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하는 네크로맨서-151화 (151/200)

제151화

인적 없는 부두.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거래하고 있었다.

“물건은?”

“여기 있습니다.”

물건을 건네는 것은 일본인으로 보였으며, 그런 일본인이 건네는 물건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플레이어였다.

그렇게 그들이 ‘무언가’를 거래하고 있을 때….

우당탕-!

모조리 잡아!

시발! 이 새끼들은 뭐야!

죽여! 죽여버려!

주위가 소란스러워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일단의 무리가 그들을 덮쳤다.

하나같이 플레이어인 그들의 가슴팍에는 천사의 날개로 뒤덮인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신성 길드! 젠장!”

일본인과 거래를 하고 있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으득!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거래가 이루어지는 와중, 신성 길드가 습격할 줄은 몰랐다.

신성 길드를 필두로 협회에서 약의 거래를 뒤쫓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오늘 걸리게 될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한 그들이었다.

“알아서 튀…!”

“어딜 도망가려고!”

스킬 발동, 홀리 체인.

촤라락-!

이미 일본인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마자 도망친 지 오래였다.

거래를 하던 플레이어들 또한 도망치려 했으나,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의 반응이 더 빨랐다.

사제들이 홀리 체인을 발동하자, 수십 개의 순백의 사슬이 튀어나와 사방으로 흩어지던 플레이어들을 구속했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했으나, 소용없었다.

이곳에 들이닥친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은 전원 1군에 소속되어 있다.

개개인의 레벨이 400을 넘겼으며, 길드원들을 이끌고 있는 플레이어의 레벨은 마스터 레벨이라는 500을 돌파했다.

특히나 사제뿐만이 아닌, 성기사들마저 움직이기 시작하자 결국 도망치던 플레이어들 전원이 구속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찾았어?”

“여기 있습니다.”

리더의 말에, 순백의 갑옷을 걸친 성기사 한 명이 검은 가방을 건넸다.

성기사가 건넨 가방 안에는 검게 번들거리는 알약 수백 정이 들어 있었는데, 그 알약이 요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핫하다고 알려진 초월이었다.

복용하면 그 순간, 강력한 힘을 쥐어주지만 그만큼 중독성 또한 강하고, 복용한 플레이어들을 괴물로 바꿔버리는 약.

그것이 바로 플레이어들이 거래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하, 새끼들 진짜.”

“이런 위험한 물건에 왜 손을 대는지 모르겠군요.”

“내 말이 그 말이다.”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하는 리더에, 가방을 건넨 성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포박당해 바닥을 나뒹구는 플레이어 한 명이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시발! 신성 길드가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뭐?”

“이런 단순한 마약 거래에 왜 니들이 나타난 거냐…!”

퍼억-!

돌연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말을 하던 플레이어 한 명이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런 플레이어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언제 움직였는지 모를 성기사 한 명이 서 있었다.

“범죄자 새끼들이 혓바닥이 길다?”

성기사는 퉤! 하며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그는 유일한 혈육이었던 동생을, 약을 먹고 괴물로 변해버린 플레이어의 손에 잃어버린 희생자였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 자진해서 나섰으며, 그 누구보다 약에 손을 댄 플레이어. 그리고 그것을 유통하고 있는 플레이어 모두를 증오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설령 자신들이 거래하고 있는 약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성기사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주변에 있는 다른 동료들은 다소 난폭한 그의 행동에도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을 거래하던 플레이어들은 모조리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에게 구속당해 끌려갔다.

* * *

신성의 길드 하우스 지하.

약을 거래하다 붙잡힌 플레이어들이 구속되어 있는 그곳에 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들이야?”

“예.”

팔다리가 묶인 채로 노려보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제로가 질문하자 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신성의 대답에 제로가 낮은 울림을 토해냈다.

붙잡혀 있는 플레이어들의 레벨은 100~200 사이로, 상당히 다양했다.

