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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네크로맨서-153화 (153/200)

제153화

크아아-!

레비아탄이 입을 쩍! 벌리며 포효를 터트리자, 그 입을 통해 거대한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제로는 심해의 바닷물을 타고 움직이며 전신을 두드리는 거대한 충격에 ‘큭!’ 하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수의 군단장, 레비아탄.

다르게는 대해의 지배자 레비아탄이라 불리는 그것의 강함은 압도적이다.

특히나 물이 있는 장소. 즉, 지금의 제로가 있는 심해 같은 장소라면 그것의 강함은 대장군급에 필적한다고도 알려져 있었다.

회귀 전에도, 언제나 바다 깊숙한 곳에만 있는 레비아탄을 죽이기 위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희생을 강요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달라.’

전신을 두드리는 충격에 몸을 추스른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의 자신은, 회귀 전의 자신과 비교해 한없이 강력하다.

비록 지구에 남아있기 위해, ‘육체’를 만들어 스스로의 강함을 제한하고 있다 한들.

제로는 자신이 군단장에 불과한 레비아탄에게 패배한다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 놀아 볼까?”

스킬 발동, 데스 본 스피어.

제로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등 뒤로 거대한 흑골의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는 정확히 열 개.

열 개의 흑골의 창은 망설임 없이 레비아탄의 거체를 향해 쏘아졌다.

진득한 죽음을 머금은 흑골의 창은, 상급의 허상괴라 한들 스치기만 해도 소멸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인가?”

레비아탄은 자신의 거체에 열 개의 흑골의 창이 틀어박혔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실제로 제로가 쏘아낸 데스 본 스피어는 이렇다 할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레비아탄의 거체를 두르고 있는, 푸른 대해를 연상케 하는 비늘은 상당히 튼튼하고 질겼으며, 각종 이능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했다.

그 저항력이 제로가 품은 죽음마저 밀어내는 것이다.

‘확실히 저것도 거슬렸지.’

어떻게 보면 며칠 전 상대했던 철의 군단장, 가디안을 뛰어넘는 듯 보이는 레비아탄의 비늘에 제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레비아탄이 까다로운 이유는, 그 강함도 강함이었지만 저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비늘 또한 있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저 비늘에 흠집이라도 내기 위해선 마스터 레벨…. 아니, 그 이상으로 최소 600레벨 이상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공격이 필요했다.

“내 생각보다 약하군. 허나 그대는 왕의 대적자. 전력을 다해 네놈을 집어삼켜주마.”

쿠르르-!

레비아탄이 제로를 향해 말을 내뱉기 무섭게, 심해의 바닷물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 미치겠네.”

제로를 중심으로 수백, 수천 개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들은 모두 심해의 바닷물이 뭉쳐 만들어진 것으로, 레비아탄의 힘이 깃들어 어지간한 방어 따윈 모조리 박살 내버리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죽어라.”

레비아탄의 선고가 떨어지자, 제로를 포위하고 있던 수백 개의 검이 쏘아졌다.

수백 개의 검이 바닷물을 가르며 움직이는 모습은 사뭇 장관이었으나, 그러한 검이 노리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킬 발동, 데스 웨이브.

콰가가-!

제로는 절망에 빠지기는커녕, 데스 웨이브를 이용해 레비아탄이 만들어 낸 수백 개의 검을 상쇄시켰다.

강렬한 죽음의 탁류와, 수백 개의 검이 충돌하자 심해 밑바닥이 다시 한번 뒤흔들렸다.

그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바다에 거대한 해일이 만들어지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러한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던 배에 타고 있는 플레이어들과 일반 시민들 또한 갑작스런 해일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고작 이 정도야?”

레비아탄의 공격을 막아낸 제로가 비릿한 웃음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그런 제로의 도발 아닌 도발에 레비아탄의 입꼬리 또한 슬쩍 비틀렸다.

