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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는 네크로맨서-134화 (134/200)

제134화

무수히 많은 실험관들이 늘어선 실험실.

각각의 실험관에는 인간과 괴물의 모습이 뒤섞인 것들이 존재했다.

무수히 늘어선 실험관 중, 000이라 적혀 있는 실험관에 안에 들어 있는 실험체가 눈을 떴다.

‘여긴… 어디야…?’

눈을 뜬 실험체는 끽 해봐야 6~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허나 그것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는데, 꼬리뼈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마치 도마뱀의 그것과 같은 두툼한 꼬리가 돋아나 있었다.

그 외에도 전신 이곳저곳에 푸른 비늘이 돋아나 있으며, 두 눈동자는 맹수의 그것과 같이 동공이 세로로 쭉! 찢어져 있었다.

‘무서워.’

‘엄마, 어딨어?’

‘여긴 어디야?’

눈을 뜬 실험체는 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불안에 떨었다.

무언가 조취가 가해진 것인지, 눈동자를 제외한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는 현 상황은.

꼬마의 외형에 걸맞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실험체에게 극한의 공포로 다가왔다.

한편, 실험체가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고 있을 때, 그러한 실험체가 들어간 실험관 앞에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황은 어떠한가?”

“순조롭습니다.”

두 명의 남자 중, 보다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

플레이어라는 것을 드러내듯 흑색의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는 남자의 질문에, 백색의 가운을 걸치고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그 둘은 어딘지 모를 장소에 감금되어, 눈동자를 제외한 무엇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겁을 집어먹은 000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몇 번만 더 실험을 통과하면 실전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모든 실험이 끝나기까지 어느 정도 걸리지?”

“길게 잡아야 두 달. 짧으면 이 주일 안에 끝납니다.”

“좋아.”

부하의 대답에 검은 가죽 갑옷을 걸친 남자가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었다.

* * *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신성이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라는 표정으로 제로를 향해 질문했다.

“말 그대로야. 정 죽이기 싫으면 네가 한번 키워 보라고.”

제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신성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했다.

그런 제로의 말에 신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왜, 싫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어진 제로의 질문에 신성이 후…,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신성의 두 눈동자가 여전히 잠들어 있는 소년을 향했다.

다행히 소년을 죽이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 보고 키우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신성이 그러한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제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정리된 거지? 잘 키워 봐.”

그 말을 끝으로 제로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성은 사라지는 제로를 향해 뭐라 외치려 했으나, 신성이 말을 내뱉는 것보다 제로가 사라지는 것이 더욱 빨랐다.

“하….”

제로가 사라지고, 잠들어 있는 소년.

그 본질은 죽음을 먹어 치우는 웨어 울프라는 괴물인 소년과 단둘이 남은 신성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신성의 앞에서 사라진 제로가 다시 나타난 장소는 용산역 입구였다.

주변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제로에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제 갈 길을 걸어갔다.

허상괴와 플레이어의 존재가 익숙해진 지금, 몇몇 플레이어들이 행하는 순간이동 또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배어 들어갔다.

다만, 제로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움직일 때마다 일일이 환영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모습을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러한 환영 마법은, 300레벨을 넘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눈을 속일 순 없으나, 평범한 사람들의 눈은 충분히 속일 수 있었다.

이것은 괜히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제로의 자그마한 배려였다.

한편, 그렇게 용산역에 도착한 제로는 용산 전자상가에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 ‘플레이어 상업 지구’로 걸어 나갔다.

플레이어 상업 지구.

제작계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모여 만들어진 장소로,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장소였다.

시작은 십강 중 하나인 강철 길드의 길드 마스터, 강철의 제안으로 전 세계에 걸쳐 만들어지고 있었다.

초반에는 로스트 월드에서 가지고 나온 재료 아이템들을 이용해 만들어졌으나, 지금에 와서는 지구에 있는 재료들 또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플레이어들의 기술력과, 지구의 과학이 합쳐진다면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또한 차차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원과 평화. 그 중,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시간은 단축되겠지.”

그러한 중얼거림을 내뱉은 제로가 막 상업 지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아깝네.]

장인들이 내리치는 망치 소리와,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아이템을 구하는 플레이어.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제로의 머릿속에 죽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 뭐가 불만인데.”

[그 변종 웨어 울프 말이야.]

제로의 물음에 죽음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 웨어 울프. 잘만 키운다면 쓸만한 전력이 될 텐데. 그게 아니더라도 강력한 망자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해도 되고 말이야. 안 그래?]

이어진 죽음의 질문에 제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관없어.”

[정말?]

제로의 말에 죽음이 또 다시 되물었다.

그것은 제로를 놀리기 위한 되물음이 아닌, ‘진심으로 상관없다’라는 제로의 진심을 알아채는 것에 의한 순수한 놀람이었다.

“나는 애 보기는 딱 질색이거든. 그리고 굳이 그런 걸 재료로 사용해야 할 만큼 재료가 궁하지도 않고.”

[흐음.]

제로의 말에 죽음이 묘한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말해서 제로가 품은 농밀하면서도 순수한 죽음을 먹여 키운다면, 확실히 죽음의 말대로 쓸만한 전력이 될 것이다.

