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좋은 일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발달한 기술이 안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가 마약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약 중, ‘블루 문’이라는 이름의 마약이 있다.
블루 문은 플레이어 전용의 마약으로, 일반인이 섭취하게 된다면 그 즉시 죽음에 이를 정도로 독한 마약이었다.
애초에 플레이어들은 체내에 품은 마나의 영향으로 일반적인 마약의 효과가 듣지 않는다.
가루로 된 약을, 코로 흡입하든. 혹은 주사기를 이용해 체내에 주입하든 뭐든, 모조리 해독해 버리는 것이다.
허나 블루 문은 달랐다.
그것은 마나에 의한 자체적인 해독 능력이 듣지 않는 마약으로, 그것을 먹은 플레이어에게 극강의 쾌락을 선사해 준다.
그런 블루 문은, 특히나 저레벨 플레이어들 사이에 암암리에 퍼져 있었다.
언제나 고레벨 플레이어들과 비교를 당하는 저레벨 플레이어들. 또한 허상괴와의 전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블루 문에 손을 대게 만들었다.
다만, 그렇게 저레벨 플레이어들에게 많이 퍼져버린 블루 문에겐 끔찍한 부작용이 있었다.
그것을 밝혀낸 것은, 우연히 블루 문을 입수하게 된 제로였다.
제로는 플레이어들의 자체적인 해독 능력을 뚫고, 효과를 발휘하는 블루 문의 성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밝혀낸 것이….
“그러니깐, 이 블루 문이라는 약이 플레이어들을 허상괴로 만들어 버린다는 겁니까?”
“맞아.”
초췌한 몰골로 질문을 던지는 신성을 보며 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제로의 확신에 찬 대답에 신성의 시선이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검게 번들거리는 자그마한 알약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블루 문이었다.
“쉽사리 믿음이 가지는 않는군요.”
“하지만 확실한 정보야. 블루 문이라 불리는 이 약의 성분이, 허상괴로 변해버린 플레이어들의 시체에서 똑같이 검출되었어.”
쐐기를 박아넣는 제로의 말에 신성이 침묵했다.
아무리 허상괴니, 플레이어니 하는 소설 속에서나 볼 법한 세상이 되었다지만.
단순히 알약 하나로 플레이어가. 아니, 인간이 허상괴로 변하다니.
그것은 신성이라 한들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 약의 출처가 어디냐는 거지.”
이러한 마약을 일반적인 제약회사가 만들었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렇다면 플레이어가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일개 플레이어 한 명이 이러한 약을 만들 순 없었다.
“최소 준대형. 혹은….”
“십강 중 하나가 만들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하지.”
플레이어를 허상괴로 만들어 버리는 약을 십강이 만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플레이어 협회의 근간이 뒤흔들릴 엄청난 대사건이다.
기본적으로 십강의 이미지는 인류의 구원자와 비슷하다.
그런 십강이 인류에게 위험이 되는 약을 만들었다고 알려진다면, 협회는 크나큰 비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상당히 위험하군요.”
“그러니 조용히 처리해야지.”
조용히. 최대한 혼란을 만들지 않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한 제로의 말에 신성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직까지 ‘십강이 약을 만들었다’는 단순한 가설에 불과하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전까지는. 그리고 증거를 찾기 전까지는 섣부른 움직임은 금물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뭐, 우선은 이 약이 어떻게 한국에 풀리게 되었는지, 그것부터 알아봐야지.”
“알겠습니다.”
제로의 말에 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신성과의 대화를 끝낸 제로가 신성의 길드 하우스를 빠져나왔을 때였다.
돌연 제로의 그림자가 꾸물텅거리더니, 그 그림자에서 한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그 약을 십강이 만들었을까요?”
“100% 확신할 순 없어. 하지만….”
“하지만…?”
뒷말을 흐리는 제로에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플레이어, 스타툰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99%의 확률로 어디서 만들었는지는 예상이 가.”
그 말을 끝으로, 제로는 터벅, 터벅. 걸음을 옮겼다.
* * *
시끌시끌.
왁자지껄.
시끌버끌.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뜩이며, 드넓은 스테이지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 클럽.
더 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클럽은 강남에서 가장 잘나가는 클럽 중 하나로, 입장 제한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그런 클럽 내부의 VIP룸에 몇몇 플레이어들이 술과 여자를 즐기며 놀고 있었다.
그렇게 짐승이 따로 없는 모습으로 놀고 있을 때, 한 플레이어가 입을 열었다.
“가지고 왔지?”
“여기 있습니다.”
젊은 플레이어, 물산건설 사장의 차남 물진대.
끽 해봐야 200레벨 초반대로 보이는 그의 말에, 다소 얍삽하게 생긴 청년이 품에서 하나의 알약을 꺼내 건넸다.
물진대는 청년이 건넨 알약을 무심히 내려다봤다.
물진대의 손에 쥐어져 있는 약은 검은 광택이 번들거리는 자그마한 알약이었으며. 요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핫하다고 알려진 마약이다.
약의 이름은 블루 문.
특히나 저레벨 플레이어들에게 많이 퍼져 있는 마약으로, 일반적인 마약과 달리 플레이어들의 해독 능력을 뚫고, 그 효과를 발휘한다 알려져 있었다.
“언제 봐도 참 기분나쁜 약이란 말이지.”
블루 문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플레이어로써 지금까지 죽여왔던 허상괴. 아니, 그런 허상괴들에 의해 만들어진 몬스터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어났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한편, 약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물진대에, 블루 문을 건넨 청년이 입을 열었다.
마약이 효과만 좋으면 그만이지, 그 생김새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냥 먹어. 기분만 좋으면 그만이지 않겠냐.”