“가벼운 인사에 가까운 그것을 막아낸 것이 그토록 기쁘더냐.”

쿠르르-!

그러한 말을 내뱉은 레비아탄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로의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체를 가진 레비아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다가 다시 한번 출렁였다.

레비아탄의 진정한 무서움은 지금부터였다.

당연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또한 강력한 힘이고, 상당한 위험으로 다가온다.

허나 레비아탄의 진정한 강함은 거대한 몸뚱어리에서 뿜어지는 압도적인 거력이었다.

특히나 심해의 강력한 압력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움직이는 레비아탄의 속도는 음속을. 초음속을 뛰어넘어 아광속에 가까웠다.

그에 레비아탄의 덩치를 생각해 ‘속도는 느릴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눈 한번 깜빡이는 순간 레비아탄의 위장 속에서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레비아탄은 그 압도적인 속도로 회귀 전, 방심하고 있는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을 집어삼킨 전력이 있었다.

“쯧.”

제로 또한 레비아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귀찮아졌다는 듯 혀를 찼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자신 또한 레비아탄에게 한입에 삼켜질 것이다.

물론….

“그걸 내가 허락할 리가 없지만 말이야.”

스킬 발동, 데스 웨이브.

콰가강-!

다시 한번, 제로를 중심으로 죽음의 탁류가 퍼져나갔다.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죽음의 탁류는 제로를 향해 돌진하는 레비아탄과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크흐-! 대적자여! 고작 그 정도의 강함으로 왕에게 반기를 든 것이냐!”

허나 레비아탄은 얼굴을 두드리는 죽음의 탁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움직였으며, 곧 제로의 앞에 그 거대한 몸뚱어리를 드러냈다.

“왕에게 반기를 든 죄! 그 목숨으로 갚거라!”

순식간에 제로 앞에 도착한 레비아탄이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레비아탄은 그대로 제로를 집어삼키고,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자신의 위액으로 제로마저 녹여버리려는 속셈이었다.

제로는 그런 레비아탄을 바라보며 키득! 비틀린 웃음을 내뱉었다.

“멍청한 놈.”

스킬 발동, 사신의 시선.

번쩍-!

레비아탄의 거대한 입이 제로를 집어삼키기 직전, 제로의 등 뒤로 사신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푸른 안광을 토해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사신의 푸른 안광은 심해의 바닷물을 얼려 버렸으며, 나아가 제로를 집어삼키려는 레비아탄마저 거대한 얼음 동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얼렸으면 뭐다? 부숴 버린다~.”

스킬 발동, 명왕의 일격.

우웅-!

콰앙!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레비아탄의 밑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지며,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주먹이 튀어나와 레비아탄의 가슴을 강타했다.

“커헉-!”

명왕의 일격이 가한 충격에 레비아탄의 전신을 뒤덮은 얼음이 깨져버렸으나, 그와 동시에 직격을 맞은 가슴부위마저 으스러졌다.

그 강렬한 위력에 레비아탄 또한 억눌린 신음을 내뱉으며 거체를 비틀었다.

“놈-!”

설마 자신의 비늘을 뚫고, 그 내부에까지 충격이 전해질 줄이야.

레비아탄은 방심하다 제로에게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다는 것에 와락!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죽여버리겠다!”

콰아아아-!

레비아탄이 제로를 향해 난폭한 살기를 뿜어내며 꼬리를 휘둘렀다.

제로를 향해 휘둘러지는 꼬리는 수백 톤의 바닷물이 휘감겨, 본래의 배 이상의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소용없…!”

퍼억-!

“큭?”

다시 한번 사신의 시선으로 레비아탄을 얼음 동상으로 만들려던 제로가, 레비아탄의 꼬리에 얻어맞아 신음을 흘리며 튕겨 나갔다.

본래 같았으면 레비아탄의 꼬리가 닿기도 전에, 사신의 시선이 발동했을 것이다.