개중에서 몇몇은 400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구속된 플레이어들 중 몇몇은 갑작스런 제로의 등장에 시선을 피했다.

제로의 눈을 피하는 플레이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300레벨을 넘기고, 목에 검은 해골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었다.

“하, 새끼들. 사고좀 치지 말라니…, 어라? 넌…?”

자신의 눈을 피하던 플레이어들이 누구인지 눈치 챈 제로가 돌연 뒷말을 흐렸다.

동시에 사신의 흉안이 한 플레이어를 응시했는데, 그런 제로의 행동에 한 플레이어가 움찔! 몸을 떨었다.

“오랜만이다?”

“칫.”

씨익 웃으며 말하는 제로에, 인사를 받은 플레이어가 낮게 혀를 찼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필이면 여기서 제로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그였다.

“그… 맞지? 로스트 월드 막바지에 루파에서 나랑 싸웠던. 그러니깐 이름이….”

“네놈에게 알려줄 이름 따윈 없…!”

“게우스입니다. 단공참 게우스라고도 불리죠.”

“칫.”

신성의 말에 게우스라 불린 플레이어가 다시 한번 혀를 찼다.

애초에 게우스는 로스트 월드가 서비스를 하던 때부터 유명했던 pk범이다. 그렇기에 이름을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한편, 제로는 게우스라 불리는 플레이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니들이 뭔 짓을 한 건지는 알고 있지?”

“모르겠는데.”

제로의 물음에, 게우스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애초에 이곳에 구속되어 있는 플레이어 중,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가 게우스인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이들은 게우스가 만든 조직에 소속되어 있었다.

길드가 아닌 조직이다.

이들은 플레이어의 힘으로 조직을 만들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의 암흑가를 지배하려는 목적을 지녔다.

그 시발점으로 일본인과의 거래를 통해 입수한 약을 사용하려 했는데, 운도 없이 거래하던 와중 신성 길드의 습격을 받아버렸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비단 게우스 뿐만이 아니었다.

로스트 월드에서 pk범으로 활동했던 플레이어. 혹은 범죄자로 악명을 떨쳤던 플레이어들은 제각기 목표를 가지고 각국의 암흑가에 몸을 맡겼다.

어떻게 보면 게우스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상당히 늦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었다.

한편 제로는 여전히 틱틱대는 게우스를 보곤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에….

끄아아아악-!

아악! 머, 멈춰!

아파아아아-!

목덜미에 검은 해골 문양이 새겨져 있던 플레이어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애초에 그들의 목덜미에 새겨진 검은 해골은 단순한 문신이 아니다.

제로의 죽음이 깃들어 있는 족쇄로, 제로가 원하면 그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간에 상관없이, 극심한 고통을 선사한다.

아니, 고통뿐만이 아니다.

제로가 원한다면 검은 해골 문양에 깃들어 있는 죽음이 전신으로 퍼져나가, 그들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 마지막에는 목숨을 잃게 된다.

그것이 제로가 그들에게 새긴 족쇄였으며.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각 국가의 정상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저주였다.

‘물론 그들마저 죽인다면 크나큰 혼란이 생기겠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만일 그들이 인류에 해악이 되는 짓을 벌인다면 제로는 망설임 없이 죽일 것이다.

“어때?”

허억-! 허억-!

다시 한번 손가락을 까딱인 것으로 고통을 멈춘 제로가 입을 열었다.

고통이 사그라드는 것에 게우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제로를 노려봤다.

게우스는 500레벨에 근접한 플레이어다.

비록 마스터 레벨을 넘기지 못했지만, 그에 근접한 만큼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제로의 환영을 꿰뚫어 본다.

그런 게우스가 바라보는 제로는 말 그대로 죽음 그 자체였다.

전신에 스산한 죽음을 두른 흑골의 이형.

머리에는 맥동하는 보석이 박혀 있고, 그 위로 검은 뼈로 이루어진 왕관이 씌워져 있다.