허나, 아무리 죽음을 먹인다 한들 웨어 울프가 강해질 수 있는 한계선은 정해져 있으며. 그 강함은 고작해야 1000위권 이내의 랭커급 강함일 것이다.

고작 그 정도의 전력을 얻기 위해 제로가 귀찮음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반강제적으로 그것의 처우를 맡긴 신성이 알아서 잘 키울 것이다.

그리고 재료.

망자를 만들기 위한 재료라면 이미 제로의 아공간에 질리도록 쌓여 있었다.

그것들은 로스트 월드에서 모았던 재료였으며, 몇몇 시체는 지구에서 구한 재료였다.

특히나 플레이어 협회가 만들어지고, 그 규칙을 무시해 날뛰는 플레이어들 덕분에 질 좋은 시체를 구할 수 있었다.

“여기는 참 활기차구만.”

제로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상업 지구는 아직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리 넓지만은 않았다.

또한 생산되는 아이템이라고 해봐야 초보자들이 사용할 만한 것들이라,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평균 래벨 또한 80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알아서 판이 커지겠지.”

그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로 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용산 상업 지구를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복잡한 미로와도 같은 골목길이 늘어섰으며, 음침한 분위기 탓인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들의 숫자 또한 얼마 없었다.

“뭐, 그래도 보통 이런 곳에 대박이 있는 법… 응?”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제로가 시선을 돌렸다.

그런 제로의 두 눈에 들어선 것은….

“저…, 혹시 플레이어신가요?”

초보자용 로브를 걸치고 있는 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직업이 연금술사인 것일까?

로브 겉에는 다양한 종류의 포션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 그럼 혹시 포션 필요하지 않으세요?”

제로가 플레이어라는 것을 안 여인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바닥에 주르륵 다양한 포션을 늘어놓았다.

“하급 포션부터 각종 버프를 주는 포션들까지, 종류도 다양해요.”

제로는 자랑스레 말하며 여인이 늘여놓은 포션들을 훑어봤다.

눈앞의 여인은 초보 연금술사로 보였는데, 그런 그녀가 꺼내든 포션들은 확실히 그 종류가 다양했다.

회복 포션은 최하급부터 하급까지.

그 외에도 힘 스탯을 올려주는 포션이나, 민첩을 올려주는 포션. 마나 회복 포션과 해독 포션 등등.

제로의 눈에 다양한 포션들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로스트 월드에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뿐이었으나, 지구에서는 그 값어치가 폭등해버린 포션들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녀가 꺼내든 포션을 노리고 칼을 휘둘러도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이것 봐라?’

포션을 훑어보면 훑어볼수록, 제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쳐졌다.

초보 연금술사 여인이 꺼내든 포션들은 ‘오직’ 로스트 월드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몇몇 개는 로스트 월드에서 구비해 놓은 재료로 만든 것 같지만, 나머지 몇몇은….

“이거 현실의 재료도 섞여 있는 거 같은데?”

“어!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님도 연금술사에요?”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님’ 이라는 말에 제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로스트 월드가 서비스를 종료하고, 현실에서 플레이어들이 등장한 이래 ‘님’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연금술사는 아닌데, 그쪽에 관심이 좀 있어서 말이야.”

한편 제로는 자신의 질문을 부정하지 않는 여인을 바라봤다.

자신의 환영 마법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것을 보면, 눈앞의 초보 연금술사 여인의 레벨은 300을 넘지 못했다.

십강의 길드 마스터 중 한 명이자 마스터 레벨을 돌파하고, 그렇기에 로열 알케미스트라 불리는 플레이어, 첸첸.

플레이어 중, 가장 레벨이 높은 그녀조차 아직 현실의 재료로 포션을 만들어 내는 기술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을….

‘설마 이런 저레벨 플레이어가 발견할 줄이야.’

어떻게 보면 이것은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만일 현실의 재료를 이용해 포션을 개발하는 기술이 널리 퍼진다면, 유저들이 조금 더 싼값에 포션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포션이 풀린다면 허상괴와의 전투에서 죽어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숫자 또한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제로가 눈앞의 여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은?”

“이, 이름이요? 어…, 그건 플레이어 네임을 말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실명을 말하시는 건가요?”

“당연히 플레이어 네임이지. 네 실명을 알아서 뭐에 쓴다고.”

“그, 그렇죠? 제 이름은 아루에요. 아루.”

아루….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제로는 스스로를 아루라 밝힌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가입된 길드는 있어?”

“그게…, 마학자 길드의 4군에 소속되어 있어요.”

4군에 소속되어 있다.

그러면 딱히 마학자 길드에서 빼내 와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래도 나름 한국인이라고, 이런 기술을 가진 플레이어가 타국의 길드인 마학자에 있는 것보다는, 한국에 있는 신성에 있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로스트 월드였다면 몰라도, 현실의 신성은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들을 모집하고 있으니 안성맞춤이었다.

“너, 혹시 신성에 가입할 생각은 없어?”

“시, 신성이요?”

제로의 물음에 놀란 아루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제로를 바라보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는 마치 어린 사슴의 눈동자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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