물진대의 생각이 깊어지자, 이미 블루 문을 먹은 플레이어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의 두 눈동자는 주변의 약을 먹은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탁하게 풀려 있었다.
“뭐, 그렇긴 하지.”
주변 친구의 말에 물진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블루 문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보통의 마약은 코를 이용해 가루를 흡입하거나, 주사기를 통해 주입한다.
하지만 블루 문은 알약의 형태에서 보이는 그대로, 그것을 씹어 먹는 것이 복용 방법이었다.
까드득.
우득.
입을 오물거릴 때마다 블루 문이 이빨에 박살 나 목구멍을 통해 위장으로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흐….”
물진대가 낮은 울림을 토해냈다.
블루 문이 위액에 녹으며, 전신으로 그 약효가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핑핑 돌기 시작했다.
바닥은 파도가 치는 것처럼 출렁여 제대로 균형을 잡기도 힘들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블루 문의 약효는 곧 물진대에게 극강의 쾌락을 안겨줬다.
그렇게 물진대를 포함한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블루 문에 취해 헤롱거리자 약을 건넨 청년이 씨익 웃으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돌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방에 들이닥쳤다.
“늦었네.”
한 플레이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블루 문을 유통하는 브로커의 정보를 입수하기 무섭게 달려왔지만, 이미 브로커는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그 사실에 인상을 찌푸리는 플레이어는 무엇 하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 없었다.
허나 그의 뒤에 시립해 있는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천사의 날개로 뒤덮힌 십자가가 가슴팍에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이 뜻하는 것은 단 하나.
그들이 십강 중 하나인 신성에 속해 있는 플레이어라는 것이었다.
블루 문에 취해 있던 물진대는, 갑작스레 신성의 플레이어들이 난입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넌 뭐…!”
그런 말을 내뱉는 물진대는 약이 준 강함에 취해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제로는 약에 취해버린 물진대를 바라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늦었네.”
이미 늦었다.
물진대.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플레이어들 전원의 육체는 이미 블루 문에 잠식당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그들은 곧 허상괴로 변해 파괴와 살육만 일삼는 괴물로 변해버릴 것이다.
“늦긴 뭐가 늦었다…!”
“너, 네가 먹은 약이 뭔지는 알고 있는 거냐?”
“…?”
한편, 물진대는 뜬금없는 제로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에 취한 정신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런 물진대의 모습에….
“꼴을 보아하니 제대로 모르고 손을 댔나 보네.”
“아까부터 무슨 개소리…!”
제로의 말에 물진대가 돌연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아직도 물진대는 눈앞의 플레이어가 제로인 것을 모른다.
허나, 계속해서 신경을 긁어대는 말만 내뱉는 제로에 물진대는 기분이 나빠져 버렸다.
그렇게 물진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끄으윽-!
으악!
뭐, 뭐가 어떻게 된…!
물진대와 같이 블루 문을 먹었던 플레이어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의 육체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점차 괴물의 형태로 변해갔다.
그 모습은 약에 취해 있는 물진대마저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시작됬네?”
제로는 괴물로 변해버린 플레이어들에 쯧 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스킬 발동, 데스 본 애로우.
퍼버벅-!
제로의 등 뒤로 흑골의 화살이 만들어지며, 괴물로 변해버린 플레이어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더 원이라는 이름의 클럽 내부는 한폭의 지옥도로 변해버릴 것이다.
한편, 괴물로 변했다 죽어버린 친구들의 모습에 물진대가 움찔 몸을 떨었다.
제로는 그런 물진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렇게 되기 전에 너도 죽여줄까?”
제로의 물음에 물진대는 침묵했다.
단순히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시작한 약이었다.
물진대에겐 한 명의 형이 있다.
세 살 터울로 있는 물진건설 장남의 레벨은 마스터 레벨을 넘겼다.
그런 형의 레벨과, 주변에서 일삼는 차별에서 도망치기 위해 물진대는 약에 손을 댄 것이다.
그런데 설마,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댄 약이 사람을 괴물로 변해버리게 만들다니.
약에 취해버린 물진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블루 문에 의한 쾌락과, 자신도 언제 괴물로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적절히 뒤섞여 있었다.
한편, 제로가 그런 물진대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
“제, 제로 님.”
“무슨 일이야?”
“그게…, 문제가 발생했습니… 다….”
말을 이어가던 플레이어가 털석,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플레이어의 등에는 다수의 상처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런 상처를 통해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동시에….
꺄아아악-!
도, 도망쳐!
살려줘!
어디선가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허상괴 특유의 괴성이 뒤섞인 소리가 제로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에 제로의 인상이 찌푸려질대로 찌푸려졌다.
“배후에 허상괴가 있는 건가.”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숫자를 줄이고, 허상괴의 숫자를 늘린다.
특히나 플레이어의 힘까지 사용할 수 있는 허상괴가 탄생한다면 이 차원의 멸망은 한층 더 가속될 것이다. 그게 바로 허상괴들의 목적이었기에, 직접 약을 만들어 퍼트린 것일 수도 있었다.
한편,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기폭제가 되어버린 것일까?
자리에 앉아 있던 물진대가 돌연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그의 육체가 팽하기 시작했다.
육체가 변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로 가면 물진대 또한 괴물로 변해버려, 살육과 파괴만을 일삼을 것이다.
그에 제로는….
“멍청한 놈,”
스킬 발동, 데스 본 애로우.
흑골의 화살을 이용해, 괴물로 변해가는 물진대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제로는 곧 걸음을 옮겼다.
그런 제로의 등 뒤로 펼쳐진, 더 원의 vip룸에는 다수의 시체만이 널브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