허나 이미 사신의 흉안에 한번 당한 레비아탄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레비아탄은 제로를 향해 꼬리를 휘두르는 한편, 심해의 바닷물을 조작해 제로의 몸뚱어리를 끌어당긴 것이다.

제로도 설마 레비아탄이 그러한 방식을 사용할 줄은 몰랐기에 거대한 꼬리에 얻어맞아 버린 것이고.

그렇게 뒤로 튕겨 나간 제로는 수 킬로미터를 밀려나고 나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제로에게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레비아탄의 연이은 맹공이 쏟아졌다.

거대한 바닷물이 한 점에 뭉쳐, 모든 것을 꿰뚫는 탄환이 되어 쏘아진다.

제로를 휘감은 심해의 바닷물은 족쇄가 되어 제로의 이동을 방해했다.

그 뒤를 이어 레비아탄의 거대한 꼬리가, 다시 한번 수백 톤의 바닷물을 휘감은 채 제로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콰가강!

콰르르-!

레비아탄의 맹공이 쏟아질 때마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심해의 밑바닥이 우르르 떨렸다.

그 위로는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한 해일이 만들어져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출렁이는 해일에 겨우 갑판에 달라붙어 균형을 잡고 있던 스타툰은 바다 밑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형님…, 도대체 무슨 싸움을 하고 계신 겁니까.”

* * *

‘이건 좀 위험한데….’

레비아탄의 공격에 제로의 자그마한 육체가 심해 이곳저곳으로 튕겨 나갔다.

특히나 육체의 내구도가 한계에 달했는지, 전신에 크고 작은 금이 그어져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대로 육체가 부서진다면, 힘의 제약은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난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할 수 없게 돼.’

그 즉시 제로는 지구에서 추방당해 외차원으로 넘어갈 것이다.

제로에게 있어 그것만큼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피해야 할 중대사항이었다.

‘그렇다고 망자들을 소환하자니, 심해의 압력을 견딜 만한 망자도 몇 없어.’

그나마 심해 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망자라고 해봐야 명계의 파수꾼, 사룡 덴드로였다.

허나 그것을 소환하는 것은 지구에도 크나큰 피해를 입히기에, 제로는 어지간해선 사룡 덴드로를 소환하고 싶지 않았다.

사룡 덴드로가 날뛴다면,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한없이 높아진다.

그러나 사룡 덴드로가 날뛰게 된다면 지구는 아무런 생명도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행성이 될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였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도박 한번 해봐?’

한참을 레비아탄의 맹공에 휩쓸리던 제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로가 생각해 낸 방법은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힘의 제약을 일부분 풀어, 레비아탄을 죽인다.

그리고 재빠르게 육체를 수복해 힘을 봉인한다.

물론 그것이 가능할지도 도박이었으며, 가능하다 한들 제때 시간을 맞추지 않는다면 풀려난 힘에 육체가 붕괴되 외차원으로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레비아탄을 죽이기 위해선 이 수밖에 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제로는 자신의 오만함에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내비쳤다.

다소 강해졌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상대에게 유리한 필드에 몸을 내던진 꼴이라니.

그 덕분에 이렇듯 고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지나간 일. 지금만 무사히 넘긴다면 다음부턴 이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

속으로 중얼거린 제로의 오른팔이 산산이 무너지며, 그 속에서 형태가 없는. 단순히 농밀하 죽음이 뭉쳐 ‘팔’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던 레비아탄은, 흑골의 팔이 부서지고 죽음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나타나는 순간….

오싹-!

전신의 비늘이 솟구치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네놈….”

“2페이즈 돌입이다, 이 개새끼야.”

제로는 자신을 바라보며 억눌린 목소리를 내뱉는 레비아탄에,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육체가 완전히 붕괴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5분.

5분 안에 레비아탄을 죽이고, 육체를 수복하지 않는 한. 제로는 지구에서 추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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