를.”

콰직!

“했으면.”

콰직!

“대답을.”

콰직!

“해야지!”

퍼억-!

한 마디, 한 마디를 끊으며 제로를 짓밟던 양아치 리더가, 마지막에 강한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강한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커헉! 하며 억눌린 신음을 내뱉으며, 억지로 입을 열었다.

“이, 이러고도 선배님들이 무사할 거 같아요?”

억눌린 목소리로 입을 여는 강한에, 양아치들이 비웃음을 흘렸다.

“아, 네 친구는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건 잘나신 바람의 폭군의 외동아들이라 하더라도 모르니까.”

그러한 말을 내뱉은 리더가 슬쩍, 뒤에 서 있는 누군가를 내보였다.

리더의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학생은 강한 또한 잘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각성 이능은 은밀한 방.

10분동안, 일정 영역에 막을 쳐 외보와 완전히 단절시키는 능력을 지닌 학생이자…, 강한이 다니는 학교의 공식 왕따였다.

“그러니 우리는 느긋하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하….”

씨익 웃어 보이며 말하는 리더에, 강한이 낮은 숨을 토해냈다.

그런 강한의 순백의 눈동자가 점차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은밀한 방의 효과가 알려진 것처럼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이라면….

‘능력을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강한이 그러한 생각을 품으며 리더를 바라보자, 리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에게 거스르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 하나 잘 뒀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강한의 태도를 그는 용납하지 못한다.

그것도….

“무능력자 따위가 말…!”

쒜에엑!

퍼억-!

리더가 다시 한번 강한을 걷어차려는 순간.

그와 동시에 강한이 이능을 사용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그 둘 사이에 꽂혔다.

“거기까지 하시죠.”

갑작스런 화살의 등장에 당황하는 양아치들의 앞으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녹색의 머리카락과, 대해를 연상시키는 푸른 눈동자를 지닌 미인이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녀의 곁에는 4대 속성의 정령들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으며. 한 손에는 활이 쥐어져 있다는 점이다.

양아치들이 갑작스레 등장한 여인에 당황하는 순간, 그녀가 강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만났어요. 그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항상.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한 말을 내뱉는 여인이 강한의 뺨을 쓸어내렸다.

“당신이 힘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요. 저 버러지들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죠.’

그러한 말을 내뱉은 여인의 분노가, 양아치들에게 쏟아졌다.

한편, 강한은….

‘그래서 누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표정을 내비쳤다.

<독식하는 네크로맨서> 완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