몸을 걸치고 있는 것은 역십자가가 새겨진 검은 사제복과, 삐죽삐죽한 칼날이 돋아난 로브.

한 손에는 그로테스크함의 정점인 하나의 책을 쥐고 있는 그 모습은….

‘괴물새끼.’

죽음. 혹은 괴물 그 자체였다.

특히나 옷 사이사이로 보이는 끔찍한 형상의 심장과, 전신에 퍼져 있는 미세한 핏줄 따위가 더욱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시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으면 잘 생각해서 대답해. 그놈들은 누구야?”

“그놈들이라니? 누굴 말하는…! 끄아아아악-!”

제로의 질문에 비웃음을 내비치던 게우스가 다시 한번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범죄자들은 물론, 신성 길드의 길드원들. 그리고 신성마저 시선을 돌렸다.

한편, 얼마간 고통이 지속되었을까.

제로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게우스의 전신을 잠식한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억-! 허억-!

고통이 사라진 게우스는 다시 한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말장난할 기분이 아니거든? 그러니 똑바로 말해. 네놈들에게 약을 팔았던 그놈들. 일본이냐?”

“그러니…!”

끄아아아악-!

아악!

사, 살려줘!

아파! 아프다고!

시발! 그만해!

고통으로는 게우스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것일까?

여전히 협조할 생각 없는 게우스를 보며 제로는 방식을 바꿨다.

이번에 고통을 준 것은 게우스가 아니다.

게우스의 밑에 있는….

“그, 그만! 그만해!”

자신의 부하들이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르자, 게우스가 다급히 외쳤다.

그는 비록 범죄자일지언정, 부하의 고통을 외면하는 버러지는 아니었다.

애초에 로스트 월드에서도 pk범으로 활동했던 것도, 그저 컨텐츠 중 하나인 pk를 즐겼을 뿐이었다.

그런 게우스의 처절한 외침에, 제로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에 게우스의 부하들에게 가해지던 고통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들었어?”

“노, 놈들은 일본인이 맞다.”

“뭐 그렇겠지.”

게우스의 대답에 제로가 만족스런 웃음을 내비쳤다.

확실히 의리를 중시하는 놈들에겐 이런 방식이 딱이었다.

“좋아. 그리고?”

“그중 우리와 거래를 했던, 리더로 보이는 놈은 신선조에 소속된 놈이었어.”

“신선조?”

게우스의 말에 제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신선조. 일본인들로 구성된 대형 길드다.

소속되어 있는 길드원의 숫자는 합계 4만 명 정도 된다.

특히나 그들은 길드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1군이니, 2군이니 하는 것이 아니라 1번대니, 2번대니 하는 단어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신선조의 평균 레벨은 350을 웃돌지만, 각 대의 대장과 부대장격의 플레이어들은 그 전원 마스터 레벨을 넘긴 강자들이었다.

또한 신선조의 길드 마스터는 랭킹 34위에 속해 있을 만큼 막강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런 신선조가….

“약 거래 따위를 한다라. 넌 어떻게 생각해?”

“쉽사리 믿음이 가는 정보는 아니군요. 특히나 제가 알고 있는 신선조라면….”

“십강 중 하나인 은림의 하부 조직이기도 하니깐 말이야.”

제로의 중얼거림에 신성은 고개를 끄덕였으며, 게우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십강에 버금가는 전력을 가진 대형 길드 신선조가 은림의 하부 조직에 불과하다니.

그 어떤 플레이어가 그 말을 순순히 믿겠는가.

한편, 제로는 그런 게우스의 반응 따윈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그런 제로의 행동에 신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디 가십니까?”

“한번 그 낯짝 좀 보고 오려고. 무슨 생각으로 이따위 짓을 벌였는지 말이야.”

제로는 게우스의 말을 전부 믿지 않는다.

하지만, 블러드의 말도 있고. 특히나 약을 판 것이 일본의 플레이어들이었으니….

‘세이메이. 그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만나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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